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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토셀위원회 이호열 위원장 & 오승연 연구위원 

대한민국 영어 평가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지난 5월 중앙일보플러스와 국제토셀위원회가 ‘중앙일보 TOSEL(토셀)’ 제휴를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양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토셀의 시험 개발과 운영, 홍보 등을 함께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오는 11월 첫 번째 시험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 작업에 여념이 없는 국제토셀위원회 이호열 위원장과 오승연 연구위원에게 토셀의 탄생 배경과 운영 계획을 들어봤다.

▎국제토셀위원회 제공
중앙일보 토셀은 대학생과 직장인,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하는 실용영어 시험이다. 지난 13년 동안 EBS와 국제토셀위원회가 주관해온 ‘EBS TOSEL’이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했다면, 중앙일보 토셀은 직장인과 대학생 같은 성인이 주요 응시 대상이다.

국내에서 이미 익숙한 영어 시험으로는 TOEFL(토플)과 TOEIC(토익)이 있다. 토플은 외국 학교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주로 치르고, 토익은 취업준비생과 회사원이 주로 응시한다. 특히 토익은 40년 전 일본에서 처음 실시한 시험이다. 현재 일본에서 연간 약 140만 명, 한국에서 연간 약 200만 명이 응시해 치르고 있다. 두 시험 모두 외국의 사설 평가 기관인 ETS(Educational Testing Service)에서 출제하는데 연간 1200억원 정도가 로열티로 지급된다.

지난 7월 4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산학관의 국제토셀위원회에서 만난 이호열 위원장과 오승연 연구위원은 “그동안 외화 낭비 없이 한국 실정에 맞게 영어 실력을 평가하는 토종 영어 시험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며 “중앙일보 토셀은 일본에서 시작된 토익에 견줘도 전혀 손색없는 시험”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일보와 함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


▎인도네시아 우이대학교에서 치러진 토셀 실험 평가.
이호열 위원장(이하 이 ): 중앙일보와 한배를 타게 됐을 때 정말 든든한 우군을 얻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서 시작된 토익이 우리 영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이 늘 안타까웠다. 일제시대의 물산장려운동을 계승하는 심정이다. 대한민국의 올바른 영어 평가를 위한 새로운 시작을 중앙일보와 함께할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

오승연 연구위원(이하 오 ): 지난 15년간 국제토셀위원회 위원장과 교수들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정말 독립운동을 하듯 사업을 꾸려왔다. 우리 학생들을 우리가 평가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똘똘 뭉칠 수 있었다. 국내 영어 평가 시장에서 토셀이 뿌리를 내리는 데 확실한 지원군이 생긴 거 같아 가슴이 벅차다.

토셀의 탄생 배경이 궁금하다.

이: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우리 축구팀이 4강 신화를 쓸 거라곤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기적을 만들고 나니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영어교육을 주도하는 교수들 사이에서도 그런 영감과 자극이 있었던 것 같다. 그들 사이에서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의 영어 능력 평가를 해외 시험에 맡겨선 안 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실용영어 중심의 토익을 대체할 수 있는 시험을 만들기 위해 수능 출제 위원들과 전국 대학의 영어 교수들이 중심이 돼 국제토셀위원회를 설립한 것이 시작이다. 이후 2년간 문항 개발과 실험 평가를 거쳐 2004년 9월에 첫 시험을 치르게 됐다. 지난 13년간 EBS가 주관을 하면서 홍보도 많이 하고 공신력도 쌓이다 보니 초·중·고 영어 시험은 토셀로 국산화를 이룰 수 있었다.

오: 사실 10여 년 전만 해도 초등학교 아이들이 국제중학교에 가려면 토익이나 토플 시험을 볼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된 영어 평가 제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토셀이 나오면서 아이들이 우리 실정에 맞는 영어 시험을 치를 수 있게 됐다. 아이들이 자신의 영어 능력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가늠해볼 수 있는 시스템이 생긴 것이다. 토셀은 아이들의 영어 교육에 있어 나침반 역할을 한다. 균형 잡힌 식사를 해야 건강하듯 듣기·말하기·읽기·쓰기의 4가지 영역을 골고루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제 어느덧 그들은 대학생이 됐고 취업을 한 친구들도 있다. 글로벌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의 경쟁력은 살아 있는 영어를 하는 것이다. 토셀이 그런 환경을 조성하는 제도로서 다시 한번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토셀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다

이: 토셀(TOSEL)은 ‘Test of the Skills in the English Language’의 약자다. 영어의 기술, 영어구사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란 의미다. 토익·토플과 경쟁하기 위해선 같은 ‘토’자 돌림이 돼야한다고 생각했고, 여러 교수들과 상의 끝에 지었다.(웃음) 도메인은 ‘tosel.org’로 정했다. 비영리기구나 비영리재단에서 사용하는 도메인이다. 나중에 전세계 80%인 비영어권 국가에 수출하기 위해서다. 현재 인도네시아 우이대학교, 베트남 하노이 국립대학에서 실험 평가를 하고 있고, 조만간 중국에서도 실험 평가를 치를 예정이다. 몇 년 전에는 몽골 정부로부터 토셀을 도입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기도 했다. 기존의 시험이 기억력과 배경 지식 등 실제 영어 실력과 관계없는 능력을 평가했다면, 중앙일보 토셀은 기본 자료를 미리 제공해 판단력·이해력 위주로 평가한다. 또 학원에서 답을 고르는 요령과 기술을 익혀 고득점을 받을 수 있었던 기존 시험과 달리 실질적인 내용을 파악해야 고득점이 가능하도록 문제를 설계했다. 영어 점수는 높은데 실제로 영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거나 영문 보고서를 작성하지 못하는 모순을 없애기 위해서다.

로열티 걱정 없는 토종 영어 시험


시험 문제는 누가 만드나.

오 :전국 대학의 영어 전공 교수들과 해외 자문단 교수들, 한국에 와 있는 원어민 교수들이 참여하고 있다. 모두 100명 정도 된다. 출제위원들은 보안상 이름을 밝힐 수 없다.(웃음) 지난 3년 동안 그분들이 정말 열심히 문제를 만들었다. 지금까지 총 86회에 걸쳐 실험 평가와 수정 평가를 지속하면서 문항을 수정했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최고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런만큼 우리의 목표는 3년 안에 50만 명, 5년 안에 100만 명의 응시생을 만드는 것이다.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이 된다면 200만 명도 가능할 거라고 확신한다.

수험생의 입장에선 공신력이나 신뢰도가 중요할 것 같은데.

이: 사실 공신력 있는 시험 제도는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10년 이상의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 지난 13년간 토셀은 학부모와 교사들, 입학 담당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면서 대한민국 대표 영어 시험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지난해 전라북도 교육청에서 해외 글로벌 인재를 파견할 때도 토셀로 학생들을 선발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학생기록부 대신 토셀 성적으로 선발하겠다는 얘기였다. 토셀이 이제 사회적으로도 객관성과 신뢰도를 쌓아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좋은 사례였다.

오: 국가 예산으로 글로벌 인재들을 선발해 장학금을 주는 제도뿐만 아니라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험에도 토셀이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0년 7월1일부터 경찰 공무원 임용 시험을 볼 때 토셀 성적으로도 가산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수험생의 입장에서 보면, 그동안 우리 영어 평가 제도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자신의 실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시험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는 취지에서도 토셀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토셀 평가 문항에는 수능에 나오는 유형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학생 친화적이라는 의미다. 수능 시험에 익숙한 학생들이 토셀로 점수를 올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

기존 영어 시험과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이: 사실 지금까지 영어 시험은 공부 따로 시험 따로였다. 토셀이 지향하는 건 영어 공부를 많이 하면 할수록 그만큼 실력에 반영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다. 학교에서 공부한대로 실력이 늘고 점수도 잘 나오는 것이 제대로 된 평가라고 생각한다. 철학적인 부분이나 교육공학적 설계를 보더라도 토셀은 성공할 수밖에 없는 시험이라고 확신한다. 대부분의 기업체가 아직까지 토익 등 기존 시험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토셀을 채용이나 승진 때 자격시험으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토셀의 진가를 알게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영어의 트렌드와 영어 평가 제도를 리셋시키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중앙일보 토셀은 토플·텝스가 지향하는 ‘인지적, 학문적으로 얼마나 유창하게 언어를 사용하는가’에 대한 부분과 토익이 중요시하는 ‘기본적이고 개인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동시에 평가한다. 시험 시간은 총 100분으로 첫 번째 듣기·말하기 영역이 45분, 두 번째 읽기·쓰기 영역이 55분으로 치러진다. 배점은 토익과 똑같이 각 495점씩 총 990점이 만점이다. 응시료 역시 합리적인 수준으로 맞췄다. 듣기·말하기·읽기·쓰기 영역을 모두 평가하는 토셀 시험 응시료는 4만원이다. 토플은 25만원, 토익은 네 영역을 모두 응시할 경우 약 20만원이다.

타 시험에 비해 응시료가 저렴하다. 이유가 뭔가.

이: 토익의 말하기와 쓰기는 직접 평가다. 말하는 것을 직접 녹음하고 답안지에 직접 쓰는 방식이다. 평가를 직접 하니까 더욱 신뢰할 수 있는 장점은 있다. 하지만 평가의 객관성이 없다는 것이 단점이다. 채점자에 따라서 점수가 왔다 갔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시험인 동시에 신뢰할 수 없는 시험이기도 한 것이다. 또 평가자의 인건비 때문에 응시료는 당연히 비쌀 수밖에 없다. 반면 토셀은 말하기·쓰기·듣기·읽기를 모두 간접 평가한다. 간접 평가의 단점은 속속들이 정확하게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간접 평가라 하더라도 말하기와 쓰기는 평가가 가능하다고 한다. 보편적인 말하기 스킬이 요구되는 실용 영역이면 토셀로도 충분히 평가를 할 수 있다는 게 결론이다.

오: 토익은 시험 시간이 200문항에 120분이다. 한 문항 당 36초인 셈이다. 이에 비해 토셀은 140문항에 100분으로 한 문항당 42초가 소요된다. 한 학술연구논문에 따르면 평가를 하는 데 있어서 100분 정도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한다. 시험 시간이 짧기 때문에 응시료를 비싸게 받을 이유가 없다. 또 토셀은 로열티가 없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응시료를 싸게 책정해도 운영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11월18일 첫 시험을 앞두고 있다.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이: 우선 86회에 걸친 개정 작업을 통해 문항 유형이 확정됐다. 현재 학생과 직장인, 대학 교수들을 대상으로 실험 평가를 꾸준히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타당도를 좀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 문항 유형에 따라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맞춤형 교재도 준비 중이다. 8월에 있을 원서접수 기간쯤이면 시험 문항과 똑같은 모의고사 형식의 1차 교재가 나올 예정이다. 12월에는 문제 유형별로 학습할 수 있는 기본서도 발간할 계획이다.

오: 첫 시험 이후 내년 2월쯤 두 번째 시험을 치를 예정이다. 중국의 CET(China English Test)처럼 1년에 4회 정도가 적절할 것 같다. 해마다 치르는 수능처럼 대학생과 취업준비생이라면 누구나 도전해 볼만한 영어 시험이 됐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고득점 비결을 알려 달라.(웃음)

이: 토셀은 ‘점수가 높으면 영어를 잘한다’는 등식이 성립하는 시험이다. 토셀 만점자는 영어 벙어리가 아닌, 영어 좀 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토셀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배웠던 영어 교과 과정을 반영해서 출제 문항을 만든다. 기본적으로 고등학교 과정까지 정상적으로 공부한 학생이라면 평소 실력으로도 웬만큼 성적이 나온다. 그게 토익하고 다른 점이다. 또 토셀은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영어 능력을 평가한다. 진짜 살아 있는 영어 실력을 평가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따로 실용영어를 공부해야 한다. 실용영어를 공부할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인터넷을 비롯해 다양한 기자재가 넘쳐난다. 이를 통해 열심히 노력한다면 고득점도 충분히 가능하다.

오: 토셀이 지향하는 출제 원칙 중 하나가 재미와 감동을 주자는 것이다. 시험을 보면서도 배울 게 있고, 틀려도 기분이 좋은 킬러 콘텐트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86회의 문항 개정 작업을 거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토셀은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들이 의기투합해 만들어낸 영어 평가 제도다. 세계 어느 시험과 견줘도 손색없다고 자부한다. 지난 13년간 검증 과정도 모두 마쳤다. 이제 모두가 믿고 도전하는 일만 남았다.

이호열 - 국제토셀위원회 위원장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 고려대학교 법학 박사
●대한법학교수회 부회장·
●한국경영법률학회 상임이사
●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최고위언론과정 주임교수
● 세계인명사전 Marquis Who’s who 2017년 등재인물 선정
저서 『아카데미 토플』

오승연 - 국제토셀위원회 연구위원

● 고려대학교 학사·석사·박사(영문학)
●국제 NGO, Save the Children 국제이사
● 한국언어학회 편집위원
● 한국영어학회 상임이사
● 한국경영학회 CSV 소사이어티 위원
●前 SBS 공채 8기 아나운서
저서 『 내 아이 영어 영재로 키우는 법』, 『슈퍼맘 오승연의 엄마표 영어패턴 1 00』, 『품격을 높이는 우리말』

-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201708호 (2017.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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