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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세 시의 바르셀로나 

 

정다운(작가. 『바르셀로나 지금이 좋아』 저자)·사진 박두산 작가
바르셀로나는 여름이 최고다. 쾌청한 하늘, 햇살 좋은 오후에 노천카페에 앉아 생맥주 ‘카냐’를 들이키는 맛이다. ‘플랜비’의 매니저 겸 가이드로 바르셀로나에서 2년을 살다 온 정다운 작가가 『바르셀로나 지금이 좋아』를 펴냈다.

▎바르셀로나 사람들은 여름에 퇴근을 하고도 풍덩 수영장에 몸을 맡긴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커피를 마시는 일과 햇볕을 마시는 일이 다르지 않다. 누구를 만나도 카페테라스에 앉아서 “아 날씨 좋다. 날씨 좋다.” 똑같은 말만 주고 받으며 몇 시간을 보낸다. 날씨 이야기는 하루 종일 해도 하나도 지겹지 않다. “평생 볼 파란 하늘을 다 보는 것 같아.”, “아무리 우울한 날도, 일단 집 밖으로 나오면 기분이 좋아져. 밖으로 나가는 순간 살균되는 기분이 들지.”

스페인 북쪽에 위치해 있고, 해변을 끼고 있는 바르셀로나는 아무리 더운 날도 30도 초반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습도도 한국보다 낮아, 한여름도 견딜 만하다. 구름 한 점 없는 쾌청한 여름 날씨라서 햇살은 한국보다 훨씬 세다. 땡볕 아래를 걷다 보면 “와 정말 덥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데, 그러다 그늘 아래로 들어가면 “어, 시원하네!”라는 말을 나도 모르게 내뱉게 된다. 그러니 그늘만 찾아다니면 바르셀로나의 여름은 가볍게 날 수 있다. 더군다나 바르셀로나에는 거리에 나무가 많고, 나무 그늘 아래마다 어김없이 벤치가 있다.

바르셀로나 여름 여행의 최고 좋은 점은 해가 늦게 진다는 점이다. 거의 밤 10시까지도 날이 훤하기 때문에 하루를 길게 쓸 수 있다. 그래서 바르셀로나 사람들은 여름이면 저녁에 퇴근을 하고도 바다에 몸을 던진다. 책을 읽거나 산책하거나 파란 수영장에 몸을 맡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성당


▎가우디가 설계한 사그라다 파밀리아성당. 100년 넘게 짓고 있다.
바르셀로나 구시가지는 수천 년 전 로마 시대에 형성된 동네다. 크게 보른 지구, 고딕 지구, 라발 지구로 나뉘는데, 그 중 보른 지구는 예술가들의 작업실이 많아서 골목골목을 걷다 보면 다락에서 작업한 것을 1층 매장에서 파는 작고 감각적인 공방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는 사그라다 파밀리아성당(La Sagrada Familia, 성가족 성당)이다. 1882년 처음 공사가 시작된 성당이다. 현재까지 130년 넘는 시간 동안 공사 중인데, 총 열여덟 개 탑 중에 여덟 개만 완성되었다. 아직 열 개의 탑이 올라오지 않았다. 100년 넘게 겨우 탑 여덟 개 탑만 지어졌는데, 2026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2026년은 가우디 선생이 돌아가신 지 딱 100년 되는 해다. 한쪽 면은 지어진 지 100년도 더 지나 세월의 때가 탔고, 한쪽 면은 완성된 지 이제 겨우 10년 지나 무척 현대적이고, 한쪽 면은 아직 본격적으로 공사가 시작되지 않아 철근콘크리트가 보이는 성당이다. 가운데로는 커다란 크레인이 우뚝 서 있다. 성당 외벽을 따라 한 바퀴 크게 돌면 최소 성당 세 개쯤 본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성당이다. 완성 전의 불완전한 모습이 주는 아름다움은 지금이 아니면 볼 수 없다.

바르셀로나 사람들에게 “너 어디 사람이야?”라고 물으면 대부분 스스로를 카탈루냐 사람이라 말한다. 스페인 자치지방 중 하나인 카탈루냐는 독자적이면서도 강인한 지역색을 지닌 곳이다. 스페인어보다 카탈루냐어가 훨씬 더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아이들은 태어나서 스페인어보다 카탈루냐어를 먼저 배운다. 테라스에는 스페인 국기가 아닌, 노란색 바탕에 빨간 선 네 줄이 들어간 카탈루냐 주기(州旗)나 카탈루냐의 독립기를 내걸고 있다.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예쁜 집. 기념품 가게에서 파는 바르셀로나 엽서에도 등장한다.
우리나라에 동네마다 조기축구팀이 있는 것처럼 바르셀로나에는 동네마다 인간 탑 쌓기 팀이 있다. 인간 탑 쌓기는 카탈루냐 지방의 전통문화 중 하나로 문자 그대로 사람이 사람의 어깨를 발로 밟고 올라가서 탑을 쌓는 행사다. 스페인어로는 ‘카스텔(Castells)’이라고 하는데, ‘성’이라는 뜻이다. 순전히 사람에 의해 사람으로만 쌓아 올려지는 성이다. 어린아이들부터 백발이 풍성한 노인들까지 구성원의 연령대는 아주 다양하고, 모두 같은 색상의 셔츠를 맞춰 입고 탑을 쌓는다.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 허리가 구부러진 할머니, 근육이 단단한 청년, 머리를 야무지게 묶어 올린 젊은 여성, 꼭대기에 올라갔다 내려온 아주 어린 여자아이 모두 환하게 웃는다. 이방인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장관이다.


▎바흐 음악 연주에 맞춰 스텝을 밟고, 춤을 추는 한밤의 ‘댄싱 바흐’ 공연.
여름의 바르셀로나는 밤이 길다. 바르셀로나에서는 1년 365일 중에 366일이 축제 중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축제가 많다. 바흐셀로나(BACHCELONA)라는 축제가 있다. 바흐와 바르셀로나를 합친 매력적인 이름이다. 매년 7월 바르셀로나 구시가지(고딕 지구, 보른 지구)에서 열린다. 축제 기간 동안 성당이나 광장 등 구시가지 구석구석에서 바흐 음악이 연주된다. 저녁에는 작은 광장에서 ‘댄싱 바흐’라는 공연을 한다. 마을 주민들이, 관광객들이 바흐 음악 연주에 맞춰 스텝을 밟고, 춤을 춘다. 바르셀로나에서 축제는 일상 속에서 모두가 공평하게 즐기는 것이다.


▎바르셀로나의 가장 흔한 음료이자 술인 카냐와 안주 하몬.
생맥주 ‘카냐’와 안주 ‘하몬’


▎바르셀로나에서는 개와 사람을 따로 생각하기가 어렵다.
바르셀로나의 가장 흔한 음료이자 술은 카냐다. 카냐(Cana)는 스페인어로 생맥주를 뜻한다. 실은 200cc 정도 되는 작은 컵을 말하는데, 이 컵에 마시는 맥주가 대부분 생맥주이다 보니 보통의 경우 “카냐 한 잔 주세요”라고 이야기하면 생맥주를 준다. 아침에 커피를 마시러 카페에 갔는데 옆 자리에서 누군가 카냐를 마시고 있다면 그건 그가 술꾼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냥 바르셀로나 사람이기 때문이다. 가격도 매우 저렴하다. 보통 1.5유로에서 2유로 초반 정도이며, 안주를 따로 시킬 의무가 없기 때문에 정말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가벼운 안줏거리가 필요하다면 하몬(Jamon)이 올라간 핀초(Pincho)를 함께 먹어도 좋다. 하몬은 크게 하몬 세라노와 하몬 이베리코로 나뉘는데, 이베리코를 권한다. 이베리코는 스페인의 흑돼지 품종으로, 세라노에 비해 비싸긴 하지만 확연한 맛의 차이가 있다.

올라, 그라시아스 그리고 아띠


▎인간 탑 쌓기는 카탈루냐 지방의 전통문화 중 하나다.
바르셀로나는 이렇게 보고 즐길 게 많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다. 많은 가게들이 긴 여름휴가를 간다는 점.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추러스 가게 추레리아(Xurreria)는 8월 중순에 열흘 정도 휴가를 간다.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맛있는 크루아상을 파는 ‘호프만’은 매년 8월 한 달 내내 문을 닫는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타파스바 키멧키멧(Quimet&Quimet)도 여름이면 한 달 통째로 문을 닫는다. 갈 때마다 줄이 길게 서 있는 아이스크림 집 고체 디 라테(Gocce di Latte) 역시 여름 한 달은 문을 닫는다. 일요일에는 거의 대부분 가게가 문을 닫는다. 다행히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레스토랑이나 카페, 타파스 바, 스타벅스 같은 체인점은 일요일에도 문을 연다.


▎『바르셀로나 지금이 좋아』 중앙북스.
팁 하나. 바르셀로나 사람들은 상점에 들어가며 꼭 “올라(Hola, 안녕하세요)” 하고 가볍게 인사를 한다. 그러면 점원이나 주인장도 “올라”라고 똑같이 인사를 건넨다. 가게를 나설 때는 “그라시아스(Gracias,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하면 된다. ‘올라’와 ‘그라시아스’ 두 단어를 자주 밖으로 꺼내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바르셀로나 여행이 조금 더 재미있어질 것이다. 가게에서 계산을 하며 “그라시아스” 하면 점원이 “아 띠(A Ti, 나도)” 하고 대답한다. ‘나도 너에게 고마워’ 정도의 의미다. 밝은 표정으로 눈을 마주치며 외치는 이 말을 들으면 어김없이 기분이 경쾌해진다.

- 정다운(작가. 『바르셀로나 지금이 좋아』저자)·사진 박두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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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호 (2017.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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