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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사랑한 ‘광화문글판’ 

계절마다 바뀌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 

오승일 기자 oh.seungil@joongang.co.kr
교보생명은 블로그를 통해 ‘내 마음을 울리는 광화문글판은?’이라는 주제로 온라인투표를 진행했다. 4반세기 넘게 서울시민들이 가장 사랑한 광화문글판은 무엇이었을까.

▎교보생명 제공
#.가족 몰래 8년 동안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광화문을 지나는 버스 안에서 글판을 보고 저를 기다리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많이 울었습니다. 제 말을 들어줄 이 하나 없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되어준 이 글귀는 너무도 큰 위안이었습니다.(나태주 ‘풀꽃’)

#. 결혼준비로 한창 정신이 없었을 때 아내와 저는 참 많이도 다퉜어요. 작은 것 하나도 티격태격했고 감정의 골은 깊어졌습니다. 그러던 중 이 글판을 보고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됐습니다. 아내의 의견은 무시한 채 제 생각만 했던 걸 반성했습니다. 그 후 서로 배려하고 조금씩 양보해가며 지금까지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정현종 ‘방문객’)

#. 고난을 극복하면 찬란한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말은 우리의 삶과도 많이 닮아 있는 것 같아요. 저도 회사생활 20년 동안 그 안에 사표 몇 번, 좌절 몇 번, 칭찬 몇 번, 보람 몇 번을 거쳤는지 모릅니다. 당시에는 정말 힘들어서 그만 두고 싶었지만 잘 이겨냈다는 보람이 느껴질 때마다 이 문구가 생각납니다. (장석주 ‘대추 한 알’)

시민들은 일상에 지쳤을 때 따스한 격려와 위로를 건네준 광화문글판에 얽힌 저마다의 사연을 담아 투표에 참여했다. 그 결과 서울 시민들이 가장 사랑한 광화문글판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사진)였다. 이 문안은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2012년 봄편)에서 가져온 것이다.

다음으로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정현종 ‘방문객’, 2011년 여름편)가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두 편 모두 의미 있는 인간관계를 맺기 어려운 요즘 세태에서 사람이 소중한 존재임을 일깨우고 진지한 만남과 소통의 중요성을 되새긴 점이 많은 시민들로부터 공감을 얻어냈다.

이어서 장석주 시인의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와 정호승 시인의 ‘먼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 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가 뒤를 이었다.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의 제안으로 1991년 광화문 네거리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광화문글판’은 올해로 26년째 한 자리를 지키며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왔다. 1년에 네 번,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으며 시의성 있고 정감 어린 글귀로 시민들에게 때로는 희망을, 때로는 사랑을, 또 위로를 건네고 있다. 지금 광화문글판은 뭐냐고? 한번 광화문에 나가보시라.

- 오승일 기자 oh.seu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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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호 (2017.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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