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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권 동토, 캐나다 유콘주 빙하투어 

10만 년 전 빙하기 지구를 만나다 

유콘(캐나다)=글·사진 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캐나다 유콘(Yukon)주에는 북극과 남극을 제외하고 지구상 가장 큰 빙하지대가 있다. 10만 년 전 빙하기적 원시 풍경을 담고 있는 유콘으로 떠나보자.

▎클루아니 국립공원의 경비행기 투어를 하면 10만년 전 지구의 빙하기를 방불케하는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유콘은 얼음과 눈이 가득한 겨울왕국이다. 장화·장갑·바람막이는 필수품이고 방한장비도 챙겨야 한다. 세계에서 2번째로 큰 영토를 가진 국가 캐나다의 북서부 땅 유콘은 서쪽으로는 미국 알래스카주, 남쪽으로는 밴쿠버가 속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를 이웃하고 있다.

밴쿠버에서 2시간 30분, 다시 국내선을 타고 유콘의 주도(州都) 화이트호스(Whitehorse)에 도착했다. 한국 땅의 5배쯤 넓은 유콘 땅에 살고 있는 인구수는 고작 3만7000명. 그중 2만7000명이 화이트호스에 산다. 4층 규모의 호텔이 ‘초고층’ 건물이고 나지막한 집이 연달아 서있다. 건물은 하나같이 화려한 색감의 페인트를 칠해 놨는데, 이유는 두 가지다. 폭설 때 건물을 쉽게 알아보기 위해서이고, 우중충한 날씨가 많아 건물이라도 밝게 칠한 것이란다.

대낮처럼 훤한 밤엔 카약·낚시


▎유콘의 클루아니 국립공원.
유콘의 여름밤은 대낮처럼 환하다. 7월 유콘의 낮은 하루 20시간 정도다. 밤에도 완벽한 어둠이 아니라 초저녁같이 어슴푸레해질 뿐이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 도심을 가로지르는 유콘강에 카약을 타고 있는 무리를 봤다. 이 장면만 본다면 영락없는 한낮의 풍경이었다. 백야가 깃드는 유콘의 여름밤에 카약·낚시·트래킹 등을 무궁무진 즐길 수 있다.

이튿날 화이트호스에서 서쪽으로 150㎞ 떨어진 해인즈정션(Haines Junction)으로 향했다. 해인즈정션은 여름철 유콘을 찾아오는 관광객의 베이스캠프 같은 곳인데, 이 마을을 통해 클루아니 국립공원으로 진입할 수 있다. 가는 길에 캐나다에서 가장 유명한 고속도로 ‘알래스카하이웨이’를 탔다. 미국 알래스카주와 캐나다 유콘·브리티시컬럼비아 주를 관통하는 장장 2700㎞의 도로다. 미국은 1942년, 일본과의 전면전을 준비하면서 북방의 동토에 2차선 고속도로를 냈다. 전쟁을 위해 건설한 도로는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마음의 평안을 좇는 사람을 위한 관광코스가 됐다. 만년설이 뒤덮인 산과 푸른 호수를 벗 삼아 2시간을 달렸다.

클루아니 국립공원은 유콘·브리티시컬럼비아·알래스카 3개 주에 걸쳐 있는 거대한 자연 보호구역으로 세상에서 ‘가장 큰’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면적은 무려 2만2000㎢. 경기도와 서울을 합친 수도권보다 더 큰 땅이 국립공원이라는 이름 아래 보호받고 있다.


▎레포츠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백야가 깃드는 유콘의 여름밤에 카약·낚시· 트래킹 등을 무궁무진 할 수 있다.
유콘 전문가들이 클루아니 국립공원의 정수를 만끽할 만한 여행법을 적절히 소개해줬다. 바로 비행 투어다. 호수와 숲과 빙하지대 등 다양한 자연 경관을 품고 있는 국립공원을 빠르게 관통하며 들여다볼 수 있다. 73년부터 경비행기 투어를 운영하고 있는 여행사를 찾아갔다. 여행사 마당에 놓인 비행기는 설마 진짜 비행기일까 싶을 정도로 장난감같이 앙증맞았다. 미군이 베트남전을 치를 때 개발한 헬리오 커리어(Helio Courier) 기종이라고 했다. 파일럿까지 4명을 태운 비행기는 기우뚱하는가 싶더니 부드럽게 날아올랐다.

클라우니 국립공원의 빙하지대


▎유콘주가 위치한 캐나다 지도.
유콘에서 가장 커다란 호수인 클루아니호수를 지나 클루아니 국립공원 안으로 진입했다. 전나무가 빽빽한 숲을 지나 5분쯤 비행하니 수목이 살 수 없는 툰드라 지대다. 화이트초콜릿을 발라놓은 듯 눈 덮인 고봉이 주변을 가득 메웠다. 고봉 밑에는 어김없이 빙하지대가 펼쳐졌다. 클라우니 국립공원은 북극과 남극 등 극지방을 제외하고 가장 넓은 빙하군이 있다. 하늘에서 본 빙하는 장관이었다. 얼음이 하늘로 솟구쳐 있기도 했고, 산사태가 난 듯 봉우리에서 쏟아지는 모양의 빙하 등 각양각색이었다.

30분을 비행한 끝에 비행장에서 80㎞ 떨어진 널찍한 빙하 한가운데 착륙했다. 마치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처럼 빙하 위에서 본 지구는 생경했다. 생명체의 흔적이라고는 없는 세상, 10만 년 전 빙하기로 되돌아간 듯한 풍경이었다. 원시의 풍경 앞에서 마음은 평온해졌다. 새삼 살아있다는 게 고마웠다. 이 머나먼 캐나다의 동토로 찾아올 만한 가치가 충분해 보였다. 참고로 빙하에 착륙할 때는 장화를 착용하는 게 좋다. 여행사 아이스필드 디스커버리(icefielddiscovery.com)가 유일하게 빙하 ‘착륙’ 서비스를 운영한다. 1시간 코스에 1인 250캐나다달러(22만5000원).


▎클루아니 국립공원 빙하에 착륙했다. 멀리 캐나다 최고봉 로건산 (5959m)도 보인다.
- 유콘(캐나다)=글·사진 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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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호 (2017.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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