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보고·경청·토론·결론 

 

노익상 한국리서치 회장
기업의 주인이 나이가 들어서까지 기업을 성장시키고 편안한 노년기를 보내기 위해서는 경청하는 습관이 필수적이다. 종이에 볼펜으로 ‘경청’이란 단어를 포개서 쓰면서 듣고자 애써야 한다.


기술, 자본, 시장… 경영의 필수적 요소들이다. 그러나 기업에는 사람이 더 중요하며 유능한 사람을 육성하는 경영 기법이 <경청>이다. <경청> ‘자세를 낮추고 귀를 기울여 상대방의 말을 듣고 그 마음을 이해한다’.

기업을 설립하여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독선적이다.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본인이 기술, 자본, 시장을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도 나이가 예순이 넘으면 혼자 할 수 없음을 알게 된다. 내가 벌어서 나누어 쓰는 것보다 많은 수의 다른 사람이 번 것을 조금씩 내가 가져오는 것이 훨씬 더 쉽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주변을 둘러보니 같이 벌 사람이 없다. 알아서 해 주는 사람이 없다. 사람을 육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육성, 사람을 키워서 그가 혼자 할 수 있게 함이다. 후회하여도 시간은 용서하지 않는다. 지금부터라도 사람을 키우고자 하지만 습관이 되지 않아서 어렵다. 매일 고함치고, 명령하고, 지시하고, 독촉만 했지 기다려 본 적도 없고, 토론을 한 적도, 남의 말을 들어 본 적도 없어서 주변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모두 명령 수행자들뿐 소위 파트너가 없다.

기업의 주인이 나이가 들어서까지 기업을 성장시키고 편안한 노년기를 보내기 위해서는 경청하는 습관이 필수적이다. 처음에는 억지로라도 들어야 한다. 종이에 볼펜으로 ‘경청’이란 단어를 포개서 쓰면서 듣고자 애써야 한다. “나는 경청한다”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우리 사장님은 정말 우리 말을 듣고자 노력해”라고 해야 그것이 경청이다. ‘경청’을 인정받는다는 것은 조직의 힘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경청의 두 번째 단계는 ‘질문’이다. 정말 궁금해서 묻는 것이 질문이다. 따지기 위하여 묻는 것은 질문이 아니라 힐책이다. 질문은 경청의 태도에서, 상대방을 이해하고자 함에서 나온다. 상대방이 답하기에 기분 좋은 질문, 사원의 사기를 북돋는 질문을 할 줄 아는 기업가, 웬만한 기술보다 더 좋은 무기이다. 그리고 세 번째가 토론이다. 토론을 위한 토론이 아니다. 경청과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토론이 이루어진다. 토론은 벽돌을 쌓아 집을 짓는 것과 같다. 다른 사람이 놓은 벽돌 위에 나의 벽돌을 올려 놓고, 그 위에 또 다른 사람의 벽돌을 쌓아야 집이 된다. 토론은 싸워서 지고 이기는 과정이 아니다. 토론은 창작의 수단이다. 힘을 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드는 수단이 토론이다. 토론을 거쳐 이루어진 결론, 즉 액션플랜(action plan:누가 무엇을 왜 언제까지 어느 정도의 비용을 들여서 완성한다는 계획서)이 경청의 마지막 단계이다. 그리고 다시 반복한다. 경청-질문-토론-결론(action plan).

좀 큰 기업의 임원 회의를 보면 대개 보고와 지시의 반복이다. 그 속에서 신제품이 탄생하기 어렵다. 창의가 없기 때문이다. <보고-경청-토론-결론>의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부터 경청하고자 노력하여야 한다.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조금 기다리면 된다. 세 번 기다리면, 원래보다 더 빨라질 수도 있다.

- 노익상 한국리서치 회장

201710호 (2017.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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