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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웨이 링돌프 CSO 라스 옴므 

덴마크의‘ 휘게(hygge)’는 음악에서 나온다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휘게’는 덴마크어로 일상 속의 소소한 즐거움이나 안락함, 편안함을 뜻한다.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스타인웨이 링돌프의 라스 옴므 CSO는 “음악은 행복지수 1위 덴마크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라스 옴므 CSO는 “스타인웨이 링돌프엔 덴마크인들의 섬세함·혁신 DNA가 담겼다. 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휘게(hygge)’ 에는 북유럽, 특히 덴마크 사람들의 철학이 담겼다. 인생은 한 번, 현재를 즐기자는 ‘욜로(YOLO·You Only Live Once)’에서 한걸음 더 들어가 편안함과 느긋함을 추구하는 그들의 여유가 묻어 있다. 1인당 GDP 29위로 선진국 대열의 길목에 접어들었지만 행복지수는 58위에 머문 우리에겐 ‘세계 행복 보고서 2016’ 1위의 덴마크인들이 한없이 부럽기만 하다.

덴마크의 섬세함·혁신 DNA를 담다

8월 말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오드(ODE) 메종에서 덴마크의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스타인웨이 링돌프의 라스 옴므 글로벌 세일즈 부회장(CSO)을 만났다. 그는 “음식을 먹거나 책을 읽을 때도 음악은 덴마크 사람들의 일상에 늘 함께한다. 우리는 완벽한 음향을 전달하기 위해 디지털 기반의 시스템 설계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오드 메종은 세계의 이름난 하이엔드 오디오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옴므 부회장은 한국 내 스타인웨이 링돌프 세일즈 전략을 점검하기 위해 방한했다.

스타인웨이 링돌프는 세계 하이엔드 피아노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독일의 스타인웨이&선스(Steinway &Sons)와 오디오계 거장인 덴마크의 피터 링돌프(Peter Lyngdorf)가 손잡고 탄생시킨 브랜드다. 스타인웨이는 설립 후 160년 동안 다른 기업과 컬래버레이션(협업)을 하지 않기로 유명했다. 이 때문에 링돌프는 세 가지를 약속했다. 스타인웨이의 최고급 그랜드 피아노 소리를 한 치 왜곡 없이 정확하게 재생하고, 마치 연주회에 온듯 라이브 사운드를 재현하며, 어느 환경에서든 위의 성능을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약속은 지켜졌고 피아노의 고급스러운 인클로저(케이스)를 갖춘 링돌프의 오디오는 세계 음악 애호가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2005년 설립된 스타인웨이 링돌프는 덴마크 스키베에 본사를 두고 있다. 옴므 부회장은 “최근 오디오 시장은 스테레오에서 멀티채널로 변하고 있다. 영화 등을 즐길 수 있는 홈시어터 시스템이 대표적으로 이 트렌드가 북미에서 유럽, 그리고 아시아로 번지고 있다”며 “우리의 매출 중 80%도 이 멀티채널 제품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소리는 아날로그 상태로 전달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미 디지털 녹음된 음반이 대세인 상황에서 원음을 얼마나 재생하느냐는 기술력 경쟁이 치열하다. 스타인웨이 링돌프는 스타인웨이&선스의 최고급 그랜드피아노 ‘모델D’의 소리를 구현할 음향의 기준으로 삼았다. ‘모델D 뮤직 시스템’이라 부르는데 전자공학적으로 소리를 분석하고 이에 맞춰 앰프와 확성기의 음향 성능을 개선했다. 디지털 시스템이라 컴퓨터를 통해 원격으로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어 성능 개선과 기능 추가가 가능하다.

설치 시스템 또한 원음 재생의 노하우다. 대표적인 것이 특허 기술을 55개 확보한 ‘룸 퍼펙트(ROOM PERFECT)’다. 일반적으로 오디오는 설치된 곳에 따라 벽이나 가구에서 반사되는 음향의 크기나 반응이 다르다. 옴므 부회장은 “실질적으로 우리가 듣는 소리는 스피커에서 바로 나오는 소리와 벽이나 가구에 반사되는 소리”라며 “최대 200만 개의 반사음을 측정해 손실 없는 사운드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고도로 훈련된 서비스요원들이 룸 퍼펙트를 이용해 시스템을 조율한다. 청음자가 어디에 있든 그를 중심으로 음악이 360도로 감싸 가장 완벽한 청음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설명이다.

덴마크는 스타인웨이 링돌프 외에도 뱅앤올룹슨·그리폰 등 오디오 관련 명품 브랜드가 많다. 이유는 무엇일까. 옴므 부회장은 “100여 년 전 스피커 산업이 태동할 당시 덴마크의 수많은 기술자가 참여했다. 음악을 즐기는 국민성, 혁신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가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어냈다”며 “덴마크는 인구가 550만 명 정도로 적어서 대량 생산 산업보다는 하이엔드의 니치마켓을 겨냥한다”고 말했다. 스타인웨이 링돌프 제품은 온전히 덴마크와 독일 함부르크에서 수작업으로 제작하고 있다.

미들급 출시하지만 가격과 타협은 없어

옴므 부회장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5번째다. 지난해 초 스타인웨이 링돌프에 합류하기 전 산업용 모터 등을 생산하는 덴마크의 리낙(LINAK)에서 22년간 근무하며 삼성그룹·현대차와 비즈니스를 진행했다. 그는 “한국 시장은 하이엔드 오디오 유통·소비의 역사가 짧아 판단하기는 이른 감이 있지만 몇 해 전부터 덴마크 라이프스타일이 주목받고 있어서 시장 확장의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스타인웨이 링돌프는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우선 2018년 상반기에 플래그십 모델인 D레벨과 그 하위 개념인 C레벨 사이의 스피커 신제품을 발표할 예정이다. 서라운드 프로세서인 ‘P100’은 홈시어터 시스템의 브레인 역할을 하는 제품으로 새롭게 여러 기능을 추가했다. 홈시어터를 많이 갖춘 미주·유럽 지역의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일종의 보급형이다.

옴므 부회장은 “우리는 지금까지 신비주의 전략을 썼다. 유명 하이엔드 오디오 전시회 대신 명품 브랜드 페어나 신기술을 선보이는 전시회에 참가했다. 일종의 궁금증 자아내기 전략이었다”며 “최근엔 미들급 모델을 보강하며 오픈 전략을 펴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지키려면 기술력이 담보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가격과 타협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스타인웨이 링돌프의 엔트리급 모델은 4000만원을 넘어선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201710호 (2017.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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