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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발상과 용기론(容器論) 

 

조운호 하이트진로음료 대표
상상한 것을 현실화시키는 노력은 때로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가져다준다. 역발상이 세상을 향하고 소명감으로 이어질 때 세상을 이롭게 하는 많은 제품과 서비스가 탄생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Imagineering.' '상상하고 생각한 것을 현실화 시키는 것'이라는 뜻을 가진 영어단어이다. 어린이들에게 동화 같은 세상을 만들어주겠다는 사명과 상상으로 탄생시킨 [디즈니랜드 테마파크] 기획팀이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세상의 모든 것도 자신이 생각하지 않으면 본인에게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설령 존재하지 않는 것도 누군가가 상상하면 언젠가는 이루어진다는 것도 우리는 알고 있다. 발상의 중요성과 실천을 강조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세상을 변화시키고 인류를 이롭게 한 사례를 보면 발상을 뛰어넘는 역발상의 경우가 종종 있다. 우주의 중심이 지구가 아니라 태양이라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대표적인 예다. 역발상이란 진리를 뒤집어 보는 것이 아니라 고정관념을 깨고 오히려 진리를 찾는 일이 될 수 있다.

필자가 음료사업을 시작했을 때 발상의 전환이 된 소재는 음료를 담는 용기(容器)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음료시장의 역사를 추적하면서 생각하게 되었다. 1995년 당시 한국의 음료시장 역사는 광복 이후 50년이었고, 세계 음료시장은 200여 년이라고 했다. '5000년의 마실거리 문화를 가지고 있는 우리의 음료 역사가 왜 50년밖에 되지 않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겼다. 호기심과 궁금증 때문에 스스로 질문을 계속하다 보니 용기에 답이 있다고 보았다. 급기야는 "음료 시장의 역사는 용기의 역사다"라고 주장하기에 이른다. 용기는 보존성과 편리성, 그리고 경제성을 가지고 있는 현대과학문명의 이기다. 가정에서 핸드 메이드로 만들어 마시던 음료를 캔이나 페트병에 담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리 맛있는 음료를 만들었다 해도 며칠 지나면 금방 상해버리기 때문에 보존성을 갖춘 용기의 탄생은 음료시장이 만들어지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동시에 이동의 편리성과 대량생산으로 인한 경제성까지 갖추게 된다. 이 용기라는 도구에 음료수를 담기 시작한 것은 230여 년 전 프랑스였다. 미국을 거쳐 한국에 본격적으로 음료산업이 들어온 지가 50년이라는 이야기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230여 년 전 유럽에서는 맨 처음 용기에 무엇을 담으려고 했겠는가. 희소성 있는 소재를 담기보다는 가정에서 즐겨 만들어 마시던 것을 담으려고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여기에서 역발상이 나오게 된다. 만약 200여 년 전에 용기 기술이 한국에서 처음 선보였다면 그 용기에 무엇을 담았을 것인가라는 상상이었다. 자연히 우리 선조가 가정에서 즐겨 만들어 마시던 것을 담으려고 했을 것이다.


상상한 것을 현실화시키는 노력은 때로는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가져다준다. 역발상이 세상을 향하고 소명감으로 이어질 때 세상을 이롭게 하는 많은 제품과 서비스가 탄생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조운호 하이트진로음료 대표

201712호 (2017.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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