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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 보라뇨 알칸타라 회장] 완벽은 감성에서 나온다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안드레아 보라뇨 회장은 “알칸타라를 기술과 감성 둘 사이의 접점을 찾아온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고급 소재라는 품목에 머무르지 않고 감성을 극대화한 덕에 글로벌 메이커가 찾아오는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람보르기니 시트의 노란 부분이 알칸타라 소재다.
첫인상은 다소 거만해 보였다. 이야기를 하다 신이 나면 목소리가 높아지며 몸동작이 커진다. 66세 사업가는 다혈질이었다. 순식간에 붉게 달아오르던 얼굴에선 눈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는 첨단 소재 기업 알칸타라를 이끌고 있는 안드레아 보라뇨 회장이다. 열정과 정열이 넘치는 이탤리언 사업가를 10월 2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우리 소재를 더 알리는 동시에 주요 파트너들과 사업 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고 말했다. 인터뷰에서 그는 알칸타라가 어떻게 명품 반열에 올랐는지, 그리고 앞으로 시장을 어떻게 키워 나갈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제품은 기술에 감성이 더해질 때 완벽해진다”며 “미국·독일 기업이 기술적으론 뛰어날지 몰라도 이탤리언 기업이 가진 감성을 뛰어 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알칸타라 S.p.A는 1972년 설립된 기업이다. 고기능성 천 소재 알칸타라를 생산한다. 알칸타라는 섬유의 장점을 두루 갖춘 제품이다. 비단처럼 부드럽고 가죽보다 질기다. 강하고 가볍고 부드러운 신소재다. 물과 불에 강하고 통풍 효과까지 탁월해 섬유 분야의 팔방미인으로 꼽힌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가격이 좀 센 편이다.

네이버 검색을 하면 이해가 좀 쉽다. 알칸타라를 찾으면 람보르기니 핸들이 먼저 떠오른다. 이어 람보르기니·페라리 시트를 볼 수 있다. 자동차에서도 수퍼카급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소재다. 그럼에도 인기다. 알칸타라 관계자는 “최고급 브랜드에서 주문이 늘고 있다”며 “마세라티 차량 한 대에 알칸타라 소재가 약 10m 정도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현대차 에쿠스·제네시스 등 플래그십 차량의 시트에 일부 사용된 바 있다. 보라뇨 회장은 “이번 방문에서 현대자동차 관계자들을 만났는데, 현대차 프리미엄 모델에 우리 소재를 어느 정도 어떻게 사용할지 논의하고 있다”며 “현대가 좋은 결정을 내려 서로 좋은 파트너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지난해엔 삼성전자 관계자들이 밀라노의 알칸타라 본사를 찾아왔다. 갤럭시 노트7 발화 건으로 어려웠던 시기다. 보라뇨 회장은 “삼성 관계자가 다음 프리미엄 폰인 갤럭시8을 위한 케이스를 알칸타라 소재로 만들기 원했다”며 “흔쾌히 반겼고 지금 시중에서 제품을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칸타라는 2013년 미국 애플 스토어에서 알칸타라 소재를 이용한 액세서리를 만들어 판매한 바 있다. 그는 “한국 인테리어 디자인이나 가구 기업에서 연락이 늘고 있다”며 “앞으로 1~2년 후 알칸타라 소재를 한국의 다양한 제품에서 찾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보라뇨 회장은 2004년 알칸타라 CEO로 합류했다. 뉴욕에서 프로젝트를 마치고 새로운 일을 찾던 시기다. 그는 “밀라노 회사 였는데 성적은 별로였지만 가능성이 보여 도전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노조와 협상을 벌이며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몸집을 줄이고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하자 공격적으로 나섰다. 마케팅, 브랜드 포지션, 제품 확장을 동시에 진행해나갔다. 이 과정에서 그는 조직원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왜 사람들이 알칸타라를 선택하는가, 최고급 소재로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등이다. 보라뇨 회장은 제품에 명품과 친환경 이미지를 입히기 원했다. 2009년 CO2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 생산 공정 현대화를 진행했다. 같은 해 유럽 최초로 탄소 중립성 인증을 받았다. 친환경 이미지를 강화해 윤리적 소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 고객을 상대로 차별화된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유럽 최초 탄소 중립성 인증 기업


▎보라뇨 회장이 앉은 소파와 뒷면 커튼은 모두 알칸타라 소재 제품들이다.
‘메이드 인 이탈리아’ 정책도 고수했다. 비싸도 좋은 제품이 경쟁력이 있다고 확신해서다. 또 알칸타라를 알리기 위해 대규모 전시회도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올해에도 이탈리아 볼로냐 아쿠르시오 궁전에서 알칸타라 원단을 활용한 유명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회를 열었다. 제품의 활용 범위를 넓혀나갈수록 경영 성적도 좋아지기 마련이다.

알칸타라의 매출은 2009년 6430만 유로(한화 807억원)에서 지난해 1억8720만 유로(한화 약 2351억원)로 7년 만에 3배 가까이 뛰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7배나 늘었다. 수요 확대에 대비해 생산 시설도 확장 중이다. 올해부터 5년 동안 3000억원을 투자해 생산규모를 2배 이상 확대한다. 그는 “알칸타라는 통기성과 촉감이 좋고 친환경 방식으로 제조되며 패션·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며 “기존 명품 소재인 천연가죽을 점진적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인터뷰 중 돌연 노트북을 하나 들고 왔다. 그리고 “고객 중에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있는데 우리 제품을 사용해 만든 동영상이 있다”며 같이 보자고 권했다. 알칸타라 소재를 사용한 MS 노트북 케이스를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컴퓨터는 IT 기기입니다. 기술 아닙니까. MS는 세계 최고 IT 기업 중 하나 아닌가요. 이들이 자사 노트북 광고를 위해 선택한 파트터가 우리입니다. 우리의 미적 감각을 원해서입니다. 디자인은 아름다워야 합니다. 그리고 감성적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최첨단 소재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기업입니다. 그게 알칸타라입니다.”

보랴뇨 회장는 회사를 이끌며 가장 행복한 순간을 “글로벌 톱 기업들이 우리에게 찾아오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는 파트너로 알칸타라를 인정하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다. 알칸타라는 다양한 파트너를 확보해나가고 있다. 자동차에선 람보르기니·마세라티·페라리·벤틀리가 주고객이다. 사넬·스왈로브스키 같은 패션기업과 토레·레오룩스·카펠리니 같은 가구 회사가 알칸타라를 사용한다. 젠하이저와 욘코의 헤드폰, MS 노트북과 삼성전자 갤럭시8 시리즈를 위한 제품을 공급 중이다.

그는 포지셔닝의 중요함을 거듭 강조했다. 알칸타라가 경쟁력을 높이며 지속성장을 위해 추구한 전략은 기술과 감성 둘의 접점을 찾는 일이었다. 고급 소재라는 품목에 머무르지 않고 디자인과 감성을 극대화한 덕에 글로벌 메이커가 찾아오는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그는 “어떤 기술도 감성 없이는 불안정하다”며 “스타일·디자인·창조성 여기에 완성도를 넣어주는 요소가 바로 감성”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전자체품·가구·패션에 모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있습니다. 하지만 못 생겼다면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소재가 알칸타라입니다. 이탤리언 감성이 가진 저력이 여기에 있습니다. 아름다움과 감성을 제품에 불어넣어야 합니다. 뜨거운 열정이 필요합니다. 우리 회사의 미래를 밝게 봅니다. 이런 일은 우리같은 이탈리아 기업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온리 이탤리언 캔 두!”

-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201712호 (2017.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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