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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레나 안토니아찌 CEO 루카 미라바시 

“하이엔드 니트웨어로 한겨울 女心 녹인다”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사진 원동현 객원기자
이탈리아 럭셔리 니트웨어 브랜드 로레나 안토니아찌가 대구백화점과 파트너십을 맺고 국내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매장 오픈을 기념해 한국을 방문한 루카 미라바시 CEO를 만나 향후 브랜드 운영 전략을 들어봤다.

▎하이엔드 니트웨어 브랜드 로레나 안토니아찌로 국내 패션 시장에 도전장을 낸 루카 미라바시 CEO.
로레나 안토니아찌는 1993년 이탈리아 페루지아에서 탄생한 럭셔리 니트웨어 브랜드다. 루카 미라바시(57) CEO와 그의 아내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로레나 안토니아찌가 스테르네 인터내셔널(sterne international)이라는 회사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현재 세계 유수의 패션 전문 스토어를 통해 영역을 확장 중인 로레나 안토니아찌는 이탈리아·프랑스·스위스에 5개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으며, 영국·스페인·독일·러시아·일본 등지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8월 대구백화점 프라자점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9월 롯데백화점 본점에 매장을 열었다. 지난 10월 23일 서울 중구 소공동의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만난 미라바시 CEO는 “로레나 안토니아찌는 진정한 ‘메이드 인 이탈리아(made in italy)’를 추구하는 브랜드”라며 “예술을 사랑하고 여행을 좋아하는 한국 여성들을 위해 브랜드를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에는 언제 왔나?

3일 전 서울에 도착했다. 현재 3주째 출장 중인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 인근 도시에 매장을 열고, 일본 도쿄에서 클라이언트 미팅을 했다. 한국에서는 새롭게 오픈한 매장 3곳을 돌아보고, 실무자 미팅과 시장 조사를 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찾고 소통해 나가기 위한 방법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유행도 빨리 바뀌고 있다. 특히 소비를 주도하고 있는 세대가 점점 젊어지고 있다. 이런 젊은 소비자들을 공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만큼 각오가 남다를 것 같다.

1993년 돈 한 푼 없이 아내와 함께 오로지 열정 하나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때의 초심을 잃지 않고 한국 소비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제품으로 다가갈 생각이다. 한국 진출을 위해 지난 5년간 착실히 준비해왔다. 한국 소비자들이 원하는 방향은 물론 그것을 뛰어넘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한국 진출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이 있다면?

우리 제품은 하이엔드를 지향한다. 가격도 매우 비싼 편이다. 그래선지 우리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성향은 어느 나라나 비슷하다. 예술을 사랑하고 여행을 좋아하고 생활수준도 높다. 우리는 그런 소비자들을 위해 정직한 제품을 만들고 있다. 퀄리티를 최우선으로 삼고 얕은 꼼수를 부리지 않는다. 이탈리아 브랜드 중 제품에 마이크로칩을 넣어 히스토리를 볼 수 있도록 한 것도 우리가 처음이다. 사실 시중에 나와 있는 옷들 중에는 무늬만 메이드 인 이탈리아인 경우가 많다. 겉으로는 이탈리아산을 표방하지만 중국에서 절반을 만들어 온다거나 전부 제작해 라벨만 붙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진정한 메이드 인 이탈리아가 드문 상황에서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내용을 보여주고 투명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품의 70%를 수작업으로 만들고 있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현재 반응은 어떤가?

해외에서 이미 우리 브랜드를 접해본 소비자들이 많이 찾고 있다. 정직하고 투명한 브랜드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마니아들도 많은 편이다. 매장을 처음 방문한 소비자들도 옷이 다르다거나 새롭다는 반응이다. 특히 경쟁 브랜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유니크한 제품들이 인기가 좋다. 우리의 모든 옷에는 작은 별이 달려 있는데 이는 행운을 상징하는 브랜드의 중요한 심벌이다. 이런 부분들이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진정한 ‘메이드 인 이탈리아’ 지향


▎브랜드 공동 설립자인 루카 미라바시 CEO와 로레나 안토니아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사진:로레나 안토니아찌 제공
로레나 안토니아찌가 추구하는 니트웨어의 특별함은 정교한 실(yarn)을 선별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4가지 서로 다른 실을 혼합해 제품을 만드는 독특한 가공 기술은 브랜드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를 통해 매 시즌 새로운 핸드메이드 테크닉이 담긴 제품을 출시하고 있는 로레나 안토니아찌는 ‘짜임의 여왕(queen of braiding)’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직조 기술을 선보인다. 특히 밀라노패션위크·파리패션위크를 통해 이탈리아 장인정신이 담긴 하이엔드 브랜드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해외에 비해 한국에선 아직 낯설다. 어떤 브랜드인지 소개해 달라.

우리는 트렌드에 급급해 제품을 만들지 않는다. 한마디로 남들 따라하지 않고 우리만의 옷을 만드는 브랜드라고 보면 된다. 옷의 재료가 되는 실도 4가지 정도를 직접 블렌딩해 사용한다. 이는 우리 옷이 다른 브랜드와 구별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페루지아는 브루넬로 쿠치넬리를 비롯해 유명 패션 브랜드를 다수 배출한 도시다. 하지만 대부분 작은 공장에서 수작업으로 옷을 만든다. 장인정신이 깃든 제품을 선보일 수 있는 토양을 이미 갖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거기에 새로운 작업 방식과 아이디어를 접목해 제품을 만들고 있다.


▎ 프랑스 파리의 로레나 안토니아찌 매장. / 사진:로레나 안토니아찌 제공
옷을 만들 때 가장 주안점을 두는 것은?

우리 콜렉션은 범위가 다양하다. 니트웨어부터 모자·장갑·스니커즈까지 아우르고 있다. 한 가지 공통점은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옷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시즌마다 컬러나 소재는 계속 바뀌겠지만 옷 속에 담긴 우리만의 정체성은 그대로 갖고 가려 한다. 오너가 직접 디자인을 하기 때문에 일관성 있는 옷이 가능하다. 타 브랜드처럼 새로운 디자이너를 영입할 때마다 옷이 바뀌는 시스템이 아니다. 현재 5명의 어시스턴트가 아내의 디자인을 돕고 있다. 그들은 우리만의 DNA를 지켜가는 동시에 브랜드에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브랜드에 담고 싶은 철학은 무엇인가?

우리 회사의 모든 직원들은 직급에 상관없이 주인의식을 갖고 있으며 열정적으로 일한다. 모두가 평등하고 프로페셔널하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직원들이 좋은 환경에서 좋은 마인드를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언제 기회가 되면 페루지아의 작업장을 보여주고 싶다. 그곳 입구에는 성 프란체스코의 명언이 새겨져 있다. ‘손으로 일하는 사람은 노동자요, 손과 머리로 일하는 사람은 장인이요, 손과 머리 그리고 가슴으로 일하는 사람은 예술가’라는 문구가 그것이다. 직원들 모두 예술가처럼 일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고 있다. 직원들은 매일 아침 이 문구를 가슴에 새기며 하루 업무를 시작한다.

손과 머리, 가슴으로 완성하는 브랜드


▎브랜드의 시그니처 패브릭인 버진울을 사용한 딥 브이넥 버진 울코트.
로레나 안토니아찌는 제품의 90% 이상을 수출한다. 러시아와 북유럽을 비롯해 일본·중국·대만이 가장 큰 시장이다. 최근에는 독일 뒤셀도르프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이탈리아 밀라노, 프랑스 파리에 이어 3번째다. 미라바시 CEO는 “진정성 있는 제품을 꾸준히 만들다 보면 시장을 더욱 넓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랜드를 이끌어 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패션 비즈니스는 돈 없이는 절대 할 수 없다. 하지만 처음 시작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마음을 앞에다 놓고 눈을 가리고 달려 왔다. 그렇게 정직한 마음으로 열심히 하다 보니 언제나 내가 원하는 만큼 도달하게 되더라. 회사 설립 초기부터 2배 이상 성장을 지속하다 1999년 뉴욕에 쇼룸을 오픈하게 됐다. 바니스뉴욕이나 삭스 같은 유명 백화점에서 연일 매진을 이어갔다. 매출도 1999년 73만 달러에서 2001년 300만 달러로 급성장했다. 그러다 9·11 테러로 인해 위기가 왔다. 손실액만 150만 달러였다. 이후 미국 사업을 정리하고 오랜 시간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실판매회사 같은 주변 협력업체들의 도움 덕분에 역경을 이겨낼 수 있었다. 그런 힘든 경험들이 성장의 밑거름이 된 거 같다.

올해 매출 목표를 밝혀 달라.

지난해에 비해 45% 정도 성장했다. 정확한 금액은 2년 후에 밝힐 예정이니 양해해 달라. 현재 브랜드 성장과 관련해 5년 프로젝트를 실행 중인데 이제 2년이 지났다. 프로젝트는 매출, 직원 수, 매장수, 기계 및 설비 투자 등 다양한 의미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남은 3년 동안 유통 채널을 더 확장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그때쯤이면 브랜드에 굉장히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한국에서도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성장해 나갈 계획이다. 뉴욕에서의 아픈 경험이 좋은 약이 됐다. 우리에겐 성장보다 존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명품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한국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도 마찬가지다. 특히 소비자들은 점점 똑똑해지고 모든 정보를 다 가질 수 있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예전 소비자들과 달리 모든 상품에 대해 브랜드별로 꼼꼼히 비교해 본다거나 세계 곳곳에 있는 소비자들의 구매후기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때문에 앞으로는 트렌드보다 브랜드 가치가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한다. 비슷한 제품이라도 선호하는 브랜드의 제품을 구입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가격에 상관없이 자신이 갖고 싶은 브랜드를 구입하는 소비 트렌드를 잘 이용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복안이 있다면 밝혀 달라.

우리 옷을 입는 소비자들이 무언가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다양한 소통을 해나갈 계획이다. 얼마 전 상트페테르부르크 매장의 VIP 고객 200명을 초청해 특별한 행사를 진행했다. 아내와 함께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 담소를 나누고, 각자의 취향을 고려한 선물을 준비해 큰 호응을 얻었다. 한국에서도 이런 자리를 마련해 고객들을 직접 만날 예정이다.

-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사진 원동현 객원기자

201712호 (2017.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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