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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윤의 art TALK(3)] 영화의 도시에서 미술의 도시로 

LA의 ART FEVER 

LA=이지윤 미술사가 ‘숨’프로젝트 대표
이지윤의 아트톡 세 번째 이야기는 로스엔젤레스다. 오랜만에 LA를 찾았다. 요즘 국제 미술계에서 하는 말은 ‘글로벌 노마드 아트씨티즌’일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많은 중요 비엔날레 전시와 크고 작은 아트페어, 더 나가선 장소 특정성 예술작품이 보여지는 대규모 전시들을 따라 끊임없이 이동 중이다. 마치 이러한 물결을 함께하지 않으면, 다소 후퇴하는 것 같은 불필요한 긴장도 하면서 새롭게 변하는 아트의 패러다임을 지켜보고 있다.

▎Michael Heizer, Levitatated Mass, 2012, LACMA LA ⓒ Jiyoon Lee [부유하는 물질], 라크마. 100마일이 떨어진 유루파 벨리에서 가져온 340t 돌을 공중에 부유하고 있는 듯 설치했다.
세계 미술시장은 2016년 아트바젤의 마켓리포트가 말하듯, 약 60조원(USD 56.6 million)에 달하며 상당한 규모의 산업으로 급격히 변하고 있다. 또 2008년부터 중국을 필두로 하여 지난 10년간 아시아가 당당히 글로벌 미술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이 시점. 중요한 글로컬 아트존들의 형성은 눈여겨볼 만하다. 그리고 그 지역 중 하나로 눈부시게 두각을 내보이는 장소가 현재 바로 ‘로스엔젤레스’다.

이러한 큰 변화의 중심에는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인 라크마(LACMA_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의 움직임이 매우 중추적 역할을 했다. 지난 20세기를 생각해 볼 때, 1934년 뉴욕 MoMA가 생기면서 세계 미술의 중심지가 되었고, 그 이후 1979년 퐁피두 미술관, 2000년 테이트 모던 미술관의 순서로 미술계의 헤게모니는 미술관과 함께 성장하였다. 그만큼 공공미술관의 역할과 기능은 한 나라의 미술을 넘어서는 글로벌 문화경쟁력을 갖는다. 2006년 라크마는 전격적으로 뉴욕의 디아.비콘(Dia.Beacon) 뮤지엄을 기가 막히게 만들고 성공시킨 마이클 고반(Michael Govan) 관장을 영입했다. 고반 관장은 1988년 토마스 커렌 관장이 구겐하임으로 부임하면서, 25세 청년을 부관장으로 지명하여 미술계를 놀라게 했던 사람이기도 하다. 물론 그는 커렌 관장과 함께 빌바오, 베니스, 프랑크프루트 등의 놀라운 글로벌 구겐하임 프로젝트를 함께 성공시켰다.


▎Chris Burden, Urban ilght, 2008, Lacma LA 크리스 버든, [어반라이트], 2008
라크마는 들어가는 입구부터 모두 달라져 있었다. 그는 LA 출신 작가들과 커미션 프로젝트를 통해 미술관 광장을 바꾸었다. 크리스 버든은 202개의 빈티지 스트리트 램프를 모아서 ‘어반 라이트’라는 LA 흥취가 물씬 나는 작업을 설치했고, 바바라 크루거는 ‘무제(Untitled)’라는 벽 라이트 작업을, 로버트 어윈은 ‘원초적 팜트리’란 작품으로 미술관의 광장을 멋진 야자수 가든으로 변화시켰다. 거기에 정말 놀라운 규모의 작품은 마이클 하이져 건축가의 ‘부유하는 물질(Levitated Mass)’이라는 작업이다. 100마일이 떨어진 유루파 벨리에서 가져온 340t의 돌이 마치 공중에 부유하고 있는 듯한 작품을 설치했다. 심지어 라크마의 로고는 LA 출신으로 미국의 살아 있는 중요한 작가인 존 발데사리가 만들었다.


▎라크마(LACMA) 마이클 고반 관장(오른쪽부터)과 필자, 스티브 리틀 수석 큐레이터.
한국과 중요하게 연계될 라크마(LACMA)


▎UCLA HAMMER MUSEUM. UCLA 해머미술관은 1990년 미국 최대 석유회사 중 하나인 옥시덴털 페르롤리엄 사장 아만드 해머가 약 3000억원에 상당하는 개인 수집품을 전시하고자 개관했다.
지난 10년간의 준비는 미래의 라크마를 새로 다지는 초석이 되었다. 본 프로젝트는 LA시민들의 마음을 얻었고, 미술관을 가보고 싶은 장소로 바꾸었다. 관람객이 60만에서 160만으로 변하는 데는 모든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거기에, 라크마를 이 LA 변화의 중심에 중요한 기조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세계적 건축가인 피터 줌터를 초청하여 새로운 마스터 플랜을 구축했다는 것이다. 1조원 정도로 추정되는 본 프로젝트에 고반 관장은 3000억 원의 펀드 모금에 성공했다. 이제 2018년 기공하여 2023년 완공될 새로운 라크마는 새로이 시작한다. 이정도 되면, 미술관 관장이 10억원의 연봉을 받는다 해도 사람들도 당연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라크마는 앞으로 한국과도 매우 중요한 연계성을 가질 중요한 미국 미술관이다. 우리의 현대 역사와도 긴밀한 관계가 있는 장소이며 LA는 우리가 모두 알고 있듯이 해외동포가 가장 많이 사는 곳이다. 또한, 2014년부터 10년간의 계약으로 시작된 현대 모터스 미술후원 프로젝트에 따라 2019년 한국의 서예작품으로 대규모 전시도 준비 중이다.


▎UCLA HAMMER, LA ⓒ Jiyoon Lee UCLA 해머 미술관 입구.
1965년 개관한 이 미술관 하나도 이렇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나갈 수 있기 위해서 지난 10년간의 시간이 필요로 했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시사점을 가지고 있다. 매우 빠른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물론 중국은 최근 하루아침에 뮤지엄이 하나씩 탄생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형 뮤지엄들이 연일 만들어지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급행열차의 프리미엄 비용도 열심히 내고 있다.

즉, 문화나 예술을 담는 일들이 다른 그 어떤 분야들과 다른 점은 ‘절대적 시간’이라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라크마의 경우도 뛰어난 관장의 리더십은 미술관 내부조직과 소통하고, 시민들은 물론 더 나아가 모든 재정을 책임지는 지방정부나 보드멤버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데 필요한 10년이란 아주 적은 절대적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Robert Therrien, Under the Table, 1994, The Broad, LA ⓒ Jiyoon Lee 로버트 테리엔, [Under the Table], 1994.
라틴아메리카의 페미니즘 기획한 UCLA 해머미술관


▎The Broad, LA ⓒ Jiyoon Lee 더 브로드 뮤지엄 외관. 엘리 & 에디스 브로드 부부가 세운 컨템퍼러리 미술관. 2015년 9월 개관 이래 160만 명 이상의 관람자가 방문했다.
이런 맥락에서 매우 감동적인 전시를 하나 봤다. UCLA 해머미술관은 1990년에 미국 최대 석유회사 중 하나인 옥시덴털 페트롤리엄의 사장을 지낸 아만드 해머가 개관했다. UCLA 해머미술관에서 기획한 ‘비평적 여인: Critical Woman’이라는 전시로, 미술사에서 거의 조명되지 못한 1960년대 이후 라틴 아메리카의 페미니즘에 대한 내용이다. 본 전시는 2명의 큐레이터들이 지난 10년에 걸쳐 연구해 기획했는데, 하나의 역사적인 중요 전시를 기획하기 위해 10년간을 연구할 수 있는 기관이 있다는 것에 큐레이터의 입장에서 그지없이 부러웠다. 그러한 기관의 장기적 연구에 대한 지원에 다시 한 번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시장을 함께 동행해준 뮤지엄의 보드멤버 친구의 말에 의하면 이렇게 어렵게 구한 작품들과 자료들을 자신들은 본격적으로 뮤지엄 소장으로 구입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전시 오프닝에서 만난 여성 작가들의 감격하는 모습을 보고는 그들도 자신들이 지원하는 뮤지엄의 의미를 더욱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LA가 공공미술관과 구별되는 기업이 주도하는 또 다른 멋진 필란트로피스트 정신이 있다는 것이다. 단순한 자선 및 기부와 구별되는 필란트로피(Philanthropie)라는 의미는 개인들의 공적 목적을 가진 기여나 기부, 특히 인문학·예술·자연과학 등의 오랜 기간 지원과 연구가 필요한 부분을 후원하는 정신을 의미한다. 역사가 짧은 미국의 리더십을 대표하는 이러한 필란트로피스트 정신이 LA에도 있다. 중요한 기업가들의 문화적 리더십이 그것이다. 앞서 설명한 해머미술관도 기업인이 설립한 뮤지엄이지만, LA가 이렇게 미술과 문화로 중요한 역할을 한 데에는 게티뮤지엄과 게티 인스티튜트, 2015년에 개관한 엘리 브로드 미술관이 그 이유이다.


▎The Broad Museum, LA ⓒ Jiyoon Lee 더 브로드 뮤지엄 전시관 내부.
각 뮤지엄마다 그 내용과 특징이 모두 전략적으로 다르고 차별화되어 운영된다는 점이 이 LA라는 도시에 서로 다른 시너지를 준다는 점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미술관의 큐레이터와 디렉터, 아니 미술사 연구에 있어서도 게티 장학금은 가장 중요한 장학금이기도 하거니와 아주 단기간 연구를 위한 지원금 또한 효율적으로 운영되기에 미국에 중요한 미술 전문인들을 육성하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 필자가 방문했던 11월 LA는 퍼시픽 스탠다드 타임(Pacific Standard Time) 페스티벌을 통해, LA와 라틴아메리카, 라티노 문화의 경계를 연결하는 대대적인 문화행사를 치러 내고 있었다. 이 프로그램도 약 70개의 국공립, 사립기관들이 참여하는 행사였고, 이 또한 게티의 스폰서로 리드되는 중요한 문화행사였다.


▎MOCA, LA ⓒ Jiyoon Lee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MOCA) 외관. Jonas Wood 설치 전경.
1500억원 들여 지은 더 브로드 뮤지엄, 스위스서 시작한 하우저 & 월스


▎Hauser & Wirth Gallary, LA ⓒ Jiyoon Lee 하우저 & 워스 마이크 켈리 전시.
보통 LA를 할리우드 도시로 생각하게 했다면 이젠 자타가 공인 할 정도로 서부에선 매우 중요한 미술의 도시가 됐다. 그 방점을 또 하나 찍게 한 것이 있다면 2015년 개관한 억만장자 엘리 브로드 부부가 만든 더 브로드(The Broad) 뮤지엄이다. 약 1500억원을 들여 지은 이 건축은 딜로 & 스콜피오가 디자인하였고 그들의 현대미술 콜렉션 2000점 정도를 소장하고 있다. 미국 최고 작가들인 신디 셔먼, 에드 러샤, 제프 쿤스, 앤디 워홀 등의 작품과 더불어 21세기 최고의 블루칩 콜렉션이 있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이 뮤지엄은 바로 옆에 있는 프랑크 게리 건축가가 디자인한 월트 디즈니 음악당과 나란히, LA 다운타운을 매우 중요한 문화적 메카로 자리 잡게 하는 큰 역할을 하였다.

뿐만 아니다. 이러한 문화기관이 만들어지면서 함께 성장하는 것은 역시 시장이다. 지금까지는 로컬 갤러리들의 움직임으로 운영되는 LA 상업 화랑계는 2015년부터 세계적인 메이저 갤러리들이 줄지어 미술관급 화랑을 열었다. 스위스에서 시작하여 미술계의 거물이 된 하우저 & 월스(Hauser & Wirth)갤러리도 2015년 대대적인 오픈을 했다. 특히, LA 다운타운에 위치한 옛 밀가루 제분소 글로브 밀스 콤플렉스를 재개발해 면적이 10만 square feet(약 30㎢)에 달하는 미술관급 화랑을 오픈했다. 이어 2016년 독일의 중요 갤러리인 스프루스 매거스(Sprueth Magers) 갤러리도 베를린, 런던, 쾰른, 홍콩에 이어 LACMA의 맞은편, 미 서부의 전설적인 건축가인 윌리엄 페레이라(William L. Pereira & Associates)가 디자인한 2층 건물에 로스앤젤레스 갤러리를 오픈했다. 이제는 상업화랑을 한다는 것은 거의 메이저 중소기업급 이상의 투자가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갤러리들도 거의 미술관급 공간을 가지고 있으면서 전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초청 받은 주요 아트페어에 참가하기 위한 큰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즉, 글로벌 작품 가격이 많이 상승하는 데는 이러한 연관된 이유가 있다. 이러한 글로벌 시장의 글로컬화는 그 지역 갤러리들의 성장에도 큰 기여를 했다. 2003년에 설립돼 LA에 거주하고 활동하는 작가들을 발굴했던 데이비드 코단스키 갤러리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그들이 발굴한 작가들이 국제적으로 명망 있는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소개되기 시작했고, 방문기간 전시된 요나스 우드 작가는 국제적 가고시안 갤러리와 함께 소개되면서, 데이비드 호크니 이후를 잇는 중요한 회화작가로 부상하면서, 이젠 회화 작품 하나에 40억 원을 호가하는 두 번째 LA 출신 마크 브래드포드 작가의 전설을 따르고 있다. 이제 샌프란시스코의 급부상과 더불어 매우 빠른 속도로 변하는 LA의 내일을 기대하며 지켜볼 시간이 도래한 것이다.


※ 이지윤은… 이지윤은 지난 20년간 런던에서 거주하며 미술사학박사/ 미술경영학석사를 취득하고, 국제 현대미술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한 큐레이터이다. 2014년 귀국하여 DDP 개관전 [자하 하디드360도]을 기획하였고, 지난 3년간 경복궁 옆에 새로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첫 운영부장(Managing Director)을 역임했다. 현재 2003년 런던에서 설립한 현대미술기획사무소 숨 프로젝트 대표로서, 기업 콜렉션 자문 및 아트 엔젤 커미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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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호 (2017.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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