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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의 ‘세계의 콜렉터’ 

알랑 세르베(Alain Servais)의 재무 컨설턴트와 예술 

박은주 전시 기획자 및 예술가 에이전트
“훌륭한 콜렉터와 덜 훌륭한 콜렉터의 차이가 무엇인가?” 알랑 세르베는 “트라우마다”라고 한다. 그에게 훌륭한 콜렉터는 정신적 외상을 극복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콜렉션을 한다. 콜렉터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에는 그의 정신적 트라우마와 연관이 있다. 예컨대 그들은 콜렉션을 하면서 ‘내가 이 작품에 관심이 있을까? 내가 왜 이 주제를 선택했을까’라고 자문하게 되며, 작품을 통해 스스로를 깨닫게 되는 계기로 삼는다.

▎Alain Servais, Former Head of International Bonds Trading, Banque Dewaay, Financial Consultant, Entrepreneur and Collector, Brussels © Alain Servais
알랑이 존경하는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말을 떠올리게 된다. “나는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히 알고 있는데 그것은 내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생각하는 훌륭한 콜렉터는 유독 “나는 모른다” 라는 강박에 쌓여 끊임없이 연구하는 콜렉터들이다. 그중 가장 끈질긴 탐험가는 벨기에의 알랑 세르베(Alain Servais)다. 아침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남기는 트위터의 예술 관련 메세지를 보면 그 어떤 갤러리스트나 큐레이터를 앞지르는 광대한 양으로 그의 앞서가는 비전을 감히 따라갈 콜렉터가 없다. 단연코 알랑 세르베는 모든 콜렉터들의 훌륭한 모델이다. 훌륭한 콜렉터는 컨설턴트와 갤러리스트의 조언을 받으면서도 이 탐험의 길을 멈추지 않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알랑 세르베는 재무 컨설턴트다. 그리스어와 라틴어 교육을 받았고 금융 관련 전문 경영학(MBA)를 수학한 그는 예술사와 철학을 배워본 적도 없으며, 알랑의 부모님은 박물관에 한 번도 발을 들인 적이 없었다. 열네 살 때 브뤼셀 증권거래소 회장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뉴욕에 갔었는데 그의 발길이 닿은 곳은 뉴욕 현대미술관(MoMA, 이하 모마)이었다.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와 피카소의 [아비뇽의 여인들]을 본 순간 난생 처음으로 지적 오르가즘을 느낀다. 느닷없이 온몸을 전율하게 했던 이 특별한 경험은 이내 사라졌다가 성인이 된 후에도 내내 마음 깊은 곳에 감춰져 있었다. 알랑은 스스로 자문한다. ‘뉴욕에서 여행했을 때 나를 박물관으로 데리고 간 동기가 무엇이었을까?’ 그것이 예술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수년의 세월이 걸렸다.

고흐와 피카소로 느낀 지적 오르가즘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에 The Starry Night] 1889 oil on canvas 73x92cm
알랑이 Drexel Burnham Lambert 은행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건 1997년이다. 열네 살 때 박물관에서 경험했던 희열, 평온함과 명상을 집에서 재창조하려는 욕망이 느닷없이 일상의 것들을 뒤로 하게 하고 표면 위에 떠올랐다. 그는 박물관에서 소장한 똑같은 사진 작품의 에디션을 구해 소년 시절에 박물관에서 경험한 환희를 자신의 집에서 재연출하는 가능성에 도전했다. 이렇게 그는 사진으로 콜렉션을 시작할 수 있었다. 예컨대 모마에는 안드레아 세라노(Andres Serrano) 작품이 있는데, 같은 사진 작품을 그도 소장하고 있다. 박물관 콜렉션과 알랑의 개인 콜렉션이 매우 긴밀한 관련을 맺는 것인데 지금도 그에게 박물관은 위로를 받는 곳이자 숙고하는 장소이며, 항상 무언가를 배우는 특별한 공간이다. 박물관은 늘 호기심을 갖고 탐구하려는 알랑의 집요한 성격과 서로 연관성을 갖는다. 소년 시절 알랑이 스스로 박물관으로 발길을 향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콜렉션으로 갇힌 관념에서 탈피


▎헝겊으로 된 왼쪽 작품 CANEPA Andrea Untitled 2014 Synthetic ,fabric, wood sticks, nylon thread. 중앙 작품 ALLORA & CALZADILLA Petrified Petrol Pump 2010 178x198x233 cm fossil-filled limestone Edition 1 of 3 오른쪽 작품 THE BRUCE HIGH QUALITY FOUNDATION The Apostles 2014 157.5x88.9x50.8 cm Steel, plaster, asphalt, AV components unique © Alain Servais
콜렉션을 시작했던 초기 1년 동안 1주에 3시간 미술사 수업을 들었던 알랑은 콘템퍼러리 아트 콜렉터는 예술 작품에 미술사적 의미를 이해하는 것뿐 아니라 또 다른 연구를 동반해야 한다고 확신한다. 한 단계 더 심층적인 이 연구는 미래 역사를 결정하는 현 시대의 공간이 무엇을 정의하는지에 대한 주관적이고 가설적인 이해다. 실제로 미술사는 당시 시대에서 형성된 역사와 중요한 관련을 맺는다. 예컨대 인상주의와 산업혁명, 다다이즘과 제1차 세계대전, 초현실주의와 꿈에 대한 프로이트의 이론, 소비사회와 팝 아트 등이다. 이는 알랑이 종사하고 있는 투자 은행이라는 환경과 연결점을 부여해준다. 금융 투자의 핵심이 새로운 기술적·사회적·정치적 발전을 모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트와 투자 금융의 가장 공통적 관심사는 돈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해석하고 예측하는 것이다.

알랑의 광범위한 사회적 관점은 디지털 아트,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의 예술, 환경과 종교에 관한 예술(특히 이슬람교)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세계의 발전에 대한 끊임없는 전문적 브라우징이 그의 눈을 열게 해주었다,


▎View of Alain Servais LOFT Brussels © Alain Servais
콜렉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 중요한 예술이며, 무엇이 다음 세대를 위해 보존할 가치가 있는 예술인지’를 알게 해주는 직감이다. 이 직감을 키우고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방법은 끊임없이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다. 박물관과 갤러리, 페어 방문을 통한 현장 경험과 큐레이터, 딜러, 평론가, 다른 콜렉터들과의 네트워크, 예술 서적과 잡지, 카탈로그, 인터넷 자료 등을 통한 정보의 습득은 혼란스러운 현실로 보이는 것에 빛과 확신을 가져다준다. 이 기준으로 콜렉션을 하기 때문에 대형 페어의 콜렉터스 토크 프로그램에 여지없이 알랑이 등장하는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알랑은 예술품 수집을 통해 교육·훈련·관습에 의해 종종 갇혀 있었던 기존 관념에서 탈피할 수 있었다.

알랑이 뛰어난 재무 컨설턴트로서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고객들보다, 다른 컨설턴트보다 먼저 세상이 어떻게 진화해나가는지 깨달아야만 한다. 그가 단순히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확보한다면 그 자료는 택시 운전사도 알고 있는 자료를 확보한 셈이다. 훌륭한 콜렉터와 실력 있는 재무 컨설턴트에게 필수적인 요소는 철저한 자료의 분석과 조사를 통해 항상 세상이 어떻게 진화해나갈 것인지 예측하는 능력이다. 알랑은 아트 콜렉터로서의 열정을 통해 그의 직업, 곧 세상을 파악하는 일에 대해 더 정확하고 정교하게 세상을 식별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출 수 있었다. 틀에서 벗어나서 생각하는 것(thinking out of the box)은 그의 직업에서나 아트 콜렉션에서나 공통적인 원리로 작용한다. 아울러 아트 콜렉션은 중요한 금융 관련 결정에 큰 도움을 제공한다. 이 두 가지 포지션은 그에게 세상을 정확히 이해해야 하는 의무를 충실히 실현하게 해준다.

돈이 아닌 자아실현이라는 숙제


▎중앙 조각 작품 : 닉 케이브 Nick Cave View of exhibition [ Private Choice ] © Javier Rébora
알랑이 아트 콜렉션을 통해 세상을 정확히 이해하려는 강박은 매슬로 이론*(인간의 욕구가 그 중요도 별로 단계 일련을 형성한다는 동기 이론 일종이다. 생리 욕구, 안전 욕구, 애정·소속 욕구, 존경 욕구, 자아실현 욕구로 후에 매슬로는 자아실현의 단계를 넘어선 자기초월의 욕구를 주장했다)의 최정상, 자아실현의 단계에 도달하기 위한 발버둥이다. 21세기 물질적 풍요로움속에서 어떻게 자아실현을 할 것인가는 모든 이의 관심이며 전 세계의 이슈이다. 그 하나의 방법으로 예술이 선택된다. 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직업에서 탁월한 수행 결과를 가져다주는 선택된 길 ‘아트 콜렉션’ 의 중심에는 돈이 아니라 자아실현이라는 심오한 숙제가 자리하고 있다. 훌륭한 콜렉터들은 이 숙제를 끈질기게 풀어 가고 있다. 알랑이 자신의 집과 로프트를 예술 애호가들에게 공개하고 트위터에 수많은 자료를 남기는 것은 서로 열정을 나누며 동시에 타인의 자아실현에 도움이 되려는 선택을 한 콜렉터의 본보기이다.

11월 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아트 콜렉션이라는 숨겨진 열정을 지닌 11명의 벨기에 콜렉터의 소장품 전시가 있었다. 전시는 'Private Choice'란 주제로 ‘CENTRALE for contemporary art’에서 개최됐다. 콜렉터들의 직업은 정원사, 교수, 세무 회계사 등 다양했다. 디렉터이며 전시 기획자인 카린 폴(Carine FOL) 은 각 콜렉터에게 음악 한 곡과 책 한 권을 함께 전시해주기를 요구했다. 결정에 특별한 기준은 없었다. 알랑은 에드가 모랑(Degar Morin)의 [잃어버린 패러다임 : 인간의 본질 Le Paradigme perdu :La nature humaine] 을 선택했다. 우리 스스로의 모습을 깨달아 세상을 정확히 이해하려는 그의 의지가 드러난 셈이다. 지금 세계는 알랑과 같이 예술을 통해 자아실현의 단계에 도달하려는 콜렉터들의 열정으로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 박은주는…박은주는 1997년부터 파리에서 거주, 활동하고 있다. 파리의 예술사 국립 에콜(GRETA)에서 예술사를, IESA(LA GRANDE ECOLE DES METIERS DE LA CULTURE ET DU MARCHE DE L’ART)에서 미술 시장과 컨템퍼러리 아트를 전공했다. 파리 드루오 경매장(Drouot)과 여러 갤러리에서 현장 경험을 쌓으며 유럽의 저명한 컨설턴트들의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2008년부터 서울과 파리에서 전시 기획자로 활동하는 한편 유럽 예술가들의 에이전트도 겸하고 있다. 2010년부터 아트 프라이스 등 예술 잡지의 저널리스트로 예술가와 전시 평론을 이어오고 있다. 박은주는 한국과 유럽 콜렉터들의 기호를 살펴 작품을 선별해주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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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호 (2017.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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