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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백·코너링에 감탄사가 절로 

기아차 스포츠세단 스팅어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스팅어는 기아차가 “우리도 이런 고성능 차량을 만들 수 있다”고 증명하듯 선보인 야심작이다. 기아차가 ‘준수한 모범생’ 이미지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할 것인지 주목된다.

▎사진:기아차 제공
1박2일 동안 무려 1200㎞의 강행군. 그러나 장거리 고속운전에 최적화한 그란투리스모(GT) 차량 스팅어는 넘치는 파워와 안정된 주행성능을 자랑했고, 덕분에 운전의 피로감이 훨씬 덜어지는 느낌이었다. 특히 서울양양고속도로에서의 거칠 것 없는 속도감, 강릉~정선~평창 구간 커브 길에서의 탁월한 코너링은 운전하는 재미를 흠뻑 안겨주었다.

스팅어의 뜻은 ‘찌르는 것, 쏘는 것’으로 한눈에도 스포츠카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을 갖추었다. 특히 기아차는 스팅어의 차별성을 부여하기 위해 전용 엠블럼을 선택했다. 현대차가 제네시스 브랜드와 ‘N’ 시리즈를 출시하며 별도의 브랜드를 선보이는 가운데 기아차는 스팅어를 필두로 고급 라인업 구성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스팅어는 2.0 T-GDI, 터보 2.0, 3.3 T-GDI 등 세 가지 트림으로 출시됐다. 1박2일 강원도 시승 길에 올린 차는 3.3 터보 가솔린 2WD 풀 옵션으로 최고출력 370마력에 최대토크 52kgf·m의 힘을 발휘하는 강력한 터보 엔진을 탑재했다. 제로백은 4.9초로 현대차 G70이 나오기 전국내 차 중 가장 빨랐다. 풀 옵션 차량의 가격은 5110만원이다.

동급 벤츠·BMW 대비 가성비 탁월


▎사진:기아차 제공
스팅어의 외관은 한마디로 ‘잘 달리게’ 생겼다. 전체적으로 낮고 넓은 차체에 볼륨감을 주었다.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은 낮고 좌우로 길게 뻗어 있어 안정적인 느낌을 줬다. 측면은 스팅어의 우아한 곡선이 잘 드러나고 후면은 패스트백 루프라인으로 날렵함을 강조했다. 차가 멈추는 곳마다 사람들의 시선이 닿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실내로 들어서자 제일 먼저 스포크 타입 원형 에어벤트가 눈에 띈다. 프리미엄 수입차에서 곧잘 보이는 항공기 터빈 모양이다. 시트는 최고급 나파 가죽으로 고급감을 더했고 내부 디자인은 깔끔한 편이다. 특히 스팅어의 센터페시아(차량 앞 좌석 중앙부 컨트롤 패널 보드)는 잘 정돈된 느낌이다. 스포츠 세단이지만 뒷좌석은 성인이 넉넉히 앉을 만하다.

지난 6월 말 개통한 서울양양고속도로에 올라 속도를 높이자 밟는 데로 망설임 없이 쭉쭉 뻗어 나간다. 특히 직선도로에서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꾸자 노면을 치고 나가는 성능이 인상적이다. 힘 좋은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있어 변속과정에서의 ‘꿀렁’거리는 느낌 없이 가속이 부드러웠다. 스팅어는 에코·컴포트·스포츠·스마트·커스텀 등 5개 주행모드로 이뤄져 있다. 스마트는 운전자의 주행 성향에 맞게 엔진 변속 패턴을 자동으로 선택해주며 커스텀은 각 항목을 운전자가 직접 선택해 다양한 조합을 만들 수 있는 모드다.

11㎞로 국내 최장 터널인 인제양양터널을 지날 때는 외부 소음이 적당히 차단됐다. 엔진룸에서 유입되는 소음을 이중 차단하기 위한 ‘엔진룸 풀 격벽 구조 설계’나 가속 투과음 최소화를 위한 ‘차체 실링 구조 보강’, 고속 주행 시 실내로 유입되는 풍절음과 노면 소음을 줄이기 위한 ‘부품 강성 최적화’ 등의 효과 때문이다.

강릉시 옥계면을 뒤로 하고 35번 국도에 오르자 정선군 임계면까지 고개·터널이 이어진다. 오르막길에서의 가속성은 감탄할 정도다. 동승자도 오르막길 고속주행 시 차선 변경에도 다른 차와 달리 편안하면서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고 칭찬한다. 스티어링휠은 묵직한 느낌을 주면서 고속 주행 시 조향 안정감을 더해줬다. 다만 차체가 워낙 낮게 설계됐기 때문에 시내나 국도에서 운전할 때는 과속방지턱을 주의해야 한다.

임계면에서 42번 국도로 갈아타고 정선 방면으로 틀면 이번에 구불구불 내리막길이다. 드라이버들에게 인기 있는 구미정계곡으로, 마치 똬리를 틀고 앉은 뱀처럼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이다. 이곳에서의 코너링은 스팅어 주행의 백미였다. 급격한 코너에서 상당히 빠른 속도로 들어섰지만 차체 흔들림 없이 회전 구간을 탈출했다. 몸이 어느 정도 쏠리지만 차체는 바닥에 착 달라붙어 있는 느낌을 준다.

높은 가성비로 기아차 살릴까

스팅어의 안전·편의 장치는 수준급이다. 기아차 최초로 적용한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와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의 정차·재출발·자동감속 기능은 우수했다. T맵과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하는 스마트 내비게이션, 3단계 통풍시트는 일정 차급 이상의 국내 브랜드 차에선 기본이지만 수입차를 탈 때는 꽤 아쉬운 것들이다. 공인복합연비는 8.4~8.8㎞/L지만 1200㎞를 달린 결과 실제 연비는 8.8㎞/L로 나타났다. 고속도로를 주로 달린 데다 도심에선 오토 스타트&스톱 기능을 사용한 덕분이다.

기아차 스팅어 시승 총평은 “이제껏 국산차에서 느낄 수 없었던 고성능 프리미엄 세단”이다. 특히 기아차의 고급 라인업의 첫 주자로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비슷한 가격대의 수입차와 비교해 퍼포먼스와 각종 첨단 편의사양 측면에서 가성비가 으뜸이다. 그러나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에 익숙해진 국내외 소비자들을 어떻게 공략할지가 숙제다. 기아차는 10월 스팅어를 유럽에 선보인 데 이어 11월에는 북미 판매에 들어간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201712호 (2017.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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