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신년 에세이 51편 

 


지난 11월 말 2018년 1월호 기획회의. 우리는 '초심(初心)을 다지는 시간'으로 새해 첫 달인 '1월'을 정의했습니다. 초심은 '일을 하는 데 처음 가진 마음'입니다. 꿈이 있고, 설렙니다. 뜨거운 열정이 넘실댑니다. 일(사업)을 시작하는 이유와 명분이 뚜렷합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탄탄대로를 걷는 이는 거의 없습니다. 대다수가 냉혹한 현실에 부딪힙니다. 소비자(고객)의 마음은 좀처럼 열리지 않습니다. 국내외 경쟁자들은 잡아먹을 듯이 달려듭니다. 동료들의 마음이 내 마음과 다르다는 것도 깨닫습니다. 때때로 참혹한 고통에 시달립니다. 70~80%가 무너집니다. 20~30%만이 성취감을 맛봅니다. 20~30%도 영원하지는 않습니다. 성취감은 생각보다 달콤합니다. 초심은 무너지고, 자만이 침입합니다. 자만은 오만으로 번집니다. 자연스레 혁신에 소홀해집니다. 내부의 적이 빠르게 늘어나고, 위기를 맞습니다. 초심과 혁신만이 이를 막아줍니다.

그럼 성공한 사람들은 어떻게 다를까? 그들은 어떻게 고통을 인내했을까? 도전 정신은 어떻게 지켜나갈까? 우리는 비즈니스와 스포츠·문화 분야에서 최고의 성공을 거둔 51명의 리더를 선정했습니다. 그들이 직접 쓴 에세이를 받았습니다. 글쓰기는 말과 다릅니다. 말은 공중에 뿌려졌다가 사라집니다. 글쓰기는 문자로 기록되어 영원히 보존됩니다. 사색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본질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그들의 일의 역사는 읽는 이들에게 교훈을 줍니다. 51인의 리더가 보내온 글엔 고심의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진정성이 묻어났습니다.

권혁운 아이에스동서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손주은 메가스터디그룹 회장,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 경험이 풍부한 경영인들이 강조한 덕목은 초심·신뢰·진실·혁신이었습니다. '중견 건설업체는 소비자의 신뢰가 없으면 그날 소멸한다.'(권혁운 회장) '나의 입은 항상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손주은 회장) '혁신과 신뢰는 성공의 필수항목이다.'(황철주 회장) '정직과 신뢰라는 초심을 일관되게 지키는 것만이 기업을 영위할 수 있는 힘이다.' (홍성열 회장) 금난새 지휘자, 박인비 골프선수, 봉준호 영화감독, 이영애 배우, 조태룡 강원FC 프로축구단 대표, 문화·스포츠계에서 크게 성공한 이들의 이야기도 감동적입니다. '나라고 왜 무너질 때가 없을까? 사실 그때마다 벌떡 일어나는 건 참 어렵다. 주위에서 빨리 일어나야 한다고 재촉하는 것이 오히려 독이 될 때가 많다.'(박인비 선수) '백지에 깜박이는 커서로 한 글자씩 채워 관객의 반응을 얻기까지 작품의 처음과 끝은 내 손 끝에, 이 고통의 끝에 달려 있다.'(봉준호 감독) 'Why not?이라는 물음에서 대부분의 (나의) 역사는 시작됐다.'(조태룡 대표)

우리는 다른 사람의 삶에서 배웁니다. 이해선 코웨이 대표의 글에 인상적인 구절이 있었습니다. '기업은 큰 생각(Big think)을 하는 창의적 인재가 필요하다. 생각의 규모가 시장의 규모다.'그렇습니다. 내 생각의 규모가 내 삶의 규모입니다.

- 권오준 포브스코리아 편집장

201801호 (2017.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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