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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100대 부자 특집 - 39위 BYD CEO 왕촨푸 

중국발 전기차 열풍, 그 선봉에 선 남자 

RUSSELL FLANNERY 포브스 기자
일찍부터 자동차 배터리에 매료됐던 BYD의 왕촨푸, 전기차 산업을 이끌다.
10월, 캘리포니아주 랭커스터에서는 만나기만 하면 싸움을 벌이던 양당위원회 의원들이 모여 한마음으로 전기버스 생산공장 증설을 축하했다. 이들의 축하를 한몸에 받은 중국의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업체 BYD(비야디)는 세계 무대를 제패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불태웠다. BYD의 왕촨푸(Wang Chuanfu·51) CEO 또한 자리를 함께했다.

미국 시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긴 하지만 “우리는 세계화된 기업”이라고 왕은 중국 선전 BYD 본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말했다. BYD는 캘리포니아에서만 800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올해 공장을 연 헝가리에서는 2018년까지 300명을 고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브라질과 인도, 일본, 프랑스에도 공장이 있다.

그러나 글로벌 매출은 전체의 10%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BYD는 주로 중국 내 ‘신에너지’ 자동차 매출 1위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BYD의 중국 판매는 11만4315대에 이른다. 세계 1위 자동차 시장 중국은 국내 자동차를 100% 전기차로 전환한다는 정책을 발표하며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왕촨푸는 2025~40년을 최종 시한으로 내건 유럽보다 중국이 “확실히 먼저” 전기차로 100% 전환될 것이라 생각한다. 중국 억만장자 리슈푸(LiShufu)가 인수한 볼보는 수요 급증에 발맞추면서 정부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 2019년에는 오직 전기차만 판매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테슬라는 상하이 공장 착공을 계획 중이고, 포드는 전기차 조립을 위한 합작사를 중국에 세우기 위해 7억500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왕촨푸는 중국 시장에서 BYD 전기차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질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그가 잘 나서지 않는 성격인데다 BYD 제품 포트폴리오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BYD의 폭넓은 경쟁우위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BYD 제품 포트폴리오에는 캘리포니아 공장에서 생산되는 전기버스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 전기버스는 현재 6개 대륙에서 운행 중이다. 지난해에는 7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모노레일을 건설하기도 했다.

BYD 본사가 위치한 선전 동부에는 모노레일 4.4㎞가 설치되어 있다. 이 또한 BYD가 건설한 것이다. 필요할 때마다 왕촨푸는 놀라운 결단력을 보이며 자신의 인생과 사업에서 괄목할 만한 도약을 이루었다. 1966년 중국 극빈 지역 작은 농촌에서 태어난 그는 10대 때 부모님을 잃고 고아가 되어 형과 누나의 보살핌을 받았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그는 대학 진학에 성공했고, 높은 학점을 받으며 배터리 기술을 전공했다. 조용한 내륙 도시 창사에서 대학 시절을 보낸 그는 졸업 후 베이징으로 가서 배터리 기술 부문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20대 때 왕촨푸는 베이징 비철연구소(Beijing Nonferrous Research Institute) 부감독관으로 승진했다. 중국 수도에서 안정적인 정부 산하 연구소직을 원했다면 평생을 근무할 수도 있는 곳이었다. 연구를 좋아하는 왕촨푸는 지금도 연구진과 함께 배터리 기술을 연구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고 동료들은 말한다.

그러나 사업가 기질이 있었던 그는 1990년대 중국을 휩쓸던 창업 열풍에 힘입어 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1993년 왕촨푸가 있던 연구소는 한창 발전 중인 선전에 회사를 하나 세웠고, 왕은 회사에서 새로운 임무를 맡았다. 그렇게 2년이 흘러가기 전, 그는 더 큰 사업 기회를 포착했다. 동향(안후이성) 출신의 사촌 뤼샹양(Lu Xiangyang)이 투자 및 교역에서 기회를 찾아 남쪽으로 향한 후였다. 일본 배터리 공급업체들이 시장에서 철수하는 걸 본 왕촨푸는 사촌에게 부탁해 250만 위안(약 35만 달러)을 빌려 충전용 배터리 생산공장을 구축했다.

그렇게 BYD(Build Your Dreams)가 탄생했다. 처음에는 간간이 매출이 발생할 뿐이었다. 그러다 2008년 워런 버핏의 투자사 버크셔 해서웨이가 주당 8홍콩달러에 회사 지분 10%를 매수하며 BYD는 투자 가능성을 인정 받기 시작했다. 홍콩증시에 상장된 회사 주가가 올해 주당 80.45 홍콩달러를 기록하며 최고가를 경신한 걸보면, 버핏의 투자 수익은 상당히 커 보인다. 이후 조정을 받긴 했지만, 올해 주가 상승률만 해도 40%에 이른다. 덕분에 왕의 지분 가치는 56억 달러, 사촌 뤼샹양의 보유지분 가치는 35억 달러로 늘어났다. (고향 안후이성에서 왕촨푸를 키워준 형은 현재 BYD 선임이사로 있다.)

이번 달 국영방송 CCTV와의 인터뷰에서 왕은 자신의 놀라운 여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엔지니어 출신 사업가다. 기술은 삶을 바꾸고 도시의 고통스러운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

지금은 선진 친환경 기술로 이름을 알리는 중이지만, 초기에 BYD는 친환경과 거리가 멀었다. 회사는 당시 한창 수요가 많은 휴대전화용 배터리를 생산했고, 모토로라·노키아 등 덩치 큰 고객과 계약하는 데 성공하면서 사업은 수년간 탄탄대로를 달렸다.

왕이 자동차 시장에 뛰어든 건 2003년이다. 당시에는 뜻밖의 행보라는 반응이 있었지만, 지나서 생각해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결정이다. 당시 그는 중국의 중소기업 친추안 자동차(Tsinchuan Automobile)를 인수했고, 이 회사는 전기차 및 기존 자동차 사업부 BYD 오토(Auto)로 성장했다. “10~15년 전, 다른 사람들은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할 때 전기차로 흐름이 넘어가는 걸 예상한 것”이라고 중국에서만 27억 달러의 자산을 관리하는 퀴밍 벤처스(Qiming Ventures) 선임 파트너 JP 갠(Gan)은 말했다.

BYD의 전기차 매출이 증가하긴 했지만 기존 차량 판매에서는 성적이 엇갈린다. 매출 상승 둔화로 BYD의 순수익은 2017년 3분기 전년대비 23% 감소했다.

왕이 중국에서 전기차 부상과 석유 및 가스 연료 차량의 쇠락을 굳게 믿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가 “3개의 60%”라고 표현하는 중국의 고질적 문제 때문이다. 중국은 석유 수요의 60%를 수입에 의존하며, 이 중 60%가 해상 혹은 위험 지역을 경유해 들어오고, 석유 소비의 60%는 운송 부문이 차지한다. 석유 공급이 차단될 경우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환경 이슈가 중요하긴 하지만, 결국에는 석유 안보가 전기차 도입을 위한 정부 정책의 주요 동인”이라고 그는 말했다. 전기차 산업이 보조금 없이도 살아남으려면 기술은 한참 더 발전해야 한다. 획기적 기술 발전 없이는 “전기차도 결국 종이 호랑이가 될 것”이라고 왕은 덧붙였다.

왕은 중국 정부가 개인용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의 전기화를 우선 추진해서 2019년이면 전기차가 대중교통의 95%를 차지할 것이라 예상했다. 개인용 승용차가 하루 종일 도로를 누비는 일은 거의 없지만, 택시는 많다. 당국에서는 주행거리가 많은 택시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정부 정책과 홍보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고 왕은 말했다. 그래서 왕은 택시 운수회사와 렌털 업체를 대상으로 한 대량 판매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대중교통에 주목하는 건 BYD뿐이 아니다. 텐센트 등이 투자한 중국 최대 차량공유 서비스 디디 추싱(Didi Chuxing)은 이번 달 합작 파트너와 함께 전기차 배터리 충전시설 네트워크를 구축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디디 추싱 플랫폼은 운전자 2100만 명, 고객 4억5000만 명을 확보하고 있다. BYD와 경쟁하는 배터리 업체 CATL이 폭스바겐과 배터리 공급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언론 보도도 있다.

2013년 미국 시장에 진출한 BYD는 캘리포니아를 교두보 삼아 사업을 확장하는 중이다. BYD는 자사가 “북미 최대 전기버스 제조업체로 모두 인정하는 시장 리더”라고 주장한다. 지금까지 BYD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대형 전기버스 137대를 판매했으며, 매출 대부분이 2017년에 이루어졌다. (‘청정’ 천연가스를 이용하는 버스는 이보다 더 많다.) 신규 수주량만 해도 수백 대에 달한다.

BYD 같은 중국 민간기업이 해외 사업을 확장시키는 걸 보면, 제대로 된 재무체계를 갖추고 규정만 준수한다면 중국 당국이 이들의 사업을 규제할 걸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상하이 중국유럽국제경영대학원(CEIBS) 재정학 교수이자 중국기업 세계화 인재육성 프로그램 공동책임자인 왕콩(Wang Cong)은 말했다. “중국 정부는 국유기업의 역할을 줄일 것이고, 비국유기업을 가로막던 장애물이 사라질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러나 소비자 부문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해외시장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왕촨푸의 능력 또한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이번에는 그가 무뚝뚝한 엔지니어의 성격을 좀 줄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자신을 알리고 각인시켜야 하는 사업”이라고 상하이 자동차 컨설턴트 루소는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리더의 성격은 브랜드의 성격이 된다.”

[박스기사] 전기차 시장 현황

세계 최대 시장 중국의 자동차 업체들은 뛰어난 실적으로 신나는 한 해를 보냈다. 신에너지 차량이 들썩거린 것도 분명 도움이 됐다. 중국 신에너지 자동차 생산량에서 9위밖에 되지 않는 길리 자동차(Geely Automobile)조차 친환경 기술 이미지가 가져오는 후광효과를 누렸다. 덕분에 길리의 리슈푸(Li Shufu)는 중국 부자 순위에서 10위로 껑충 뛰어오르기도 했다. 5월 첫 전기차 모델을 선보인 장성 자동차(Great Wall Motor)의 웨이 지안준(Wei Jianjun)은 순자산이 증가했다가 이후 다섯 계단 떨어져 최종적으로는 30위를 기록했다.

지금은 전기차가 장안의 화제지만, 여러 프로젝트가 잇달아 시행되면서 수년 후에는 전기차 생산시설이 과잉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양한 지원 정책과 보조금 인상 덕에 투자가 쏟아지긴 했지만, 연말 생산량이 60만 대를 기록하면서 중저가 생산업체 사이에서 살벌한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올해 상반기 중국 당국은 신에너지 차량 생산시설 현장 점검을 시작했다. 정책 개발 전 규제 내용을 다듬기 위한 행보다. 중국에서 ‘공급 개혁’이 추진 중인 가운데 전기차 산업에서도 다른 업계와 마찬가지로 인수합병 열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 선도업체들은 저렴한 가격에 중소업체를 인수하며 이득을 누리게 될 것이다.

[박스기사] 베트남의 재빠른 공격

베트남 최고 부호도 궁극적으로 전기차 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다.

억만장자 팜 낫 부옹(Pham Nhat Vuong)이 지배지분을 가진 빈그룹(Vingroup)은 9월 하노이 근처 항구 도시 하이퐁(Hai Phong)에서 자동차 회사 빈패스트(Vinfast) 생산시설 착공에 들어갔다. 목표는 2025년까지 전기자동차를 포함해 연간 50만 대 생산이다. 총 335㏊ 부지에 5개 공장이 들어선다.

팜은 포브스아시아 인터뷰에서 빈패스트에 최대 15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크레딧 스위스와 체결한 8억 달러 자금조달 계약을 자랑스레 언급하기도 했다.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베트남 자동차 브랜드를 키우고픈 열정이 있다. 여타 산업 발달을 촉진할 산업을 먼저 개발하고자 한다”고 팜은 말했다.

프로젝트 1단계에서 빈패스트는 2년 내 차량 및 전기오토바이 생산량을 연 10만 대로 늘린 후 전기차를 양산할 계획이다. 너무 거창한 꿈 아니냐고? 팜을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 팜이 키워낸 리테일 사업부 빈컴 리테일(Vincom Retail)은 베트남 증시에 상장되자마자 규제당국이 제한한 최대 상승폭 20%까지 주가가 올랐다. 기록적인 거래량으로 시가총액은 34억 달러에 달했다.

- RUSSELL FLANNERY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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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호 (2017.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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