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한 명을 살려 인류를 구한다 

 

MATTHEW HERPER 포브스 기자
암을 유발하는 희귀 유전자 변이 치료를 위해 크고 작은 제약사가 나서고 있다. 첨단 과학과 높은 가격표로 촉발된 경쟁은 성공할 경우 주가 고공행진으로 이어진다.
하버드학 의료역사학 교수 앨런 브랜트(Allan Brandt·63)는 자신이 의료 역사의 일부가 됐다는 사실에 놀란 표정이었다. 2012년 그는 사망률이 높은 급성골수성백혈병을 진단받았다. 완치 가능성은 있었지만, 그러려면 골수 이식을 받아야 했다. 조직이 일치하는 여동생에게 이식을 받았다. 수술과 회복까지 두 달 걸리는 이식수술을 두 번 받았지만, 결국 암이 재발했다. “세 번째 이식수술을 버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그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그런데 바이오기술의 새로운 흐름이 그를 구원했다. 암 DNA 서열 분석으로 발견한 특정 유전자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은 약물 개발이었다. 소수의 사람에게만 작용하는 약물이라 먼저 진단 검사를 받아야 했다. 브랜트의 경우, 그의 대학 사무실에서 차로 15분이면 갈 수 있는 아기오스 제약(Agios Pharmaceuticals)에서 그의 돌연변이 유전자를 겨냥한 표적 약물을 보유하고 있었다. 대단한 행운이었다. 매년 급성골수성 백혈병으로 진단받는 2만1000명 중 해당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수천 명밖에 되지 않는다.

“한참 투병 중일 때에는 나오지 않았던 약”이라고 브랜트는 말했다. “투병이 길어지면서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약을 얻게 됐다. 그 후 건강을 회복했다. 의료 및 치료기술에 회의적인 사람들이 있다면, 희귀병을 겨냥한 표적 치료제가 진짜 가능성을 열어줬다고 말해주고 싶다.”

환자가 수천 명밖에 없는 희귀질환 시장에 제약사들이 막대한 돈을 투자하며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시장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사람들에게 확실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신약은 소규모 단기 실험으로도 규제당국의 판매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아기오스의 치료제 중 하나인 아이드히파(Idhifa)는 임상실험 개시 4년 만에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보통 12년은 걸리는 과정이다. 또 다른 투자 동인은 가격이다. 아기오스는 아이드히파 판매권을 셀진(Celgene)에게 라이선싱했고, 셀진은 월 2만5000달러로 가격을 책정했다. (임상실험에 참여한 브랜트는 무료로 약물을 지원받았다.)

폭발적 속도로 발전하는 과학 또한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 높아진 성공률과 신속한 승인이 결합되면서 제약사들은 나방이 불에 뛰어들듯 희귀병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FDA 심사관이었던 조쉬 빌렌커(Josh Bilenker)는 2013년 제약사 록소 온콜로지(Loxo Oncology)를 창업하면서 희귀병 치료제에 전적으로 집중했다. 약물의 효과가 희귀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로 제한된다 해도 일단 효과성을 입증하는 증거만 있다면 그는 이 유전자를 타깃으로 설정해 연구에 돌입했다. “목표를 정확히 공략해야 한다. 환자를 명확히 정의하고 임상·규제 쪽에서 미친 듯이 밀고 나가야 한다”고 빌렌커는 말했다.

그의 전략은 6월에 결실을 맺었다. 록소의 첫 치료제가 그야말로 경이로운 결과를 보여준 것이다. 치료제를 투여한 암 환자 50명 중 38명의 종양이 줄어들었다. (최신 결과에 따르면 환자 55명 중 44명의 종양이 줄어들었다) 라로트렉티닙(larotrectinib)은 폐암과 피부암, 뇌암을 유발하는 희귀 돌연변이 유전자 TRK를 겨냥한 물질이다. 이후 록소는 또 다시 전례 없는 행보에 나섰다. 첫 번째 약물에 내성을 보인 환자를 위해 신속히 두 번째 약물 개발에 나선 것이다. 첫 번째 약물로도 호전되지 않은 환자에게 바로 대안적 치료법을 제안하기 위한 노력이다. 두 번째 약물은 지금까지 두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테스트했다.

록소 주가는 올해 들어 175%가 올랐다. 라로트렉티닙과 개발 중인 다른 두 개의 암 치료제 소식에 시장이 들썩인 덕분이다. 희귀약물 개발에 나선 다른 제약사도 비슷하게 좋은 실적을 보이고 있다. TRK와 폐암을 유발하는 다른 희귀 돌연변이 ROS1을 겨냥한 엔트렉티닙(entrectinib) 치료제를 테스트 중인 이그니타(Ignyta) 주가도 190% 급등했다. 소화관암 등 다른 희귀 돌연변이 치료제에 집중하는 블루프린트 메디슨(Blueprint Medicines)의 주가는 150% 상승했다. 그러나 아기오스의 사례를 보면 투자자들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2013년 IPO 이후 100% 급등했던 아기오스 주가는 2015년 1월 최고가 경신 후 바로 50% 급락하며 널뛰기를 하는 중이다. 획기적 신약 개발 소식에 들뜬 투자자들이 표적 시장 자체가 아주 작다는 걸 간과한 까닭이다.

문제는 더 있다. 암 환자 중 희귀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을 어떻게 알아낼까? 이를 위해서는 표준 처치약에 반응하지 않는 모든 환자에 대해 진단 검사를 해야 한다. 그러려면 첨단 DNA 염기서열 분석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유전자 검사는 대형 대학병원 연구센터에서 주로 이루어진다.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파운데이션 메디슨(Foundation Medicine)에서는 현재 표준 테스트에 대한 FDA 승인을 신청한 상태다. 연구소 장비업체 써모 피셔 사이언티픽(Thermo Fisher Scientific)과 일루미나(Illumina) 등은 새로운 진단 툴을 개발하는 단계에 있다. “사상 처음으로 진단 검사 품질과 이에 대한 환자 접근권이 강화되는 쪽으로 흐름이 움직이고 있다”고 록소 최고비즈니스책임자 제이콥 반 나르덴(Jacob Van Naarden)은 말했다. “확실히 시야에는 들어왔다. 그러나 아직 손 안에는 들어오지 않은 상태다.”

중소업체만 표적 항암제 개발에 매달리는 건 아니다. 소수의 환자를 위한 초창기 표적 약물들은 노바티스와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를 비롯한 거대 제약사들이 먼저 선보인 것이다. 이들 다국적 제약사들은 지금도 다양한 표적 약물을 개발 중이다. “‘인류를 구하고 싶다면 한 번에 한 명씩 구하라’는 탈무드 격언이 있다”고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의 의료 총괄 호세 바셀가(Jose Baselga)는 말했다. “우리는 신약 개발의 모든 도그마를 의심할 의무가 있다.”

[박스기사] How to Play It

암 치료제가 개발된다면 뱅가드(Vanguard) 헬스케어와 하트포드(Hartford) 헬스케어를 운영하는 웰링턴 매니지먼트(Wellington Management)와 그 주주들이 큰 이득을 볼 것이라 확신한다. 폭넓게 다각화된 웰링턴 팀의 포트폴리오는 인구 변화 및 국내외 최신 의료연구를 비롯한 의료산업 동인에 집중하는 한편, 경기침체에 대한 헤징으로 대형 제약사 고배당 주식도 함께 보유한다. 금융위기 동안 뱅가드 500 인덱스 펀드의 하락률은 51.0%였던 반면, 뱅가드 펀드 1호 운용자금은 33.2% 감소했다. 2009년 3월 바닥을 친 이후에 뱅가드 헬스케어 펀드는 인덱스 펀드에 버금가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침체기에 선방하면 수익도 더 높아질 수 있다. 의사들도 바라는 처방 아닌가.

※ 댄 위너는 어드바이저 인베스트먼트 CEO이자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포 뱅가드 인베스터 편집자다.

[박스기사] 작은 과녁

작은 바이오테크 회사는 희귀 유전자 변이 치료제를 개발하고 싶어 한다. 치료제가 환자의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데이터를 발표할 때마다 주가가 뛰었다.

록소 온콜로지 - FDA 전임 심사관이 창업한 록소 온콜로지는 표적 시장이 아무리 작아도 약물에 뛰어난 효과가 있다면 주저 없이 개발한다. TRK 돌연변이가 유발하는 항암제를 개발했을 때 증권가는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

블루프린트 메디슨 - 희귀암에 집중하는 블루프린트는 GIST 종양을 표적으로 한 첫 치료약을 선보일 예정이다. 원래는 표적 항암제 글리벡으로 치료했던 종양이다. 이 약은 기존 약물이 치료하지 못 했던 세부 유전자 그룹에서 현재 테스트 중이며, 비만세포증에도 효과가 있어서 검사가 진행 중이다.

이그니타 - 대다수 개발약이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에 집중한 표적 치료제지만, 이그니타의 엔트렉티닙은 스위스 군용칼과 같은 전천후 효과를 가지고 있다. TRK와 ROS1, ALK에 효과가 있으며, 다양한 질환에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아기오스 생명공학계 베테랑 데이비드 셴케인(David Schenkein)의 아기오스는 암세포 대사를 집중 연구한다. 셀진의 영업채널을 통해 개발 치료제를 판매하고 있으며, 또 다른 신약이 곧 출시될 예정이다. 두 개 모두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약이다.

[박스기사] 거대 제약사

다국적 제약사 또한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진 암 환자 치료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들을 위한 치료제로 수십억 달러를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워낙 덩치가 크다 보니 어지간하지 않으면 주가가 확 올라가지 않는다.

아스트라제네카 | 폐암 치료제 이레사 - 2005년 시장에서 철수한 이레사는 2015년 희귀질환 치료제로 시장에 컴백했다. 다음 야심작은 희귀 림프종 치료제 칼퀀스(Calquence)다.

노바티스 |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 표적 항암제 1기로 가장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던 글리벡이 이제는 제너릭 약물로 풀렸다. 그래도 노바티스는 2015년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항암제 사업부를 인수하며 희귀암 치료제 투자를 가속화하는 중이다.

화이자 | 폐암 치료제 잘코리 - 폐암 치료제 잘코리(Xalkori) 매출이 6억 달러를 기록했다. 후속으로 개발 중인 로라티닙은 중소 벤처 이그니타와 비상장기업 TP 테라퓨틱스 약물과 경쟁할 것이다.

로슈 | 유방암 치료제 헤르셉틴 - 표적암 치료제 선두주자 제넨테크(Genenetech) 인수를 통해 확보한 로슈의 유방암 치료제 헤르셉틴은 진단 검사와 함께 처방되는 최초의 항암제 중 하나다. 폐암 치료제 타세바 또한 승인 수년이 지난 후 진단 검사를 추가했다.

- MATTHEW HERPER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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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호 (2017.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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