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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 승계의 성패, 장기계획 수립에 달렸다 

 

김선화 ㈜에프비솔루션즈 대표
한때 중국 최고의 식당으로 꼽힌 융키 레스토랑은 창업자가 사망하자 승계를 둘러싼 가족 분쟁으로 파국을 맞았다. 융키 사례를 바탕으로 승계 시 갈등을 막기 위한 장기계획 수립의 원칙을 살펴봤다.

가업승계를 생각하는 경영자라면 누구나 자신이 평생을 바쳐 일궈 놓은 기업이 대를 이어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하기를 원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성공적인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장기적인 승계계획이 없다면 한순간 모든 것을 잃게 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승계계획을 세우는 것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 국가에서는 아직도 이러한 메시지가 잘 전달되지 않고 있다.

홍콩의 세계적 레스토랑인 융키(YUNGKEE) 레스토랑 사례를 통해 왜 장기계획을 세워야 하는지 살펴보자. 오리구이 요리로 유명한 융키 레스토랑은 홍콩에서 가장 성공적인 음식점 중 하나였다. 창업자인 캄 쉬 파이는 1938년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시작해 융키를 세계적인 레스토랑으로 성공시켰다.

이후 자녀들도 아버지를 따라 레스토랑 사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융키는 1968년 포춘지에서 선정한 세계 15대 레스토랑 중 중식당으로는 유일하게 선정됐다. 그리고 중국요리예술 엑스포에서 최고의 식당 타이틀을 꾸준히 차지하며 사업은 번창했다. 하지만 유교적 전통을 중시하고 가부장이며 사업의 모든 의사결정을 독점했던 캄 쉬 파이(Kam Shui-Fai)가 2004년 사망하자 가족들은 분쟁에 휘말렸다.

캄 쉬 파이는 세 번째 아내와의 사이에서 3남1녀를 두었는데 자녀들 모두 레스토랑 경영에 동원되었다. 1946년에 태어난 장남 킨센은 일찍부터 레스토랑에 들어와 일을 했지만 학교 교육을 많이 받지는 못했다. 그는 현장에서 요리, 재료구매, 메뉴개발까지 요리 전반을 배우며 경영을 익혔다. 그의 동생 로날드는 1947년 태어나 정규교육을 거쳐 대만에서 대학원을 마치고 몇 년 후 회사에 들어왔다. 그는 급속도로 성장하는 레스토랑을 위해 건물 짓는 일을 맡아서 하며 부동산 비즈니스에 더 큰 관심을 가졌다. 셋째 아들도 레스토랑에서 일했지만 그는 암으로 건강이 좋지 못했다. 그리고 딸 캄 에이링은 캐나다로 이민을 가서 살면서 캐나다와 홍콩을 오갔지만 사업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캄 쉬 파이는 장남이 일찍부터 식당 일을 배웠을 뿐만 아니라 유교적 전통에 따라 그가 융키 레스토랑을 승계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캄 쉬 파이는 은퇴할 무렵 둘째 아들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후계구도를 구체화하기보다 두 자녀가 협력해 일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첫째 35%, 둘째 35%, 셋째·넷째와 부인 각각 10%씩 지분을 상속했다.

그런데 문제는 경영을 누가 맡을 것인가, 형제들이 각각 어떤 일들을 맡아 협력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승계계획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2004년 그가 사망한 후 첫째 킨센과 둘째 로날드가 레스토랑 경영을 두고 의견 충돌을 보이기 시작했다. 둘은 모두 경영에 몰두했지만 킨센은 중국 전통에 관심을 갖고 고객 및 운영 측면에 중점을 두었고, 로날드는 부동산 개발과 마케팅 부문에 초점을 맞추는 등 경영면에서 서로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셋째 아들은 건강이 악화돼 2007년 암으로 사망했다.

로날드는 동생이 살아 있을 때 그의 지분 10%를 매입하며 자신의 지분을 45%로 늘리고 주도권을 잡았다. 그리고 2009년 형 킨센을 경영 부진에 대한 책임으로 물러나게 한 후 자신의 자녀들을 경영에 참여시키며 형제간의 분쟁을 촉발시켰다. 그의 어머니는 남편이 장남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계속 후계자로 생각해 왔으니 동생이 지분을 늘린 것은 형에게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며 둘째 아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했고 갈등은 가족 전체로 확산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지분 10%를 첫째 아들에게 매도했다. 이에 지분 10%를 가지고 있던 딸 캄 에이링이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되었는데, 그녀는 아버지와 큰오빠가 도박을 좋아하고 아버지는 그동안 장남을 편애했다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며 자신의 지분을 둘째 오빠에게 매각했다.

결국 키센이 지분 45%, 로날드가 55%를 가지게 되자 큰아들 키센은 은퇴하고 레스토랑 사업에서 손을 뗐다. 형이 은퇴하자 로날드는 자신의 두 아들을 회사에 들여와 높은 급여를 주었고, 그들을 이사회 멤버로 임명하여 경영권을 확고하게 했다. 첫째 아들 킨센도 아들이 1명 있었지만 그는 회사에서 일하지 못하도록 했다. 키센은 45%의 지분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로널드가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자 급기야 법원에 소송을 했다. 그의 요구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동생이 자신의 지분을 인수하든가 자신에게 동생의 지분을 팔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을 청산하고 부동산을 매각해 지분에 따라 분배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레스토랑 법인이 해외에 설립되어 있다는 이유로 청산을 허가하지 않았다.

그런 과정을 겪으며 첫째 아들은 2012년 66세의 나이로 사망했는데, 우울증으로 자살했을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장례식 전 그의 어머니는 로날드와 그의 가족들이 킨센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공공연하게 비난을 했다. 이에 대해 로날드의 딸 이본느는 자신의 가족이 나쁜 사람으로 낙인 찍힌 것에 대해 상처를 받고 절망스럽다고 공개적으로 할머니를 비난하며 융키 가족의 문제는 홍콩에서 큰 이슈가 되었다. 키센 측은 몇 년 후 상고를 했고 법원은 서로 원만한 합의가 안 되면 기업을 청산하라며 큰아들의 손을 들어 주었다. 그들은 서로의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2015년 11월 대법원은 회사 정리를 명령했다.

결국 승계 문제를 둘러싼 가족갈등으로 가족관계는 파괴되었고 이는 기업의 존폐에도 영향을 미쳤다. 매우 안타까운 사례지만 융키와 같이 승계 문제로 가족과 기업 모두 실패한 사례는 아주 많이 있다. 그렇다면 융키 사례가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첫째, 가족기업은 가족과 기업이라는 두 개의 시스템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가족은 사랑(Love)을 지향하고 기업은 재무적인 성과를 지향한다. 그런데 근본적으로 이 두 가지 시스템은 충돌하게 돼 있다. 두 시스템이 충돌하면 융키 사례와 같이 가족관계가 파괴되고 극단적으로는 기업까지 잃게 된다. 그러므로 기업가는 사랑은 가족 모두에게 똑같이, 그리고 기업은 가치를 극대화하는 쪽으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둘째, 자녀들에게 소유권을 분배하기 전에 자녀들이 함께 사업을 잘 해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부모가 건재할 때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부모가 없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자녀 간의 갈등이나 분쟁의 가능성을 간과하면 결국 그 문제로 인해 가족과 기업 양쪽 모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러므로 승계에 앞서 자녀들이 협력해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셋째, 승계를 할 때는 가족갈등으로 인해 가족의 재산이 파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약 자녀들이 서로 협력해서 일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면 한 회사에서 서로 경쟁적으로 싸우게 하는 것보다는 분리해서 나눠 주는 것도 하나의 솔루션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성공적인 승계를 위한 장기계획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미루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가족기업이 대를 이어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살아남으려면 능동적으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만약 장기계획이 없이 기업가에게 갑작스러운 사망 등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한다면 가족가치의 파괴, 파산, 가족갈등으로 발전할 수 있다.

프랑스 인시어드대학의 모튼 벤네드 교수는 그의 저서『가족기업 맵(Family Business Map)』에서 승계를 계획하는 가족기업들을 위해 장기계획을 세우는 3단계를 소개했다. 첫째, 인지(Identify) 단계다. 이는 현재와 미래 가족자산 및 장애물을 평가하는 것이다. 가족자산(Family Asset)이란 가족의 이름이나 평판, 유산, 네트워크, 문화적 전통, 가족의 가치 등 가족이 기업에 가치를 창출하는 가족이 가진 자원으로 이는 가족기업의 성공에 있어 핵심요소다.

장기계획을 세우는 데 있어 먼저 우리의 가족자산은 무엇이며 장애물은 어떤 것이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이다.

둘째, 계획수립(Plan) 단계이다. 이는 기업이 원하는 미래 모습을 설정하는 것으로 우리가 원하는 10년 후 또는 미래의 모습은 무엇이며, 오너십과 경영구조는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를 설정해서 그에 따른 지배구조 방향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즉, 장기계획이란 현재와 미래의 가족자산과 장애물을 고려하여 미래의 경영과 소유권 구조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를 계획하는 것이다. 이때 가족자산이 강하고 장애물도 적다면 가족 내에서 승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만약 가족자산이 취약하고 장애물도 많다면 기업을 매각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셋째, 발전(Cultivate) 단계이다. 이는 목표 달성을 위한 기업 및 가족의 지배구조를 개발하는 것이다. 가족 기업의 지배구조란 가족의 협력과 결속 그리고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가족회의나 가족헌장과 같은 가족지배구조 구축, 가족 내에서 소유권을 유지하기 위한 가족 주주 간의 협의체 구성 및 주식매매협정을 체결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업의 경우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 발전을 지원할 전문적인 이사회 구축 등 기업의 지배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상의 장기계획 수립단계를 도식화 해보면 다음과 같다.

가업승계를 대비해서 장기계획을 세우는 것은 그 어떤 일보다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일은 당장 시급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미루기가 쉽다. 그래서 기업가의 갑작스러운 부재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평생을 일군 기업과 가족이 파괴될 수 있다. 경영자라면 반드시 승계 문제를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족, 기업, 소유권과 관련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 김선화 ㈜에프비솔루션즈 대표

201802호 (2018.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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