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다가올 경기호황을 망치지 말라 

 

STEVE FORBES 포브스 회장
달러 약세와 보호무역주의가 회복 중인 미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잊을 만하면 나타나 정책입안자를 유혹하고, 예외 없이 끔찍한 정치적 결과를 낳으며 씁쓸한 뒷맛만 남기는 두 장의 카드다. 그런데도 트럼프 행정부의 일부 인사는 달러 약세와 보호무역주의로 불장난을 하려고 시도 중이다.

· 달러: 위대한 국가의 통화는 약세를 이어갈 수 없다. 그런데도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무지의 소산인 확신을 가지고 달러 약세를 향한 의지를 직설적으로 내보였다.

다행히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 그의 발언을 무마했다. 그러나 재무장관과 재무부가 달러 약세를 원한다는 사실 자체가 걱정된다. 그는 달러 가치를 낮춰야 미국 제품의 수출이 늘어나고 그래야 미국 경제가 성장한다는 매혹적 오류를 믿는 듯하다. 그렇게 유해하고 잘못된 시각을 고집하는 걸 보면, 그가 실무적 경험을 완전히 잊어버렸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통화 약세를 통해 위대함과 지속적 번영을 성취한 국가는 없다. 이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팩트’다. 역사가 증명한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짐바브웨를 보라. 로마 제국이 므누신의 통화 정책을 펼친 후 어떤 길을 갔는지도 생각해 보자. 므누신은 미국의 역사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1971년 여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1969~70년의 경기침체에서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다며 초조해하고 있었다. 경기 침체로 1972년에 있을 재선에 실패할까 걱정됐던 것이다. 당시 세계는 브레튼우즈 금본위제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미국의 금 공급이 감소하며 금융시장에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연방준비제도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 너무 많은 달러를 찍어냈고, 불안해진 국가들은 달러로 금을 사들이며 가치가 하락 중인 달러 보유를 줄이고 금 비중을 늘려나갔다.

안타깝게도 닉슨은 당시 재무장관이었던 존 코널리의 말에 현혹되어 ‘달러와 금의 국제적 태환성을 끊는’ 정책을 취해 금본 위제를 실질적으로 종식시키고 달러의 대대적 가치하락을 이끌었다. 무역 흑자를 유도하고 경제를 번영시켜 재선에서 승리하겠다는 계산이었다.

결국 재선에 성공하긴 했지만, 그 결과 미국 경제는 10년이나 석유 부족과 인플레이션, 경기침체로 허덕였다. 대공황 후 가장 심각했던 불경기는 결국 닉슨 탄핵을 부추기는 한 원인이 됐다. 이후 지미 카터도 비슷한 정책을 시도하다가 닉슨과 나란히 경제적으로 실패한 대통령으로 낙인 찍혔다.

1987년 제임스 베이커 재무장관도 달러 약세를 밀어붙인 적이 있다. 이유는 뻔하다. 수출을 증대하고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서다. 그해 10월 그는 독일에게 “(독일 화폐) 마르크의 가치를 높이지 않으면 우리가 달러 가치를 낮추겠다”며 ‘달러 평가절하’를 다짐했다. 때맞춰 미 의회에서 무역전쟁을 유발할 수 있는 보호무역 조치가 통과되면서 베이커의 통화 정책은 증시의 충격적 폭락을 가져왔다. 다행히 레이건 정부에서 뒤로 물러서면서 시장은 회복했다.

안타깝게도 미국은 2000년대 초반 다시 이 두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재무장관은 달러를 천천히 평가 절하 할 경우 경제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고 믿었다. 언제나처럼 달러 약세는 주택 및 상품 시장의 거품을 촉발했다. 화폐 가치가 불안해지면 실물자산 수요가 높아지는 법이다. 그 끝이 어떻게 됐는지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므누신 장관은 안타깝게도 이런 역사적 사례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

닉슨과 코널리, 므누신 등의 지도자가 끝내 깨닫지 못한 사실은 돈이 바로 부(富)가 되는 게 아니란 점이다. 돈은 가치를 측정하는 수단일 뿐이다. 시계로 시간을 측정하고, 저울로 무게를 재는 것과 마찬가지다. 계량컵과 계량스푼의 기준이 매일 변하면 요리가 얼마나 어려워질지 생각해보자. 돈도 마찬가지다. 변동성은 상업과 투자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게 된다.

돈 자체에는 내재적 가치가 없다. 돈은 신뢰에 기반한 제도일 뿐이다. 어떻게 보면 행사에 초대하는 티켓과 같다. 티켓 자체는 가치가 없지만, 그걸로 특정 서비스를 요구할 수는 있다.

달러 평가절하는 무게나 길이를 속이는 것과 같다. 치즈 1파운드만큼의 돈을 내고 16온스가 아닌 12온스를 받아가는 식이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점차 복잡해지는 공급망을 교란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10달러짜리 부품을 얻기 위해 15달러를 지불할 수도 있다. 기업은 다수 통화의 변동성 위험에 대처하느라 귀중한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할 것이고, 이는 성장을 저해하는 부담이 된다.

· 보호무역주의: 무역적자? 그 자체만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 미국은 건국 이래 대부분 무역적자 상태에 있었다. 과거 미국의 성장을 이끈 핵심요인은 해외 투자자본의 유입이다. 이는 지금도 유효한 사실이다. 최근 미국은 트럼프의 감세 정책 덕에 수천억 달러의 투자자본을 유치하기 시작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을 변화에 맞게 개정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이는 협정을 아예 파기하고 생산시설을 다시 미국으로 옮기도록 기업을 압박하는 것과 완전히 다른 문제다.

불공정 무역조치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차별적 규정을 적용해 외국기업의 자국시장 접근을 제약하고 기업이 원천기술을 넘기도록 강제하는 건 불공정 무역조치가 맞다. 해킹으로 무역기밀을 빼가는 절도 행위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무역협상의 취지는 이런 장벽을 낮추는 데 있어야지, 수입세나 제재를 통해 또 다른 장벽을 세우는 데 있지 않다.

미국을 제외한 세계는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일본은 유럽연합과 포괄적 무역협정을 체결했다. 지난해 미국이 일방적으로 중단한 환태평양 무역협상의 경우, 11개 국가가 미국을 빼고 새로운 구상을 시작했다.

현재 35개의 새로운 양자·지역 협정이 논의 중인 만큼, 앞으로는 무역협상에 참가한 국가 간 무역이 더욱 증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미국은 점점 밀려나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지경이 됐다.

다행히도 최근의 세제 개편으로 국내외 기업의 미국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그 대가로 다른 시장에 대한 접근권을 잃어서 결국 ‘더 많은 돈을 내어놓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1930년대와 같은 무역전쟁은 반드시 피해야만 한다. 1929년 새로 취임한 허버트 후버 대통령은 수입 식품에 높은 관세를 적용하면 과잉생산이 가져온 가격 폭락 때문에 사면초가에 몰린 미국 농부들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보호조치를 포함한 법안이 의회에서 기계적으로 통과된 후에는 수천 가지 수입품 목록에 엄청난 세금이 부과됐다. 세계 무역전쟁이 뒤를 이었고, 그 뒤를 따라 대공황이 모습을 드러낸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 STEVE FORBES 포브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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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호 (2018.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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