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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스 필리 스테이크 창업한 한국계 이민자 찰리 신 

필리 치즈로 이룬 아메리칸 드림 

Grace chunG 포브스 기자
한국계 이민자 찰리 신이 미국의 ‘솔(Soul) 푸드’로 외식업 제국을 건설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뉴욕 맨해튼 그래머시 태번(Gramercy Tavern)에서 찰리 신(Charley Shin·54)을 기다렸다. 이곳은 그의 맨해튼 단골집 중 하나다. 약속 시간 15분이 지나서 찰리 신이 아내 메리(Mary)와 함께 허겁지겁 들어왔다. 택시 기사가 어머니와 전화하는데 정신이 팔려 있었지만, 전화를 끊게 하고 싶지 않아 기다렸다는 것이다. 웨이터가 메뉴를 들고 와서 토마토 샐러드와 줄무늬 농어를 가장 추천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메뉴를 바로 접고 흔쾌히 웨이터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자기 고집을 부리지 않고 순응하는 성격인 것이 바로 느껴졌다. 그러나 레스토랑 경영에서는 이와 180도 다른 철저함을 보여준다. 한국계 미국인 찰리 신은 33년 전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샌드위치 체인점 찰리스 필리 스테이크(Charleys Philly Steaks)를 창업했다. 그의 작은 음식점은 미국 45개 주 도시와 전 세계 19개 국가에서 600개 매장을 둔 거대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

비상장기업으로 운영되는 찰리스의 ‘잠수함처럼 보이는’ 샌드위치 메뉴 중에는 클래식 필리 치즈 스테이크와 이탈리안 디럭스, 치킨 데리야키 등이 있다. 찰리스의 전체 매출은 지난 3년간 평균 7% 성장률을 기록했고, 2017년 결산 매출은 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찰리스 매장은 가맹점이 대부분이다. 전국 지역 쇼핑몰과 공항, 군기지 등에만 503개 매장을 운영하며 틈새시장 공략에 성공했다. 미국 다음으로 매장이 많은 국가는 24개 매장이 있는 UAE, 3위는 10개 매장을 연 사우디아라비아다.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일본에만 각각 5개 매장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늘 사업가가 꿈

“찰리스 가맹점을 3000개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신은 말한다.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외모와 장난스러운 에너지를 숨길 수 없는 그는 찰리스 최고 고객 중 한 명인지도 모른다. 인터뷰를 할 때 그는 모국어 대신 끝까지 영어를 썼다.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13살 때 누나와 함께 미국으로 왔다. 여동생을 따라 2년 전 콜럼버스로 온 어머니가 아메리칸 드림을 위해 아이들을 미국으로 불러들인 것이다. 그는 지금 어머니를 모시며 함께 살고 있다. “(내가) 성공한 건 어머니의 사랑과 헌신 덕분”이라고 신은 말한다.

찰리 신은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재무 및 부동산을 중심으로 경영학을 전공했다. 학교를 다니는 중에도 접시닦이 등의 아르바이트는 계속했다. 그런데 뉴욕으로 간 여행길에서 예기치 않게 들른 필라델피아가 그의 인생을 바꿨다. 필라델피아는 그릴에 구운 고기와 치즈를 넣은 샌드위치로 유명한 곳이다. “너무, 너무 맛있는 샌드위치였어요. 한창 나이라 식욕도 넘쳤죠.” 신은 집에서 비슷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작고 둥근 프라이팬밖에 없어서 그걸로 만들었는데도(제가 만든) 필리 치즈스테이크 맛이 너무 좋은 거예요. 친구들에게 (먹어)보라고 했더니 반응이 아주, 아주 좋더라고요. 그래서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풍미 자체는 다르지만, 고기의 씹는 맛에 바삭한 양파가 어우러진 요리는 얇게 잘라낸 고기를 소스에 재워 굽는 한국의 대표 음식 불고기와 비슷한 구성이다.

신은 미국의 클래식 ‘솔 푸드’를 판매하는 음식점을 열고 싶다고 어머니를 설득했다. 어머니는 평생 모은 돈 4만8000달러를 그에게 아낌없이 내주었다. “(샌드위치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셨지만, 외아들을 믿으신 거죠.”

삼촌에게서 3000달러를 추가로 지원 받은 그는 대학 3학년이 끝나가던 1986년에 대학 캠퍼스를 마주 본 건물, 킨코스 사무 서비스 지점이 있던 곳에 첫 매장을 열었다. “벽에 난 구멍처럼 좁고 어두운 곳이었어요. 차 두 대가 들어가는 차고보다 작았죠.” 신이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1호점이 크게 성공했어요.” 그는 신선한 재료와 좋은 고기를 썼기 때문에 지갑 사정이 여의치 않고 바쁜 대학생에게 인기가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단순히 음식보다 그의 사업적 감각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성공 요인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늘 사업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다른 건 생각해보지도 않았어요.”

대학 영어수업에서 만나 늘 그의 곁을 지켜온 아내 메리가 맞장구쳤다. “강사가 꿈이 뭐냐고 물으면 남편은 늘 ‘백만장자가 되겠다’고 답했죠.”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장난스레 메리가 말했다. 신은 그렇게 학구적인 학생이 아니었다. 가방에는 교과서 대신 비즈니스 잡지가 가득 들어 있었다고 메리가 말하자 신이 바로 끼어들었다. “포브스도 있었지요!”

반응은 아주 좋았지만, 찰리스는 100호 점까지 문을 연 10년이 지나서야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신은 일종의 투자로 생각했기 때문에 손실이 있어도 계속 매장 수를 늘렸다고 말했다.

결국 그의 인내심이 빛을 발했다. 10년간 찰리스 매장은 거의 2배로 늘어났고, 매장에는 군침을 흘리는 손님들이 줄을 섰다. 저지시티 뉴포트센터 쇼핑몰에 있는 찰리스 매장에 가봤다. 오후 시간대, 근처 사무실 관리인으로 일하는 폴이 푸드코트 쪽을 어슬렁거리다가 찰리스로 들어왔다. 그리고 “부드럽게 쭉 늘어지는 (치즈) 맛은 누구나 좋아한다”며 클래식 필리 샌드위치를 시켰다.

메뉴 간판에 큼지막하게 나온 샌드위치 사진은 이곳을 처음 찾은 손님에게도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모양이었다. 중국에서 온 유학생 가필드(폴과 마찬가지로 성은 밝히지 않음)는 ‘한정판’ 트리플 베이컨 스테이크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가격은 7.49달러였다. “근처 살아서 (여러 번 이곳을 지나쳤는데) 한 번 먹어보고 싶었어요.”

신은 자신이 전액 출자한 지주사 고쉬 엔터프라이즈(Gosh Enterprises)를 통해 가맹점을 관리한다. 복수의 가맹점 운영자에게는 매출의 5%, 단일점 운영주에게는 매출의 6%를 로열티로 받는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초기 투자금은 평균 38만 달러다. 찰리스는 당분간 기업공개를 할 계획이 없다.

장기적 성공엔 지혜·사랑·용기 필요

21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패스트푸드 시장은 2016년 2.7% 성장에 그쳤다. 최근 3년간 가장 낮은 수치다. 좀 더 세련된 취향을 가진 소비자들이 건강에 좋은 샐러드나 밥 등을 판매하는 패스트-캐주얼 매장으로 넘어간 탓도 있다. 이런 추세를 잘 알고 있는 신은 요즘 비비밥 아시안 그릴(Bibibop Asian Grill) 프랜차이즈 체인을 키우는 데 좀 더 집중하는 중이다. 지금까지 늘어난 미국 직영 매장 수는 26개다.(관련 기사 참조). 신은 찰리스 일선 경영에서는 손을 떼고 전반적인 운영 방향만 감독하고 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찰리 신은 점심을 먹는 중에도 자신의 믿음을 자주 언급했다. 그는 가맹점주를 모집할 때 윤리적 원칙을 적용해 찰리스 미션을 완수하려고 노력 중이다. “많은 사람을 인터뷰했고, 인성이 좋은 사람이 이길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좋은 사람들은 사업이 잘 안 되고, 인성이 별로인 사람은 승승장구했다. 의아해졌다”고 그는 말했다.

더 오래 살펴본 결과, 신은 덕을 갖추지 않으면 단기적으로는 성공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사업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지혜와 사랑, 특히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아주 오랜 시간 관찰을 하다 보니 리더라면 현명해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며 그들만 힘든 일로 몰아서는 안 돼요. 신뢰를 얻으려면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죠. 사랑을 베푸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용기도 필요합니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위험을 감수하며 다른 사람들이 두려워서 하지 못하는 일을 해내야 합니다.”

이는 사업이 잘될 때 더 필요한 덕목이라고 그는 말했다. “용기를 낸다는 건 쉽지 않죠. 안정된 배를 굳이 흔들어댈 용기를 쉽게 낼 수 있을까요?”

[박스기사] 더 가볍게, 더 빠르게

찰리 신은 2013년 비비밥 아시안 그릴 1호점을 열었다. 매장을 연 주는 아직 많지 않지만, 매장 수 자체는 지난 9개월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카운터에서 재료를 골라 음식을 받은 다음 값을 지불하는 비비밥은 밀레니엄 세대와 젊은 전문직 종사자를 공략해 만든 레스토랑이다. 기존 미국식 패스트푸드보다 한 단계 더 건강한 음식을 제공한다. 밥과 샐러드, 랩, 누들 요리에 다양한 단백질 재료를 넣고, 두부조림과 콩나물, 무 같은 한국식 반찬에 미국식 토핑을 얹은 메뉴다. 가격대는 8~9달러로, 찰리스 필리 스테이크보다 조금 비싼 수준이다.

지난해 3월, 비비밥은 숍하우스(Shophouse) 매장 15개를 인수했다. 프랜차이즈 체인 치포틀 멕시칸 그릴(Chipotle Mexican Grill)에서 분사되어 나온 아시아 요리 전문점이다.

매출 39억 달러 규모의 상장사 치포틀은 숍하우스가 “투자를 계속할 만큼 매력적인 매출과 수익을 달성하지 못했다”며 지난해 자산을 상각하기도 했다. “인수를 결정하기 훨씬 전 숍하우스를 방문한 적이 있다”고 신은 말했다. “콘셉트는 정말 좋았지만 향이 너무 강했고, 틈새시장을 노릴만한 특색이 부족했다. 비비밥의 경우 ‘웰빙’이 주력 콘셉트다. 그냥 음식을 판매하는 것과 사람들이 먹고 싶어 하는 건강한 브랜드가 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비비밥’이라는 이름은 밥과 채소를 섞어 먹는 한국 음식 ‘비빔밥’에서 영감을 받아 지었다. 회사 지분은 100% 전량을 찰리 신이 보유하고 있다. 지난 1년간 매장 매출은 54% 증가했고, 2017년 매출은 5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자료에 따르면, 패스트-캐주얼 시장은 2016년 10% 성장하며 260억 달러 규모(2016년 매출 기준)에 도달했다. 신은 급성장 중인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셈이다. 파네라 브레드(Panera Bread)와 치포틀을 포함한 상위 브랜드 4개가 40% 이상을 차지한 시장이다.

비비밥 사업 아이디어는 찰리스를 쇼핑몰 밖 독립 매장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얻었다. 찰리스 독립 매장에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과는 제각각이었다. “레스토랑 사업이 너무 힘들어서 다른 브랜드를 시작하는 건 생각지도 못했다. 레스토랑 주식조차 거래하지 않았을 정도”라고 신은 말했다.

비비밥은 처음부터 ‘대성공’이었다. 그러나 찰리스의 급성장을 이끈 프랜차이즈 전략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그는 말했다. “(우리의) 핵심 문화를 지키려면, 적어도 51%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야 직원을 제대로 키울 수 있다. 우리는(직원에게) 누구보다 좋은 대우를 해주고 싶다. 회사와 함께 성장하려는 직원이 있다면, 제대로 된 커리어를 계발하도록 돕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당신과 나, 혹은 시급 10달러를 받는 사람 사이에는 어떤 차이도 없습니다. 우리 모두 자신의 능력을 펼칠 기회, 믿어줄 누군가가 필요할 뿐이죠.”

- Grace chunG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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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호 (2018.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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