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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피겨스 

 

AshleA eBeling 포브스 기자
실리콘밸리 거대 벤처캐피탈 사이에서 여성 창업가는 그야말로 ‘찬밥 신세’다. 그러나 제니 에이브람슨이 시작한 리싱크 임팩트는 여성에 주목하며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를 만들고 있다.
워싱턴 D.C.의 여성을 위한 협업 오피스 공간 헤라 허브(Hera Hub)에서 벤처 캐피탈리스트(VC) 제니 에이브람슨(Jenny Abramson·40)을 만났다. 에이브람슨은 이곳에서 외부 사람을 만나 창업 계획을 듣는 ‘오픈 오피스’를 매월 하루씩 진행하고 있다. 검은색 긴 생머리를 오른쪽 어깨로 넘긴 그녀는 스타일러스 펜으로 능숙하게 아이패드에 메모를 하다가 앞에서 발표하고 있는 킴벌리 린슨(Kimberly Linson·46)과 눈을 맞추었다. 린슨은 교사 전용 학습 사이트 ‘리더럴리(Leaderally)’를 설명하는 중이었다.

‘꿈/믿음/성취’가 쓰인 노트를 손에 꽉 움켜쥐고 웹사이트 베타 버전 1월 론칭을 설명하는 린슨은 당연히 조금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녀와 다른 두 명의 여성 공동창업가는 개인교습기관에서 오랜 시간 관리자로 근무한 경험을 가지고 창업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창업주 중 여성 있으면 실적 더 좋아

린슨에게 질문을 한 차례 퍼부은 에이브람슨은 리더럴리의 사업 콘셉트에 대해 “크게 기대된다”고 평가한 후, 차터스쿨 교사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할 것을 제안했다. 차터스쿨 교사들은 공립학교 교사보다 경력이 짧아서 새로운 교수법을 좀 더 유연하게 수용하기 때문이다. 명문 차터스쿨 D.C. 프랩(Prep) 이사회에 소속되어 있고, 런던 경제대학원에서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유전학 학위를 받은 후 하버드 MBA를 졸업하기 전 티치포 아메리카(Teach for America) 프로그램 전략을 구상했던 에이브람슨은 차터스쿨에 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깊이 새겨듣죠!” 다음 사람을 위해 방을 나가며 고맙다는 표정으로 린슨이 외쳤다.

에이브람슨이 설립하고 책임자로 관리 중인 벤처펀드의 이름은 ‘리싱크 임팩트(Rethink Impact)’다. 사회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여성 창업가의 기술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지난해 3월 총 1억 1200만 달러의 자금을 모집했다. 그리 대단한 금액은 아닌 것 같지만, 여성 창업가 전용 벤처펀드 중에서는 미국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크런치베이스(CrunchBase)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100대 벤처기업 중 여성 파트너는 8%밖에 되지 않는다. 여성 파트너가 한 명도 없는 기업은 58개나 된다. VC가 여성 창업자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돈은 전체 계약의 4.4%, 달러 기준으로는 2%도 채 되지 않는다. 피치북(Pitchbook)이 2016년 초부터 집계한 데이터에 따른 결과다.

리싱크 임팩트의 여성 창업가 투자는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충분히 자격을 갖췄는데도 단지 창업주가 여성이라는 이유 때문에 자금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이들에게 정당한 기회를 주는 투자자는 최상의 투자처 중 하나를 골라 그만큼 추가 수익을 거둘 수 있다. 퍼스트 라운드 캐피탈(First Round Capital)이 2005~2015년 초기단계 스타트업 투자 결과를 검토했더니, 창업주 중 한 명이라도 여성이 있는 경우 창업주가 모두 남성인 스타트업보다 실제로 실적이 63% 더 좋았다. 물론 VC 업체 한 곳의 결과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성을 지원할 경우 상당한 투자 수익을 누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는 이 외에도 꽤 존재한다.

에이브람슨의 경우 돈이 가장 큰 목적은 아니다. 그녀에게는 다른 목표가 있다. 바로 여성 기업가를 위한 ‘생태계 구축’이다.

지난여름, 성추행 사건이 실리콘밸리를 흔들었을 때, 에이브람슨은 서부 연안을 맡은 파트너 하이디 파텔(Heidi Patel·42)과 함께 여성 기업가들이 자문하는 자리를 마련하며 실리콘밸리 성차별을 저격한 날카로운 초대장을 보냈다. “아이가 있고, 다른 할 일이 너무 많으신가요? 우리는 그게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수많은 책임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사람이니까요. 사무실에 탁구대가 없다고요? 괜찮습니다. 우리 사무실에도 탁구대는 없습니다. 우리가 추파를 보내고 희롱할까 봐 망설여지나요? 걱정 마세요. 우리 또한 당신 입장에 있어 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알고 있어요. 힘든 일을 헤쳐가고 있는 당신, 우리가 도와줄게요.”

리싱크 임팩트의 공동파트너 두 명과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지금까지 여성 창업가 700여 명과 접촉하거나 전화이메일을 교환했다. 리싱크 임팩트는 최종적으로 25~30개 기업에 투자할 계획이지만, 펀드 운용기간 동안 2500~3000개 기업과 네트워킹하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테네시주 억만장자 가문도 투자

전적으로 여성에게만 투자하는 신규 펀드 중에는 리싱크 임팩트의 투자자 진영이 가장 화려하다. 리싱크 임팩트 투자자 중 두 명(블랙엔터테인먼트 텔레비전 공동창업가 셰일라 존슨(Sheila Johnson)과 제약사 두 곳의 공동창업주 사치코 쿠노(Sachiko Kuno))는 포브스 자수성가 여성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또 다른 유명 투자자로는 테네시주 억만장자 가문 프리스트 출신의 제니퍼 프리스트(Jennifer Frist)가 있다. 에이브람슨과 프리스트는 UBS 웰스 매니지먼트가 30명의 잠재 투자자를 초대한 내슈빌 오찬에서 처음 만났다. UBS 웰스 매니지먼트가 리싱크 임팩트를 국내 클라이언트에 선보일 첫 민간 임팩트 펀드로 선정해 준 덕이다. 리싱크 임팩트를 선정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UBS 국내 임팩트 투자 총괄 존 아모어(John Amore)에 따르면, 밀레니엄 세대와 여성의 경우 단순 수익을 넘어 의미 있는 투자를 요구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한다.

“다른 여성을 돕는 게 좋아요. 변화를 만들어갈 기업을 원합니다.” 밴더빌트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프리스트가 말했다. 프리스트는 12살, 15살 두 딸을 대신해 각 25만 달러씩 투자한 돈을 포함해 총 100만 달러를 리싱크 임팩트에 투자했다.

리싱크 임팩트는 엔젤투자 및 성장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는 멘토링을 해주고, 시리즈 A 단계나 그 이후부터 본격 투자를 시작한다. 지금까지 리싱크 임팩트는 14개 기업에 투자를 결정했다. 인지능력 저하를 우려하는 베이비붐 세대들이 온라인에서 1차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뉴로트랙(Neurotrack), 전자청원사이트 체인지(Change.org), 탄력근무제 전문직 및 관리직 일자리를 검색하는 온라인 플랫폼 워크(Werk), 대기 질 센서 네트워크 설계 및 구현 기업 애클리마(Aclima), 샌프란시스코와 나이로비에 본사를 둔 선불 태양에너지 서비스업체 안가자(Angaza) 등이 리싱크 임팩트의 투자를 받았다. 안가자의 경우 최근 진행된 시리즈 B 투자에 억만장자 로렌 파월 잡스(Laurene Powell Jobs)가 세운 이머슨 컬렉티브(Emerson Collective)가 주관사로 나서 자금을 모집하기도 했다.

여성 창업가를 위한 투자 증가

에이브람슨의 노력에는 의미 있으면서도 씁쓸한 스토리가 숨어 있다. 20년 전, 그녀의 어머니 패티 에이브람슨(Patty Abramson)은 5000만 달러를 모아 여성 기업가를 위한 벤처 투자사를 워싱턴 D.C.에서 발족했다. ‘여성전용클럽 오픈’이라는 기사 제목을 달고 한 손에 여송연을 든 모습으로 워싱턴 기술잡지 표지에 등장했을 정도로 화제도 모았다. 그러나 2000년 닷컴거품이 붕괴되면서 패티 에이브람슨은 수익도, 손실도 내지 못한 채 투자자에게 돈을 돌려주고 회사를 정리했다.

어머니가 못다 한 꿈을 이루기 위해 딸이 VC를 시작한 건 아니다. MBA 졸업 후 제니는 워싱턴포스트 코퍼레이션 경영진으로 8년간 근무했다. 2013년에는 휴대전화 사용자 안전 정보를 크라우드소싱하는 앱 개발업체 리브세이프(LiveSafe)를 창업했다. 그때 어머니의 야심 찬 투자펀드가 해체되고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도 여성 창업가의 상황이 별반 개선되지 않았음을 깨달은 제니는 자신이 직접 VC를 하기로 결심했다.

2015년 에이브람슨은 시베스트 그룹(Seavest Group)과 손잡고 리싱크 임팩트를 발족했다. 그리고 임팩트 투자를 함께할 파트너 모색에 나섰다. 학사·석사 학위를 받은 스탠퍼드 대학의 동문 네트워크에서 그녀는 아큐먼 펀드(Acumen Fund) 인도 사무소에서 근무하며 현장 잔뼈가 굵은 파텔을 만났다. 파텔은 34명으로 구성된 임팩트 투자팀을 결성했고, 상류층 투자가 문을 위해 130개 임팩트 투자업체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그녀는 펀드 관리 외에도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서 임팩트 투자를 강의하고 있다.

“흐름이 만들어졌다”고 말한 에이브람슨은 여성 창업가를 위한 투자가 증가 추세라고 알려줬다.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어머니의 노고를 기억한다는 표시로 이렇게 덧붙였다. “20년 전에도 이런 흐름을 포착한 사람들이 있었죠. 저희 펀드는 그때보다 규모가 큰 만큼 기대도 큽니다. (이번만큼은) 진짜 변화가 시작됐다고 봅니다.”

- AshleA eBeling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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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호 (2018.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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