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팬심’ 가득한 솔리드웍스 월드 2018 

3D 세상의 현재와 미래 

로스앤젤레스(미국)=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3D 분야의 엔지니어와 디자이너의 축제로 불리는 ‘솔리드웍스 월드 2018’이 2월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3D 솔루션 솔리드웍스를 이용해 세상을 바꿔나가는 이들이 즐겁게 만나는 장이었다.

▎2월 5일 개막식장에 지안 파올로 바시 대표가 투 빗 서커스에서 제작한 페달펍을 타고 행사장에 나오는 이벤트를 선보였다. / 사진:솔리드웍스
오전 8시 30분이 다가오면서 행사가 열린 컨벤션센터 308호 메인 홀 앞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이들로 북적였다. 뭔가 재미있는 이벤트를 기다리는 듯 이들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문이 열리자 사람들이 박수를 치면서 들어갔다. 메인 홀에서는 몸을 들썩이게 하는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단상 부근에서는 박수와 환호성이 쏟아졌다. 마치 유명 가수의 콘서트장에 온 듯하다. 올해 20주년을 맞이한 ‘솔리드웍스 월드 2018’은 이렇게 시작했다.

20주년 행사에 6000여 명 참석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 2층 전시관에는 110여 개 기업이 선보인 3D 프린터 및 제품과 솔루션이 전시됐다. / 사진:최영진 기자
1997년 3D 솔루션 분야의 글로벌 리더 ‘다쏘시스템’은 3D 솔루션 ‘솔리드웍스’를 만드는 기업 솔리드웍스를 인수했다. 이후부터 솔리드웍스 월드 행사가 열리기 시작했다. 다쏘시스템의 3D 솔루션이 하이엔드급이라면 솔리드웍스는 대중성이 강화된 제품이다. 이 행사는 솔리드웍스를 사용하는 3D 부문의 전문가와 엔지니어, 디자이너와 기업 등이 참여해 정보를 교환하고 성과를 발표하는 콘퍼런스다.

솔리드웍스는 560만 명이 사용하는 3D CAD 솔루션이다. 80여 개국 이상에서 사용되고 있다. 솔리드웍스 월드는 3D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대표적인 행사다. 올해는 2월 4일(현지시간)부터 7일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올해 이 행사 참가비는 1200달러(약 130만원)가 넘지만, 세계 각국에서 60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참석자들은 쉴 틈 없이 컨벤션센터 이곳저곳을 돌아봐야 할 정도.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은 매일 오전 8시 30분부터 10시까지 열리는 메인 키노트다. 솔리드웍스의 신기술과 솔루션이 발표되고, 솔리드웍스를 이용해 제작한 제품을 선보이는 자리다. 메인 키노트가 끝나면 저녁 6시까지 컨벤션센터 곳곳에 마련된 미팅 룸에서 200여 개 이상의 다양한 회의와 발표가 이뤄졌다.

3D 관련 전문 분야의 인사들이 참석하는 콘퍼런스라는 특성 때문에 행사 분위기가 지루하거나 무거울 수도 있었지만, 이 행사는 시작부터 끝까지 시끌벅적한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바로 ‘팬심’ 덕분이다. 솔리드웍스가 매년 이런 대규모 행사를 열 수 있는 원동력도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있기 때문이다.

솔리드웍스는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솔리드웍스 월드라는 대규모 콘퍼런스가 20년 동안 이어진 원동력이다. 심지어 메인 키노트 시간에는 솔리드웍스를 사용하는 동호인을 위한 발표 시간까지 마련되어 있다.

2월 5일 오전 8시 30분 열린 개막식에는 2015년 초 대표에 취임한 지안 파올로 바시 대표가 연사로 나섰다. 그는 매년 솔리드웍스 월드를 한 편의 공연처럼 보이게 만들곤 했다. 자신이 처음 취임했을 때는 개막식에서 뮤지컬 공연을 선보였다. 2017년에는 마술 공연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올해 바시 대표는 실험적인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투 빗 서커스(Two Bit Circus)가 제작한 페달펍(맥주를 마시고 페달을 밟으면 움직이는 이동식 펍)을 타고 등장하는 깜짝 이벤트를 선보였다. 예년에 비하면 조촐한 이벤트였다.

그가 대규모 퍼포먼스를 자제한 이유가 있다. 올해 첫선을 보이는 솔리드웍스의 솔루션과 플랫폼 발표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서다. 가장 큰 이슈는 클라우드 기반의 솔리드웍스 솔루션 론칭이었다. 바시 대표는 행사 첫날 “오늘 솔리드웍스의 새로운 솔루션을 선보인다. 바로 3D 익스피리언스 소셜 컬리버레이션 서비스(Experience Social Collaboration Services), 3D 익스피리언스 PLM(제품수명 주기관리) 서비스, 솔리드웍스 프로덕트 디자이너, 솔리드웍스 엑스디자인, 3D 익스피리언스 마켓플레이스다”라고 발표했다. 또 “오늘 발표한 솔루션은 수백만의 사용자를 기쁘게 하고, 클라우드 플랫폼을 현실화한 것”이라고 자랑했다.

3D 익스피리언스는 솔리드웍스의 클라우드 플랫폼이다. 컬래버레이션 서비스는 데스크톱의 데이터를 다른 사용자와 공유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PLM 서비스는 3D 익스피리언스 플랫폼에서 클릭 몇 번으로 시뮬레이션을 하고 이를 통해 제품의 문제점을 찾을 수 있는 서비스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부품 디자인에 적용할 수 있는 조합을 인공지능이 직접 찾아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엑스디자인은 클라우드 기반의 3D CAD이며, 어떤 디바이스에서도 3D 설계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솔루션이다.

특히 바시 대표는 3D 익스피리언스 마켓플레이스를 가리켜 “솔리드웍스의 3D 솔루션을 이용해 디자인부터 제조까지 모두 가능한 클라우드 플랫폼”이라며 “마켓플레이스를 이용하면 설계부터 디자인, 배송까지 모두 원스톱으로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엔지니어를 위한 아마존이 될 것”이라며 “제조자를 위한 시장을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마켓플레이스에는 50여 곳의 디지털 제조사와 3000만 개 이상의 부품 소스가 등록되어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솔리드웍스

솔리드웍스 월드의 볼거리는 우리 일상에서 3D 솔루션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발견하는 것이다. MIT 미디어 연구실 네리 옥스만 교수,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기업 투 빗 서커스(Two Bit Circus)의 브렌트 부쉬넬 대표, 한국인 최초로 메인 연사로 무대에 오른 SG로보틱스 공경철 대표 (서강대 교수), 할리우드 세트 디자이너 조 히우라 등이 메인 연사로 나섰다. 이들은 솔리드웍스의 3D 솔루션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 지를 유쾌하게 보여줘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 외에도 다양한 기업 관계자와 창업가가 연사로 나섰다. “자동차 업계의 구찌가 되고 싶다”는 말을 해 박수를 받은 스타트업 링브라더스 관계자는 솔리드웍스를 이용해 전 세계 자동차 부품을 스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솔리드웍스와 파트너십을 맺은 HP는 새로운 3D 프린터 라인업을 이 자리에서 발표했다.

스타트업이 솔리드웍스를 이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과정도 발표됐다. 초음속 항공기를 만드는 4년 된 스타트업 붐은 솔리드웍스를 이용해 비행기를 만드는 과정을 발표했다. 대기업도 실패한 초음속 항공기에 도전한 이유에 대해 “기존 제품이 없다는 점에서 스타트업이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대답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창업한 아리보는 도심 교통체증을 해결할 수 있는 슈퍼 트레인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서핑보드에 엔진을 장착한 마코 보드를 개발한 자일로인더스트리즈도 자사 제품을 직접 무대에서 선보였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솔리드웍스를 이용하면 직접 제품을 만들지 않고 제품을 미리 시뮬레이션 할 수 있다”면서 “솔리드웍스의 3D 솔루션은 빠르게 제품 개발을 할 수 있는 최적의 도구”라고 강조했다.

솔리드웍스 월드의 또 다른 볼거리는 솔리드웍스를 이용해 개발한 제품과 프로토타입을 볼 수 있는 전시관이다. 컨벤션센터 2층에 마련된 전시관에는 3D 프린터를 선보인 신도와 3D 솔루션 보안 기업 마크애니, SG 로보틱스 등 3개의 한국기업을 포함해 110여 곳에서 관련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였다.

마지막 날 바시 대표는 “내년 솔리드웍스 월드는 미국 댈러스에서 열린다”고 발표하면서 행사를 마무리했다. 솔리드웍스 월드는 기업과 사용자의 적극적인 소통이 돋보이는 행사로 평가받고 있다.

- 로스앤젤레스(미국)=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박스기사] 지안 파올로 바시 솔리드웍스 대표 - “솔리드웍스의 올해 키워드는 클라우드다”


▎지안 파올로 바시 대표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솔리드웍스 월드 2018’ 개막식에서 솔리드웍스의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솔리드웍스
솔리드웍스 월드 20주년 행사를 연 주인공은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의 지안 파올로 바시(Gian Paolo Bassi) 대표다. 2015년 미국 피닉스에서 열린 ‘솔리드웍스 월드 2015’에서 공식적으로 대표로 취임한 이래 솔리드웍스의 성장을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막식에서 3D익스피리언스(3D Experience)를 발표했다.

데스크톱에서 솔리드웍스의 솔루션을 이용했던 유저들이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게 만든 클라우드 플랫폼이다. 3D익스피리언스는 3D 솔루션 분야의 아마존웹서비스와 같은 강력한 클라우드 플랫폼이 될 것이다.

대표 취임 이후 올해 4번째 여는 행사인데, 4년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나.

그동안 많은 성장을 했다는 게 가장 큰 변화다.(웃음) 가장 중요한 것은 클라우드 시대를 대비했다는 것이다. 데스크톱 사용자의 요구를 만족시키고, 새로운 세대를 위한 서비스를 준비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엔지니어계의 아마존이 되겠다’는 말을 했다.

아마존은 책으로 시작해 이제는 모든 것을 파는 플랫폼이 됐다. 우리가 이번에 론칭한 3D익스피리언스 마켓플레이스는 엔지니어들에게 아마존과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 솔리드웍스 솔루션은 전 세계 1000만 명이 넘는 학생이 사용하고 있다. 비싼 학비 때문에 고민하는 재능 있는 학생들이 마켓플레이스에서 일을 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솔리드웍스 월드 2018에서 처음 선보인 솔루션 중 하나가 3D익스피리언스 마켓플레이스다. 기존 데스크톱 유저도 사용할 수 있다. 마켓플레이스는 쉽게 말하면 3D 디자인과 제조업체 장터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면 특수한 제품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면 이를 구체화할 수 있는 전문가와 부품 등이 필요하다. 마켓플레이스를 이용하면 디자인부터 제조, 배송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마켓플레이스에 들어가 전문가를 고르거나, 제조업체 혹은 부품업체 등을 고를 수 있다. 이후 완성된 제품은 마치 아마존의 배송 시스템처럼 집에서 받아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바시 대표가 “엔지니어계의 아마존이 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배경이다. 마켓플레이스는 북미 지역과 유럽에서 먼저 론칭된다.

대표에 취임했을 때 의료분야 확대를 목표로 했는데 성과는 어떤가.

미국의 존슨앤존슨은 협심증 치료법인 심장 스텐트 삽입술을 우리 솔루션으로 모의시험 하고 있다. 한국의 아산병원에서도 인공장기나 인공방광 등을 제작할 때 솔리드웍스의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다. 의료분야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솔리드웍스의 성적은 어떤가.

구체적인 수치는 밝힐 수 없지만, 매년 두 자릿수로 성장하고 있다. 솔리드웍스 솔루션은 제조 분야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한국 엔지니어 업계에서는 아직 클라우드 서비스가 낯선 것으로 알고 있다. 일반 유저가 엔지니어링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올리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론칭한 솔리드웍스의 클라우드 서비스는 우선 스타트업이나 학교, 개인사업자 등을 위주로 마케팅할 계획이다.

- 로스앤젤레스(미국)=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201803호 (2018.02.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