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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예술가를 후원하는 방식 

 

KATHLEEN CHAYKOWSKI 포브스 기자
현대를 사는 우리는 메디치 가문처럼 부유하지 않아도 예술을 후원할 수 있다. 쥐꼬리처럼 적은 온라인 광고 수입으로 허덕이던 창작자들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패트리온을 통해 구원받을 수 있을까?
11월의 어느 일요일 밤 10시, 캘리포니아 버뱅크 공항에서 의자에 편히 등을 기대고 앉은 잭 콘테(Jack Conte·33)를 만났다. 모자를 깊게 눌러쓴 그는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더부룩한 수염을 기른 그의 얼굴은 항상 활기가 넘친다. 주말이면 로스앤젤레스에서 자신의 펑크 밴드 스케어리 포켓(Scary Pockets)과 즉흥 공연을 펼치고, 주중이면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가 완전히 다른 형태의 공연에 돌입한다. 바로 스타트업 패트리온(Patreon) 경영이다. 패트리온은 팬들이 월 구독료를 지불해 화가, 팟캐스터, 가수, 댄서, 작가, 게임 디자이너, 사진가 등 자신이 좋아하는 창작자를 후원하는 웹사이트이자 모바일 앱이다.

콘테는 100명의 직원이 일하는 스타트업(9월에 평가받은 기업가치는 4억 달러) 창업가이자 CEO로 일하면서 음악에 대한 열정은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다. 이런 자신의 모습을 콘테는 쾌활하게 ‘정체성 위기’라 표현한다. 모순처럼 보이지만 음악가와 기업가의 모습은 함께 갈 수밖에 없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야말로 애초에 패트리온을 창업하게 만든 동력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역량에 많은 창작자가 의존하고 있다”고 콘테는 패트리온 샌프란시스코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 점이 내게는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음악을 위한 시간을 줄였다.”

콘테가 패트리온에 집중하는 이유는 패트리온이 창작자들을 구원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패트리온이 있다면 창작자는 디지털 광고로 (대부분 간신히) 살아가거나 킥스타터(Kickstarter)·인디고고(Indiegogo)를 비롯한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서 일회성 후원금을 유지하는 제한된 선택지에서 해방될 수 있다. 패트리온은 상식에 어긋나는 믿음 위에 시작된 회사다. 자신이 좋아하는 예술가를 도울 수 있고 방법만 수월하다면 무료로 볼 수 있는 콘텐트를 위해 팬들이 월 구독료를 기꺼이, 심지어 열심히 지불할 거라는 믿음이다. 패트리온의 성공은 콘테의 생각이 옳았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패트리온에서는 이용자들이 지불하는 구독료 덕분에 약 5만 명의 예술가가 예측 가능한 월급을 받고 있다. “킥스타터나 인디고고에서 돈을 모으려면 창작자들은 매번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패트리온 투자자이자 이사회 위원으로 있는 인덱스 벤처스(Index Ventures)의 파트너 대니 라이머(Danny Rimer)는 말했다. “소프트웨어 기업이 라이선스 판매에서 소프트웨어 구독으로 사업모델을 전환한 이유와 동일하다. 예측 가능한 매출 창출 및 고객 서비스 제고를 위해서다.”

콘테가 스탠퍼드 대학 룸메이트였던 샘 얌(Sam Yam·33·패트리온 CTO)과 함께 패트리온을 창업한 건 4년 전이다. 그동안 패트리온은 소속 예술가들에게 2억 5000만 달러 이상을 지급했는데, 2017년 지급 금액만 1억5000만 달러에 이른다. 패트리온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후원 방법이 단순하고, 구독을 시작해 ‘패트론(후원자)’이 되면 예술가와 실시간 질의응답 시간, 혹은 일대일 대화 등의 특혜를 누리는 직접적인 대화 창구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으로 볼 수 없는 무대 뒤 제작과정을 볼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을 도울 때 즐거움을 느끼는 인간의 이타성도 도움이 된다. 패트리온은 인간 본성을 바꾸기보다 팬과 예술가의 교류를 촉진하는 걸로 성공을 거둔 셈이다.

경쟁자들이 속속 시장에 들어오는 상황이지만(킥스타터의 경우 11월에 경쟁 서비스 ‘드립(Drip)’을 론칭했다), 아직까지는 패트리온의 규모가 가장 크고 성장률 또한 창업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후원자와 창작자, 후원 금액 모두 전년 대비 2배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현재 패트리온은 조슈아 쿠슈너(Joshua Kushner)의 스라이브 캐피탈(Thrive Capital)과 프리스타일 캐피탈(Freestyle Capital) 등의 투자진으로부터 모집한 1억 달러 중 일부를 투자해 내년부터 직원 수를 2배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패트리온의 성공은 어떻게 보면 상식을 거부한 결과다. 이용자당 월평균 후원금액은 12달러로, 스포티파이나 넷플릭스의 방대한 동영상 및 음원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기본 구독료보다 높다. (작품당 후원금을 지불하는 이용자도 있다.) 매월 3만 달러 이상을 버는 예술가도 10명이 넘는다. 영화평론가 블라인드 웨이브(Blind Wave)와 지난해 패트리온에서만 40만 달러를 벌어간 아카펠라 가수 피터 홀렌스(Peter Hollens)가 대표적 사례다.

패트리온은 이용자가 후원을 할 때마다 금액의 5%를 가져간다. 킥스타터와 인디고고와 동일한 비율이지만, 각각 45%와 30%를 가져가는 유튜브나 애플 아이튠스에 비해서는 훨씬 적다. “창작자에게 최대한 많은 돈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콘테는 말했다. 패트리온이 지난해 수수료로 벌어들인 수입은 약 800만 달러로 추산된다.

이용자는 단계별로 구성된 서비스를 선택해서 구독할 수 있다. 보통 1달러에서 10달러까지 단계가 나뉜다. 이보다 더 지불하는 이용자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 범위 안에서 차등화된 혜택이 주어진다. 우쿠렐레 연주자 신시아 린(Cynthia Lin)은 팬들에게 생방송으로 연주 강의를 한다. 수입의 절반을 패트리온에서 버는 그녀는 지난해 패트리온 덕분에 팬 수를 400명에서 1400명으로 늘렸다. 칠레 일러스트레이터 프란 메네세즈(Fran Meneses)의 경우 ‘스케치북 투어’ 동영상과 채팅으로 매달 4000달러 이상을 벌어서 자신의 에치(Etsy) 매장 및 인스타그램 수입을 보충하고 있다.

창작자는 무료로 패트리온에 가입할 수 있으며, 패트리온에게 콘텐트 독점권을 약속할 필요도 없다. 가입을 하면 패트리온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법에 관해 정보도 얻을 수 있다. 공영라디오 방송국 모델을 기반으로 한 회원 모집 캠페인을 위한 각종 분석법이나 이메일 관리를 돕는 사무 지원 기능도 배울 수 있다. 패트리온은 팬층을 어느 정도 확보했지만 아직 전국적 유명세를 얻지 못한 창작자에게 적합한 플랫폼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좀 더 유명한 창작자도 플랫폼으로 포용하고 인터넷에 뺏긴 콘텐트 창작자의 재정적 기반을 되찾아 줄 기술을 증명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콘테에게 이 임무는 개인적으로도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북쪽에 위치한 자유분방한 분위기 의 마린 카운티(Marin County)에서 성장한 그는 6살 때 아버지로부터 블루스 음계를 배운 이후 음악에 매료됐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음악과 작곡을 공부하던 그는 2007년 당시 여자친구였던 나탈리 크눗센(Nataly Knutsen·콘테와 2016년 결혼)과 함께 유튜브 동영상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2013년에는 저금을 탈탈 털고 신용카드 2장을 한도까지 긁어서 모은 돈으로 3개월간 일렉트로닉 뮤직비디오 제작에 들어갔다. 스타워즈 우주선 밀레니엄 팔콘 조종석을 그대로 재현하고 로봇까지 등장시킨 뮤직비디오였다. 팬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고, 공개 첫해에 유튜브 조회수 100만 뷰를 달성했다. 그러나 첫 달 콘테의 손에 쥐어진 돈은 고작 54달러였다. 지금까지 그 뮤직비디오로 콘테가 번 돈은 총 1000달러 정도다. 비디오 제작에 투입한 시간은 논외로 하더라도 총 1만 달러가 투입된 비디오였다. “창작자로서 그때가 최악의 바닥이었다”고 콘테는 말했다. 가치 있는 콘텐트를 만들었는데도 그 대가를 전혀 받지 못한다는 걸 그는 깨달았다. “격차를 느끼고 나서 곧바로 패트리온을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콘테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얌과 의논했고, 얌은 수개월에 걸쳐 패트리온 사이트 프로그래밍을 완성했다. 2013년 5월 사이트가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순식간에 콘테의 팬 100명으로부터 월 구독료 700달러가 모였다. 수개월 뒤에는 투자자들이 문을 두드렸다.

지금 콘테는 수많은 성장기회를 눈여겨보는 중이다. 그중 첫 번째는 바로 해외사업 확장이다. 패트리온 사이트는 영어로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미 달러화만 취급하지만, 해외 후원자가 전체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가상현실 콘서트처럼 몰입도를 높인 기능도 고안 중이다. 아직 확실히 결정한 건 아니지만, 좀 더 장기적으로는 티켓 발매나 굿즈 판매처럼 소규모 사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확장도 염두에 두고 있다. 예술가의 열정을 하나의 직업으로 변모시키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예술가들은 이제 더는 굶주리지 않아도 돼요.” 콘테가 말했다.

[박스기사] How to Play It

2009년 신용카드를 받을 수 없어 자신의 작품을 팔지 못했던 한 예술가가 선도적 결제 서비스업체를 공동 창업했다. 그 회사가 바로 스퀘어(Square)다. 지금은 미용실이나 동네 커피숍, 주말 아트페어에 가면 아이콘이 된 스퀘어 카드 리더기를 볼 수 있다. 작은 흰색의 정사각형은 스마트폰 기능을 활용해 소상공인과 예술 장인들이 신용카드 결제를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신속히 처리하고 재고를 관리하도록 돕는다. 주 이용자는 패트리온 이용자와 상당 부분 겹친다. 그런 스퀘어가 ‘스퀘어 캐피탈(Square Capital)’로 다시 한 번 소상공인을 공략한다. 그동안 스퀘어가 축적한 데이터를 활용해 시중 은행에서 소외됐던 소상공인에게 즉각적으로 대출을 해주는 서비스다. 새로 선보인 결제앱 ‘스퀘어 캐시(Square Cash)’는 은행을 거치지 않는 P2P 이체 및 환거래가 가능하다. 2017년 154% 상승한 스퀘어의 주가는 2018년 들어서 지금까지 30%가 상승했다. 매출 성장률이 평균 77%를 기록 중인 만큼, 매수 주문은 아직 유효하다.

※ 존 D. 마크맨(Jon D. Markman)은 마크맨 캐피탈 인사이트 사장이다.

- KATHLEEN CHAYKOWSKI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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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호 (2018.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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