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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EDITION_(3)] 기욤 드 세느 에르메스 시계 부문 회장 

“장인정신과 창의력이 우리 시계의 DNA” 

제네바(스위스)=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에르메스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SIHH(국제고급시계박람회)에 공식 데뷔했다. 기욤 드 세느 에르메스 시계 부문 회장을 현지에서 만나 SIHH 진출 배경과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스위스 현지에서 만난 기욤 드 세느 회장. 에르메스 가문의 6대손으로 시계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 사진:에르메스
지난 20년간 바젤월드에서 다양한 시계를 선보여온 에르메스가 SIHH에 새롭게 합류했다. 스위스의 진정한 워치메이커로 발돋움하기 위해 아낌없는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온 에르메스의 이번 데뷔 무대는 전 세계 언론과 바이어, 시계 애호가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 1월 15일, 에르메스 전시 부스에서 만난 기욤 드 세느 회장은 “이번 박람회는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에르메스의 새로운 산물들을 공개하는 뜻깊은 자리”라며 “이번 데뷔 무대를 계기로 에르메스가 스위스에 본거지를 둔 창의적인 시계 브랜드라는 것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SIHH에 첫선을 보였다. 소감이 어떤가?

무척 기쁘고 기대된다. 무엇보다 우리 부스가 박람회장 입구 바로 앞에 자리 잡고 있어서 누구나 가장 먼저 우리 브랜드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여타 브랜드와 차별화된 방식으로 아름답게 완성된 쇼윈도에서 소개되는 제품들도 매우 흥미롭다.

바젤월드에서 SIHH로 옮긴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이미 1995년부터 바젤월드에서 우리 시계들을 소개해왔다. 바젤에 처음 소개되었을 당시와 지금은 꽤 많은 변화가 있다. 현재 우리는 특별한 컴플리케이션을 지닌 하이엔드 시계들을 선보이고 있지만 1995년 당시엔 그렇지 않았다. 대부분의 제품이 쿼츠에 집중돼 있었다. 이러한 변화를 고려했을 때 SIHH가 현재의 우리 제품들을 선보이기에 더욱 적합한 환경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대중적인 바젤에 비해 SIHH는 하이엔드를 지향한다. 이런 부분이 에르메스의 향후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

에르메스의 모든 제품은 가죽 기술에서부터 시작된 궁극의 장인정신과 강렬한 창조 정신의 결합으로 이뤄진다. 스위스 시계의 장인정신과 에르메스가 갖고 있는 특별한 창의력을 조합해 최상의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 우리가 지속해나가야 할 비즈니스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박람회에서 이런 부분을 강력하게 표명하고 싶다.

기계식 시계는 아날로그의 대표적인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에르메스의 시계들은 다른 브랜드와 달리 혁신·신소재·하이테크 같은 단 어들과는 거리가 좀 있어 보인다. 에르메스가 지향하는 시계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에르메스가 브랜드로서 갖는 큰 강점 중 하나는 모든 제품군에 적용되는 일관성이라고 할 수 있다. 에르메스의 아티스틱 디렉터이자 나의 사촌인 피에르 알렉시 뒤마는 에르메스만의 스타일이 전 영역에 걸쳐 일관적으로 드러날 수 있도록 이끄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기 위한 제품을 만들지 않는다. 시계는 물론 다른 제품들을 제작할 때도 에르메스만의 스타일을 담은 최상의 품질을 지닌 오브제들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방향이다.

시간을 재해석하는 스위스 시계 브랜드


▎에르메스 부스 중앙에 마련된 설치물. 올해 콘셉트인 ‘렛츠 플레이’를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이번 박람회에서 에르메스는 브랜드 콘셉트인 ‘렛츠 플레이’에 걸맞은 시계들을 선보였다. 정사각형 케이스 안에 라운드 형태의 다이얼이 독특한 까레 아쉬를 비롯해 승마 기수의 컬러풀한 재킷에서 영감을 받은 아쏘 카자크, 악어가죽을 연상시키는 크리스털 다이얼이 인상적인 아쏘 포켓 밀레피오리가 그것이다. 전시 부스 역시 콘셉트에 맞게 유머러스하면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았다. 특히 부스 중앙에 마련된 기하하적 조형물은 에르메스의 플레이가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줬다.

이번 박람회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제품은 무엇인가?

에르메스가 추구하는 방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까레 아쉬다. 이 시계는 정사각형 속에 라운드의 형태를 담고 있다. 다른 브랜드에서 이런 케이스를 찾아보기 어렵다. 또 에르메스 시계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다이얼 숫자의 형태인데 두 자리로 표기되는 특별한 형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미학적인 균형감을 위한 선택으로 이러한 디테일도 기존 시계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다.

시계 제작에서 에르메스가 가장 신경을 쓰는 점은 무엇인가?

우리 시계의 부품들은 모두 스위스산이다. 100% 스위스 메이드 시계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이는 전체적인 시계 제조 과정을 직접 관리하고 이를 통해 에르메스에 걸맞은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올해 고급시계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지?

스위스의 시계 수출 실적이 지난해 꾸준히 나아지고 있는 모습을 보였고, 올해도 성장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시계 역시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번 SIHH 참가를 계기로 다시 한번 우리의 역량을 증명하고 싶다. 올해 출시되는 신제품들은 우리가 올 한 해를 낙관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들이 되어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을 밝혀 달라.

알다시피 에르메스는 180년 전에 설립된 회사이며, 나는 가문의 6대손으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가족 경영 기업의 특성상 언제나 장기적인 안목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10여 년 전 일본이 장기 불황을 겪고 있을 당시에도 지속적으로 투자를 진행했고, 현재 경제 상황이 어려운 홍콩 시장에도 꾸준히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얼마 전 홍콩에 매장을 하나 더 오픈한 것은 좋은 사례다. 시계뿐만 아니라 에르메스 전체로 보았을 때도 한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우리는 브랜드의 로열티를 가진 한국 고객들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이며, 앞으로도 한국 시장에 투자를 지속할 예정이다.

에르메스의 꾸준한 성장을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최상의 기술과 품질로 일생을 함께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 성장의 지름길이 아닐까 싶다. 그것이 에르메스의 방식이고, 우리는 앞으로도 같은 방식을 계속 유지해나갈 계획이다. 우리는 세상이 급변하고 있는 것을 매우 잘 인지하고 있고, 그에 따라 적절히 변화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제품을 만드는 기본적인 철학만큼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 제네바(스위스)=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

201803호 (2018.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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