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소리 없이 강한 미래형 자동차 

현대차의 차세대 수소차 넥쏘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궁극의 자동차를 수소차로 꼽는 이유가 있다. 연료 공급이 무한하고 오염 물질 배출이 없어서다. 걸림돌이었던 비용과 기술 문제가 하나둘 사라지며 수소차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가 속속 수소 상용차를 출시 중이다. 한국 현대차의 넥쏘는 한 단계 앞선 수소차로 꼽힌다.

▎사진:현대차
2월 5일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현대차의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 시승행사가 열렸다. 강원도 평창까지 약 250㎞ 구간이었다. 영하 10도에 칼바람이 부는 날, 강원도로 향했다. 차량에 탑승하자 독특한 형태의 내부 디자인이 눈에 들어왔다. 12.3인치 디스플레이와 넓게 자리한 센터 페시아가 중앙을 차지하고 있었다. 통합형 디스플레이 기능 덕에 조작하기가 쉬웠다. 인테리어를 평가하자면 ‘벤츠 같은 현대 스타일’이라 할 수 있다. 전체적인 디자인과 모습은 벤츠 같다. 하지만 이를 현대식으로 소화했다. 최고급 자동차의 디자인 형식을 따라가지만, 현대 고유의 정체성를 보여준다.

이제 시승 이야기를 해보자. 수소차 시승은 처음이었다. 제주도에서 전기차를 처음 몰 때보다 조금 더 신경이 쓰였다. 넥쏘에 올라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와 도로로 진입하는 단 몇 분 사이에 생각이 바뀌었다. ‘이것 봐라’는 혼잣말이 나올 정도였다. 시동을 걸 때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부르릉 소리 없이 계기판에 불이 들어왔다. 옆에 동행한 기자에게 시동이 걸린 것 같으냐고 확인했을 정도다. 아무 소리도 없이 운전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경험이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20~140㎞로 달릴 때 유난히 풍절음이 크게 들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차량 내부의 소리가 없으니 외부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주행 능력은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저속부터 고속 구간까지 고른 가속력을 보였고, 고속 주행 시 단단하고 안정적인 승차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만족스러웠다.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은 수준급이었고, 코너를 돌 때도 쏠리지 않았다. 안정적인 코너링 능력이 돋보였다. 차선을 변경하려고 방향지시등을 조작하면 계기판에 후측방 카메라 영상이 뜬다. 일부 수입차 모델에도 적용됐던 기능인데, 넥쏘에선 계기판에 화면이 더 크고 선명하게 나온다. 시승하며 다소 아쉬웠던 점은 시속 140㎞ 이상 구간이었다. 시승 중 한 번은 2017 기아 소렌토와 나란히 달리며 가속한 일이 있었다. 고속 구간에서 한계를 느꼈다. 시야에서 유유히 사라지는 소렌토를 하염없이 바라봐야 했다. 가속기가 내려앉을 정도로 세게 밟았지만 속도계는 160㎞에 머물며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가격은 4000만원대

넥쏘 수십 대가 함께 움직이는 행사라 다른 차를 관찰할 기회도 있었다. 앞서 달리는 차량 배기구에선 하얀 김이 뿜어 나왔다. 가습기에서 나오는 수증기와 모양은 물론 성분도 같다고 한다. 차 배기구에서는 기화된 물만 배출되는 진정한 친환경 자동차다. 배기구에 직접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본 한 자동차 전문 기자는 “그냥 아무 냄새도 안 나요. 가습기를 약하게 틀어 놓은 거 같아요”라고 느낌을 표현했다.

여주휴게소에 들렀을 때 수소 충전소에서 충전을 해봤다. 연료통 절반을 채우는 데에 약 2분 정도 걸렸다. 넥쏘가 한 번에 6.33㎏까지 충전할 수 있으니 완충에 5분가량 걸린다. 연비는 공인복합연비(96.2㎞/㎏)보다는 모자란 81㎞/㎏가 나왔다. 수소 1㎏으로 81㎞를 달린 것이다. 넥쏘의 차량 가격은 7000만원 선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2000만원 안팎의 보조금이 나오니 잘하면 4000만원대 후반에서 차를 구입할 수 있다. 수소 충전소 인프라만 잘 구축된다면 한번 몰아볼 만한 차라는 평가다.

[박스기사] 넥쏘 자율주행차를 타보니


▎시승 중 경기도 여주휴게소의 수소충전소에서 넥쏘를 충전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자율주행차를 시승했다. 현대차 넥쏘 수소차의 자율주행 모델이었다. 문재통령은 “빠르게 운행하면서 앞차와 속도를 맞추고 차선을 변경하는 것이 놀라웠다”고 소감을 말했다. 같은 차를 평창에서 시승했다. 평창 시내에서 올림픽 스타디움 초입까지 7km 거리였다. 현대 자율주행차 연구원이 운전해 주차장을 나오자 자율주행을 시작했다.

넥쏘 자율주행 능력은 3단계와 4단계 중간 정도라 한다. 기술적으로 구분하는 기준들이 있지만 쉽게 말하면, 고속도로를 안전히 다닐 정도면 3단계고, 시내 주행을 편하게 하면 4단계다. 넥쏘는 도로 주변 상황을 분석하며 이동하는 모델이다. 반경 100미터 내에서 벌어지는 교통상황을 파악하며 반응한다. 예컨대 좌회전 구간이 가까워지면 차선을 옮겨 미리 준비한다. 신호등이 켜지면 속도를 줄이고 정지선에 선다. 신호등을 직접 읽는 것은 아니다. 신호등 신호를 따로 받아서 작동한다. 신호대기 중에는 신호대기가 끝나는 시간까지 표시됐다. 이동 시에는 레이더와 라이더(움직임 감지기)에 잡힌 사람과 차량을 분석하며 속도와 이동 방향을 결정한다.

현대차 연구원은 일반 상황에서는 대단히 안전한 차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사림이 운전했으면 사고가 발생할 뻔한 일이 있었다. 시운전 중 해가 지기 시작한 저녁이었다. 검은 옷을 입은 할머니가 건널목에서 갑자기 차 앞으로 뛰어들었다. 빨간불이었고 운전석에 앉은 연구원도 할머니를 인지하지 못했다. 차가 미리 이를 인지하고 멈췄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안전하다는 것은 아직 기술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눈비가 많이 오면 센서 능력이 떨어진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벌레가 센서에 끼어도 문제다. 이런 외부적 요인이 차량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여기에 사고 시 책임 여부와 법규 정리도 필요하다. 자율주행차 시대를 10~20년 후로 예상하는 이유다.

-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201803호 (2018.02.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