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나는 왜 산에 가는가? 

 

노익상 한국리서치 회장·(사)대한산악구조협회 회장
60여 명의 산악인이 모였다. 아무도 건강을 위하여 산에 간다고 하지는 않았다.

“너 , 왜 산에 가?” “나? 자연과 하나가 되기 위한 몸부림….” 되돌아선다. 어색해서. 산 친구들끼리 뭐 그런 질문을 하냐? 불쑥 대답은 했지만 왠지 속마음을 들킨 기분이다.

지난 3월 11일 대륜산에서 2018년도 전국산악구조대 워크숍이 있었다. 각 시도 대장, 강사, 임원들까지 전문 산악인 약 60명이 모였다. 아침 9시 얼음골에서 열린 모의 개회식 때 필자는 대원들에게 두 가지 숙제를 주었다. “하나, 나는 왜 산에 가는가? 둘, 나의 알피니즘은 무엇인가? 각자 생각해서 오늘 중 내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내주십시오. 우리의 공통분모가 무엇인지 알고, 또 돌연변이 같은 생각도 무엇이 있는지 알기 위함입니다. ”

대원들이 “뭐 이런 숙제가 다 있어? 뻔한 것 아니야. 그냥 산이 거기 있으니까. 좋으니까 가지 뭐.” 이런 생각을 하고 천편일률적인 대답을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오후 5시경부터 숙제 풀이가 오는데, 아! 그 진지함, 그 순진함, 그 열정! 컴퓨터 앞에 앉아, 그들의 응답을 내용 분석 방법을 이용해 분류하고 연결하기 시작했다. 기쁨이 느껴진다. 다음 날 완주군 주안면 면사무소에서 워크숍 분임 발표를 하기에 앞서, 산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모아서 알려주었다. 이런 내용이었다.


첫째, 산행 동료가 좋다는 것이다. ‘산에 같이 가는 사람이 좋아서.’ ‘그들의 깨끗함이, 그 순수함이 좋아서.’ ‘산이 좋고 선후배들의 정과 의리에 반해서 오래도록 다니고 싶습니다.’ ‘산에서의 의리가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어서.’ ‘내가 선배로부터 배운 기술과 능력을 이제는 후배들에게 전수해야 하는 시기.’

둘째, 산은 삶의 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산은 나의 삶이다. 내 삶의 한 부분이다. 취미가 아니다.’ ‘산은 나의 인생, 그 자체다.’ ‘산과 산행은 내 삶의 한 부분, 그것도 아주 중요하다.’ ‘태어나 자란 곳이 산골인지라 산은 친근한 친구이었지요. 오늘도 산에 오르고 부딪치며 결국 인생 마지막까지의 동반자로, 반려자로 남기 위해 오늘도 배낭을 꾸린다.’

셋째, 도전이라는 것이다. ‘나를 찾기 위하여 산에 갑니다.’ ‘나의 도전의 한계는? 나의 능력의 한계는?’ ‘산에 있는 또 다른 나를 찾으러 산에 갑니다.’ ‘20대가 지나 30대에 이르러 보니, 새로운 코스를 계속해서 찾아다니며 즐거움을 누렸습니다. 체력적으로 기술적으로 활력이 넘치는 시기,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기 위하여 산에 다녔던 것 같습니다.’

산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도전하고 있는 새로운 나, 그런 나 자신이 자연과 한 덩어리가 되어 있는 것, 그러한 사람이 나만이 아니고 내 옆에도 있다는 행복! 이것이 전문 산악인들이 산을 찾는 이유 같다. 아무도 건강을 위하여 산에 간다고 하지는 않았다.

- 노익상 한국리서치 회장·(사)대한산악구조협회 회장

201804호 (2018.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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