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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대한민국 셀러브리티(4)] 10년 연속 선정 ‘브랜드 김연아’ 

은퇴 뒤 더 빛나는 파워 셀럽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화무십일홍’ ‘권불십년’이라지만 김연아의 브랜드 파워는 지지 않는다. 오히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홍보, 방송 CF, 유니세프 친선대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만개하고 있다. 소속사 올댓스포츠의 구동회 대표와 함께 김연아의 ‘파워’를 분석했다.

▎2월 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성화 점화자로 나선 김연아가 달항아리에 점화하기 전 스케이트를 타고 있다.
“여왕이 돌아왔습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장내 사회를 맡은 배기완 SBS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울리자 관중석에선 환호성이 터졌다. 하얀 원피스, 스케이트 차림의 김연아(28)는 성화대 밑 작은 은반에서 우아한 몸짓을 뽐냈다. ‘최종 성화 점화 김연아’는 당연한 예상이었지만 ‘피겨스케이트 점화’는 누구도 생각지 못한 시나리오였다. ‘올림픽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성화 점화를 하고 싶다’는 조직위원회의 꿈이 현실화되는 순간이었다.

당초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준 원고에는 김연아에 대해 ‘올림픽 챔피언, 전 피겨 세계챔피언’이라고만 적혀 있었다고 한다. 배 아나운서의 “여왕이 돌아왔습니다”라는 멘트는 애드리브였지만 이는 개막식장의 관객은 물론이고 전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모두가 최종 점화자의 상징성과 영향력을 완벽히 충족할 수 있는 주인공으로 김연아를 꼽고 있었던 것이다.

김연아는 문화·예술·스포츠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다. 각종 스포츠 대회의 홍보대사로, 한 해 10여 개 CF를 촬영하는 톱스타로, 유니세프 친선대사 등 기부활동으로 종횡무진한다. 포브스코리아가 2009년부터 시작한 ‘파워 셀럽’ 조사에서 김연아는 1·2회 1위에 오른 이후 10년째 상위권에 올라 있다. 셀럽들의 부침 속에 10년 연속 선정은 그가 유일하다. 지난해 6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리서치가 발표한 ‘영향력 있는 스포츠 스타’에서도 김연아는 3년째 1위에 올랐다. ‘김연아’라는 이름은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고, 셀럽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실력·외모·공익활동이 파워 원동력


▎구동회 올댓스포츠 대표는 12년째 김연아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다. 그는 “김연아의 경쟁력은 선수 시절 독보적인 실력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접은 지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며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3월 15일 서울 강남의 올댓스포츠에서 만난 구동회 대표는 “김연아의 경쟁력은 선수 시절 일구어놓은 독보적인 존재감에 기반한다”며 “피겨 불모지인 한국 선수로서 세계신기록을 11번이나 경신하면서 레전드(전설) 계보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2007년 4월 태릉선수촌에서 당시 수리고 1학년이던 김연아를 처음 만난 이후 12년째 매니지먼트를 하고 있다. 스포츠신문 기자 출신의 구 대표는 영국에서 스포츠·컬처&미디어 석사 과정을 밟은 뒤 국내에서 스포츠 매니지먼트 영역을 개척했다. 업계에서는 ‘스포츠 마케팅의 선구자’로 불린다.

김연아는 선수 시절 내내 월등한 실력을 나타냈다. 일곱 살 때 처음 스케이트를 타서 열두 살 때 5가지 기술의 트리플 점프(공중 3회전 점프)를 모두 완성했다. 2009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여자 싱글 최초로 200점을 넘으며 우승했는데, 당시 AP통신은 “경쟁이라기보다는 즉위식에 가까웠다”고 극찬했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다시 최고 점수를 228.56점까지 올리며 금메달을 땄고,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선 판정 논란 속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구 대표는 “2004년 주니어 시절부터 2014년 은퇴하기까지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최소 동메달 이상을 수상했다”고 말했다.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부문에서 최초로 ‘올포디움(all podium·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3위 이상 입상하는 것)’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피겨, 특히 여자 싱글은 동계올림픽의 꽃이라 세계의 주목을 받는 월드 스타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본인의 타고난 ‘끼와 외모’도 대중의 사랑을 받는 요인이다. 김연아는 친근한 외모 덕분에 선수 시절 ‘국민 여동생’ ‘예쁜 딸’로 불리다가 은퇴 후엔 ‘사귀고 싶은 이성’ ‘20대 여성의 워너비’로 꼽힌다. 특히 노래 실력도 좋아 가수 아이유·박정현·이승기 등과 협업으로 음반 11개를 냈다. 구 대표는 “그럼에도 스타인 양, 연예인 양하지 않고 평범하고 털털하다. 이것이 많은 팬을 확보한 이유”라며 “김연아 팬 층을 보면 20~30대 젊은 여성이 많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안티 팬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다양한 공익활동도 김연아의 파워를 키웠다. 스포츠계 안팎에선 “평창 동계올림픽의 시작부터 끝까지 김연아의 영향력이 함께했다”고 평가한다. 2011년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의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23차 IOC 총회에 참석한 김연아는 유창한 영어 실력과 차분한 말투, 풍부한 표현력으로 더반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11월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휴전결의안 채택을 호소했다. 당시 김연아는 “열 살 때 남북한 선수들이 시드니올림픽에 함께 들어가는 것을 보며 스포츠의 힘을 목격했다”며 “평창 동계올림픽이 남북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전 세계와 인류를 위한 올림픽 평화 정신을 나눌 최고의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호소했다.

또 하나 주목할 만 한 점은 김연아가 보여주고 있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이다. 최근 셀럽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는 ‘선한 영향력’을 이미 오래전부터 실천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 조사에 따르면 김연아가 본격적으로 시니어 무대에 도전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지금까지 진행한 그의 기부 횟수와 금액은 약 50여 차례 총 30억원에 이른다.

‘건강·친근함’ 이미지로 10년째 CF 톱


▎포브스코리아 선정 ‘파워 셀럽’에서 김연아는 1·2회 1위에 이어 10년째 정상을 달리고 있다. 이제 김연아는 브랜드가 됐다. 사진은 ‘파워 셀럽’ 선정 1·2회 당시 표지.
브랜드가 된 김연아는 각종 CF에서 막강한 파워를 보이고 있다. 현재 KB금융·제이에스티나·SK텔레콤·동서식품맥심·코카콜라·뉴발란스·강원평창수·잇츠스킨·E1·오메가 등 10개 방송 광고에 출연 중이다. 구 대표는 “초기 CF에선 스포츠 스타로서의 이미지가 강했지만 지금은 국민적인 아이콘으로서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연아의 광고 효과는 입증됐다. LG전자에 밀려 만년 2등이었던 삼성전자 에어컨은 2008년 ‘싱싱 불어라’ 하우젠 CF에 김연아를 투입하면서 이후 업계 순위를 뒤집었다. LG생활건강의 섬유유연제 샤프란도 김연아의 CF 이후 부동의 1위인 피죤을 따라잡았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김연아의 국민적인 인기도·호감도가 반영된 결과”라며 “광고 모델로 10년이면 시장에서 질릴 법도 한데 김연아는 영향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KB는 11년째 후원 광고 계약을 유지하고 있고, 삼성전자도 2008년부터 8년간 롱런했다”며 “업계 톱 브랜드이면서 장기간 파트너십이 가능한 브랜드를 CF 출연 기준으로 삼는다”고 말했다. 브랜드가 김연아를 만나 매출이 올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김연아 입장에서도 좋은 브랜드를 만나야 건강한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구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구 대표는 “인스턴트식품이나 사행성 게임·오락 등의 CF를 피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김연아가 만든 효과는 뭐니 뭐니 해도 ‘연아 키즈’의 탄생이다. 김연아의 가치는 그가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을 개척하며 걸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김연아를 보고 올림픽 무대를 꿈꾼 ‘연아 키즈’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빛났다. 비록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김연아 한 명만 바라보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여자 싱글의 최다빈(수리고), 김하늘(평촌중)부터 남자 싱글 차준환(휘문고), 피겨 페어 김규은-감강찬, 아이스댄스 민유라-알렉산더 겜린 등 전 종목에 걸쳐 기대 이상의 성적을 일궈냈다. 스노보드 대회전에서 은메달을 딴 이상호 선수는 “김연아 선수가 피겨스케이팅을 알린 것처럼 나도 알파인 스노보드 종목을 세상에 알리고 싶다. 선후배 동료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구 대표의 올댓스포츠엔 운동선수 30여 명이 소속해 있다.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 윤성빈, 봅슬레이 은메달리스트 원윤종·서영우 선수가 눈에 띈다. 구 대표는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이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에서 메달을 따며 한국 동계올림픽 종목의 영역을 확대했다. 5년째 투자와 지원을 집중한 결과”라며 “제2의 김연아가 한국 동계올림픽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선한 영향력’ 지속할 활동 고민 중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김연아의 행보와 관련해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김연아 역시 “당장은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해 홍보대사 역할에만 충실할 것”이라며 말을 아껴왔다. 하지만 선수생활을 은퇴했으니 레전드로서의 의미는 시간이 갈수록 퇴색할 수밖에 없다. 지금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10년 뒤에도 계속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김연아와 소속사 올댓스포츠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구 대표는 “10년 정도 셀럽으로서 정상의 자리에 있었지만 우리의 목표가 ‘톱스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선수생활을 은퇴했으니 새로운 길을 걸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걸어온 길에서 크게 벗어날 수도 없다”며 “그래서 엔터테이너(예능인)가 될 가능성은 제로다. 인기를 좇아갈 일도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유치와 홍보에 주력했던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났으니 본인도 자신의 길을 고민할 것이고, 회사는 그 결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구 대표는 가끔 2009년 1월 1일 김연아에게 새해 인사 전화를 했던 일을 떠올린다. 2009년 3월 LA에서 열리는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세계선수권 첫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던 김연아는 캐나다에서 맹훈련 중이었다. 구 대표가 “새해 첫날인데 좀 쉬지 그러냐”고 말하자 김연아는 “다른 선수들이 쉴 때 나도 쉬면 어떻게 세계 1위를 할 수 있느냐. 쉴 틈이 없다”고 답했다. 구 대표는 “김연아는 노력파다. 타고난 자질도 훌륭하지만 빙상 위에서 펼치는 기술과 연기는 훈련의 결과”라며 “그는 국민의 희망을 견지하기 위해 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201804호 (2018.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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