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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안 개구리, 금융지주사(3) 

‘돈 잔치’로 눈총받는 금융지주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지난해 4대 시중은행이 이자로만 거둔 이익은 22조원, 순이익만 7조5000억원을 달성했다. 성과급 잔치와 ‘황제 연봉’ 논란도 다시금 고개를 내밀었다. 은행의 이자 이익이 늘면 대출이 크게 늘었다는 증거다. 실제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 서민의 허리띠도 그만큼 짧아졌다. ‘탐욕’과 ‘관치’가 맞서는 ‘돈 잔치’ 논란을 짚어봤다.

‘기본급의 200%’

KB국민·KEB하나·우리 등 주요 시중은행이 내건 성과급 지급의 마지노선이다. 신한도 이보단 적지만 100% 넘게 성과급을 지급했다. 4대 은행과 금융지주가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주주 배당금과 직원 성과급을 대폭 늘린 것이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여론의 시선이 문제다.

KB국민은행의 경우 기본급의 300%에 달하는 특별 보조금을 연말, 연초로 나눠 지급했다. 지난해 말 200%, 올해 1월 100%를 추가 지급하는 식으로 지급해 임직원이라면 적게는 400만원, 많게는 1200만원까지 받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KB노조 측은 “지난해 순이익(2조 1750억원)이 2016년보다 125.6% 늘어났다”며 사측과 추가 임금단체협상에 나서 또 다른 성과급 지급을 예고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지난해 실적 2조1035억원을 기록, 업계 2위로 뛰어오르면서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했다. 연말 기본급의 200%를 지급했고, 관리자 이하 직원에겐 현금 200만원을 쥐여줬다. 우리은행도 마찬가지로 올해 초기본급의 20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우리은행 측은 “우리은행만 놓고 봤을 때 지난해 당기순이익 1조 3991억원 달성했다”며 “2016년 민영화 전환 이전까지는 성과급이 없었고, 지난해 민영화 이후 지급한 격려금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기본급의 200%’ 고지는 넘기지 못했지만, 신한은행도 초과이익 분배제에 따라 예년 규정대로 기본급의 100%대 성과급이 지급된 것으로 전해지나 정확한 비율은 밝히지 않았다.

주요 금융지주사 평균 연봉 1억원 넘어


은행권 연봉도 최고 수준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4대 금융사(KB·하나·신한·우리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3곳은 지주사 연봉 기준)의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1825만원이다. 하나금융지주가 1인당 평균 1억3200만원으로 최고 연봉을 기록했고, 다음으로 KB금융지주(1억2700만원), 신한금융지주(1억1700만원), 우리은행(8800만원) 순이었다.

주변 눈총은 더 따가워졌다. 서민을 대상으로 한 대출영업으로 거둔 이자수익으로 ‘돈 잔치’를 벌였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서민층은 대출을 늘리고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으로 가계대출은 772조원을 넘겼고, 올해 1월부터 한 달 간 늘어난 가계대출만 5조2000억원을 넘었다.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등 기타 대출이 주범이며, 2008년 이후 사상 최대치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금융권 최고경영진의 고액연봉과 성과급도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3연임’에 성공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2016년 기준으로 급여 6억8200만원과 6억3700만원에 달하는 상여금 등 총 13억2100만원의 보수를 챙겼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도 은행장 겸직 보수를 포함해 10억2400만원을,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9억8500만원을 받았다(*2016년 기준으로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15억7200만원으로 최고 연봉을 기록했으나 임기가 끝났으므로 제외함). 셋 다 3년간 경영 성과 평가에 따라 지급하는 장기 성과연동형 주식보상(이하 장기성과급)은 보수 총액에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장기성과급이 뭘까. 금융지주 회장의 3년 임기의 성과를 평가해서 실제 제공할 장기성과급을 주식과 연동하는 식이다. 목표치와 실제 성과를 비교해 할당받은 주식 수에 공정 시가(주가)를 곱하면 대략 어느 정도 현금을 받을지 알 수 있다. 4월 KB금융지주는 윤 회장에게 지급하는 장기성과급을 자사주 4만6890주로 확정했다. 즉 올해부터 매년 1만5630주씩 임기가 끝나는 2020년 11월 20일까지 총 3년간 윤 회장이 받을 장기성과급이다. 물론 실지급은 2020년 장기 성과평가 후에 지급 여부가 결정된다. 금액으로 따져보면 4월 10일 종가(5만8600원)를 기준으로 27억4775만 가량이다.


▎올해 금융감독원은 금융지주사 보상체계가 적절한 지 여부를 따져볼 계획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이후 21일 이사회에서 조 회장의 장기성과급을 자사주 1만8200주로 정했다. 올해부터 2021년까지 임기 4년인 조 회장의 경우 5년 후 7만2800 주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같은 날 종가(4만5050원)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32억7964만원 정도다. 지난해 최고 보수액을 챙긴 하나금융의 경우 주주총회에 올린 김 회장의 ‘3연임’ 안건 통과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 장기성과급 규모를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금융지주사 측도 나름 부정적인 ‘여론’을 고민했다는 입장이다. 최근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모두 지난 임기보다 장기성과급 할당 주식 수를 크게 줄였다고 밝혔다. KB금융지주는 윤 회장의 장기성과급 자사주를 해마다 5000주씩 총 3년간 1만5000주를, 신한금융 지주는 조 회장의 배당 자사주를 매년 1400주씩 총 4년간 5600주를 삭감했다.

‘조삼모사’란 평가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 업계 관계자는 “당국에서 금융지주 회장과 임직원의 성과급이 과도하다고 보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한 조치”라며 “하지만 KB금융지주의 경우 윤 회장 1기 재임 시절보다 장기성과급 자사주를 줄였지만, 이미 주가가 4만원대에서 6만원대로 뛰었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같은 시각에서 보면 신한금융지주도 주가가 3만원대에서 최근 4~5만원대를 넘나들고 있기에 이전 임기 때보다 획기적으로 줄었다고 보기엔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다.

이마저도 금융당국이 한 번 팔을 걷어붙인 결과다. 지난해 8월 29일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시행령이 일부 개정됐다. 시행령(제17조)은 금융권의 임원 및 금융투자업무담당자에 대한 성과보수의 40% 이상을 3년 이상 이연지급하도록 의무화했다. 이전에는 금융사 임원 성과급을 일시에 지급할 수 있어 임기 막판에 무분별한 대출확대 등 단기 성과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도 매년 장기성과급 규모를 정한 후 임기를 마친 다음 해에 지급하도록 내부규정을 바꾼 이유다.

이와 더불어 환수규정도 전격적으로 마련했다. 금융사 인원이 업무 관련 손실을 냈을 경우 성과급을 줄이거나 환수할 수 있는 근거다. 금융회사지배구조 감독규정(제9조 3항)에 따르면 ‘이연지급 기간 중 담당 업무와 관련해 금융회사에 손실이 발생한 경우 이연지급 예정인 성과보수를 실현된 손실규모를 반영해 재산정된다’고 명시했다.

최근 금융권은 이를 잘 따르고 있을까. 이연지급은 잘 명시돼 있으나 성과급을 줄이거나 환수라는 규정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2월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지주사 9곳(신한·KB·하나·NH농협·JB·BNK·DGB·한국투자·메리츠금융) 가운데 신한금융지주, BNK금융을 뺀 나머지 7곳은 내부규정상 환수 관련 규정을 명시하지 않았다. 신한금융지주 내부 규범을 보면 ‘재무성과가 목표에 미달하거나 손실이 발생한 경우 지급 미확정 부분을 재무성과나 손실규모 등을 반영해 조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감독규정을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다. 내부규범이 아닌 다른 내규에 조항을 포함했다는 곳은 KB, 하나, DGB, 한국투자 총 네 군데였고, 아예 환수규정이 없는 곳은 NH농협, JB금융, 메리츠금융 등 총 세 곳이었다.

금융당국 “금융사 임직원 성과급 과도”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는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검사를 시작하지 않은 상황이라 정확히 밝힐 수 없다”며 “하지만 금융업계 전반에 문제가 발생하면 이익을 환수하는 클로백(claw back) 제도를 확대해 정착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클로백 제도는 미국 모건스탠리가 직원이 비윤리적인 행동을 할 경우 급여를 환수하거나 지급을 보류하고자 마련한 제도로, 미국 100대 기업 중 70% 이상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도입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검사를 하면서 보상체계의 ‘적절성’ 여부를 꼼꼼히 따져볼 요량이다. 특히 은행권의 직원 성과급이나 CEO 성과보상 체계, 환수규정 미비 등 관련 사항에 지적이 잇따르면서 ‘돈 잔치’ 제동에 필요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금융당국은 4대 금융지주사를 비롯해 나머지 시중은행에 “새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성과급 지급을 자제할 것”을 경고했다.

올해 1월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혁신 추진방향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채용리비, 황제연봉, 불완전판매 등을 금융적폐로 규정하고 적극적으로 청산하겠다”고 했다. 이보다 앞서 최흥식 금융감독원장도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사 최고 경영진 보상이 과도해 일반 직원들과의 차이가 다소 지나치다고 생각한다”며 “점진적으로 최고 경영진의 인센티브를 줄여야 하며, 일부 금융권의 고배당 정책도 과도한 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되레 임금과 성과급 구조를 유연하게 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예대마진에만 집중하고 덩치만 키우며 뒷걸음질하는 한국 금융업에 규제완화가 더 필요하다는 뜻이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한국 금융지주사가 IB 일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구조조정 등 각 분야에 특화된 전문가들이 필요하다”며 “이런 인재를 은행에 끌어들이려면 현재의 경직적인 임금구조와 채용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고, ‘전당포식 영업’에서 벗어날 새로운 시도를 하기 어려운 풍토를 조장하는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돈 잔치’ 이면엔 대규모 ‘희망퇴직’이란 그늘도 자리하고 있다. 희망퇴직으로 은행을 떠나는 직원이 줄을 짓고 있다. 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6개월간 은행을 떠난 직원 수가 2400명에 달한다. 인터넷뱅킹이 활성화되고, 카카오뱅크, K뱅크 등 인터넷은행이 새로 출범하면서 국내 대다수 은행이 영업점 수를 크게 줄인 탓이다. 가장 사람을 많이 내보낸 곳은 우리은행이며, 지난해 7월 기준으로 1011명이나 퇴직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벌써 희망퇴직을 신청한 이만 700명으로 지난해(280명)보다 2.5배 늘었다. 국민은행도 400명, 하나은행은 임금 피크제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한 207명이 회사 문을 나섰다.

당분간 금융권 성과급 잔치는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사가 손쉬운 이자수익에 집중하고, 직원들까지 떠나 보내는 희망퇴직으로 거둔 초과 성과는 분명 ‘혁신의 결과물’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탓은 아닐까.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201804호 (2018.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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