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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환 액티브인터내쇼날 한국법인 대표 

“재고, 땡처리 말고 제값으로 교환하세요”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재고 없는 회사는 없다. 한국 등 16개국에 진출한 액티브인터내쇼날은 재고 등 잉여자산을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광고권으로 ‘제값’ 처리해준다. 기업 간 거래로 윈-윈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있다.

▎전종환 액티브인터내쇼날 한국법인 대표가 재고 화장품과 골프장 이용권을 물물교환 하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국내 식료품기업 A사는 20억원 규모의 고급 초콜릿 재고가 발생해 골머리를 앓았다. 밸런타인데이·화이트데이를 겨냥한 수요 예측에 실패한 것. 유통기한이 채 2주일도 남지 않아 국내에선 정식 유통이 불가능했다. ‘땡처리’를 하자니 원가 이하의 큰 손해가 예상되던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바터무역(물물교환) 전문기업 액티브인터내쇼날이다. A사는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초콜릿을 정상가(장부가+α)로 인정받고 액티브인터내쇼날에 팔았다. 재고 상품은 액티브인터내쇼날 중국법인을 통해 전량 수출됐다.

A사는 물품대금으로 현금 대신 ‘트레이드 크레디트(TC)’를 받았다. TC는 액티브인터내쇼날의 회원사 간 거래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구매권이다. A사는 이전까지 지출하던 케이블TV 채널 광고비용 중 일부를 현금 대신 TC로 결제했다. 또 일부 TC는 액티브인터내쇼날의 회원사 중 패키지회사에서 포장재를 구매하는 데 사용했다. 재고가 쌓였던 A사, 광고시간대를 팔아야 했던 케이블TV, 포장재를 판매하는 패키지회사 모두 ‘윈-윈’한 사례다. 패키지회사도 A사처럼 액티브인터내쇼날을 통해 재고 포장재를 처리하고, 그 대금으로 케이블TV에 자사 광고를 시작했다.

지난 2월, 서울 강남 액티브인터내쇼날 한국법인에서 만난 전종환(67) 대표는 “악성 재고를 정리하면서 거래당사자 모두에게 윈-윈 결과를 만드는 것이 우리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유형의 재고상품은 물론이고 시간이 지나면 경제적 가치가 소멸되는 항공사의 미판매 좌석, 호텔의 미판매 객실 등 무형의 잉여 서비스로 교환상품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제값에 넘기고 상품·광고로 교환


1984년 미국에서 설립된 액티브인터내쇼날은 세계 최초로 기업 간 거래 개념을 선보였다. 미주, 유럽, 아시아 등 16개국에 현지 법인을 두고, 2015년 기준 취급고 15억 달러(1조6300억원)를 기록했다. 관련 시장의 55%를 차지한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도 이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전 대표는 “어떤 기업에는 재고에 불과하지만 다른 기업에는 유용한 자산일 수도 있다는 점을 활용해 기업 간 거래를 중개한다”며 “악성 재고는 큰 손해를 감수해야 하지만 우리 솔루션을 활용하면 재무적인 손실을 막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테크윈 미국법인장을 역임한 전 대표는 2001년 액티브인터내쇼날에 합류했다. 전 대표는 “법인장으로 있던 7년 내내 재고 해결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유통기한이 있는 것도 아닌데 트렌드 변화에 따라 가치가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했다”며 “물물교환 비즈니스를 접하고는 해묵은 숙제가 풀리는 듯했다”고 말했다.

당시 그에게 사업 확신을 준 빅 거래가 있었다. 신차 출시를 앞둔 K자동차 회사는 단종된 모델 1400대가 재고로 쌓였다. 대부분 딜러의 관심은 신차에 쏠렸고, 그나마 사겠다는 딜러는 정상가의 50%가 넘는 할인을 요구했다. 재고를 털기 위해서는 대형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 그런데 액티브인터내쇼날은 K사의 재고를 전량 장부상 가격에 매입했다. 대신 K사는 광고예산의 일정부분을 액티브인터내쇼날로부터 받은 TC로 집행했다. 액티브인터내쇼날은 구입한 차량을 전량 자사의 거래선인 대형 렌터카 회사에 매각했다. 매각대금은 일부 현금과 렌터카 이용권으로 받았는데, 렌터카 이용권은 또 다른 업체에 재 판매했다.

또 하나. 미국에 진출해 있던 국내 한 전자회사는 TV 2500대를 처분해야 할 상황에 놓여 있었다. 신형 LCD TV가 시장에 풀린 탓이었다. 처분 대상 TV의 장부가는 300만 달러(약 32억원). 하지만 이를 ‘땡처리’해서 쥘 수 있는 돈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이를 전량 매입한 액티브인터내쇼날은 TV를 리노베이션 중인 호텔에 팔았다. 고객들에겐 TV 화질이 문제이지 최신 모델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기에 거래가 성사됐다.

아시아담당 부사장을 역임한 전 대표는 2012년 한국법인을 세우며 이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국내에 선보였다. 그러나 시장은 냉랭했다. 자사가 생산하는 제품도, 확보한 서비스도 없어 ‘봉이 김선달 같다’는 반응이었다. 게다가 당시만 해도 ‘아무리 재고라지만 내 물건 나가는데 현금 한 푼 안 받고 어찌 넘기나’ 하는 심리가 강해서 신용을 바탕으로 한 액티브인터내쇼날의 서비스는 낯설기만 했다. 전 대표는 “한국에서 최대한 빨리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시장의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네트워크 넓혀 ‘가치교환’ 플랫폼 구축


▎가치가 떨어진 부실 자산은 그 자체로도 손실이지만 보관 등 부대비용도 만만찮다. 지난해 판매 정지된 아우디폴크스바겐 재고 차량이 경기도 평택항 PDI센터에 줄지어 있는 모습.
액티브인터내쇼날의 기업 간 거래는 정상가(장부가+α)를 기본으로 한다. 이 과정에서 현금 대신 TC가 쓰인다. 완전한 물물교환으로는 거래가 활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TC는 고객사가 액티브인터내쇼날을 통해 광고 미디어나 상품, 서비스를 구매할 때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현재 TC의 주된 사용처는 광고 미디어다. 액티브인터내쇼날은 각종 매체와 접촉해 최대한 유리한 조건으로 광고할 수 있는 시간대와 지면을 파악한 뒤 고객사와 연계해준다. 고객사는 광고비를 현금과 TC로 지불한다. 매체 입장에서는 ‘팔리지 않은 광고’를 판매할 수 있고, 고객사 입장에서는 광고비를 절약할 수 있다. TC는 현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가 관할하는 공중파 3사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매체에서 사용할 수 있다.

광고 외 사용처는 경상비용 지출 항목이 대부분이다. 고객 행사에 쓰일 기념품을 구매하거나 인쇄포장, 비품, 물류서비스, 렌터카, 보험 등을 TC로 구매할 수 있다. 호텔 객실, 비행기 좌석, 빈 사무실 공간, 공연 티켓도 구매가능하다. 전 대표는 “우리는 세계 각지 법인 등 강력한 네트워크가 경쟁력이다. 중국 생산기지에 쌓인 악성 재고를 현지 액티브인터내쇼날에 처리하고, 매매대금으로 받은 TC로 뉴욕 타임스스퀘어에 광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액티브인터내쇼날은 어떻게 이익을 취할까. 우선 정상가로 가치를 인정하고 거래하기 때문에 일시적인 재무적 손실을 입게 된다. 하지만 광고 미디어 중개 과정에서 중간 이익을 취한다. 또 재고를 사들인 후 이를 재판매하면서 수익을 남긴다. 전 대표는 “우리는 악성 재고를 재 판매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판매지역, 유통경로 등을 사전에 협의한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액티브인터내쇼날은 참여형 플랫폼으로서의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일한 제품·서비스의 사용자가 증가하면 증가할수록 그 제품·서비스를 소비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용과 편익이 더욱 증대되는 ‘네트워크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전화기 네트워크에 이용자 수가 10배 늘어나면 네트워크 효용은 100배로 늘어나는 것과 같다. 전 대표는 “설립 7년 차의 한국법인은 거래처가 130개 정도다. 비즈니스 모델이 검증되자 고객 확장에 속도가 붙었고, 고객이 늘면서 비즈니스에 확신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간·공간·서비스… 못 팔 게 없다

이명우 동원산업 대표는 자신의 저서 『적의 칼로 싸워라』에서 “비즈니스에서 적의 칼로 싸운다는 것은 ‘기존의’ ‘시장의’ ‘타인의’ 전략과 전술, 상품과 서비스를 ‘자신의 방식’대로 해석해 새롭게 활용한다는 뜻”이라며 그 예로 액티브인터내쇼날을 꼽았다. 전자회사의 TV 재고를 리노베이션하는 호텔과 연결해주는 식으로 이윤을 만들어내는 ‘촉매기업’이라고 표현했다. 세상에 있던 것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설명이다.

전 대표는 “우리가 거래할 수 있는 상품·서비스는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도무지 팔 수 없을 것 같은 악성 재고도 거래가 가능하다. 2004년 액티브인터내쇼날은 미국의 한 회사로부터 수백만 달러어치의 건축 자재를 사들였다. 판로를 찾지 못해 1년간 창고에 쌓아뒀던 이 재고는 미국 남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복구로 대대적 건축자재 수요가 생기면서 다 팔려 나갔다. 사들이지 못할 재고도, 팔지 못할 재고도 없다는 걸 보여준 사례다.

하지만 네트워크 확대는 숙제다. 전 대표는 “자동차를 구매하고 그 대가로 철강을 지불한다면 최상의 가치교환이겠지만 아직은 고객사 수가 적어 그러한 ‘인 네트워크 효과’가 크지 않다”며 “이 때문에 ‘아웃 네트워크’에 있는 광고 미디어로 매매대금을 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각 기업이 1차적으로 필요로 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교환할 수 있어야 한다. 동일 산업군 내 거래처 확대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대표는 소비 둔화와 날씨의 영향으로 브랜드 철수가 이어지고 있는 패션의류, 차이나 리스크 등 대외적 변수로 유효기간이 임박한 화장품, 유통기한이 임박해 신선도가 떨어진 식음료와 건강기능식품 업종을 주목하고 있다. 그는 “인구 증가율 둔화, 가족 구성 변화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아파트도 잠재 고객”이라며 “공급과잉은 재고를 낳고, 결국 이를 해결한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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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호 (2018.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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