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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 성패를 좌우하는 부자(父子)관계 

 

김선화 ㈜에프비솔루션즈 대표
중견·중소기업 중 가족경영기업이 늘고 있다. 2대 또는 3대째 가업을 이어가려면 승계는 필수다. 단순히 물려주기만 하면 회사가 잘 돌아갈 줄 알았던 승계. 현실에서는 부자간의 갈등으로 회사 문을 닫는 경우가 빈번하다. 당장 후계자를 키워야겠다는 이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최근 가업승계를 준비하는 기업이 늘면서 장수경영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가족기업의 경우 ‘지속성’을 유지하려면 성공적인 승계가 필수다. 어떻게 하면 될까. 한 연구에 따르면 아버지와 아들, 즉 창업자와 후계자의 신뢰 관계가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였다. 현실에서도 부자관계가 승계에 최대 걸림돌로 꼽혔다. 심지어 세대 간 갈등으로 회사 문을 닫는 경우도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해법은 무엇인지 등을 알아봤다.

사례를 하나 보자. 70대에 접어든 창업자 김 회장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빈손으로 서울에 와 자수성가한 사업가다. 40년간 사업에 몰두했고, 자식들은 일밖에 몰랐던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필자가 만난 이는 그의 둘째 아들 김 사장이었다. 기업 승계를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던 그는 유학을 마친 후 형이 승계를 포기하면서 갑작스럽게 기업 전반에 걸쳐 업무를 맡고 있었다.

김 사장이 5년간 회사를 맡아 차츰 안정화될 무렵 김 회장이 다시금 경영 일선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김 사장과 사전에 협의하지 않은 전면 경영복귀였다. 두 사람은 경영방식에서도 차이가 컸다. 아버지인 김 회장은 기존의 것을 잘 키지는 것에 주력하는 반면, 김 사장은 장기적인 기업성장을 위해 새로운 사업에도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러던 어느 날 김 회장은 실적이 부진하다며 김 사장이 세운 연구소를 하루아침에 없애버렸다. 결국 회사를 맡은 지 7년 만에 사장 자리를 내놨다. 김 회장은 다시금 아들을 경영 일선에 복귀시키려 했지만, 갈등의 골은 깊었고 몇 년 후 회사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승계를 앞둔 기업이라면 그만큼 부자관계가 중요하다. 후계자의 리더십을 개발하는 동시에 창업자의 경영철학과 핵심가치도 충분히 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런 갈등관계를 겪는 이가 많다. 심지어 아버지 경영자들은 강하게 경업수업을 한다는 명목으로 언어적·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많다. 좋은 환경에서 교육을 받았지만, 아버지와의 소통은 늘 가림막처럼 드리워져 있다.

하지만 창업자는 착각에 빠지게 쉽다. 후계자가 될 자식과의 관계는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심각한 경우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경우도 많았지만, 승계를 고려하는 기업 중 부자관계를 진지하게 돌이켜보는 이는 매우 적다. 반면 성공적인 승계를 마쳤다면 십중팔구 부모와의 관계가 원만할 가능성이 높다. 이제 승계를 고민하는 경영자를 위해 몇 가지 사항을 정리했다.

첫째, 경영철학과 핵심가치를 공유해야 한다. 상호 신뢰를 높이려면 꿈과 비전,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 기업을 승계하라면 경영철학과 핵심가치를 선정하고 이를 공유해야 한다.

둘째, 정직하고 개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필수다. 부모·자식 간 대화 부족은 승계에서도 문제다. 필자는 정기적으로 경영자와 후계자를 대상으로 1박 2일 워크숍을 진행한다. 세대 간 소통을 돕기 위함이다. 일방적 지시가 아닌 개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동반돼야 성공할 수 있다.

셋째, 후계자를 키우기 위한 타임테이블을 준비해야 한다.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로 공식적인 승계 계획이나 로드맵의 부재가 꼽혔다. 후계자의 리더십과 역량을 개발하고 싶다면 처음 일을 맡게 된 순간부터 창업자가 은퇴하는 시점까지 체계적인 교육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어떤 프로그램과 일정이 필요할까. 몇 가지 사항을 나열해봤다. ▶회사 비전을 기반으로 한 미래 전략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후계자의 직무와 역할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리더십에 필요한 특징이나 태도 등을 분석하고 개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기술, 비즈니스 프로세스, 업계 동향 등 지식 습득 계획이 있어야 한다. ▶이사회 회의록이나 재무정보, 전략계획 등과 같은 회사의 주요 정보를 언제, 어떻게 제공할 것 인지도 일정에 포함시킨다.

마지막으로, 권한을 단계적으로 이양해야 한다. 관련 전문가는 가업승계를 종종 릴레이 경주에 비유한다. 선수 개개인이 아무리 기술이 좋고 실력이 뛰어나도 경주에서 이기려면 바통 전달이 필수다. 많은 오너 경영자가 후계자의 역량이 충분해도 쉽게 경영권을 넘기지 못한다. 자기확신과 믿음이 강한 경영자일수록 권력 이양이 더 어렵다.

은퇴계획이 없는 경우도 한몫한다. 회사를 떠난 이후를 체계적으로 준비하지 않았기에 세대교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성공적인 승계를 가로막는다. 성공적으로 가업을 승계한 기업이라면 앞서 말한 주의사항이나 조언을 실제 잘 실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대 간 철학을 공유하는 것은 물론 커뮤니케이션에도 적극적이다. 장수기업으로 꼽히는 기업일수록 이런 경향이 더 뚜렷해진다. 3대째 가업승계에 성공한 한 중소기업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아들이 부사장 자리에 오르면서부터 경영의 모든 사항을 상의하고 있습니다. 부사장 선에서 처리할 수 있는 업무는 직접 결정을 내리고 의사결정을 하도록 돕고 있죠. 부사장이 일단 결재까지 마쳤다면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넘깁니다. 지금까지 이렇게 1년간 제가 해온 업무 중 60~70%는 넘겨준 것 같습니다. 남은 건 생산공정입니다. 대기업이라면 경영사항이면 족한데 중견·중소기업은 생산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알아야 공장장과 원활하게 업무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면서 배웁니다. 저도 그렇게 회사를 이끌어왔죠. 바람이 있다면 지금의 상황에 갇히지 말고 다양한 일을 경험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가족기업 전문가인 랜스버그 박사는 “승계는 단순히 횃불을 넘기면 되는 일이 아니고,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지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만큼 승계는 현 경영자가 일생의 경험을 바탕으로 형성한 리더십을 후계자에게 전하는 복잡하고 긴 과정이다. 후계자의 리더십과 역량을 개발해야 하는 책임은 창업자에게 있다는 뜻이다. 성공적으로 승계하려면 창업자와 후계자는 ‘우리는 한 배를 타고 있다’는 공동체 인식을 가지고 긍정적인 팀워크를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 김선화 ㈜에프비솔루션즈 대표

201804호 (2018.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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