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고교동창 모임과 5월 

 

노성호 뿌브아르 대표
최근 5월과 사람의 고등학교 시절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고 불린다. 일 년 12개월 중 사람들이 딱 하나 왕관을 씌워준 달이 바로 5월이다. 날씨가 덥지도 춥지도 않은 데다 들판에는 벌레들도 아직 없을 때라 사람들이 나들이하기 좋은 달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5월과 사람의 고등학교 시절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5월이라는 달을 가장 좋게 생각하는 것처럼 고교시절을 가장 많이 떠올린다. 이는 수많은 모임 중 고교동창 모임을 가장 가치 있게 여기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우리는 이 땅에 사는 동안 수많은 모임을 갖는다. 우선 학교와 관련된 모임이 가장 많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법적으로 중학교까지 국민의 의무교육을 책임진다. 그러나 교육열이 높아 사실상 대부분 국민은 고등학교까지 다닌다고 봐도 틀리지 않는다. 이후 성인이 되면 더 많은 모임을 접하게 된다. 대학에 진학하게 되면 대학동문과 학과동문이 생기고 자격증을 갖게 되면 자격증 소지자 모임에도 속하게 된다. 직장생활을 하더라도 신입동기 모임이 있을 수 있고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외부사람들과 모임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수많은 모임 중 가장 관심을 갖고 기웃거리게 되는 곳은 어딜까. 바로 고등학교 동창모임이다. 주변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대부분 고등학교 동창모임을 으뜸으로 친다. 사회에서 시작된 모임과 비교해 겨우 3년밖에 함께하지 않은 동창을 만나는 모임이 값지게 느껴지는 건 ‘고등학교 시절’이 5월과 닮았기 때문은 아닐까.

이 시기는 인생에서 ‘막 싹트는 시기’에 해당된다. 고등학교 시절은 나무로 치면 씨앗이 싹을 틔우고 땅 위로 막 나온 때다. 묘목에 해당된다. 이 묘목의 미래는 알 수 없다. 어느 산으로 갈 수도, 해외로 갈 수도 있다. 어떤 묘목은 가뭄이나 태풍을 만나 짧은 생을 마감할 수도 있고 다른 묘목은 50년 뒤 어느 목조건물의 기둥이 될 수도 있다. ‘모두 미래에 대한 기대로 행복한 감정을 갖는 시기’가 바로 이때다. 더구나 부모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스스로 생각하며 희망을 꿈꾸는 시기이기에 더욱 가치 있기도 하다.

5월도 마찬가지다. 개나리와 벚꽃은 졌지만 대부분 꽃은 막 피기 시작했고 대지는 온통 행복한 기운에 싸여 있을 때다. 곧 닥칠 여름에 태풍이 불지, 홍수가 날지, 겨울이 가기 전에 전쟁이 터질지, 큰 사건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일단 5월이 희망에 찬 달임에는 틀림없다.

『실락원(Paradise Lost)』을 쓴 영국의 밀턴(Milton 1608~1674)은 ‘5월 아침의 노래’에서 5월의 의미를 이렇게 노래했다. “환희와 젊음과 따스한 모정을 북돋우는 풍요한 5월이여, 환호하라. 숲과 잔풀은 그대의 옷으로 단장했고… 오래 머물러주기를 기원하노라.”

- 노성호 뿌브아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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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호 (2018.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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