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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승계의 지혜 | 기업인과 전문가의 조언Ⅱ] 선보그룹 창업자 최금식 회장 & 아들 선보엔젤파트너스 최영찬 대표 

“경영자는 자녀 신뢰하고 임직원 조언 경청하는 마인드 갖춰야” 

부산=최영진 기자
선보그룹은 조선 기자재 제조기업인 선보공업을 모태로 하는 부산의 대표적인 중견기업이다. 이 기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중소·중견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승계 문제를 원활하게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보그룹 창업주인 최금식 회장과 아들 최영찬 대표를 만난 이유다.

▎4월 11일 부산 사하구 다대동 선보공업 본사 공장에서 만난 최금식 회장(오른쪽)과 아들 최영찬 대표.
그는 30대 초반의 나이에 경력을 살려 조선 기자재 제조업에 도전했다. 당시 그가 가지고 있는 돈은 300만원. 설계를 하는 후배 1명과 함께 1986년 남영기업을 세웠다. 돈이 없어서 아는 사람의 사무실 한쪽에 책상 두 개와 전화기 한 대를 놓고 일을 시작했다. 변변한 공장이 없으니 시제품이 있을 리 만무. 부품 관련 설계도만 들고 영업을 했다. 예상대로 일이 쉽지 않아 실적이 없었다. 6개월 만에 그 사무실에서 나와야만 했다. 또 다른 지인이 운영하고 있던 사무실 한쪽을 빌렸다. 여기서도 6개월 만에 나와야 했다. 돈이 떨어졌다. 김해에서 농사를 짓고 있던 아버지가 신문지에 꽁꽁 싼 200만원을 아들에게 전달했다. “이게 내가 해줄 수 있는 전부다”라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힘을 내야만 했다. 그는 그 시절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30여 년이 지난 후 남영기업은 부산을 대표하는 조선 기자재 제조 중견기업인 선보그룹으로 성장했다. 선보공업, 선보하이텍, 선보유니텍, 선보엔젤파트너스 등 5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2017년 그룹 전체 매출액은 1300억원(2016년 매출액 1700억원) 정도. 대표를 포함해 2명이던 임직원은 780여 명으로 늘어났다. 더욱 놀라운 것은 조선업이 불황으로 신음하고 있지만, 선보그룹은 빚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그만큼 건실한 기업이라는 것.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선보그룹 창업가 최금식(65) 회장이다.

최 회장을 찾은 이유가 있다. 선보그룹은 부산의 중견기업 중에서도 후계 승계의 롤 모델로 꼽힌다. 그는 슬하에 아들, 딸 두 자녀를 두었다. 현재 선보그룹의 후계자는 아들로 정해진 상황. 최 회장은 “딸은 오래전부터 가업을 이어받지 않겠다고 했기에 아들을 교육하는 중”이라며 “아들을 미국으로 유학 보냈는데, 방학만 되면 한국에 돌아와 2개월 동안 공장에서 일하는 것을 보고 아들의 열정을 느꼈다”고 말했다.

자녀가 어렸을 때부터 창업가 정신 공유

최 회장의 아들 영찬(39)씨는 현재 부산에서 선보엔젤 파트너스라는 액셀러레이터와 부산·경남 지역의 중견기업 2세가 함께 투자해 설립한 라이트하우스컴바인이라는 벤처캐피털 대표로 일하고 있다. 최영찬 대표가 선보그룹이 아닌 외부에서 활동하는 이유가 있다. 아버지의 권유 때문이다. 최 대표는 “아버지는 선보그룹이 전통적인 제조업이기 때문에 새로운 혁신이 필요하다고 느끼셨다”면서 “요즘 조선업이 힘들지만 아버지는 어려울 때일수록 투자를 해야 한다면서 선보엔젤파트너스를 설립하는 데 큰 투자를 하셨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 역시 “부산·울산·경남 지역은 노동집약적 산업이 특징인데, 이를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바꾸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선보그룹의 체질을 바꿔보라고 아들에게 그 일을 권유했다”며 웃었다.

자수성가형 아버지의 특징은 보통 엄하다는 것. 최 회장도 일 때문에 자녀들과 보낼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렇지만 철칙이 하나 있었다. 주말에는 무조건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 최 대표는 “아버지는 지금도 무섭지만, 가족과 대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하셨다”면서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줘서 그런지 뒤를 이어서 좋은 기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애들이 어렸을 때부터 기업이 이익을 내면 임직원과 공유하고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15년째 공익재단을 만들어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것도 아이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영찬 대표는 미국 위스콘신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 몇 차례 창업을 시도했지만 큰 성과를 얻지 못했다. 최 대표는 “중견기업 2세대를 만날 기회가 많은데 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게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면서 “심지어 아들이 미덥지 않다고 쫓아내는 경우도 있고, 아버지가 싫어서 스스로 나오는 아들도 많다. 그런 면에서 아버지의 신뢰를 받고 있다는 게 큰 행운인 것 같다”면서 웃었다. 최 회장도 “실패도 자산이다”라며 아들의 말에 공감했다. 최 회장은 “자녀에게 후계를 승계하려면 혼자서 일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면서 “물론 자식이 역량이 있는지를 먼저 살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들을 회사에 처음 불러들였을 때도 사원으로 일하게 했다. 밑바닥에서 시작하는 것이 임직원들의 신뢰를 얻는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최영찬 대표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내가 후계자라고 해서 임직원들이 나를 믿어주는 게 아니라는 것을 현장에서 느꼈다”면서 “선보엔젤파트너스 일 때문에 창업가를 많이 만나고 있는데, 임직원이 믿고 따르기 위해서는 창업가가 능력을 보여주는 게 우선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이 후계 승계 준비를 시작한 것은 50대 중반부터. 최 회장은 “회사 내부에서 승계 문제는 일찍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면서 “지분을 시작으로 세금 문제 등 후계 승계에 관한 준비를 천천히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를 듣고 있던 최영찬 대표도 “아버지는 전통적인 제조업 기업을 운영하는데, 마인드는 무척 열려 있다”면서 “아버지가 마음을 열고 자식과 임직원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승계 문제와 관련된 잡음을 줄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오래전부터 승계 문제를 준비했기 때문에 중소·중견기업에서 흔히 벌어지는 자녀 사이의 분쟁, 임직원들의 반발, 세금 문제 등을 원활하게 해결하고 있다.

- 부산=최영진 기자·사진 최재승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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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호 (2018.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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