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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기업에서 배운다_1천 년 전 수도승이 만든 최고(最古)의 맥주기업, 바이엔슈테판 

종교만큼이나 엄격한 양조의 원칙 

박지현 기자
미세먼지를 쓸어내고 싶은 봄, 맥주 한 모금이 절실해진다. 맥주의 나라로 불리는 독일.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이 맥주의 뿌리도 독일에서 시작됐다. 수도승의 손에서 처음으로 빚어졌다는 게 이색적이다. 바이엔슈테판 맥주에서는 1천 년 전 장인의 손길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바이엔슈테판은 독일 국영기업이다. 정부에서 임명한 요제프 슈래들러 디렉터(최고경영자)와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리고 3월 말, 바이엔슈테판 맥주를 맛보기 위해 탭하우스인 청담동 ‘써스티몽크’를 찾았다.

▎수도원에서 출발한 바이엔슈테판의 수도사 포스터 이미지 / 사진:바이엔슈테판 제공
서기 725년 독일 바이에른주 프라이징의 베네딕트 수도원에서는 맥주 양조를 시작했다. 성 코르비니안(Korbinian)과 수도승 12인은 1040년 공식적인 양조장을 설립했다. 현재 기네스북에 등재된 곳이다. 올해로 978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맥주의 전통은 1천여 년간 끈기 있는 고집으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바이엔슈테판은 독일 바이에른주 프라이징에 있는 국영기업이다. 나폴레옹 전쟁(1797~1815)당시 수도원들이 해체되자 양조장은 바이에른주 소속으로 변경됐다. 뮌헨에서 약 1시간 떨어진 거리다. 양조장의 유서 깊은 제조방식에 최첨단 기술까지 보유했다. 원재료의 원가절감보다 엄격한 품질 기준을 따른 바이에른산 몰트와 홉만 엄선해 양조되는 프리미엄 맥주다.

현재 맥주 업계는 전 세계적으로 수제 맥주 업체의 증가와 신상품 등장으로 큰 변화를 겪고 있다. 그만큼 높은 품질의 맥주를 찾는 사람들도 늘었다. 요제프 슈래들러는 “가장 중요한 것은 개성과 성격을 보여주면서 수제 맥주를 즐기는 소비자를 완전히 만족시킬 품질”이라며, “일부에서 우리를 단순히 수제 맥주 양조장으로 여겨, 생산량만으로 논하는 것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바이에슈테판의 맥주는 뛰어난 품질로 참가하는 세계 맥주대회마다 상을 휩쓴다. 맥주 업계에서는 “바이엔슈테판에는 수상 메달이 비처럼 쏟아진다(It’s raining medals for the Bavarian state Brewery Weihenstephan)”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1. 전통 | 기네스북에 등재된 양조장

1천 년 전이면 쉽게 가늠하기 어려운 숫자다. 한국으로 치면 대략 고려 팔만대장경이 만들어졌을 때니 말이다. 바이엔슈테판은 시간의 무게를 견뎌낸 것만으로도 독일의 상징이 됐다. 수많은 전쟁과 위기를 겪으면서도 근대 맥주양조학을 발전시키며 정통성을 이어온 덕에 더 빛을 발하게 됐다. 바이엔슈테판이라는 이름만으로 문화재적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다. 수도승에서부터 이어져온 양조장의 정체성은 종교만큼이나 엄격하게 유지된다. 슈래들러는 “최고 수준의 기술을 유지하기 위해 외부 업체와 협력은 할 수 있어도 ‘인수합병(Takeover)’ 등의 방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바이에른주 내 교육과학기술부에 속하는 바이엔슈테판 주식도 100% 주정부가 소유하고 있다. 제3자에게 양도나 매입, 매집도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다. 바이엔슈테판 맥주는 단 한 차례도 독일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생산된 적이 없다. 국립맥주회사 경영정책상 해외 OEM 생산 방식을 철저히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당 하나의 독점 수입 업체와 협력한다. 한국에서 수입은 베스트바이앤베버리지(김승학 대표)가 맡고 있다.

2. 끈기 | 느리고 꾸준하고 건전한 생산 추구


▎바이엔슈테판 양조장의 현재 모습
“캔맥주는 전혀 생산하지 않습니다.” 요제프 슈래들러는 바이엔슈테판의 정체성 중 하나가 규모의 성장에 있지 않음을 강조했다. 본사에선 정확한 매출은 공개하지 않고, 지난해 총생산량만 공개했다. 44만3000헥토리터(hl), 즉 4억4300만 리터(l)를 생산한다. 500ml 병맥주 한 병당 도매가를 3000원으로 가정하고, 한 해 생산량이 모두 소비된다는 가정을 세우면 지난해 거둔 매출액은 6645억원에 달한다는 추정을 해볼 수 있다.

바이엔슈테판은 매출 증대를 위한 사업 확대엔 보수적인 편이다. 그는 “세계 여러 곳에서 해외 현지공장이나 기술제휴 요청이 쇄도하지만 우리만의 정체성 유지를 위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면서 “더욱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고 생산량과 매출을 늘릴 수 있는 캔맥주를 생산하지 않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양조과정에서도 서두르지 않는다. 슈래들러는 “프리미엄 품질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가장 좋은 원료만 고집하고, 발효과정에서도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둔다”고 말했다.


▎1940년대 케그맥주 운송트럭
심지어 바이엔슈테판은 지역 맥주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대형마트에서 바이엔슈테판 맥주를 찾는 것이 바이에른 지역을 제외한 다른 독일 지역에서 찾는 것보다 더 쉽다. 맥주 생산의 수익은 양조장에 재투자하는 것으로 환원한다는 슈래들러는 “양조장 기술 인프라 구축이나 직원들의 복지 향상에 힘쓰는 것이 사업 확장보다 맥주 품질을 높이는 데 더 기여한다”고 답한다. 원가절감에 의한 생산량 증대보다 양조정신과 전통을 계승하고 보존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슈래들러는 꾸준함을 거듭 강조했다. “미래에도 우리 제품이 수출되며 성장하기를 원하지만 그건 상당히 느리고 꾸준하고 ‘건전한’ 성장이어야 합니다.”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130명의 직원도 생산량보다는 작은 사회적 책임부터 실천한다. 매년 크리스마스에 소외 이웃을 위해 기부를 하고, 지역 스포츠 클럽을 지원한다. 장애인을 고용하는 지역 회사와 협력해 장애인 직원들에게 인근 작은 지역에 유통할 수동 포장을 맡긴다.

3. 기술력 | 전 세계 브루마스터들이 거친, 세계 최대 효모 뱅크가 있는 공과대학


▎1900년 초반 바이엔슈테판 양조장 전경
바이엔슈테판은 최고급 품질을 자부한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맥주전문평가사이트 비어애드버킷(Beer Advocate)에서 헤페바이스와 크리스탈바이스, 둔켈이 각 최고 평점을 받는가 하면, 권위 있는 세계적인 맥주대회 월드 비어 어워즈(WBA) 각 부문에서도 3년 연속 골드메달 9개를 수상하기도 했다.

바이엔슈테판을 관할하는 정부 부처는 교육과학기술부다. 세계 최고 수준의 맥주양조학과가 있는 국립뮌헨공과대학(Technical University of Munich)과의 산학협동 덕분이다. 제품생산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양조학 연구와 교육기관으로도 명성이 높은 이곳은 이미 전 세계 브루마스터들이 거쳐가기도 했다.

바이엔슈테판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효모은행이 있어 많은 맥주 회사가 바이엔슈테판 효모를 사용한다. 양조할 때 한 번 사용한 효모는 절대 복제해서 재사용하지 않고 언제나 새 효모만 사용한다. 슈래들러는 “일반적인 상업맥주 양조장에서는 효모를 7~8번 재사용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바이엔슈테판에서는 효모를 단 한 번만 사용하는 엄격한 품질 관리로 맛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바이엔슈테판 요제프 슈래들러 최고경영자 (General Director)
최첨단 과학기술 인프라 덕에 최고 품질을 생산하면서, 공과대학 내에 있는 바이엔슈테판 연구소는 맥주 회사들을 보호하는 법적 증거자료도 분석한다. 우리나라의 국과수(국립과학수사연구원)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일부 맥주회사 간에 맥주 제품에 관련된 법정 분쟁이 생기면 바이엔슈테판은 각사 제품의 성분과 자료를 연구한다. 이 내용은 법원에서 객관적인 법적 증거자료로 채택하고 있다.

4. 맛 |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은 ‘맛있는’ 맥주를 찾는다


▎바이엔슈테판의 시그니처 맥주 중 하나인 헤페바이스
‘맛의 품질과 지속성.’ 요제프 슈래들러 디렉터는 맥주의 맛은 전 세계 고객들에게 한결같이 동일한 느낌으로 좋아야 한다고 말했다. 상면발효와 하면발효 등 제법을 가리지 않고 여러 가지 스타일의 맥주를 양조하고 있지만, 주력은 밀맥주다. 특히 시그니처 중 하나인 헤페바이스는 과일 향과 은은한 단맛, 적당한 보디감이 특징이다. 끝에서 살짝 풍기는 독일산 꽃과 허브 향이 어우러져 있다. 질감도 부드럽다. 헤페바이스는 맥주 평가 사이트에서 독일 맥주 중 부동의 평점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주류 갤러리’에서도 최고의 밀맥주 중 하나로 꼽힌다. 바이엔슈테판 비투스는 장기 숙성한 고급맥주의 전형을 보여준다. 원료를 추가해 만들어 전체적으로 헤페바이스의 진하고 묵직해진 버전이다. 크리스탈은 효모를 걸러내 헤페바이스보다 가볍고 산뜻하고, 둔켈은 고소하고 은은한 단맛과 캐러멜 향이 난다.

바이엔슈테판은 맛을 낼 때 다양한 방식을 시도한다. 전통적인 밀맥주나 라거뿐 아니라 오랜 시간 잊혀진 크리스탈바이첸복 스타일의 맥주를 역사적으로 복원하기도 하고 비여과식 켈러라거도 양조한다. 이를 위해 과감한 협력도 했다. 5월 출시 예정인 ‘브라우팍트(Braupakt)’는 미국의 대표적인 크래프트 맥주 회사인 시에라 네바다와 바이엔슈테판이 공동 프로젝트로 생산한다. 독창적인 맥주 스타일은 이렇게 변화와 유지의 경계선을 과감하게 오간다.

바이엔슈테판 맥주를 즐기는 방법도 다양하다. 맥주마다 각기 다른 요리와 궁합을 자랑한다. 써스티몽크에서는 이런 ‘푸드페어링’을 볼 수 있는데, 어울리는 스타일을 추천해줘 맥주의 색다른 맛과 풍미를 높여주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독일남부식 돼지고기 요리에는 헤페바이스와의 결합을 소개하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적혀 있다. “슈바이네바흐는 장기 숙성한 삼겹살을 훈제시킨 독일남부식 돼지고기로, 부드러운 육질의 식감과 불 맛이 균형감을 이루어 특히 바이에른 밀맥주와 잘 어울리는 메뉴로 유명합니다. 헤페바이스는 슈바이네바흐의 감칠맛 나는 쫄깃한 육질의 식감을 특유의 과실 향으로 상쾌하게 마무리해줍니다.”


▎바이엔슈테판 수도원의 시조인 성 코르비니안의 초상 / 사진:바이엔슈테판 제공
또 하나의 재미는 무엇보다 전용잔이다. 슈래들러는 맥주를 6~8℃ 정도의 온도와 적절한 잔에 즐길 것을 추천했다. 코르비니언의 전용잔은 벌이 냄새를 맡고 맥주 안으로 뛰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잔에 뚜껑이 있다. 실제로 이 맥주의 향기는 벌이 좋아할 만큼 단 커피나 초콜릿, 구운 빵 냄새가 약간 나고 맛은 달콤하다. 물결치는 회오리 무늬가 돋보이는 헤페바이스 잔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유리잔으로 유명한 라스탈(Rastal)과 샴(Sahm)사의 제품이다. 요제프 슈래들러 디렉터는 개성을 추구하는 양조장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는 고급 맥주를 생산하면서 바이에른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반영하는 전통적인 회사가 되고 싶어요. 인간적인 매력(personal touch)이 없는 대기업으로 인식되기보다는 말이죠.”

-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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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호 (2018.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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