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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너 보겔스 아마존 최고기술책임자(CTO) 

“IT 역사는 AWS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김영문 기자
최근 제조업·금융·미디어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 덕분이다. 특히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는 기업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추진하면서 머리를 맞대는 곳이기도 하다. 클라우드의 산 역사이자 아마존의 2인자인 버너 보겔스 CTO를 만나 좀 더 자세한 얘길 들어봤다.

▎버너 보겔스 CTO는 “데이터가 중요해지는 만큼 글라우드의 존재감도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 사진: / 사진:아마존 제공
“서울에서 열리는 ‘AWS 서밋’은 큰 행사다. 1만6000명이 이틀간 열리는 100개 이상의 기술 관련 강연에 참여한다.”


▎버너 보겔스가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말.
지난 4월 18일 아침 버너 보겔스(Werner Vogels, 59) 아마존 최고기술책임자(CTO, 이하 보겔스 CTO)가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말이다. 오후에 만난 보겔스 CTO는 “한국 행사에 1만 명 넘게 몰려 놀랐다”며 한마디 덧붙였다. 이날은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 부문인 아마존웹서비스(이하 AWS)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코엑스에서 클라우드의 미래를 조망하는 ‘AWS 서밋 서울 2018’을 개최한 날이다. 올해로 4회째인 이번 행사에서 이틀간 보겔스 CTO는 스와미 시바수브라마니안 AWS 인공지능(AI) 총책임자와 주축이 돼 기술전도에 나섰다.

보겔스 CTO의 인기는 대단했다. 그가 기조연설에 나선다는 안내가 나오자 수천 명의 참석자가 행사장으로 물밀듯이 들어갔다.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 그는 박수와 셔터 세례를 한 몸에 받았다. 대체 누구길래… 아마존의 기술 총책임자라는 직함만으로도 그의 존재감은 묵직하게 다가온다. 실제 보겔스 CTO는 아마존을 ‘세계 최대 온라인 서점’에서 ‘세계 최대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주인공이다. 지금도 아마존의 핵으로 자리 잡은 AWS의 기술 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아마존을 이끄는 38명에 달하는 최고위직 임원 중 단연 돋보인다는 평가까지 따른다.

아마존을 빼놓고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시장을 논하기란 불가능하다. 출범 초기엔 작은 온라인 서점에 불과했지만 이젠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서 더 많이 거론되고 있다. 전자상거래 회사가 갑자기 클라우드 컴퓨팅을 들고 나왔을 때 다들 어리둥절했지만, 구글과 함께 아마존은 새로운 IT 패러다임을 전환한 축이 됐다. AWS 사업 첫해인 2006년에 거둔 매출이 약 2100만 달러에 불과했으나 지난 2017년 170억 달러를 넘어서며 12년 만에 800배 이상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삼성전자, 아모레퍼시픽, 넥슨과 같은 다수의 국내 대기업도 아마존의 클라우드 솔루션을 이용 중이다.

단순히 사업이 커져서 대단하다는 평가가 따르는 게 아니다. IT 인프라를 대하는 관점과 인식을 ‘소유’에서 ‘접속’으로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포브스와 인터뷰하면서 보겔스 CTO는 AWS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승자가 다 가져간다(Winner takes all).’ 자주 꺼내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 세상에선 틀린 얘기다. 필요할 때 ‘접속’해서 원하는 만큼 사용하고 그만큼의 비용을 낸다. 더 나아가 여러 기업이 동시에 머리를 맞대고 혁신을 꾀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타사가 추구하는 혁신 활동을 좇는 게 아니다. 고객과 소통하고 플랫폼을 보완하며 그들과 함께 혁신 로드맵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제 IT 역사는 AWS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다. 아마존은 어떻게 AWS를 생각해낼 수 있었을까. 아마존은 1995년 창립 이후 온라인 서점 사업으로 5년 동안 매해 200%가 넘는 매출성장률을 기록했다. 이후 줄기차게 사업영역을 확장해 클라우드 컴퓨팅부터 우주까지 아마존의 지배력을 널리 뻗쳐왔다.

인터넷 서점 사업도 남달랐다. 에이전트 기반의 서적 추천 엔진인 ‘아이즈&에디터즈(Eyes & Editors)’를 도입했다. 지금은 아마존의 매출 30% 안팎은 추천 기능을 통해 발생할 정도로 보편화된 기능이다. 유통망을 중심으로 쌓이는 막대한 데이터로 각종 서비스를 고안했고, IT 인프라를 최대한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그만큼 아마존 내 내부시스템은 타사보다 훨씬 앞선 것이 많았다. 아마존에 합류한 보겔스 CTO도 이런 점에 주목했다. 특히 미국 코넬대 컴퓨터과학연구소 연구원이었던 그는 2004년 9월 시스템관리자로 아마존에 합류하면서 한 가지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혁신적인 아마존 시스템을 다른 기업들도 활용하면 어떨까?”

보겔스 CTO는 ‘독점’이 아닌 ‘공개’로 사업 가닥을 잡았다. 그는 “아마존이 각종 서비스를 출시하고 데이터를 쌓은 게 23년, AWS 서비스만 12년이라면서 머신러닝(기계학습·Machine Learning) 기법까지 활용해왔다”며 “다른 기업에 이런 알고리즘과 시스템 플랫폼을 열면 또 다른 혁신이 있을 거라 믿었다”고 말했다. 물론 처음엔 제프 베이조스 최고경영자(CEO)도 반대했다. 당시만 해도 각 회사가 가진 노하우는 대외비에 가까웠고, 타사와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핵심 자산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앤디 재시 AWS CEO와 보겔스 CTO는 설득을 멈추지 않았고, 그 결과물로 아마존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가 막을 열었다.

“고객과 같이 가는 플랫폼, 바로 AWS다”


▎보겔스 CTO는 “지난해 AWS가 고객의 요구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추가한 기능은 1430개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혹시 막대한 투자와 아이디어로 쌓은 잉여 자원으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아니었을까. 대답은 “아니오(No)”다. 그는 “AWS를 단순히 아마존 부속기업으로 생각하는 이가 많은데 아마존도 AWS 고객 중 하나”라며 “지금은 아마존에 버금가는 글로벌 기업도 AWS를 사용한다”고 했다. 기업 간 장벽도 허물어졌다. 글로벌 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누구나 AWS 서비스를 이용하면 같은 플랫폼과 서비스를 활용하는 셈이다.

보겔스 CTO는 “10년 전만 해도 인터넷 기업을 하나 차리려면 500만 달러는 있어야 했지만, 지금은 5만 달러만 있어도 창업할 수 있다”며 “이젠 ‘클라우드에서 탄생한(born in the cloud)’ 기업에서 이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우버, 드롭박스, 핀터레스트, 에어비앤비 등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1000여 개의 AWS 서비스를 이용하는 에어비앤비의 내부 IT 전문인력은 4명에 불과하다.

효율성 얘기와 더불어 데이터센터 문제도 거론됐다. AWS는 기업들이 데이터센터를 짓는 게 비효율적인 자원낭비라고 한다. 하지만 AWS도 데이터센터를 더 지어야 하고 총량에선 같아질 수 있다. 그는 “데이터센터만 두고 보면 절대 1:1의 교환이 될 수 없다”며 “지난해 뉴스인터내셔널이란 언론사가 AWS로 이전하면서 보유 중인 64개 데이터센터 중 60개를 닫았지만, AWS가 60개를 새로 세우진 않았다.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기에 무작정 센터를 늘리는 일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비용과 효율성보다 AWS가 공정한 도구임을 더 강조하고 싶어 했다. 보겔스 CTO는 “창업하는 데 자본이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 과거엔 수백만 달러를 들여 하드웨어에 투자해야 했기에 스타트업이 성공하기란 쉽지 않았다”며 “최근엔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민첩하게 반응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 AWS 서비스를 통해 되레 글로벌 기업을 위협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AWS는 기업들의 데이터 활용에 새로운 길을 열어줬다. AWS를 활용해 혁신을 꾀하려는 글로벌 기업, 스타트업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회사 내의 데이터를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옮기는 걸 꺼리는 기업이 많다. 보안 때문이다. 이런 우려에 보겔스 CTO는 “온프레미스(자체구축)보다 클라우드가 보안이 취약하다는 건 오해”라며 “한 회사가 막강한 보안 시스템을 갖추려면 막대한 비용과 인프라가 필요하며, 최근에 있었던 데이터 유출 사고도 모두 온프레미스 시스템에서 일어났다”고 강조했다. 한국 사례도 꺼냈다. 금융 등 민감정보를 다루는 신한은행도 AWS의 보안 시스템을 활용하고 나섰다고 소개했다.

누구나 생각 펼칠 수 있는 도구 꿈꿔


물론 AWS도 사람이 만든 시스템이라 완벽할 수 없다. 실제 지난해 2월 빅데이터 수집 및 분석에 최적화된 AWS의 다목적 스토리지 솔루션인 ‘아마존 S3’가 다운됐다. 이 때문에 이 스토리지 서비스를 이용한 미국 동부 리전(복수의 데이터센터)을 사용하는 웹사이트가 한때 마비되는 소동을 겪었다. 이를 쿨하게 인정한 보겔스 CTO는 “사람이 시스템을 운영하다 보면 에러가 발생할 수 있다”며 “당시 사고는 시스템 결함으로 난 사고는 아니었지만, 고객이 계속해서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는 도구와 해결책을 제시하는 대응 전략을 세우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이런 문제를 플랫폼상에서 공유하고 고객들과 함께 논의하고 또 다른 니즈(수요)를 검토해 새로운 서비스에 반영했다. 동시에 인적 에러가 발생했을 때 취약해질 수 있는 보안도 재차 점검해 보강했다.

암호화폐도 이슈다. 얼마 전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행사에서 만난 암호화폐 ‘이더리움(ETH)’의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도 아마존 얘기를 꺼냈다. “블록체인은 AWS에 비하면 효율성이 100만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블록체인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려면 확장성 문제가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블록체인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자리였지만, AWS를 꽤 신경 쓴다는 얘기이기도 했다. 보겔스 CTO도 이 점을 알고 있었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를 따로 얘기해야 하지만 일단 아직 실현되지 않은 기술이라 정확하게 말하기는 어렵다”며 “확실한 건 많은 AWS 파트너가 블록체인 기술을 AWS에서 실험하고 있고, 블록체인의 합리적인 애플리케이션을 구현해볼 수 있는 최상의 플랫폼이 AWS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한참 설명을 이어가던 보겔스 CTO는 AWS가 추구하는 ‘진짜’ 목표를 꺼냈다.

“모든 사람이 머신러닝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버너 보겔스 아마존 CTO는 이렇게 부연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우리가 구현하고 있는 기술 대부분이 3~5년 전만 해도 불가능한 기술이 많았다. AWS에 뛰어든 수많은 기업의 관리자나 개발자 같은 ‘빌더(Builder)’가 각자의 비즈니스 로직 개발에 집중하면서 혁신이 일어났다. 사물인터넷(IoT), 머신러닝, 인공지능 등 모든 솔루션을 빌려 쓰면서 빌더의 능력은 무한대로 확장되고 있다. 인공지능 알렉사도 AWS를 이용하던 한 빌더의 머리에서 나왔다. 이제는 데이터 세상이고,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고 다룰 것이냐는 고민이 기업의 성패를 판가름할 것이라 확신한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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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호 (2018.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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