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한 번 본 얼굴은 잊지 않는다 

 

SHU-CHING JEAN CHEN 포브스 기자
20억 명의 얼굴 이미지를 학습시킨 인공지능(AI)으로 정확도 높은 안면인식 기술을 선점한 중국 기업 ‘센스타임’은 세계 최고의 AI플랫폼 업체를 꿈꾼다.
중국 정부는 인공지능(AI) 응용에서 세계를 주도하겠다며 연일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사실 AI에서 가장 위대한 진일보는 오랜 시간 지속된 개별 연구진의 노력과 그 노력이 교차된 지점에서 이루어졌다. 센스타임(SenseTime)이 좋은 예다. 얼굴인식 기술에서 독보적 위치를 확보한 센스타임은 (내부 자료에 따르면) 총자본 30억 달러(약 3조1800억원)를 상회하는 중국 최대 AI ‘유니콘’ 기업으로 거듭났다. 지난 4월 9일엔 알리바바가 이끄는 컨소시엄으로부터 6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받았다. 기업가치는 5조원에 육박한다는 평가다.

센스타임의 역사는 공동 창업자인 탕샤오어우(湯曉鷗)가 MIT에서 컴퓨터 비전과 딥러닝 박사학위를 받은 1996년부터 시작됐다. 이후 홍콩 중문대학 교수직을 맡은 탕 박사는 공과대학에서 컴퓨터 비전과 이미징 박사 과정(2010년에 학위 취득)을 밟고 있던 쉬리(徐立)를 만났다.

의기투합한 둘은 수년 후 센스타임으로 발전하게 될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센스타임이 설립되면서 쉬리가 CEO를 맡았다. 현재 센스타임의 투자금 모집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총괄하고 있는 쉬빙(徐冰)도 당시 탕 교수가 가르친 학생 중 한 명이었다. 탕 교수가 2008년 안식년 휴가를 받아 베이징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아시아의 컴퓨터 비전 총괄을 맡았을 때 만난 양판(楊帆)은 현재 상품개발 총괄을 맡고 있다. 탕 교수(49)는 “MIT에서 어떤 연구를 정말 하고 싶은지 깨닫기까지 2년이 걸렸고, 산업에 실질적으로 적용 가능하고 변화를 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까지 20년이 더 걸렸다. 결코 하루아침에 해낸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본금 300억에서 3조로 폭발적 성장

이들의 노력이 결정적 도약을 이루기 위해선 투자자의 도움이 필수였다. 베이징 벤처투자사 IDG의 저스틴 니우 파트너가 대학 연구소에서 연구를 진행하던 탕 교수와 그의 연구팀을 찾아온 건 2014년이었다. 연구팀은 그에게 스모그가 짙은 날 천안문 군중 사진에서 머신러닝 카메라로 사람 얼굴을 인식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얼굴인식 분야에서 기술이 얼마나 많이 발전했는지 알 수 있었죠.” 니우가 당시를 회상하며 말했다.

IDG는 또 다른 벤처투자사 스타VC와 손을 잡고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센스타임에 투자하기 위해 3000만 달러를 모집했다. 탕 교수가 회사의 법인등록 서류를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탕 교수와 그보다 최소 10살은 어린 팀원 10명은 홍콩 과학공원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 건물에 자리를 잡았다. 양판은 근무하던 칭화대학에서 연구원을 영입해 인력을 보충했다.

2014년 IDG 러브콜을 받기 전, 센스타임은 연이어 혁신 기술을 발표하며 네이처와 사이언스 등 글로벌 유력 과학지에 논문을 실었고, 전 세계적 찬사와 함께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센스타임의 연구 논문에는 특정 환경에서 인간의 시각기능을 능가하는 세계 최초 인공지능에 관한 설명과 함께 센스타임 알고리즘 ‘딥ID’가 페이스북의 ‘딥페이스’를 능가한다는 주장도 실려 있었다.

2018년 현재로 돌아와보자. 센스타임 주주는 다른 중국 벤처투자사와 비상장기업, 미국의 퀄컴사로 바뀌었다. 직원은 1500명으로 늘어났고, 홍콩 본사와 함께 중국 본토에는 5개 허브가 들어섰다. 매출은 아직 공개하지 않지만, 포브스 아시아는 1억 달러에 근접하는 걸로 추산하고 있다.

최대주주는 탕 교수다. 회사는 크게 두 개 부문으로 구분된다. 하나는 중국 각지 대학에서 연구 중인 교수 18명이 함께하는 연구팀이고, 다른 하나는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운영팀이다. 기업운영팀은 회사 내에서 편하게 ‘창업자’로 불리는 탕 교수와 쉬리가 이끌고 있다. “창업자를 포함한 우리 팀 교수들이 ‘기반 연구’에 집중해 센스타임이 새로운 발견을 이어갔으면 한다”고 쉬 CEO는 말했다. 센스타임에 합류하기 전 그는 상하이 모토로라 연구센터를 3년, 교토 옴론연구소를 6개월간 이끈 경력이 있다.

센스타임이 뛰어든 산업은 현재 폭발적 성장을 경험하고 있다. 그 덕분에 매출은 연간 5배 이상 성장 중이라고 회사는 말한다. 스마트 장비와 모바일 기기가 확산되면서 컴퓨터의 ‘눈’은 어디에나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급성장 중인 중국 핀테크 산업에서 센스타임의 인식 기술로 신원이 확인된 소비자만 4억 명이 넘고, 중국 통신사 차이나모바일에서만 3억 명에 이르는 얼굴인식이 처리됐다. 사용자 이미지를 수집해서 분류·검색하고 이미지 질을 개선하는 센스타임의 휴대전화용 소프트웨어는 중국 상위 10대 보안감시업체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혼다와 제휴를 맺어 자율주행 자동차에도 곧 장착될 예정이다.

20억 명의 얼굴로 AI 학습시켜

센스타임의 개발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자. 가장 먼저 선보인 상품은 얼굴 기반 신원확인 시스템이다. 중국 P2P 소액대출기업 4000개 중 하나에서 계좌를 개설하는 데 사용되는 이 기술이 출시된 이후, 많은 노동력을 투입해 며칠 뒤에나 완료할 수 있었던 서류 작업은 조금씩 사라지는 중이다. 센스타임은 자사 얼굴인식 기술을 보안용 자물쇠에 적용할 경우, 2014년 4자리 비밀번호와 비교했을 때 훨씬 더 안전한 8자리 비밀번호 수준의 보안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모바일 앱에서 센스타임의 증강현실(AR) 소프트웨어는 (알리바바의 ‘싱글데이’ 홍보와 같은) 광고나 짧은 동영상, 생방송 영상 등에서 제품을 노출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무대에 선 사람이 마술처럼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서 탄산음료 캔을 꺼내어 보여주는 식이다. 소비자 시장을 겨냥한 상품도 있지만, 가장 수익성이 높은 시장은 ‘공공보안’이 될 전망이다. “스마트 도시와 감시 부문에서 확실하고 강력한 수요가 있다”고 양판은 말했다.

센스타임 사무실을 방문하면 카메라가 가장 먼저 환영 인사를 건넨다. 방문객의 모습을 촬영한 카메라는 이를 내부 등록명부와 즉각적으로 대조해 신원을 확인하는 동시에 방문자의 나이를 추정하고, 마스크나 안경을 쓴 침입자를 판별한다.

2017년 8월 이전만 하더라도 사람 얼굴의 106개 지점에서 데이터를 얻어 처리했던 측위기술(positioning technology)은 2017년 240개로 데이터 수집 포인트를 늘렸다. 센스타임 지원 모니터는 이케아 매장이나 도심 속 복잡한 교차로 등 다양한 장소에서 행인의 수를 세고 이들 각자의 얼굴을 캡처할 수 있다. 이 자료는 (연령과 성별 등으로 분류된 마케팅용) 크라우드데이터로 활용되거나 특정인 검색에 사용될 수 있다. 인간도 얼굴을 인식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사람 얼굴에 이름과 데이터를 매칭해 검색하는 능력을 기계가 배우게 된 지금은 인간이 기계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20억 명의 얼굴 이미지(다수가 온라인에서 수집됨)를 내부 훈련용 데이터베이스로 확보하고 100억 개가 넘는 얼굴 이미지와 동영상을 보유 중이라고 주장하는 센스타임은 광저우와 선전, 충칭을 포함한 40개 지방정부와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양판은 2016년 충칭 경찰과 손잡고 40일간 용의자 69명과 탈주범 14명의 신원을 확보해 검거한 사례를 예로 들었다. “영화에서만 가능했던 일을 해낸 겁니다.”

중앙정부와 진행 중인 프로젝트도 있다. 공안부 산하 연구기관 제3연구소와 공동으로 구축하고 있는 ‘시민 신분 확인 인프라 네트워크’다. 이 네트워크는 치안 강화에서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줄 것이다. 2016년 중국의 중앙 인터넷 감독기구인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전국적 인터넷 정화 캠페인 목록에 센스타임을 포함시켰다. 온라인 포르노를 탐지·삭제하고 폭력과 테러 메시지, 끔찍한 내용의 동영상을 온라인에서 추방하기 위한 캠페인이다. 센스타임의 소프트웨어가 없었다면 엄청난 수의 인간 군단을 고용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작업이다. 그 결과, 중국 인터넷은 지구상에서 가장 ‘깨끗한’ 공간이 됐다. “이제 중국 인터넷에서 이들 동영상을 찾아보는 게 아주 힘들어졌다”고 양판은 말했다.

물론, 한창 발전 중인 이미지 인식 시장을 센스타임이 독식하고 있는 건 아니다. 중국 메그비(Megvii)의 페이스++와 이투커지(依图科技)도 점유율 싸움에 뛰어들었다. 앤트 파이낸셜과 아이폰 제조업체 폭스콘의 지원을 받아 2011년 창업한 메그비는 자사 페이스ID 플랫폼이 전 세계에서 2억9000만 명의 얼굴을 인식해 신원을 확인했으며, 중국 금융산업의 보안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점유율 85% 이상을 확보했다고 주장한다. 5년 전창업한 이투커지는 알리바바 설립자 마윈이 보유한 비상장 투자사 윤펭 캐피털(Yunfeng Capital)과 거대 벤처투자사 세콰이어 캐피털의 투자를 받아 의료용 이미지 처리 기술과 핀테크 쪽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중국 금융서비스 산업 기타 부문에서 50%의 점유율을 확보한 업계 리더라고 홍보 중이다.

AI 생태계 선점 노린다

메그비의 대표는 센스타임의 얼굴인식 정확도가 높다고 해서 이것이 응용기능으로 바로 연결되는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소프트웨어는 컴퓨터 칩과 모니터, 조직 절차에 맞게 설계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공보안 쪽에서는 상품의 호환성과 시의성, 효율성을 요구하는 고객사가 늘어나고 있다. 알고리즘이 기술 지원에 사용될 수는 있지만, 그 자체로 보안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라고 그는 말했다.

탕 교수는 이런 비난에도 흔들림이 없다. 최근 홍콩 행사에 참석한 그는 관중에게 이렇게 말했다. “큰 꿈을 꾸십시오. 저도 제 아들한테 배운 겁니다. 언젠가 아들이 와서 수영장이 있는 비행기를 만들 거라고 하더군요. 모델명은 에어버스와 보잉을 합친 747-380으로 지었답니다. 여러분도 꿈을 꾸고 그에 맞게 준비해야만 합니다. 저도 제 꿈을 위해 20년간 준비를 했습니다.”

홍콩 AI 개발팀을 보완하기 위해 그는 선전에서 하드웨어 엔지니어를 모집했고, 베이징과 상하이에서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다수 영입했다. 지금 센스타임에는 박사학위를 가진 직원만 150명에 달하고, 이들의 급여도 글로벌 기업에 뒤지지 않는다. “홍콩과 선전, 베이징, 상하이를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센스타임의 성공을 좌우한다”고 그는 말했다.

센스타임은 얼굴인식에서 세계를 이끌고 구글과 페이스북 카테고리에서 ‘플랫폼 기업’이 되겠다는 비전을 천명했다. 이를 위해 글로벌 반도체 대기업 인텔의 발자취를 참조하고 있다고 쉬 CEO는 말했다. “센스타임의 알고리즘 자체가 높은 진입장벽이 될 겁니다. 사업 파트너와 함께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중인데, ‘인텔 인사이드’에서 한 수 배워 우리 모델을 구축 중입니다. 모델 이름은 ‘센스타임 인사이드’ 정도가 되겠죠.”

- SHU-CHING JEAN CHEN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포브스 코리아 온라인 서비스는 포브스 본사와의 저작권 계약상 해외 기사의 전문보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

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201805호 (2018.04.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