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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기업의 PEF 활용 

 

김선화 ㈜에프비솔루션즈 대표
최근 중견·중소기업들이 가업승계 대신 사모펀드(PEF)에 회사를 넘기는 일이 잦아졌다. 사모펀드에 넘기면 기업의 영속성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긴 하지만, 한 시중은행이 경영권 승계와 사업정리를 돕는 사모펀드를 출시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밀폐용기 1위 업체인 락앤락의 창업자 김준일 회장이 자신의 지분 63.5%를 사모(주식)투자펀드(PEF)에 전량 매각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 회장의 자녀 2명이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갈수록 경쟁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자녀들에게 회사를 물려주는 것이 큰 짐을 주는 것 같다며 전격적으로 매각을 결정한 것이다. 자기의 분신과도 같은 회사를 매각한다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결정이었겠지만, 그는 ‘기업의 장기적인 생존의 바탕이 되는 혁신을 위해 경영권과 소유권을 모두 매각했다’고 했다. 가업승계 대신 자녀들보다 기업을 더 성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사모펀드로의 매각을 선택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수많은 중소·중견기업이 세대교체를 앞두고 있다. 세대교체를 앞둔 기업들은 기업의 라이프사이클상 성숙기에 놓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미 시장이 포화 상태고 경영환경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 시기에 기업이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살아남으려면 혁신을 통해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세대교체도 성공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중견기업은 유기적인 성장의 한계가 크기 때문에 중소기업이나 대기업보다 영속성 측면에서 더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락앤락의 김 회장이 자신의 지분을 전량 사모펀드에 내놓은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 단계에서는 락앤락과 같이 회사를 매각하는 사례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들은 기업을 매각하거나 성장을 위한 자금확보 수단으로 인수합병(M&A)이나 기업공개(IPO) 등을 주로 활용해왔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기업의 혁신이나 성장을 통해 영속성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사모펀드를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만약 후계자가 없거나, 락앤락처럼 창업자가 가업승계를 원치 않는다면 인수합병과 더불어 사모펀드도 대안으로 검토해볼 만하다. 하지만, 사모펀드에 지분을 넘기는 것이 반드시 전체 지분을 넘기고 회사에서 손을 떼는 방식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기업들은 지분 일부를 사모펀드에 매각하고 펀드가 경영에 참여해 기업을 한 단계 성장시킨 후 다시 사모펀드의 지분을 재매입하는 성장전략의 일환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사모펀드는 무엇이며, 혁신을 통한 재도약이 필요한 성장기나 성숙기에 있는 기업, 또는 세대교체를 준비하는 기업들이 어떻게 이를 활용할 수 있을지 살펴보자.

사모펀드에 경영 맡기고, 그 지분 도로 사기도

먼저, 펀드(Fund)란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대규모 공동기금을 형성하여 전문적인 운용기관이 주식, 채권 등과 같은 유가증권 및 원자재, 부동산 등에 투자하고 그에 따른 성과를 투자자에게 분배하는 간접투자상품이다. 펀드는 자금모집 방식을 기준으로 공모펀드와 사모펀드로 분류한다. 여기서 말하는 사모펀드(Private Placement Fund)는 공모펀드(Public Offering Fund)와 대비되는 의미다. 공모펀드는 금액에 제한 없이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자금을 모집하는 펀드다. 은행, 증권 등 금융회사에서 판매되는 대부분 펀드는 공모펀드에 해당하며, 개인투자자들은 공모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반해, 사모펀드는 소수투자자(49인 이하)를 대상으로 자금을 모집하는 펀드다. 대표적인 사모펀드로는 사모주식투자펀드와 헤지 펀드가 있다. 앞서 락앤락의 지분을 매입한 사모펀드는 엄밀히 말하면 주식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사모투자펀드 또는 프라이빗 에쿼티 펀드(PEF)를 의미하며, 바로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핵심 사항이다.

헤지 펀드의 투자 초점은 최대한의 단기수익으로 투자자에게 빠른 투자수익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절대수익 펀드다. 이들은 주로 유동성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여 신속하게 이윤을 얻은 다음 유망한 다른 자산으로 자금을 전환한다. 반면, 사모투자펀드는 공개 주식시장이 아니라 기업경영진과 협상해 지분인수 방식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이들의 투자방식은 성장 가능성은 높지만 당장 투자자금이 없는 비상장기업(때로는 상장기업도 포함)으로부터 회사를 지배할 수 있을 정도의 지분이나 심지어 100%까지 매입하여 회사 경영을 완전하게 통제하는 것이다. 기업성과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집중시켜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뒤 기업공개나 매각 등을 통해 지분을 되파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들은 투자 기간은 약 10년 정도를 목표로 하며, 비즈니스 모델은 기업을 매입(BUY)해서 성장(GROW)시켜 매각(SELL)하는, 매우 단순한 모델이다.

기업에서 사모투자펀드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클라우디아 자이스부르크 프랑스 인시어드 경영대 교수는 “기업이 투자금을 모집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안이 있지만, 전통적인 산업의 경우 침체된 기업이 새로운 시각으로 비즈니스를 보기 위해서는 사모주식투자펀드가 들어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가족기업은 가치 중심적이며 자유로운 경영활동, 장기적인 관점으로 인해 비교적 단기(5~10년) 성과 중심의 사모주식투자펀드와 맞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이점도 있다. ▶성장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나 신규시장 개발에 도움이 되는 경우 ▶적정한 차세대 후계자가 없으면 전문성이 높은 사모주식투자펀드에 매각 ▶비즈니스에 변화가 필요한 경우 가족보다 능력 있는 제3자가 외부에서 들어와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실제 중국에 진출할 계획이 있던 독일의 한 가족기업은 프라이빗 에쿼티 펀드의 투자를 받아 그들의 도움으로 회사를 개선하고 성공적으로 중국에 진출했으며, 사모펀드가 기업가치를 높인 후 투자금을 회수할 때 사모펀드로부터 지분을 재매입하여 가족이 다시 통제권을 확보했다. 이 기업처럼 중국에 진출할 계획이라면 중국을 잘 아는 사모펀드를 찾는 것이 관건이다. 사모투자펀드는 전 세계에 약 8000개가 있다. 일반적으로 이들이 기업을 살 때의 매매가는 상각전 영업이익(EBIDTA)의 약 25~30배 가격으로 거래되며, 최근 아시아에서는 이것보다 가격이 올라가는 경우도 많다. 사모투자펀드를 검토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펀드마다 전문성이 다르므로 자신의 비즈니스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펀드를 찾는 것이다.

- 김선화 ㈜에프비솔루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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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호 (2018.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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