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50대 한국인의 Knowledge Literacy 

주변에 “한국의 50대를 유엔에서 인류유산보존속(屬)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말을 가끔 한다. 

노성호 뿌브아르 대표

농담 삼아 주변 사람들에게 “한국의 50대를 유엔에서 인류유산보존속(屬)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말을 가끔 한다. 정확하게는 예전에 386세대로 불리던 이들로, 50대 중후반의 한국인에 대한 필자의 생각이다. 현시점에서 한국의 50대는 인류사에서 가장 큰 굴곡을 겪은 ‘신인종’이다. 이들은 태어나 지금까지 몸으로 체험한 인류역사학자이기도 하다.


필자도 초등학교 때 미국의 원조식량인 옥수수빵을 먹었고, 지금 생각하면 무식한 일이지만 학교에선 전교생을 모아놓고 이를 없앤다며 몸에 DDT를 뿌리기도 했다. 한국의 50대는 한마디로 아무것도 없는 한국 땅에서 태어나 열혈청년 때인 대학시절을 민주화 운동으로 보냈고 사회에 뛰어든 30, 40대에는 고도 성장기를 겪으며 경제적인 성취를 맛보기도 했다. 그리고 여유가 생긴 50대가 된 오늘날 세계가 부러워하는 선진국의 국민이 됐다.

물론 빛만 있지는 않았다. IMF 외환위기를 겪었고 냉전 종식 후 극단적인 미국식 자본주의를 몸소 체험했고 911테러로 종교전쟁의 서막도 경험했다. 여기에다 세계화와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 시대까지 역사상 가장 변화가 많은 시대를 살았다. 유난히 다른 나라의 50대와 비교해 한국의 50대를 따로 떨어뜨려놓은 건 한국의 50대가 몸과 마음으로 경험한 시대의 흐름이 다른 어느 나라, 어느 시대와 비교해도 가장 극적이고 진폭이 컸으며 마무리는 누구나 인정하듯 ‘인류가 만든 기적’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의 50대가 다 같지는 않고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열었다고는 해도 한국의 시스템이 완벽한 건 아니다. 한국은 정치, 경제, 사회 등 전 분야에서 여전히 문제가 있고 개선이 필요하다.

필자는 한국의 50대가 몸소 체득한 경험과 시대를 ‘인류의 DNA’로 바꿔놓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문서나 영상이 아니면 다른 형태로도 잘된 것뿐 아니라 잘못된 것까지 찾아 사실대로 남기고 분석해둔다면 현생인류가 이룩해낸 위대한 문명의 한 조각이 되리라 본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은 한국 50대의 ‘날리지 리터러시(Knowledge Literacy)’가 필요한 때다. 리터러시는 사전적 의미로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을 가르키지만 여기서는 한국의 50대가 만들어낸 새로운 지식을 인류가 글을 읽듯 이해하자는 의미다. 한국의 50대가 겪은 엄청난 경험(Experience)은 켜켜이 쌓여 지금은 지혜(Wisdom)로 바뀌었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인류가 공유해야 할 가치 있는 자산이 됐다. 한국의 50대는 현재 신인종이 분명하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 ‘신인종이었다’라는 과거형으로 바뀔 것이다. 역사에는 분명 좀 더 기억해야 할 순간이 존재한다. 필자는 현재 한국의 50대가 겪어온 시대가 바로 그 ‘순간’이라고 확신한다.

- 노성호 뿌브아르 대표

201806호 (2018.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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