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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이 쥔 韓 보험사, 매각설 떠돈 이유 

 

김영문 기자
2015년 중국 보험사가 한국 보험업계에 발을 들였다. 당시는 적자경영에 시달리던 유럽계 ‘큰손’이 떠난 때였다. 우여곡절이 좀 있었지만, 중국 자본은 한국 보험사 인수에 성공했다. 안착했나 싶었는데 2018년 매각설이 떠돌았다. 정말일까. 안방(安邦)보험을 중심으로 소문을 좀 더 들여다봤다.

▎2015년 6월 안방보험은 동양생명을 인수하면서 한국 보험시장에 진출했고, 2016년 12월 ABL생명 (전 알리안츠생명)을 추가로 인수했다. 사진은 좌측부터 ABL생명, 안방보험, 동양생명 본사다.
소문이 돌았다. 지난 5월 중국 보험사가 인수한 한국 보험사 두 곳이 곧 매물로 나올 것이란 내용이었다. 중국 안방(安邦)보험 얘기다. 2015년 6월 안방보험은 동양생명을 인수하면서 한국 보험시장에 진출했고, 이듬해인 2016년 12월 ABL생명(전 알리안츠생명)을 추가로 인수했다.

특히 동양생명 인수는 뼈아픈 사건이 발판이 됐다. 이른바 ‘동양 사태’다. 2013년 터진 이 사태는 동양그룹이 회사의 자금 위기를 숨기고 계열사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판매해 2만 명 가까운 피해자를 낳은 사건이다. 그렇게 조달한 고객 자금을 부실 계열사에 지원했고, 다른 계열사로 부실이 옮겨가면서 동양그룹은 사실상 공중분해 됐다.

동양생명은 매물로 나왔고, 당시 자금 여력이 없던 국내 금융사는 손을 대지 못했고, 금융당국은 ‘울며 겨자 먹기’로 중국계 자본의 인수를 승인했다. 안방보험은 2015년 2월 동양생명의 대주주였던 사모펀드사 보고펀드로부터 동양생명 지분의 57.5%를 1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처음이 힘들지 그 뒤론 한결 수월하다. 실제 2016년 ABL생명 인수는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2016년 4월 안방보험은 독일 알리안츠 그룹과 협상해 한국 알리안츠생명,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의 인수가격을 300만 달러(약 33억원)에 합의했다. 파격적인 헐값 인수였지만, 자산부채이전방식(P&A)이라 1조원 이상의 자본 확충 부담은 떠안아야 했다.

안방보험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전 세계에서 매물로 나온 금융사라면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냈다. 2015년 안방보험이 삼성카드를 인수할 거라는 구체적인 얘기까지 나돌았다. 이듬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37.45%를 전량 매입하면서 이 소문을 막을 내렸지만, 그만큼 안방보험의 막강한 자금력이 국내 금융업계엔 꽤 위협적이었다.

안방보험의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은 통했고, 이렇게 안착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2018년 5월 10일 중국 덩샤오핑(鄧小平)의 외손녀사위인 우샤오후이(吳小暉) 전 안방보험그룹 회장이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으며 상황이 달라졌다.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에 따르면 상하이시 제1중급인민법원은 우 전 회장에게 불법으로 모금한 652억4800만 위안(약 11조1500억원)을 빼돌리는 등 금융사기, 배임, 횡령 행위 혐의로 징역 18년형을 선고했다. 그뿐만 아니라 형기를 마친 후 4년간 정치 참여 권리를 박탈했고, 추징금도 105억 위안이나 물렸다.

중국 내에선 파장이 컸다. 당시 중국 매체들은 “중국 역대 최대 규모의 금융 범죄”라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중국 보험감독관리위원회(이하 보감회)도 팔을 걷어붙였다. 안방보험이 금융업 이외에 부동산 사업으로 자금 부족과 많은 빚에 시달려왔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대대적인 해외 자산 검토에 들어간 것이다.

경영권도 보감회로 넘어갔다. 그간 안방보험에 608억 위안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2월 우 전 회장이 기소된 뒤 보감회는 안방보험의 경영권을 접수해 2019년 2월까지 위탁경영에 나서기로 했다. 해외 자산 재평가란 ‘칼’부터 꺼낸 보감회의 레이더망에 한국 자회사인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걸렸다.

앞서 말한 소문은 홍콩 금융가에서 시작됐다. 익명을 원한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보감회 측에서 안방보험 자산의 상당수를 매각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한국 자회사 가치도 따져보고 적절한 매수자를 찾는 과정에서 유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안방보험 샅샅이 뜯어보는 中 보감회


실제 보감회가 안방보험그룹의 자산 최적화 작업에 착수하면서 투자은행(IB)을 자문사로 선정했다. 한 곳은 중국 본토 투자은행인 중국국제금융(CICC)이고, 다른 한 곳은 글로벌 투자은행 UBS다. 실사가 진행되면서 부동산 자산관리 주체는 홍콩 상장사인 시노오션에 맡겼고, 자회사인 센츄리증권의 지분 91.65%도 36억 위안에 매물로 내놨다.

한국 자회사 직원들은 불안하다. 본사 오너가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도 충격인데 한국 상황도 그다지 좋지 않아서다. 5월 동양생명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육류담보대출(일명 ‘미트론’) 사태와 관련해 ‘기관경고’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육류담보대출 관리 과정에서 일부 차주들이 담보물에 이중 담보를 설정하는 수법으로 동양생명 등 14개 금융사에서 5800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았기 때문이다. 동양생명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매각 과정에서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보고펀드와 유안타증권을 상태로 7000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ABL생명은 노사협상이 난항에 빠졌다. 안방보험에 인수되기 전엔 매년 3%의 임금인상률을 이어왔다. 하지만 인수 후 노사 간 임금협상이 결렬되면서 3년째 임금 단체협상이 중단됐고, 임금피크제 논의는 시작도 못했다. 직원 고용을 3년간 보장하기로 한 ‘고용안정협약’도 2019년 말까지라지만,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의 가능성은 여전하다. 수익도 크게 줄었다. ABL생명은 안방보험에 인수된 후 방카슈랑스(은행창구에서 판매되는 보험)를 통해 저축성보험 가입을 늘려왔지만 신(新)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저축성보험을 확 줄였다. 보험부채평가 방식이 원가에서 시가로 바뀌고, 저축성보험의 책임준비금도 늘어나면서 자본 확충 부담도 커졌기 때문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ABL생명의 2017년 1분기 저축성보험 수익은 6168억원이었지만, 2018년 1분기엔 1595억원을 기록하며 4500억원 넘게 줄었다.

저축성보험 판매를 되레 늘린 동양생명은 5억 달러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까지 준비 중이다. ABL생명은 올해 저축성보험 모집을 중단하긴 했으나, 동양생명과 같은 방식으로 몸집을 불려온 터라 올해 말쯤 해외증권 발행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일까. 매각설에 더 힘이 실렸다. 급기야 지난 5월 8일 한국거래소는 동양생명 측에 ‘최대주주 지분매각 추진 보도’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 달 후인 6월 7일 피터 진 동양생명 상무는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답변 공시를 보면 “당사 최대주주에 확인한 결과, 중국 정부의 위탁경영 계획상 최대주주의 모든 해외 자산에 대한 분석 및 평가를 진행 중이나,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명시돼 있다. 딱히 매각을 부인하지 않았지만, 확정 짓지도 않은 셈이다.

일단 업계나 한국 언론은 당장 매각이 어렵다고 본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보감회가 방대한 안방보험 자산을 매각하는 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5월 27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우 전 회장은 안방보험을 직접 내세우지 않고 투자홀딩스를 활용해 인수합병에 뛰어들었다”며 “인수자금도 은행 대출이 아니라 자산관리상품(WMP)으로 조달한 자금이 대부분이라 자금 경로부터 따져봐야 하고, 인수과정도 상당히 복잡하다”고 보도했다.

특히 자산관리상품의 경우 중국 내에서 대표적인 그림자 금융 상품으로 꼽힌다. 사모펀드가 개인투자자에게 고금리를 약속하고 자금을 모은 뒤 부동산 투자나 1∼2년짜리 고위험성 회사채에 투자하는 식이다. 보통 신용도가 낮아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경우 이를 자금융통 수단으로 활용한다. 덕분에 안방보험이 사들인 벨기에의 델타로이드 은행이나 월도프 호텔도 당시 경쟁 입찰자보다 40%나 높은 가격을 써낼 수 있었다.

규모도 아직 다 파악하지 못했다. 투자은행 UBS에 따르면 안방보험이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회사는 지금까지 파악된 것만 58개다. 동양생명처럼 상장회사로 시장에 드러난 경우만 20여 개에 달한다. 정확한 규모는 더 파봐야 알겠지만, 국내외 자산을 통틀어 3180억 위안, 한국 돈으로 54조원이 훌쩍 넘는다. 여기에 2014년부터 매입에 뛰어든 해외 자산만 20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매각은 또 다른 문제다. 한국만 해도 그렇다. 금융당국부터 넘어야 한다. 2017년 한국 금융위원회가 ABL생명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하면서 인수 후 최대주주가 2년 내 변경될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올해 6월 기준으로 1년 반 정도 지났다.

‘기관경고’를 받은 동양생명은 일부 영업정지를 받는 한편 3년간 신사업 진출마저 제한될 예정이다. 동시에 금감원은 동양생명 임직원 제재에도 나선다. 임직원 제재 대상에는 동양생명의 대주주인 안방보험 출신인 짱커 부사장과 왕린하이 이사가 포함됐다. 구한서 전 사장은 경징계인 ‘주의’ 조치를 받았고, 올해 5월부터 단독 대표가 된 뤄젠룽 사장만 제재 대상에서 빠졌을 뿐이다.

ABL·동양생명 매각 불씨 여전


▎중국 안방보험에 넘어간 뉴욕 에섹스하우스 호텔.
당장 돈 들어갈 곳이 많은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할 한국 매수자도 찾기도 힘든 상황이다. 일단 인수합병은 적절한 매수자가 있고 ‘가격 조건’이 맞아야만 성사된다는 점에서 ‘매각설’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보감회 관계자도 한국 금융당국 관계자를 만나 “안방보험은 당분간 ABL생명과 동양생명을 매각할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중국 업계의 생각은 어떨까. 일단 ‘매각’의 불씨는 여전하다는 입장이다. 신우진 유안타증권 글로벌투자정보센터 연구원은 “안방보험은 상장회사가 아니라서 중국 현지에서도 회사 내부사정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며 “입김이 센 보감회가 매각 얘기를 꺼낸 만큼 언제든지 매각 얘기는 다시금 불거질 수 있다”고 했다.

좀 더 큰 그림도 나왔다. 권력투쟁과 금융리스크 억제 두 가지 측면에서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우 전 회장은 그간 장쩌민 전 주석 계열 권력 계파인 ‘상하이방’의 돈줄 역할을 해오던 인물”이라며 “여기에 중국 당국이 시진핑 주석의 장기 집권을 반대하는 상하이방을 견제하던 중 안방보험이 2014년 499억 위안 증자과정에서 순환출자와 허위 증자가 이뤄진 사실을 확인하고 회사 정리에 속도를 냈다”고 설명했다. 실제 상하이방을 지원 사격했던 다롄완다, 하이난항공, 포선 등도 재벌개혁 대상에 올라 있다.

시 주석의 발언도 한몫했다. 지난해부터 그는 “불법으로 외화를 해외로 유출하면 금융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동식 한국투신운용 상하이사무소장도 “특히 중국 당국은 금융 분야에서 해외로 자본이 빠져나가는 걸 민감하게 생각한다”며 “실제 몇 년 전까지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로부터 한국 IMF 외환위기 당시 채권시장 상황 등 관련 자료를 구해달라는 요청을 받을 정도로 한국·일본의 경제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고 말했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201807호 (2018.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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