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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크람 도래스와미 주한 인도 대사 

“인도는 한국 기업의 가장 큰 투자처” 

박지현 기자
인도가 주목받고 있다. 수년간 7%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며, 이제는 아시아 경제대국으로 자리를 굳힐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7월 모디 인도 총리를 만나면서 한국의 ‘신남방정책’에도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임기가 끝난 비크람 도래스와미 주한 인도 대사는 귀국을 잠시 미뤘다.

▎비크람 도래스와미 주한 인도 대사는 “개인적으로 양국관계의 상당한 발전을 지켜봤고, 계획한 만큼 진전된 것 같아 만족스럽다”며 대사 임기를 마치는 소회를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인도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차량 중 하나죠. 삼성전자, LG전자가 만든 가전제품은 인도 시장에서 절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도 삼성제품 인기가 좋습니다. 실제 시장점유율도 애플(1%)보다 삼성(25%)이 훨씬 높죠.”


비크람 도래스와미(48) 주한 인도 대사는 인도에서 한국 기업의 위상을 이같이 전했다. 6월 1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한 인도대사관에서 만난 그는 “귀국을 미뤘다”는 얘기부터 꺼냈다. 5월 중순 끝났을 임기가 2개월 반 후인 7월 말까지 연장됐다는 것이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 방문에 앞서 최근 속도를 내는 한국과 인도 간 협력을 위해 이례적인 조치”라고 설명했다. 2015년 5월 모디 총리의 한국 방문과 함께 시작된 그의 임기는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하며 끝을 맺는 셈이다.

문 대통령의 인도 방문으로 양국 ‘경제 협력’에 거는 기대감이 한층 커졌다. 인도는 인구 14억 명이 사는 큰 시장으로 수년째 연간 7~8%대의 고도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기업 다수가 인도 시장 개척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인도 시장에서 일본, 중국 등 주요국의 위상에 비해 밀리고 있다. 1973년 수교 이후 45년간 한·인도 양국은 정치·경제·사회 등 다양한 측면에서 협력을 모색했고, 2009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으로 경제협력 ‘강화’까지 천명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었다. 2015년 기준으로 중국의 대(對)인도 수출액은 약 580억 달러(약 64조원)로 한국(약 12억 달러)보다 몇십 배나 많다. 기업 수도 일본에 밀린다. 이미 2011년 인도에 진출한 일본 기업은 2000여 곳에 가깝지만, 한국은 400여 곳에 불과하다.

물론 한국 기업은 끊임없이 인도 시장 문을 두들긴다. 인도 시장의 주요 진출지였던 남인도 첸나이에서 뉴델리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NCR) 지역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삼성전자, LG전자, 포스코, 두산중공업, 현대자동차, 쌍용건설 등 한국 대표 기업이 앞장서고 있다. 특히 삼성, LG를 필두로 35개사가 전기·전자 분야에 활발히 투자하고 있다. 수출입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기업은행 등 금융기관도 투자 행렬에 동참했다. KPMG, 딜로이트, PwC, E&Y 등 글로벌 자문사도 한국 기업 전담팀을 따로 꾸릴 정도다.

아직 갈 길은 멀다. 인도는 남다른 문화와 시장 환경(관료주의 등) 탓에 글로벌기업 정착에 어려움이 있다. 십수 년 전 진출했던 한국 대기업도 이제야 인도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최근 발을 들인 한국 중소기업들의 인도 시장 진출은 더딜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도래스와미 대사는 “앞으로 한국과 인도의 경제교류가 급격하게 성장할 것”이라며 인도 시장 투자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모디 총리의 경제정책인 ‘모디노믹스’는 한국 기업에 어떤 의미인가.

모디 정부는 동아시아 나라를 중시하는 ‘액트 이스트(Act-East)’ 정책을 추진한다. 그만큼 한국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의미다. 인도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고, 신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제조업 육성’이란 카드를 택했다. 최근 내놓은 ‘메이드 인 인디아’, ‘100 스마트 시티’ 정책 등이 그 일환이다. 한국은 동아시아 국가 중 가장 성공적으로 현대 산업화에 성공한 나라다. 인도는 제조업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한국을 모범 국가로 꼽는 동시에 미래 교역관계의 핵심 동반자로 생각한다.

제조업을 중시하는 이유가 뭔가.

제조업의 발전 없이는 ‘진정한’ 생산성 향상엔 한계가 있다. 노동력의 질적인 발전도 꾀할 수 없다. 물론 제조업 비중은 높은 편이다. 인도의 제조업 비중은 국내총생산(GDP)의 20%인데 질적으론 한참 뒤처진다. 그래서 인프라 현대화부터 착수했다. 항만, 도로, 공항 등 사회기반 시설을 새롭게 구축하면서 ‘디지털 인디아’ 정책으로 4차 산업혁명에도 대비한다. 2020년엔 인도 인터넷 이용자 수가 7억 명을 무난히 넘길 거라 본다. 지난해 스마트폰도 1억2000만 대 이상 팔렸다. 인도는 IT 강국인 한국의 최대 투자처가 될 수 있다.

한국 기업이 투자하면 어떤 이점이 있나.

인도는 임금이 싼 국가 중 하나다. 최근 제조업을 키우기로 하면서 해당 분야 지원책도 늘렸다. 조선, 강철, 원자력, 중장비 등 세계적인 기술을 가진 한국 기업이 인도 투자에 나설 적기라고 본다. IT 분야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수요가 점차 늘어나고 있어 인도에 공장을 세우면 ‘윈-윈’(win-win) 할 수 있다. 20~30년간 유망한 분야를 더 꼽자면 자동차, 전기, 화학섬유, 식품가공, 재생에너지, 방산 분야가 있다.

인도 정부의 지원책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인도 정부는 해외 기업 유치를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절차를 간소화했다. 실제 지난해 한국과 인도 교역 규모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 무역수지도 2011년 이후 감소세를 나타내다 흑자로 전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양국 모두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교역 물품도 늘어나고 있다. 2009년 맺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증거다. 양국 모두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하거나 인하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대(對)인도 투자에 나선 한국 기업을 어떻게 평가하나.

성공적으로 인도 시장에 안착했다고 생각한다. 가장 먼저 인도에 진출한 현대차는 첸나이 지역에 연간 65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지었다. 삼성전자도 기존 공장 규모를 늘리고 있다. 델리와 벵갈 지역에도 LG전자, 현대모비스, 두산 등이 진출했다. 인도 정부는 수도권 지역 일부를 특별 산업단지로 묶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델리-뭄바이 경제회와 추진하는 프로젝트가 있다. 인도 델리와 뭄바이 1500㎞를 잇는 초대형 산업벨트를 조성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부터 한국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손잡고 한국 기업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중소기업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차츰 나아질 거라 본다. 한국 중소기업들 역시 인도 시장을 지리적으로도 멀고, 문화적으로 상당히 이질적인 곳으로 여기는 것 같다. 사실 인도 정부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으며, 한국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 중이다. 수도권에 조성한 산업단지에 한국 중소기업만을 위한 특별 부지를 제공하거나 공장 부지를 값싸게 임대해주는 식이다. 한국 쌍용차 최대주주인 인도 기업 마힌드라는 ‘마힌드라 월드’라는 산업부지를 갖고 있는데 한국 기업이 이 부지를 이용하면 각종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경제협력’만큼이나 ‘문화’ 교류도 중요해


물론 인도 시장 공략에 ‘투자’가 능사는 아니다.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기업 활동을 포기하고 돌아온 한국 기업도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도래스와미 대사도 이 점에 공감하며 문화 얘기로 넘어갔다.


“20여 년 전 ‘마른오징어’와 ‘소맥’을 즐기며 한국인 친구들과 어울렸습니다.”

도래스와미 대사는 실제 한국에서 인도 문화는 꽤 친숙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요가를 즐기는 인구만 200만 명에 달하고, 인도 전문 음식점을 찾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난 4월 개봉한 인도 영화 [당갈]은 관객수 약 11만 명(6월 19일 기준)에 불과했지만, 평론가들 사이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래도 한국에서 인도 영화는 아직 생소하다.

인도는 한 해 1000편을 찍는 영화 대국이지만, 한국에선 아직 생소하다.

인도 영화 시장은 매년 11%씩 성장해 시장 규모만 21억 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 인도 영화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점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한·인도 간 콘텐트 산업 교류를 추진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상당수 한국 영화인도 희망한다고 들었다. 한·인도 영화제작자들이 각종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영화 제작·투자에 함께 나선다면 큰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도 영화에 등장하는 한국 식당이나 장소가 있다면 한류 열풍의 중심지가 될지도 모른다.

요가, 인도 음식 등이 한국에서도 꽤 인기 있다.

양국 모두 조화나 균형을 추구하는 문화가 비슷하다. 한국 음식엔 고추, 마늘, 양파 등 강하고 자극적인 재료가 주로 쓰이는데 인도 음식도 마찬가지다. 한국 음식을 먹어본 인도 사람들은 호평 일색이다. 인도에도 콩 발효음식인 ‘삼바’가 있는데 한국의 청국장과 맛이 비슷하다. 청국장보다 조금 더 매워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9월 서울에서 열리는 ‘인도문화 페스티벌’에선 인도 음식, 영화, 무용, 전통음악 등을 고루 소개할 계획이다.

인터뷰 말미에 비크람 도래스와미 주한 인도 대사는 “한·인도 간 교류엔 아직도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현재 인도로 가는 항공편은 15년 전보다 3배나 늘었습니다. 한국과 인도를 오가면서 관광산업도 더 발전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한국,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인도. 이 두 나라가 힘을 합치면 제조업, 문화 산업에서의 협력뿐만 아니라 ‘포스트 차이나(Post China)’ 시대를 헤쳐나가는 중요한 전략적 관계를 도모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gn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201807호 (2018.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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