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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승계의 마스터 플랜 

 

김선화 ㈜에프비솔루션즈 대표
“가업승계를 할 계획이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500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300여 개가 넘는 기업이 이같이 답했다. 딱히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는 의견도 대다수였다. 하지만 경영권 승계부터 세금 등 고려할 사항이 한둘이 아니다. 그래서 ‘종합계획’은 반드시 수립해야 한다.

최근 실시한 가업승계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약 68%가 가업승계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경영자들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최근 몇 년간 이 비율이 매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가업승계 성공률은 30%밖에 되지 않는다. 70% 기업이 창업자의 사망과 함께 사라진다는 의미다. 왜 많은 기업이 가업승계에 실패하는 걸까?

경영자들은 가업승계의 어려움으로 상속·증여세 문제를 첫 번째로 꼽았다.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보니 이런 대답도 이해된다. 하지만 세금 문제를 해결했다고 해서 성공적인 승계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대를 이어 지속적으로 생존하려면 세금 문제 이 외에도 경영자들이 해결해야 할 도전과제가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가족 간 갈등 예방, 환경 변화에 따른 기업의 대응 능력, 소유권 분쟁 예방 및 가족 내 소유권 보존을 위한 지배구조 구축, 능력 있는 후계자 확보와 훈련 등 경영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여러 가지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와 같이 성공적인 승계를 위해서는 경영권 승계, 가족 관련 문제, 상속·증여세를 포함한 소유권 이전계획 등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가족기업의 시스템’을 이해하라


가업승계에서 가업(家業)이란 가족(家族)과 기업(企業)이 결합된 단어로 대를 이어 한 가족이나 가문에서 기업을 소유 또는 경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업승계를 하는 기업은 모두 가족기업으로 분류된다. 승계를 위해 종합계획을 수립하려면 먼저 가족기업의 시스템을 이해해야 한다.

가족기업은 그림과 같이 가족, 기업, 오너십이라는 3개의 독립적인 시스템이 서로 겹쳐 하나의 복잡한 시스템을 이룬다. 이를 ‘가족기업의 3차원 모델’이라고 한다. 1983년대 하버드대학의 레나토 타퀴리 교수와 존 데이비스 교수가 소개한 후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가족기업 연구나 컨설팅 등에 핵심 모델로 활용되고 있다. 이것을 이해하면 각 시스템에 속한 사람들이 자신의 위치에 따라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승계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창업자 세대에는 창업자가 3차원 시스템의 중심에 있다. 그들은 가족에서는 가장이며, 오너십 측면에서는 최대주주이고, 기업에서는 최고경영자 역할을 한다.

창업자에게 자녀가 1명뿐이라면 그가 창업자의 역할을 대신하기 때문에 갈등이 없겠지만, 세대교체를 통해 소유권이 1명 이상의 자녀에게 있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한 창업자가 4명의 자녀를 두고 있어 오너십을 4자녀에게 1/4씩 배분했다고 가정해보자. 기업에서는 2명의 자녀만 일하는데, 첫째는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 역할을 맡고, 둘째는 한 사업부의 본부장으로 일하며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나머지 2명의 자녀는 주식만 가지고 있고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이때 사전에 협의 없이 누군가가 주도권을 가지려고 한다면 가족 간이나 가족주주 간 또는 경영과 관련하여 갈등이 생기게 마련이다. 가족갈등은 가족관계를 해칠뿐만 아니라 최악의 경우 승계에 실패해 기업이 문을 닫기도 한다. 아시아 가족기업의 60%가량이 승계 전후에 가족분쟁을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방법은 있다. 가족기업은 가족, 오너십, 기업이라는 3개 시스템의 목표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가족 화합의 기틀을 마련해야 하고, 세금 문제나 소유권 구조를 잘 구축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생존할 수 있도록 준비도 해야 한다. 만약 한 부분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승계에 걸림돌이 된다. 어떤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까.

3차원 관점의 종합계획을 세워라


첫째, 기업 차원의 궁극적인 목표는 기업의 지속적인 생존과 발전이다. 200년 이상 생존한 기업들은 창업 초기부터 전수된 창업철학과 기업이념의 실현을 목표로 경영해온 덕분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결국 가업승계의 성공비결은 기업의 근간이자 정신에 해당하는 창업자의 경영철학과 이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도전하는 창업자의 기업가 정신을 어떻게 꾸준히 후대로 대물림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기업의 라이프사이클 관점에서 기업이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생존할 수 있도록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기업은 생존기-성장기-성숙기-쇠퇴기를 거쳐 발전하는 데 가업승계를 준비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성숙기나 쇠퇴기에 접어든 경우가 많다.

또 후계자가 현장 실무에서 시작해 10~15년간 경영수업을 받고 능력 있는 리더가 될 수 있도록 후계자 훈련의 로드맵을 작성하고, 경영자로서 권한을 위임받아 기업을 운영할 때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전문화된 경영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가족 차원에서의 중요한 목표는 가족의 화합이다. 대체로 한 자녀 이상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아 기업에 참여하는 자녀와 참여하지 않는 자녀, 소유권이 있는 자녀와 없는 자녀는 각자의 상황에 따라 기업에 대한 관심이나 이해관계가 달라진다. 이때 가족들이 원활하게 의사소통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족회의를 정례화해 가족 갈등을 예방하고 가족 화합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특히 2세대 이상 세대교체를 하게 되면 3세대들을 위해 후계자 선정에 관한 기준과 가족이 기업에 참여하는 기준도 명확히 세울 필요가 있다.

또 다른 중요한 과제는 창업자의 은퇴 준비다. 은퇴 후 남은 생애를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또 은퇴 후 기업에서 재정적인 지원 없이도 여생 동안 충분히 쓸 수 있는 재원 마련 계획도 세워야 한다. 그래야 적정한 시점에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주고 떠날 수 있다. 이러한 준비가 없으면 은퇴를 꺼리게 되어 80~90세까지 회사에 남아 후계자들에게 부담을 주며 자신이 의도하지 않아도 스스로 승계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셋째, 오너십 차원의 목표는 가족 내에서 소유권이 보존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산 상속을 위한 세금계획(Tax Planning)을 수립해야 한다. 상속세율은 50%에 이르므로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문제가 더 커지게 된다. 만약 상속이 일어나는 시점에 상속세를 납부할 재원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 어떻게 될까? 주식을 팔아 상속세를 충당해야 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2~3대 내려가면 경영권을 유지하기 힘든 수준까지 지분이 떨어져 기업이 공중 분해될지도 모른다. 물론 ‘가업상속공제제도’가 마련되어 있어 이 제도를 잘 활용한다면 상속·증여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도 있지만, 이 제도는 사전·사후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10년 이상의 미래 전략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자녀간의 형평성 문제나 유류분 등을 감안하여 가족 간 소유권 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약 여러 자녀에게 소유권이 분산되는 경우 가족주주 간 ‘주주협약서’를 체결하는 등의 방법으로 가족 내에서 지속적으로 주식을 보유할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 해외 장수기업들이 수대에 걸쳐 이어오는 동안 소유권을 가진 가족이 수십 명에 이르는데도 가족기업으로 존속할 수 있는 이유가 가족 내에서 주식거래를 하도록 협약서 등을 마련해두기 때문이다.

앞서 소개한 3차원 관점에서의 준비사항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가업승계를 체계적으로 준비한다는 것은 가족기업의 3차원 시스템을 바탕으로 기업의 지속 발전, 가족 화합, 오너십 보존이라는 목표를 잘 실현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과제를 통합적으로 잘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는 말이다. 물론 쉽지 않다.

하지만 가업승계란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하는 작업이다. 가족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나 후계자, 가족, 기업의 주요 관리자들 모두 종합적인 관점에서 승계 문제에 접근해야 하며, 다양한 도전과제를 충분히 이해한 다음 선도적으로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가업승계는 단순히 경영권을 넘겨주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10~15년에 걸쳐 준비해야 하는 장기간의 프로세스다. 그러므로 앞서 소개한 3차원 관점에서 승계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보자. 멀리 내다보고 크게 볼수록 핵심은 더 잘 보이는 법이다.

- 김선화 ㈜에프비솔루션즈 대표

201807호 (2018.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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