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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탤리언 레스토랑 구별법 

 

정태남 이탈리아 상공회의소 고문
‘정통’ 이탈리아 스타일로 글로벌화가 한창인 이탈리아 정부에서는 아예 전 세계 레시피에 공식 인증까지 내걸었다. 이탈리아 ‘식(way)’의 식(food)문화를 알리기 위해서다.

▎왼쪽부터 조반니 탐부리니 브레라 CEO, 로베르토 마르토라나 주한 이탈리아 상공회의소장, 정태남 이탈리아 상공회의소 고문.
“이탈리아 음식이 전 세계로 퍼져나갔습니다. 어딜 가도 피자와 파스타는 쉽게 사 먹을 수 있죠. 이탈리아 음식이라 표방하긴 했는데, 이탈리아 고유의 맛과 거리가 있는 경우가 너무 많지요. 한국도 마찬가지였죠.”

지난 5월 말 서울 중구에 있는 이탈리아 레스토랑 브레라 CEO 조반니 탐부리니가 한 말이다. 브레라는 미슐랭(Michelin) ‘별’을 받은 정통 이탈리아 레스토랑이다. 접근성이 다소 떨어지는 언덕에 식당을 냈는데도 입소문 덕분인지 한낮에도 손님으로 북적였다.

유명한 이유는 또 있다. 주한 이탈리아 상공회의소(ITCCK)가 주관하는 ‘오스피탈리타 이탈리아나’ 인증을 받은 곳 중 하나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탈리아 정통 음식과 와인의 문화를 발전시키고 우수성을 홍보하자는 차원에서 각국에 있는 상공회의소를 통해 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선정된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지난 5월 한 달간 ‘이탈리아 푸드 페스티벌’을 진행했다.

심사기준은 미슐랭의 ‘별’ 받기만큼이나 까다롭다. 이탈리아 레스토랑으로서 정체성이 가장 중요하고, 손님 응대, 메뉴, 주방, 인력 등 다양한 각도에서 엄격한 심사가 이뤄진다. 이를 통과하면 전 세계 네트워크를 통해 ‘진짜’ 이탈리아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 리스트에 등재된다. 2009년 시작해 햇수로 10년째인 이 인증제는 벌써 전 세계 60여 개국에서 운영 중이고, 한국에선 2012년부터 시작했다. ‘진짜’가 됐으니 음식 값은 더 비싸지지 않았을까. “인증제 밑바탕엔 누구나 손쉽게 이탈리아 음식을 맛보게 하고 싶다는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진짜’라는 푯말이 붙었다고 ‘값비싼’ 음식이라 생각하면 오산이죠.”

탐부리니 CEO 옆에 앉아 있던 로베르토 마르토라나 주한 이탈리아 상공회의소 소장이 말문을 열었다. 브레라가 창업한 계기도 인증제가 추구하는 철학과 궤를 같이한다. 신선한 한국 식재료를 사용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정통 이탈리아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는 것이다. 럭셔리한 곳이 아닌 캐주얼한 식사 자리이지만, 두꺼운 메뉴판에 적힌 60여 가지 ‘홈메이드’ 메뉴는 그대로 제공한다.

최근 이들의 바람이 제대로 물을 만났다.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뿐 아니라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현지 ‘맛’을 다시금 즐기러 브레라와 같은 이탈리아 정통 레스토랑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에 가보지 못한 이에겐 색다름을 선사하기도 한다.

음식은 곧 문화다. 그래서인지 탐부리니 CEO는 명함이 하나 더 있다. ‘주한 이탈리아 상공회의소 식음료위원회 회장.’ 탐부리니 CEO와 마르토라나 소장이 인증제 알리기에 손을 맞잡은 이유다. 20년 이상 이탈리아에서 공인건축사로 활동한 정태남 이탈리아 상공회의소 고문은 이들의 노력을 옆에서 지켜봤다.


▎알레토레(Allatore)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이탈리아 정통 레스토랑이다. 오른쪽이 프랑코 소마리바 셰프.
오스피탈리타 이탈리아나 인증은 미슐랭처럼 유명하지 않다.

로베르토 마르토라나 주한 이탈리아 상공회의소장(이하 마르토라나)

쉽게 말해 미슐랭은 민간 인증이고 오스피탈리타 이탈리아나는 정부에서 인증하는 것이다. 미슐랭이 프랑스 타이어 회사 미슐랭이 매년 발간하는 레스토랑 평가서라면 오스피탈리타 이탈리아나는 이탈리아 정부가 공식적으로 이탈리아 정통 스타일의 레스토랑을 선정하는 것이다.

선정 기준이나 자격요건은 무엇인가.

마르토라나: 5개 요구 조건이 있다. ①주방장은 이탈리아 정부가 인증한 이탈리아에 소재하는 요리학교에서 정규과정을 마쳤거나, 이탈리아에 소재하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2년 이상 일했거나, 이탈리아가 아닌 외국에서 오스피탈리타 이탈리아나를 인증받은 레스토랑에서 2년 이상 일한 경력이 필요하다. ②일반 가정 스타일부터 고급 레스토랑까지 이탈리아의 분위기를 모두 갖춰야 한다. 이탈리아 메뉴를 각 코스로 나누는 전형적인 이탈리아의 습관을 반영해야 한다. 메뉴엔 이탈리아어를 꼭 넣어야 한다. ③홀 직원 중 적어도 한 사람은 이탈리아어로 말할 줄 알아야 한다. ④재료는 치즈, 올리브오일과 같은 일부 성분들은 유효기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라벨은 원산지를 나타내며 제품 품질을 보증한다. ⑤레스토랑 와인의 30%는 이탈리아산이어야 한다.

정태남: 한마디 덧붙인다면 메뉴는 문법에 맞는 정확한 이탈리아어로 표기되어야 한다. 국내 이탈리아 레스토랑 중에는 상호 자체부터 부정확한 이탈리아어로 된 경우가 적지 않다.

마르토라나: 매우 중요한 지적이다. 어법에 맞지 않는 상호명이 너무 많아 안타까웠다.

주한 이탈리아 상공회의소(ITCCK)에서 하는 일은 무엇인가.

마르토라나: 우리는 이탈리아 정부의 승인을 받기까지 감독 역할을 한다. ITCCK 직원은 식당에 가서 모든 기준을 확인하고 각 기준에 부합하는지 매년 체크해서 로마에 있는 외무성, 관광성, 농업성 등 관련된 사람들이 위원회에서 승인받는 절차를 거친다. 레스토랑이 위의 5개 기준 중 1개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제외된다. 올해는 12개, 지금까지 인증을 받은 식당은 21개다.

그러면 셰프도 이탈리아인이어야 하나.

마르토라나: 교육과 경력이 중요하지, 국적은 상관없다.

한국에도 인증을 받은 업체가 많은 편인가.

탐부리니: 이탈리아 정통 레스토랑이 많다고 할 수는 없다. 시작한 지가 7년이지만, 지금까지 인증받은 곳은 21곳이다. 성장은 하고 있지만 아직 한남동이나 홍대, 이태원 등지에 몰려 있다. 이쪽에 오는 고객들은 대부분 외국인이거나 영어를 할 줄 아는 고객이다.

한국에 이탤리언 레스토랑은 어느 정도 있나.

마르토라나: 한국에 있는 이탈리아 레스토랑 개수를 말하는 게 쉽지 않은 건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몇 년 전 통계에 따르면 이탈리아 레스토랑이 700개가량 있었는데 아마도 그건 파스타나 피자를 간단히 만드는 음식점도 모두 포함한 것으로 본다.

이탈리아 소스는 굉장히 진한데, 한국인 반응은 어떤가.

탐부리니: 이탈리아 음식들은 많이 짤 거다. 사실 묵직하고 약간 짠맛이 특징이다. 이런 맛을 일부러 찾는 사람도 있다. 진짜 이탈리아 맛을 보여주는 게 우리의 역할이니까.(웃음)

메뉴가 생각보다 매우 다채롭다.

마르토라나: 여기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탈리아의 지역별 문화를 맛보기가 어렵다. 다양한 지역, 지방의 특색을 살린 요리를 골고루 보여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5월 한 달 동안 이탤리언 푸드 페스티벌을 열었다. 서울에 있는 12개 레스토랑이 참여했는데, 레스토랑마다 이탈리아의 다양한 요리를 하나씩 선보였다.

탐부리니: 다들 이탈리아 음식을 카르보나라, 볼로네제, 피자 정도로만 알고 있는 데서 벗어나고자 한 것이다. 즉,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이탈리아를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게 목적이었다.

정태남: 사실 이탈리아의 맛은 매우 다양하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반도 이탈리아는 20개 주로 구성된 나라인데 주마다 강한 특색이 있다. 도시나 지방마다 독특한 고유의 음식이 있다. 가는 곳마다 토양과 지리적 특색이 다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로마제국이 멸망한 후 1400년 동안 이탈리아는 크고 작은 나라들로 갈라져 외세의 지배를 받다가 1870년에야 통일됐다. 이탈리아 문화의 다양성을 이해할 것이다.

한국에서 접한 이탈리아 음식은 어땠나.

마르토라나: 20년 전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비하면 많이 변했다. 아예 이탈리아식 식당을 찾기가 어려워 매일 재료를 사다가 해 먹었다. 이탈리아 레스토랑은 호텔 등에 있는 아주 비싼 곳이 대부분이었다. 국내에 오는 이탈리아인들이 아니었다면 이탈리아 ‘정통’ 레스토랑은 아마 없지 않았을까 싶다.

탐부리니: 간단히 비교하자면, 집처럼 편안하고 캐주얼한 이탈리아 음식점이 많아진 반면 예전에는 진짜 고급스러운 이탈리아 레스토랑이 많았다. 멋진 정장을 입고 가야 할 것 같은 곳이다.

캐주얼한 곳과 고급 이탈리아 식당의 차이가 있나.

마르토라나: 퀄리티는 같거나 비슷하다. 지금은 100개가 넘는 이탈리아 음식 식자재 수입업체가 있다. 이탈리아 재료가 한국 시장에 많이 있음을 의미한다.

탐부리니: 모든 셰프가 이탈리아 식의 음식을 만들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다.

이탈리아 정통 음식점과 ‘아닌‛ 식당의 차이는 무엇인가.

마르토라나: 분위기와 음식이 다 다르다. 전형적인 이탈리아 식당은 매우 편안한 분위기에 가깝다. 전통적인 이탈리아 식당의 직원들은 고객들과 친해진다. 이탈리아 음식은 덜 짜고 단맛의 흔적을 나타낼 수 있다. 한국의 이탈리아 음식은 많은 소스를 사용하는 반면, 전통적인 이탈리아 음식은 약간 건조하다. 이탈리아 로마의 피자는 아주 얇고 바삭하다.

이탈리아 식자재 수입업체만 100여 개


하긴 파스타 누들을 삶는 방식부터 다르긴 하다.

탐부리니: 한국에 있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는 대부분 면을 어느 정도 삶아두는데, 정통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기 때문에 요리 시간이 많이 걸린다.

마르토라나: 그래도 이탈리아와 한국의 공통점은 가족중심적이라는 것이다. 이탈리아는 레스토랑 가업을 잇기도 한다.

‘정통’이라면 이탈리아산 재료만 써야 하나.

탐부리니: 모든 재료가 다 그런 건 아니다. 특정한 것은 수입해야만 한다. 이탈리아산 치즈, 반죽, 토마토소스는 꼭 이탈리아산을 쓴다. 새우, 조개, 봉골레 같은 건 한국에서 싱싱한 재료를 구입할 수 있지만 토마토소스처럼 다른 토양에서 자라는 건 수입한다. 시칠리아에서 난 토마토는 맛과 당도가 다르기 때문에 좀 더 비쌀 수도 있다. 고르곤졸라, 모차렐라 치즈와 같이 쉽게 상할 수 있는 음식은 높은 가격을 유지한다. 올리브오일은 상하지 않아서 맛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다.

많은 한국인이 이탈리아 정통 음식점을 찾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탐부리니: 많은 한국인이 여행을 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이 경험한 진짜 이탈리아 음식에 점점 더 친숙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통이 있는 이탈리아 음식이 한국에 있는 이탈리아 음식보다 맛이 더 좋고, 기술적으로 우수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음식 문화가 더 트렌디해졌고 이탈리아 음식뿐만 아니라 ‘홈 스타일’이라는 개념도 매우 높이 평가되고 있다.

해외 시장은 어떤가.

마르토라나: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순으로 이탈리아 레스토랑 규모가 커지고 있다. 우루과이에서는 심지어 70% 정도가 이탈리아 음식을 먹는다. 중국도 큰 시장이지만 아직 많다고 보기엔 어렵다. 북한은 평양에서 1개가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이를 운영하는 이탈리아 사업가는 패션으로 돈을 더 벌었다더라.(웃음) 아마 앞으로 좀 확장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도 중요할 텐데.

탐부리니: 와인과 음식의 조합은 매우 중요하다. 그만큼 복잡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페어링에서 두 가지 기준을 따른다. 첫째, 지리적 특색에 따른 음식은 그 특정한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을 마신다. 둘째, 음식의 맛이 입에서 강조되도록 와인은 대조(contrast)를 이루기도 한다.

ITCCK는 음식뿐 아니라 다른 문화를 알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마르토라나: ITCCK는 이탈리아 음식 문화에도 평판 있는 기관이 될 것이다. 와인의 소믈리에가 있듯, 올리브오일에도 소믈리에를 양성할 계획도 있다. 이탈리아의 맛이 무엇인지, 가치관이 어떻게 다른지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다. 주한 이탈리아 상공회의소는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을 포함한 여러 기관과 협업해 이탈리아 음식과 문화, 전통 등을 세계적으로 알리기 위한 움직임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 진행 정태남 이탈리아 상공회의소 고문 / 정리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 사진 인성욱 객원기자

201807호 (2018.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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