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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포브스코리아 오만 포럼 | 지상중계(4)] 기업 혁신과 오만 

 

백대균 월드인더스트리얼매니지먼트인스티튜트 대표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게 하나도 없다.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세상에 맞춰서 혁신을 해야 한다. 변화를 부정하는 기업은 생존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기업이 변화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오만 때문이다.

▎오만 포럼 연사로 나선 백대균 대표는 ‘라인의 마술사’로 불리는 경영컨설턴트 출신이다. / 사진:김현동·전민규 기자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 변화가 없는 것은 죽은 것이다. 그러므로 변화를 거부하는 존재는 결국 불가능에 저항하는 것이다. 변화를 부정하는 기업은 더는 존재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그런데 왜 변화하지 못하는 것일까. 변화가 안 되는 이유는 오만(Hubris) 때문이다. 이 세상에 한시라도 가만히 머물러 있는 존재는 없다.

과거 성공 방식이 영원히 통하는 전략 없어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 대립하고 또 통합하는 변증법적 운동법칙에 따라 변화 하지만 오만에 빠진 경영자는 이 변화하는 현상의 배후에 존재하는 법칙을 깨닫지 못한다. 기업의 변화방법은 혁신활동이다. 『주역』에서 말하는 ‘거안사위(居安思危·편안할 때도 위태로울 때를 생각하라)’의 사고와 우리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은 전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가져야 혁신이 시작될 수 있다는 뜻이다.

‘혁신은 경영의 근본적 양식’이라는 점과 ‘생존의 필수 요건’이라는 점을 잊어버리는 순간 외부에 의해 변화를 강요받게 된다. 이것이 멸망이다. 우리는 모토로라, 노키아, 토요타, 필립스, 포라이드 등 수많은 우량기업의 몰락을 지켜봤다. 경영자가 오만에 빠지는 순간 조직은 관료주의화되고, 몰락이라는 변화를 강요받게 된다.

짐 코린스가 말한 몰락의 5단계와 같이 기업은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몰락한다. 그래서 기업의 운명은 정해져 있고 멸망은 결코 피할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느 기업이든 ‘보이지 않는 손 오만’이 멸망으로 이끌어 가기 때문이다. 멸망의 시작 전에 하인리히 법칙에 따라 점선면의 징후가 나타난다. 그러나 과거의 성공에 대한 오만한 자세로 이 징후를 느끼지 못할 뿐이다.

주변에 오만의 위험을 경고하는 사람이 있지만 오만 증후군에 감염된 경영자는 경고를 무시하고, 결국 파멸을 맞게 된다. 그리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다른 새로운 기업이 나타나 이 자리를 차지한다. 이것이 세상의 흐름이다.

과거의 성공 방식이 영원히 통하는 전략은 없다. 게임 규칙이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영원한 1등은 없는 것이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다. 멸망의 원인인 ‘오만(Hubris)을 방지하는 방법은 변화를 이끄는 혁신활동’만이 최선의 방법 ‘Only and Best Method’다.

변화 없는 업무가 지속되면 조직원은 직급이 올라갈수록 안정감을 느끼며 안주하려 하기 때문에 조직은 관료주의 사고에 빠지고 경영자는 오만에 빠진다. 그래서 혁신활동을 통한 개선으로 지금까지 해온 방법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그런데 혁신활동은 시작은 쉬우나 성공하기 어렵다. ‘경영자의 자판기 사고’ 때문이다(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CEO가 1000원 넣고 1000원짜리 커피캔이 즉시 나오기 바라는 사고다). 인큐베이터 사고를 가져야 한다.

혁신활동으로 조직의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먼저 환경의 변화를 추진해 종업원의 사고를 변하게 해야 한다. 종업원의 사고가 변하면 종업원의 행동이 변하기 시작한다. 종업원의 행동에 변화가 일어나면 업무의 질이 높아진다. 이것이 혁신을 통한 오만 치유 방법의 단계다.

토인비는 고대 그리스, 로마 등 세계를 주름잡았던 문명의 흥망성쇠를 연구해 『역사의 연구(Study of History)』를 썼다. 천년만년 영광을 누리며 번성할 것 같았던 강대국과 선진 문명들이 왜 얼마 못 가서 망하게 됐는지 원인을 밝혀냈다. 그 원인이 천재지변도, 야만인의 침략도 아니며, 내부에 토착화된 권위적인 문화에서 오는 지도자의 교만(驕慢)과 안이(安易)도 오만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GM에 뒤처진 포드, 경영자의 오만 반면교사


미국의 자동차왕으로 불리던 헨리 포드는 탁월한 비전과 창의력을 지녔지만, 자기가 개발한 검은색 T-car라는 단일모델에서 벗어나 다종다색의 차량을 생산해달라는 권유를 받았다. 개발자로서 강한 오만에 빠져 권유를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 개발한 한 가지 T-car 모델과 검은색만 고집했던 그는 GM에 시장의 패권을 빼앗기고 수없는 수모를 겪었다.

반면에 GM의 알프레드 슬론(Alfred P. Sloan)은 개방된 사고로, 참모들의 의견을 수렴해 5개 다른 회사를 합병하고, 5개의 자율적 운영체제(Devision- 캐딜락·뷰익·올즈모빌·시보레·폰티액)별로 5개 모델과 25개 제품을 생산하는 다품종 생산의 운영방식을 만들어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해 포드를 앞질렀다.

기업에서는 초고속 승진을 거듭한 사람이 세월이 바뀌었음에도 자신이 최고라는 생각에 빠져 유아독존식으로 일을 추진하다 기업이 망하는 경우와 비슷한 현상인데 이를 ‘유아독존성 오만’이라 한다.

오만이란 말은 고대 그리스에서 쓰이던 말이었다. 오늘날에는 성공한 일부 경영자들이 경로의존성이 강해 자신의 과거 성공방식대로 추진하며, 남의 말에 귀를 막고 독단적으로 사업을 경영하다 판단력을 잃어 망하게 되는 원인을 가리키는 뜻으로 사용된다. 한 기업을 성장시킨 혁신의 방법은 시간이 지나면 게임 규칙이 계속 변하기 때문에 오히려 기업의 쇠퇴를 야기하게 된다는 경고의 뜻으로도 사용되며 이를 ‘경로의존성 오만’이라고 한다.

수에즈 운하의 건설로 영국에서 인도까지 항해 거리가 무려 9500㎞나 단축됐다. 이 공사는 1859년 착공해 10년 만에 완공됐다. 영국에서 인도로 항해할 경우 아프리카를 돌아가는 노선 2만4500㎞에 비해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면 1만5000㎞로, 무려 9500㎞나 단축되므로 프랑스의 외교관이자 기술자였던 페르디낭 드 레셉스가 이집트 왕의 허가와 오스만투르크의 동의를 얻어 1859년 공사가 시작됐고 10년 후인 1869년 11월 완공했다.

수에즈 운하의 성공으로 파나마 운하 건설 가능성이 검토됐다. 뉴욕에서 배를 타고 샌프란시스코에 가려면 2만2500㎞를 향해해야 하는데 파나마 운하를 뚫는다면 불과 9500㎞로 단축될 수 있었다. 1880년 프랑스 정부는 수에즈 운하를 성공시킨 레셉스에게 공사를 맡겼다. 수에즈 운하의 길이가 193㎞인 데 비해 파나마 운하는 80㎞ 내외로 10년 걸린 수에즈 운하에 비해 훨씬 수월한 공사로 예상됐다.

그러나 파나마 운하를 완공하는 데 34년이나 걸렸다. 레셉스는 8년간 3억5000만 달러를 들였으나 파산했다. 이후 미국 정부가 그 공사를 넘겨받아 12년간 공사비 4억 달러를 들여 1914년에 완공했다.

‘레셉스’는 왜 파나마 운하 건설에서는 실패한 것일까? 수에즈 운하는 해발 15m의 사막 지역을 통과하는 것이어서 지류(支流)와 지류를 연결하는 공사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파나마 지역은 해발이 150m로 높았고, 습도도 높아 전염병이 창궐했다. 레셉스는 수에즈 운하의 성공이라는 경로의존성 오만에 빠져 그 방식대로 따라 하다 실패한 것이다.

오만이라는 병에 걸리면 두 눈을 부릅뜨고 직시해야 볼 수 있는 현실 감각을 상실하고 자신의 능력만 과신하게 된다. 오만에 빠져 눈 뜬 장님이 되었을 때 찾아오는 불행을 고대 그리스인들은 네메시스라고 했다. 이때 네메시스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앙갚음, 즉 보복의 의미가 아니라 내게 주어진 일을 하지 않았을 때 감수해야 하는 대가, 즉 멸망을 의미한다.

경영자의 ‘인격적 오만’ 기업에 결정적 타격

경영자가 오만에 빠져 있으면 경영 활동에서 다음과 같은 현상을 느낄 수 있다.

1. 위험을 무시하고 독선적으로 경영을 한다.

2. 추진 역량이 없음에도 무모한 도전으로 올인원의 경영을 한다.

3. 경로의존성이 강해 과거 성공 방식에 기준하여 경영활동을 추진한다.

4. 기존 사업은 방치하고 가장 중요시되는 사업만 혼신을 다해 경영한다.

오만은 성공한 경영자가 가장 빠지기 쉬운 ‘유사 정신병’이다. 위협적인 경쟁자도 없이 여러 사람의 지지를 받는 최고 지위에 있는 경영자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자만에 빠진 경영자들이 보이는 자아도취적 오만의 징후들을 ‘오만 증후군(Hubris Syndrome)’이라고 진단한다. 오만 증후군이란 성공한 권력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일종의 ‘직업병’인 셈이다.

다음과 같은 성향을 가진 경영자는 오만에 빠질 가능성이 많아 사전관리가 필요하다.

1. 자기애적 성향이 강하다.

2. 자기가 과거 성공한 업무 내용을 들먹이며 타인에게 강요한다.

3. 무비판적인 주위 칭찬에 흡족해하며 수용한다.

4. 규정이나 제도를 무시하고 개인적 판단에 의거하여 결단을 내리고 실행한다.

5. 복잡하고 어려운 일을 결과만 생각하며 아주 간단하게 결정한다.

6. 자기도 완전히 이해가 안 되어 있는 문제를 개념만 이해하고 감(感)으로 판단한 후 확고하게 긍정적으로 믿는다.

근래에 와서는 경영적 오만(Business Hubris)보다 인격적 오만(personality Hubris)이 기업에 더 결정적 타격을 주는 시대가 되었다. 최근에는 내로라하는 기업의 회장과 사주 일가가 허리를 굽혀 사과하는 장면이 TV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폭언, 심지어 폭행까지 하는 등의 저질스러운 ‘갑(甲)질’을 했다가 사회적 문제가 된 것이다. 갑질은 인격적 오만에서 나오는 행위다. 이런 인격적 오만은 지적 결함이 아니라 ‘인격적 결함’에서 나오는 겸손의 결여 때문이다. ‘겸손의 태도’는 허리를 90도 굽혀 절하거나 굽실거리는 것도 아니며 자기를 낮추는 것도 아니다. 남과 똑같은 존재라는 태도를 가진 ‘평등의식’이 겸손이다.

오늘날에는 과거보다 인격적 오만으로 인해 멸망에 이르는 시간이 훨씬 짧아졌다. 전 세계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면서 대한항공과 같이 집이나 회사 안에서 일어난 조그만한 오만적 행동도 인터넷과 SNS를 통해 순식간에 세상에 드러나 지금의 대한항공 사태와 같이 기업과 가정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 계속 발전하려면 경영자의 인격적 오만을 경영적 오만과 동일하게 관리해야 한다. 준법정신과 겸손한 태도로 전 종업원과 함께 평등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려는 정신이 필요하다.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에 나오는 “어젯밤에 저지른 잘못을 누가 알까 싶지만 아침이면 이미 드러난다(貨賂之行 誰不秘密 中夜所行 朝已昌矣)”는 말의 뜻을 명심해야 한다.

인격적 오만에서 나오는 갑질을 하는 이유가 뭘까? 오만 증후군에 걸리면 ‘I am king(나는 왕이다)’이라는 환상에 빠져 이성을 넘어 본능이 표출되기 때문에 동물농장 놀이를 하는 것이다.

대한항공이라는 기업과 가정 전체를 멸망의 위기로 몰고 간 갑질은 인격적 오만이며, 경영적 오만과 달리 사후 개선이 어렵다. 소비자가 나쁜 인식을 갖게 되고 뒤따르는 법적 처벌 등으로 기업에 치명적 타격을 입힌다.

그러므로 예방이 최선의 방법인데, 조직이 제도적으로 체크하여 발견, 조치하는 활동에는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오만은 외적으로 구분해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조직이 계획적으로 지도해 스스로가 오만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하게 해야 한다.

“기업이 지속가능한 영광을 향유하려면, 권력과 직위가 높아질수록 평등의식을 갖고 자세를 낮추어 겸손해야 한다”는 말은 대단한 원리가 아니다. 오만(Hubris)하지 말라는 뜻이다.

※ 백대균은…‘죽은 공장도 살린다’는 평가를 받는 경영컨설턴트다. 1989년 월드인더스트리얼매니지먼트 연구소를 설립했다. LG전자 창원공장의 생산 라인을 시작으로 국내 1000여 개 업체의 컨설팅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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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호 (2018.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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