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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일류 기업의 근무제도 |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자율과 협업 

 

박지현 기자
2013년 기업 조직의 대대적인 변화를 마주했던 마이크로소프트사는 기존의 자기중심적이고 개인화된 부정적인 이미지를 ‘모든 걸 배운다’는 겸허한 문화로 변모시켰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해 자율과 협업,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공간, 제도, 기업 인식까지 탈바꿈했다. 자유좌석제, 자율출퇴근 등으로 어디서든 자유롭게 일한다. / 사진:마이크로소프트 제공
“지구상 모든 이가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도록 돕겠다(Empower every person and every organization to achieve more).”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비전이다. 중요한 건 또 있다. 바로 ‘모든 이’에 직원들도 포함됐다는 점이다.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도록 유한한 자원인 시간을 직원들에게 되돌려주려는 게 이 회사의 원칙이다.

2000년대 모바일 시대의 패권을 놓치고 침체기를 보낸 마이크로소프트사는 2013년 대대적인 변화를 단행했다. 차세대 성장 동력 가속화를 위해 클라우드와 AI 서비스를 중심으로 조직의 뼈를 깎는 변화를 시도했다. 사티아 나델라 CEO로의 교체도 그 일환이었다. 효율성과 능력의 혁신이 가능할 수 있게 광범위한 조직 개편이 이뤄지며 변화의 서막이 올랐다.


▎마이크로소프트 코리아 내부. / 사진:마이크로소프트 제공
나델라 회장은 자신의 업무가 마이크로소프트 문화를 새롭게 하는 것이라고 천명했다. 조직, 인사평가 시스템, 임원단 등 주요 회사 동력을 개편해 소프트웨어(SW) 기업에서 클라우드 서비스 기반의 플랫폼 회사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7월 변화는 미국 본사뿐만 아니라 글로벌 조직 개편으로 확대됐다. 한국 지사도 IT 패러다임에 발맞춰 역량을 강화했다. 요즘 한국 마이크로소프트는 국내 7월에 도입한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벤치마킹을 위해 문의를 가장 많이 받는 기업 중 하나다. 광화문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한국 사무실을 찾아 달라진 근무환경을 확인했다.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공간, 제도, 기업 인식 전반을 뒤흔들었다. 직원들은 클라우드 서비스 기반의 스마트 오피스가 주효했다고 입을 모았다. 마이크로소프트사 직원 A씨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적용한 자율근무는 세대 구분 없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들어졌고, 그만큼 업무 성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유선으로 연결돼 있던 사무실 전화는 모두 휴대폰이나 컴퓨터로 자동 착신전환 된다. 회의 장소와 시간은 모바일 클라우드 스케줄러에 간단하게 등록하고 대표나 임원들의 스케줄 유무도 파악할 수 있다. 프린터도 자신의 이름으로 연결돼 어느 층에서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특히 데이터베이스화된 직원별 업무 시스템은 주목할 만하다. 업무를 위한 메일 접속 체류 시간, 회의, 공동작업 시간 등이 매주 업데이트된다(표 참고). 지난주 대비 업무소요 시간도 알려준다. 미팅을 자주 하는 팀원의 얼굴과 횟수는 물론, 자주 만나지 못하는 외부 고객의 경우 리마인드 형태로 알람까지 해준다. 이 결과는 오로지 개인만 확인할 수 있어 끊임없이 동기부여 역할을 하는 셈이다.

직원 업무 스타일에 맞춘 유연근무제는 완전히 정착했다. 자율출퇴근, 재택근무, 자유좌석 등은 회사의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았다. 근무하기 편한 시간이나 공간은 언제나 옵션이다. 일반 좌석은 컴퓨터 모니터만 있고 서랍도 없어 매일 편한 곳에서 근무할 수 있다. 자신의 노트북이나 개인용품은 사물함에 놓고 열람실처럼 사용한다. 개인 지정 좌석은 일부 IT 관련 개발자들에게 국한된다. 1인석은 독서실처럼 답답하지 않게 널찍한 공간을 활용했고, 카페 조명을 설치해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소파가 있는 휴게 공간과 업무 공간의 경계를 낮춰 각자 편안하게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났다.


▎마이크로소프트 코리아 내부. / 사진:마이크로소프트 제공
자율출퇴근이나 재택근무를 위한 별도의 결재 과정은 없다. 개인 재량에 따른다. 재택근무도 외부 미팅이 없거나 집안에 사정이 있을 때 매니저(팀장)에게 구두로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 보고 체계 때문이 아니라 팀 간 원활한 소통이 이유다. 고객 미팅이 없으면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는 직원이 많다. 실제 직원들로 북적이던 과거와 달리 사무실은 한산해 쾌적하기까지 했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중요시하는 복지제도는 유연근무에 박차를 가했다. 매달 패밀리 데이(Family Day)를 도입하는가 하면, 가족 간병이나 출산 때도 직원 전부에게 유급휴가가 주어진다. 휴일에 사무실에서 업무를 할 경우 가족들을 데리고 올 수도 있다. 사물함에는 ‘아빠 힘내세요’ 등 자녀들의 귀여운 응원 메시지도 적혀 있었다.

유연근무제가 체계화되며 업무 효율은 가시화됐다. 사무실을 이전하고 1년 후에 사내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불필요한 회의, 자료 준비나 이동시간이 기존 6.5시간에서 2시간으로 대폭 줄었다. 외부 미팅 때 사무실에 들르지 않고, 집이나 편안한 공간에서 업무가 가능해 이동시간을 줄인 덕분이다. B(여)씨는 “경기도 지역에서 출근하는 왕복 시간과 화장 등 다른 준비 시간까지 줄여 하루 약 3시간가량 업무를 더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사내에서도 직원들 동선이 최대한 겹치도록 사무실 공간을 디자인해 회의실을 잡고 미팅을 진행하는 번거로움을 줄여 간단하게 업무 처리를 할 수 있도록 조성했다.

개인의 자율성만 존중하는 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조직 개편을 하면서 협업 구조에 가장 중점을 두었다. 유연근무제가 활성화되면서도 팀제가 잘 운영되는 이유는 바로 인사평가제도 덕분이다. 직원 평가를 기존 성과등급제인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실적 중심에서 팀원이나 주변에 주는 영향력을 중심으로 평가 기준을 변경했다.

얼마나 협업하는지 평가하는 제도


2013년,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전 세계 12만 명 직원의 인사평가 시스템을 창립 이래 처음으로 개편했다. 기존 방식은 전 직원을 1~5등급으로 나누는 평가였다. 팀 전체가 잘해도 어떤 사람은 1등급, 어떤 사람은 5등급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리사 브루먼 인사담당 부사장은 ‘더는 등급은 없다’고 전 세계 직원에게 이메일로 선언하며 커넥트(Connect meeting) 시스템을 새롭게 도입하기로 했다. 커넥트는 부서에 따라 1년에 2~3회 매니저와 직접 미팅으로 업무와 성과를 논의하고 직원들을 평가하도록 하는 제도다. 평가 목표는 얼마나 협업을 잘했는지 여부이다.

‘실적 00% 판매 달성’, ‘00% 성과 초과 달성’ 등과 같은 수치 위주 평가는 서술형으로 바뀌었다. A씨는 “업무 성과의 배경 즉, 내가 다른 사람을 어떻게 도왔는지, 또 다른 사람의 성과를 내가 어떻게 활용해서 더 큰 영향력을 만들었는지를 자세하게 기술해 주변 동료와의 불필요한 경쟁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평가에서 자신의 성과뿐만 아니라 동료의 성공에 얼마나 기여했는지가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평가 방식이 팀제 근무에 기폭제 역할을 한 셈이다.

-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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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호 (2018.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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