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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와 진실-자율주행차] AI 운전 실력 믿을 수 있나? 

 

이기준 기자
내가 있는 곳으로 알아서 찾아오고, 목적지만 말하면 자동으로 데려다주는 자율주행차. 자동차 업계는 마치 향후 10년 안에 그런 꿈 같은 차가 나올 것처럼 떠들썩하다. 우리가 실제로 10년 뒤 만나게 될 가능성이 높은 자율주행차는 어떤 모습일까.

지구촌 곳곳에서 자율주행차 특구를 조성하고 시범주행을 개시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자율주행차를 향한 사람들의 기대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2011년 미국 네바다주를 시작으로 애리조나주, 캘리포니아주 등 여러 주가 자율주행차 시범주행 허가를 내주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지난 5월 서울시가 내년부터 마포구 상암 DMC를 자율주행차 시험장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현대모비스가 지난 6월 전국 대학생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2%는 15년 이내에 완전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업계에서 가장 먼저 자율주행차를 내놓겠다고 선언한 제너럴모터스(GM)는 2019년 중 완전자율주행차를 양산할 계획이다. 포드도 2021년에 자율주행차로 택시, 배달 서비스 등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짐 해킷 포드 사장은 “2021년에 운전자 없는 차량을 호출해 원하는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자율주행 로봇 택시를 내놓겠다”고 말했다. 웨이모, 우버 등 IT 업체들은 대형 자동차 기업보다 한 발 앞서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에 나선 상황이다.

오는 듯 오지 않는 자율주행차 시대


이처럼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살펴보면 운전자 없이 스스로 주행 가능한 자율주행차가 빠르면 5년, 늦어도 10년 안에는 우리 삶 속으로 들어올 것처럼 보인다. 윤종기 도로교통공단 이사장은 지난 5월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 영화에서 본 자율주행차의 시대는 머지않았다”며 “정부가 자율주행 산업에 대대적인 투자와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년 동안 자율주행차를 연구한 스티븐 슐라도버 UC버클리 교수는 미국 과학기술지 MIT테크놀로지리뷰에 “포드가 2021년에 내놓을 법한 물건은 일정한 도로 위에서만 이동 가능하고 아주 느린 택시 정도일 것이다. 게다가 비가 오면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슐라도버는 “언론을 포함해 많은 이가 포드 같은 기업 측의 발표를 과대포장하고 있다”며 “도시, 국가, 대륙을 넘나드는 자율주행차는 아직 먼 미래의 존재다. 5년 안엔 어림도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4년 스웨덴 자동차 업체 볼보는 자율주행차 개발을 시작하며 2017년까지 자율주행 SUV 100대를 공급하겠다고 호언했다. 당시 볼보 측은 이 자율주행차가 일상적인 도로 상황에서도 약 50㎞를 완전히 자동으로 주행 가능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에릭 코엘링 당시 볼보 수석기술자는 “이 자율주행 기술 덕분에 운전자들은 운전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차량에 맡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2017년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볼보가 자사의 야심 찬 계획을 4년 뒤인 2021년으로 미뤘기 때문이다. 이는 볼보만의 일이 아니다.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는 지난 2012년에 “5년 내에 평범한 사람들도 자율주행차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런 머스크 테슬라 CEO는 벌써 수년에 걸쳐 여러 차례 자율주행차를 곧 내놓겠다고 장담해 왔다. 그 어느 예상도 실현되지 않았다.

자율주행차 기술에 대한 세간의 지나치게 높은 기대는 인공지능(AI)에 대한 과대평가와 일맥상통한다. 오늘날 자율주행차 기술의 핵심은 AI, 더 정확히 말하면 인공신경망에 기반한 딥러닝 기술이기 때문이다. 딥러닝이란 컴퓨터에게 학습을 시키는 기술의 일종이다. 컴퓨터에게 수많은 데이터를 주입하면 컴퓨터가 이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분석해 주어진 사진들의 공통점을 찾아낸다. 예컨대 고양이 사진 수천, 수만 건을 딥러닝 소프트웨어에 학습시키면 이 소프트웨어는 사진을 보고 그것이 고양이인지 아닌지 판별할 수 있게 된다.

자율주행차의 기본 원리도 이와 같다. 그래픽카드 및 AI 업체 엔비디아의 개발자들이 발표한 보고서에 소개된 자율주행 알고리즘은 다음과 같다. 우선 차체 앞의 좌, 우, 중앙 세 곳에 카메라를 설치한다. 그다음에 인간 운전자에게 주행을 시키고 운전자의 스티어휠 조작을 전부 기록한다. 그리고 카메라에 포착된 화상 자료를 AI 소프트웨어에 입력하고 어떻게 스티어휠을 조작할지 판단하게 한다. 다음으로 소프트웨어의 판단을 인간 운전자가 한 조작과 비교하게 한 뒤, 소프트웨어에 인간과의 격차를 반영해 오류를 수정하도록 한다. 이 과정을 무수히 반복하면 소프트웨어의 판단은 점점 교정돼 인간 운전자와 비슷해진다.

고도로 통제된 환경에서만 가능


▎구글 계열사인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업체 웨이모의 자율주행 트럭과 승용차. / 사진:웨이모 제공
AI 소프트웨어의 학습 능력은 강력하다. 특히 범위와 규격이 정해진 일에선 인간보다 월등히 뛰어나다. 체스, 바둑처럼 좁은 판 위에서 한정된 수싸움을 벌이는 게임에서 AI가 인간을 압도하는 이유다. 또 사진을 보고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맞히는 능력도 뛰어나 정확도가 인간에 뒤지지 않으며, 속도 면에선 인간이 결코 따라잡지 못한다.

그러나 아무리 인간보다 판단이 빠르다고 해도 AI는 자기가 무엇을 보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고양이 사진을 보고 그것이 고양이라는 사실은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지만, 예컨대 도로 한가운데 고양이가 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알 길이 없다. 도로에 사람이 서 있을 경우에도 그것이 무단횡단하는 보행자인지, 갑자기 뛰어나온 어린아이인지, 교통통제를 하는 경찰인지 알 수 없다.

위에서 말한 엔비디아의 방식대로 학습한 AI 역시 자신이 학습한 내용에만 대응 할 수 있을 뿐이다. 그 안에선 수천, 수만 번의 학습을 거쳐 인간과 유사한 상황 판단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그 상황에서 세부 내용이 조금만 달라져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

인간이라면 경찰이 어떤 사람인지, 사람이 무단횡단을 왜 하는지 등 상황과 개념을 이해하기 때문에 낯선 상황에 맞닥뜨려도 비교적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처음 가보는 지역에서 처음 보는 제복을 입은 경찰이 수신호를 내리고 있더라도, 인간이라면 그 상황에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다. 그러나 AI의 경우, 예컨대 아무리 경찰 제복을 학습시켰다 하더라도 자신이 알고 있는 경찰 제복과 조금이라도 다른 제복을 입고 있는 경찰을 만난다면 그게 어떤 존재인지 파악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AI가 시시각각 변하는 도로 상황에 대응하려면 도로 위에서 맞닥뜨릴 모든 것에 학습 과정을 거쳐야 한다. 수많은 경찰, 어린아이, 보행자, 동물의 사진을 보여줘야 한다. 또 경찰이 수신호를 하고 있는지, 아니면 무단횡단을 하는 경찰인지를 판단하려면 각각의 상황에 대한 사진을 보여주고 학습시켜야 한다. 갑자기 날아올지 모를 비닐 봉투나 풍선도 알아둬야 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자율주행차가 학습해야 할 상황과 사진은 거의 무한대에 가깝게 많아진다. 한마디로 완전한 학습은 불가능하다.

자율주행차가 고도로 통제된 환경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은 바로 이런 의미에서다. 아주 한정된 공간에서 정해진 길로만 운행한다면 그만큼 AI에게 학습시킬 것도 줄어들고 어느 정도 그럴듯한 자율주행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운행하는 범위가 넓어지고 가야 할 길이 더 다양해지며 더 많은 사람, 더 많은 장애물이 있는 환경에 맞닥뜨릴 경우 배워야 할 것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또 사전에 학습한 한정된 공간이라 할지라도 비나 눈이 오거나 낙엽이 휘날려 실제 도로 환경이 AI가 알고 있는 도로의 모습과 달라지는 경우에도 AI는 그런 변화를 이해하지 못한다.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교통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앨런 코른하우저 교수는 “2021년이면 자율주행차는 범위가 한정된 특정 지역에서 운전기사 없이 다닐 수 있을 정도는 될 것”이라며 “그 한정된 지역을 유의미한 서비스가 가능할 정도로 넓힐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난관을 극복하고 개발될, 현재 자동차 업체들이 앞다퉈 개발 중이라고 주장하는 자율주행차는 어떤 모습일까. 미국 IT전문지 와이어드는 향후 10년 뒤쯤 개발될 자율주행 차량에 대해 이렇게 예상했다.

“자율주행차는 너무 비싸고 제약이 많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되지 않고 택시로 운행될 것이다. 그런 자율주행차는 아마 여러분이 사는 곳에선 볼 수 없을 것이다. 여러분이 샌프란시스코, 뉴욕, 피닉스처럼 아주 특수한 대도시에 살지 않는 한은 말이다. 이 차들은 아주 정교하게 설계된 특수한 지역에서만 운행할 것이다. 운이 좋아 여러분이 자율주행 택시를 부르게 된다면, 이 택시는 여러분이 있는 곳을 직접 찾아가기보다 안전하게 정차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한 다음 여러분을 그곳으로 불러내야 할 것이다. 이 택시는 날씨가 좋지 않으면 운행하지 못할 것이고, 또 문제가 생기면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인간 조력자가 원거리에서 여러분의 택시를 관찰해야 할 것이다.”

- 이기준 기자 lee.kijun@joins.com

201809호 (2018.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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