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People

Home>포브스>CEO&People

바바라 촐만 한독상공회의소(KGCCI) 대표 

한국의 실행력, 독일의 차분함 협력 시너지 낸다 

박지현 기자
BMW 사태로 독일 기업 전체로 비난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바바라 촐만 한독상공회의소(KGCCI) 대표는 “독일 기업은 위기에서 더욱 강한 모습을 보인다”며 “한국과의 비즈니스에서도 굳건한 믿음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바라 촐만 한독상공회의소 대표는 “독일인은 문제를 재발하지 않을 방법에 주력한다”고 했다.
“독일은 기본이 강한 나라다. 웬만한 충격에는 끄덕도 안 한다. 위기가 닥쳐도 온 나라가 벌떼처럼 일어나 법석 떨거나 잊어버리는 냄비 근성은 찾아볼 수 없다. 아무리 심각한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그것이 사회 불안으로 이어지는 일 또한 드물다.”

독일 총영사관에서 재경관(財經官) 지낸 저자 양동선 씨는 그의 저서 『기본에 충실한 나라, 독일에서 배운다』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올여름 한국을 뜨겁게 달군 BMW 화재 사태에선 ‘강대국 독일의 힘’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BMW는 지난해 한국에서만 6만 대 넘게 판매한 업계 리더라 충격은 더 컸다. 한국 소비자는 분노했고, BMW를 향한 비난은 독일 기업 전체로 번져나갔다.

한독상공회의소(KGCCI)도 체면을 구겼다. 이곳 이사회 한국 회장이 바로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사장이기 때문이다. 지난 8월 13일 만난 바바라 촐만(Barbara Zollmann) 한독상공회의소 대표는 “이번 사태로 모든 독일 기업에 선입견을 갖는 것은 옳지 않다”며 “BMW도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해 사후 대처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답답하다는 듯 설명을 덧붙였다.

“BMW를 둘로 나눠서 봐야 한다. 제품이나 생산과정에서의 BMW는 분명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BMW의 모습도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반화로 이 문제를 풀고 싶진 않지만, 통상 독일인은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피하기보다 재발하지 않을 방법을 찾는 데 더 주력한다. 이번 사태도 그런 맥락에서 지켜봐줬으면 좋겠다.”

이번 사태는 다른 독일 자동차 회사의 3년 전 사고와 닮아 있다. 2015년 폴크스바겐은 자동차 배기가스 조작 스캔들로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다. 미국 환경당국은 폴크스바겐 디젤 차량 48만여 대에 리콜을 명령했고, 과징금을 부과하고 손해배상금도 물게 했다.

BMW 사태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독일 기업을 향한 불신은 깊어져만 간다. 과연 독일 기업은 한국 시장에서 또 다른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까. 인터뷰는 그렇게 시작됐다. 안트예 레제시(Antje Resech) 한독상공회의소 부대표도 함께했다. BMW 사태를 좀 더 꼬집었다.

“성장통 거친 BMW, 강해질 것”


▎한독상공회의소 직원들. / 사진:한독상공회의소 제공
BMW 사태가 독일에 흠집을 내고 있는데.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개별 기업의 브랜드는 물론 관련 산업 이미지도 실추됐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지만, 사후 처리는 프로다워야 한다. 현재 BMW는 화재 위험이 있는 모든 차량을 리콜 조치하고, 고객의 요청에 24시간 응대하기 위해 콜센터까지 확장했다. 프로답게 대응하고 있다. 뼈아픈 반성과 노력이 필요한 시기이지만, 아픈 만큼 성장하는 법이다. 성장통을 거친 BMW는 다시금 강인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믿는다.

위기 대처 방법은 다른 독일 기업도 비슷한가?

독일에선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다. 독일은 전후 복구 과정에서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합리적인 국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일단 실패했다면 그 경험은 또 다른 성장의 밑거름이 돼야 한다.

또 독일인은 정확하고 꼼꼼하게 일을 처리하는 걸 모든 업무 영역에서 당연시 여기고, 그렇기에 “독일인은 큰 실수를 하지 않는다”는 인식까지 퍼져나갔다. 특히 첨단기술이 집약된 제조업 분야에서 빛을 발했다. 제품 하나를 만들어도 엄격한 품질기준과 생산 표준절차(ISO)를 지켰다. 내부에서 품질이 100% 이상으로 완벽하다고 판단할 때 내놓겠다는 자부심이 크다.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다시금 그 과정을 복기한다. 그게 우리 독일인이다.

현 상황에서 한독상공회의소의 역할은 뭔가?

현재 많은 독일 기업이 한국에 투자하고 있다. 하루 이틀 사이에 벌인 사업이 아니다. 그만큼 오랜 기간 한국 고객과 쌓아온 신뢰가 두텁다. 한독상공회의소는 현재 독일 성공신화를 이끈 일·학습 병행 이원화 진로 교육 시스템 ‘아우스빌둥(Ausbildung)’을 한국에서 펼치고 있다. 학생들이 자동차정비 분야 업체(BMW·메르세데스-벤츠·만트럭·다임러트럭 코리아)에 취업해 3년간 현장실습 교육훈련과 전문대 이론교육을 병행한다. 이번 BMW 사태와 상관없이 앞으로도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확대 적용할 생각이다.

강조하고픈 독일 기업의 강점이 또 있나?

앞서 4차 산업혁명 얘기도 나왔지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혁신이다. 독일 경제는 ‘혁신’이라는 키워드를 매우 중시한다. 한독상공회의소가 9월 14일 제4회 ‘KGCCI 이노베이션 어워드’를 개최하는 이유다. 이는 한·독 기업 간 토론과 협업을 이끌어내기 위해 추진하는 행사로, 가장 혁신적인 아이디어 솔루션과 콘셉트 등을 가진 기업을 선정한다. 선정되면 독일연방상공회의소 네트워크로부터 다양한 혜택을 얻게 되고 국제적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확장하는 데 많은 지원을 받는다.

다른 하나는 역시 연구개발(R&D)이다. 독일 기업은 가격경쟁에 매달리지 않고, 자사만의 특장점을 살리는 데 주력한다. 독일판 ‘히든챔피언’ 기업이 틈새시장에서 빛을 발하는 경우가 많다. 척박한 내수를 극복하고 세계 시장에서 한 발 앞서 나가기 위해선 혁신을 향한 연구개발이 필연적이었는지도 모른다.

혁신은 지속되기가 어렵다. 성공한 기업 경영자의 오만도 혁신의 걸림돌이다. 독일 기업은 어떤가?

좋은 지적이다. 혁신이 없어 도태하는 기업이 있다면 이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다만 독일만의 방식을 꼽으라면 기존의 것을 적폐화해 타파하는 파괴적 혁신이 아니다. 점진적으로 기존 문제점을 끊임없이 분석하고 보완하면서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점진적인 혁신에 가깝다. 다소 주춤해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론 혁신의 토대가 더 탄탄해진다. 최근 블룸버그가 발표한 세계 혁신기업 우수 지수에서 독일 기업이 한 단계씩 내려오긴 했지만, 4위 밖으로 벗어난 적은 없다. 파괴적 혁신이 아니라고 해서 오만해졌다는 견해도 있으나 이는 오해다.

혁신에도 독일식이 있다면 한국식은 또 다르겠다.

혁신 얘기는 자연스레 기업문화 차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내가 겪은 한국 기업 관계자는 상당히 관계지향적이었다. 반대로 독일인은 비즈니스 관계에서 철저히 업무 지향적이다. 한국에 진출하기 원하는 독일 기업이 있다면 일단 한국 기업 특유의 위계질서 문화를 알아두라고 일러준다. 유럽에선 생소한 문화다.

한국식만의 강점도 있나?

한국 기업의 열정과 스피드는 감탄할 만하다. 실행력도 놀라울 정도다. 자동차 산업만 봐도 그렇다. 다른 나라였으면 쉽게 접해보지 못했거나 고난도 기술이 나왔다면 일단 피해 간다. 하지만 한국 기업은 다르다. 그 기술이 앞으로 일으킬 혁신에 새로운 성장 동력원이 될 수 있다면 일단 기술을 적용해보자는 결론부터 내린다. 그 후 인적, 물적으로 가지고 있는 자원을 총동원해 목표를 이룬다. 정말 속도만 보면 독일에 비할 바가 아니다. 독일 기업은 관련 기술정보를 충분히 쌓았다는 내부적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몇 번이고 재확인한다. 굳이 단점을 꼽으라면 과감한 결단에 따른 리스크 부담 정도겠다.

두 나라 해외 진출 교두보 역할

한국 기업은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기도 한다.

사실 한국에는 미국식을 따르는 기업도 꽤 있었다. 미국식을 따르는 한국 기업은 자사 제품을 차별화하고, 경쟁업체와 기업문화가 어떻게 다른지를 꼼꼼히 비교한다. 그리고 대다수 경영자가 규모 확장에 생각보다 신경을 많이 쓴다. 하지만 독일 기업은 자체 생산품의 품질, 브랜드에 더 초점을 맞춘다. 양적인 성장보다 글로벌화, 기술, 경영 등 각 특성에 맞는 확장에 더 투자를 많이 한다. 타사를 인수합병(M&A)해서 기술을 습득하기보다 내부 시스템을 자동화하고 기술 교육으로 인력을 키워가는 형태로 혁신을 내재화한다.

이런 문화 덕분에 독일에 장수기업이 많은가?

비슷하다. 독일 기업은 일단 목표를 장기적으로 세운다. 독일의 가족기업 창립자는 자리를 잡으면 자녀에게 가업을 물려주고, 이 회사를 키워나가는 과정을 생각하고 움직인다. 억지로 시키는 게 아니다. 회사의 철학과 목표를 공유하고, 함께 성장하려는 동기를 품게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마인드가 다르다. 기업 규모 확장은 부차적인 문제다.

한국과 독일은 역시 많이 달라 보인다.

맞다. 한독상공회의소의 존재 이유도 두 나라 기업이 수월하게 해외 진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있다. 독일 기업이 한국 진출을 준비할 때 기업의 문화나 특징을 알아가는 데 도움을 준다. 한국 내 세금 문제나 법적 규제 등 관련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역할도 맡는다. 게다가 독일 시장은 유럽연합(EU) 시장으로 곧바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다. 유럽연합 자체가 단일 시장처럼 관련 규제들이 표준화돼 있기 때문에 더 큰 기회를 맞이할 수도 있다. 실제 2011년 한국과 EU는 FTA를 체결했고, 6년 만에 교역총액은 887억 달러(약 100조원)를 돌파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뭔가?

한독상공회의소 역사가 무려 37년이나 됐다. 지금은 500여 개 독일 기업이 한국 대기업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하고 있다. 게다가 4차 산업혁명, 에너지 전환, 자율주행 등 새로운 기술이 쏟아지면서 또 다른 협력 기회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도 두 나라 기업이 문화적 격차를 뛰어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솟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더 노력할 생각이다.

-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

/images/sph164x220.jpg
201809호 (2018.08.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