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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페이의 트위스팅 타워 

 

RALPH JENNINGS 포브스아시아 기자
나무가 부족한 도시에 숲을 선사하고자 했던 부자(父子)는 층마다 푸른 정원이 있는 주상복합 아파트 건물을 짓는 중이다.
반짝거리는 신축 아파트 건물이 즐비한 타이페이 거리. 그러나 이 중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건물이 하나 있다. 올해 완공을 앞둔 이 화려한 건물은 트위스트처럼 꼬인 독특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이 건물에 들어서는 총 40가구에는 발코니마다 아름다운 정원이 조성되어 총 2만3000그루에 이르는 나무와 식물이 풍요로운 녹림을 만들어낼 것이다.

21층짜리 정원 아파트를 짓자는 아이디어는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이끄는 부동산 개발사 BES 엔지니어링(본사: 타이페이)이 내놓았다. 이들이 숲을 선물하고자 하는 타이페이는 인구 270만 명의 도시로, 주민 대다수가 고층 건물에 거주하고 인구밀도가 너무 높아서 가로수가 늘어선 거리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친환경 건물로 주가 견인 노려

대만이 지금보다 훨씬 녹색이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다고 프로젝트 매니저 엘리엇 선(40) BES 엔지니어링 이사는 말했다. 모기업 회장인 그의 아버지 선칭징(71)은 고향 신주현이 공업단지로 변하기 전 푸른 언덕에서 뛰놀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삶은 지금보다 단순했고,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이었다”고 엘리엇은 말했다. “산과 강이 있었고, 자연은 아이들의 놀이 동무이자 오락거리였습니다.” 그러나 다음 세대로 넘어오면서 사람이 즐길 만한 자연은 크게 줄어들었다. “아버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회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를 고민하셨다”고 그는 말했다. 그렇게 해서 찾은 답이 바로 ‘타오주의 숨은 정원’이란 뜻을 가진 ‘타오주인위안’ 주상복합 타워다.

선 부자는 친환경 건물을 완공하면 상장회사 BES 엔지니어링의 가치가 훌쩍 뛰어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50년 대만 정부의 공사로 설립된 회사가 민영화를 위해 1994년 매물로 나왔을 때 아버지 선이 대지분을 매입하며 인수했다. 지난해 회사는 322억 달러(36조1638억원)의 매출을 내고 그중 870만 달러를 수익으로 가져갔다. BES 엔지니어링은 타이페이에 고가 건물 여러 채를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광범위한 프로젝트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박스 기사 참조)

선칭징의 BES 엔지니어링 인수는 이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선칭징은 1998년 출간한 자서전 『돌파구: 운명에 도전장을 던진 기업 전사』에서 1994년 자신이 회사 지분 80%를 매입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검사들은 이 사실에 주목해 그를 위조 및 증권법 위반으로 기소했지만, 그는 2000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선 부자의 현재 보유지분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다. 이들이 확인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4% 이하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1600만 달러 정도인 것으로 추산될 뿐이다.

선칭징은 포브스 아시아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지만, 자신을 ‘경제 전사’로 표현했다. 2002년 그는 자신이 완공한 공업단지가 손실을 보면서 주주들이 5억 4500만 달러 상환을 요구하자 대만 중앙정부를 ‘악당’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현재 그는 BES 엔지니어링과 대만 증시에 상장된 CPDC(China Petrochemical Development Corporation)를 자회사로 둔 코어퍼시픽그룹 회장으로 있다. 2012년 그는 CPDC 때문에 또 다른 갈등을 겪기도 했다. 주주 일단이 그가 기업 거버넌스 기준과 관리자 의무를 소홀히 했다며 회장 자리에서 쫓아내려 한 것이다. 결국 2016년에는 그가 건강상의 이유로 회장직에서 사임한다는 기사가 대만 언론에 보도됐다. 그는 같은 해 BES 엔지니어링 회장 자리에서도 물러났다.

아들 엘리엇은 펜실베이니아 리하이대학교 공과대학원에서 수학했다. 영화관 티켓 판매와 식음료 사업 쪽에서 잠깐 일했던 그는 16년 전 아버지의 다양한 사업을 돕기 위해 중국으로 갔다. 그는 앞으로 아버지의 다른 사업도 물려받게 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새로운 시도를 하고자 하는 열정이 이번 타이페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동기가 되기도 했다. 타이페이는 1년 중 8개월이 열대기후인 도시라서 빌딩 속 숲과 같은 조경도 잘 자라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5월 마지막 주에 현장을 찾아갔다. 안전모를 쓴 BES 엔지니어링 직원들이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고, 아직 진흙으로 덮인 앞마당 쪽에는 크레인이 옮긴 자재가 쌓여 있었다. 9월까지는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고 후분양이 시작될 예정이다. 작업자들은 아직까지는 황량한 발코니에 나무를 심느라 분주히 돌아다니고 있었다. 일단 나무를 심고 나면, 당국의 승인을 받기 위한 신청을 할 수 있다. 건물은 이미 완공됐지만, 수영장 등의 편의시설은 연말이 되어서야 완벽히 마무리된다.

높이 93.2m에 이르는 타워는 뱅상 칼보 건축이 설계해 2013년 착공했다. 파리에 본사를 둔 뱅상 칼보는 기묘한 형태를 가진 친환경 건물로 유명하다. 우주 캡슐처럼 생긴 객실이 바다 쪽으로 튀어나온 필리핀의 리조트와 뉴델리 농장 한가운데 있는 원형의 목재 아파트가 뱅상 칼보 건축의 작품이다. 타오주인위안은 태양발전 패널을 설치해 미국 그린빌딩협의회 친환경건물 인증 LEED를 받았고, 강수 재활용 시스템과 빌딩 내 비료화처리 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건물 내 시설과 조경을 통해 빌딩은 연간 130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도록 설계됐다.

매매가 약 673억원에 달해

이번 프로젝트는 ‘친생명 건물’이란 글로벌 트렌드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다시 말해, 엄청난 양의 식물과 실내 폭포 등 다양한 친자연적 요소를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싱가포르에는 1만5000㎡ 면적의 실내에 정원이 들어간 파크로열 온 픽커링 호텔과 학생들이 야외에 앉아서 도시의 산들바람을 마음껏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된 스쿨 오브 아트 등 친환경 건물 모범사례가 있다.

타오주인위안 아파트는 지구 온난화를 걱정하며 특이한 부동산 수집을 즐기는 아시아 부유층에게 분양될 것이라고 부동산 서비스 기업 사빌스 타이완의 부이사 에린 팅이 말했다. 각층 발코니에 있는 정원, 타이페이 한복판에 있는 뛰어난 입지가 매수자를 끌어모으는 주요 매력점이 될 것이라고 그녀는 설명했다.

아파트는 약 6000만 달러에 판매될 예정이라고 BES 엔지니어링 대변인은 외부기관에서 추정한 금액을 언급하며 말했다. 후분양이 완료된다면 타이페이 고급 아파트 중에서도 최고가를 경신할 수 있는 가격이다. 그러나 도쿄나 홍콩, 싱가포르 등 다른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에는 미치지 못한다. “미적 디자인과 생태학적 특징, 가격으로 인지도를 높이긴 했지만, 세계 시장에서 대만의 주거용 부동산을 중요하게 보지 않아서” 매매 가격을 높게 쳐주지 않는다고 팅은 말했다.

※ 중국에서 도시 건설에 나선 엘리엇 선

녹림을 품은 트위스트 모양의 주상복합 아파트를 타이페이에 건설 중인 엘리엇 선은 대만 출신이지만, 그가 명성을 얻기 시작한 곳은 중국이다. 그가 중국에서 진행한 최대 프로젝트는 상하이 북서부에 있는 첨단기술 허브 양저우 건설로, 공사 면적만 해도 3.3㎢에 이른다. “농지를 매입해서 도시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프로젝트 개발사 양저우 징후아 쳉의 부회장이자 최고경영인인 선이 말했다. 그는 2002년부터 중국에 살고 있는 ‘중국통’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그는 중국 북동부에 자리한 안산과 장쑤성 쓰훙현, 상하이 근방 쑤저우시에 편입된 창수에도 투자를 했다. 양저우 개발은 2004년 시작되어 부분 완공된 상태로, 전체 완공 날짜는 아직 공식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저층 아파트부터 30층이 넘는 고층 아파트 단지가 조경이 깔끔하게 된 운하를 사이에 두고 늘어서 있고, 남은 부지에는 부티크 호텔과 8층짜리 쇼핑몰, 유리로 반짝거리는 사무 빌딩과 학교, 호수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완공될 이미지와 자세한 내용은 프로젝트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총 개발 비용은 3억3000만 달러다.

- RALPH JENNINGS 포브스아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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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호 (2018.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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