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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자전거 바퀴 

 

biz carson 포브스 기자
중국의 공유자전거 시스템이 자동차의 나라 미국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다. 중국 업체 오포는 거치대가 필요 없는 공유자전거 기술로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시애틀 남부의 한 창고 앞. 밴 한 대가 서더니 사람들이 차에서 노란색 자전거를 내렸다. 자전거는 수리를 받기 위해 일렬로 정렬됐다. 녹슨 자전거 수천 대가 버려진 중국의 자전거 정비소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지만, 자전거에 붙어 있는 로고는 똑같았다. 바로 ‘오포(ofo)’다.

4년 전 중국에서 설립된 오포는 거치대가 필요 없는 공유자전거 서비스의 선두 주자다. 타이어에 내장된 전자 자물쇠로 자전거를 잠그기 때문에 거치대가 필요 없다. 이용자는 바코드를 스캔해서 타이어 자물쇠를 열고 자전거를 탈 수 있다. 다시 말해, 다음 사람을 위해 거치대로 자전거를 반환할 필요 없이 아무 곳에나 자전거를 두고 갈 수 있다.

베이징에 본사를 둔 회사는 전 세계에서 자전거 1500만 대를 운용하고 있다. 피치북이 추산한 오포의 기업 가치는 30억 달러(3조3714억원)다. 오포는 3월 알리바바가 주도한 투자 라운드에서 투자금 8억6600만 달러를 모집했다. 한 달 후 중국 내 경쟁기업이었던 모바이크(Mobike)는 27억 달러에 메이투안 디엔핑(Meituan-Dianping)에 인수됐다.

누구보다 먼저 진출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북미 시장에서 순항이 약속된 건 아니다. 피치북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2018년 1~5월 동안 2억6000만 달러가 넘는 돈이 자전거 및 스쿠터 공유 기업에 투자됐다. 그만큼 미국 시장에서는 오포가 물리쳐야 할 경쟁자가 많다.

다른 문제도 있다. 중국인들이 자전거를 사랑하는 만큼 미국인들은 자동차를 사랑한다. “(미국의) 도시는 자전거가 아니라 자동차를 타고 다니기 좋게 되어 있다”고 오포의 공동 창업자 엔치 장(32)도 인정한다. “자전거 사업이 쉬울 거라는 확신은 쉽게 들지 않았습니다.”

오포의 미국 사업 확장을 책임진 사람은 우버에 있다가 오포로 합류한 크리스 테일러(36)다. 그는 오포가 어려운 싸움을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중서부 출신으로 정중하고 예의 바른 성격의 테일러는 지난 10년간 자동차를 보유한 적이 없다. 오포를 미국 시장에 맞게 현지화하는 역할을 맡기 전에는 중국에 가본 적도 없었다. 그러나 인건비가 저렴하고 별다른 규제가 없는 중국에서 가능했던 사업 모델이 미국에서 반드시 통할 리는 없단 걸 잘 알고 있다.

그래도 미국인이 자동차 중심의 생활방식에서 빠져나오게 설득할 여지는 있다. 국제도시교통관리협회(NACTO)에 따르면, 2010년 미국 내 공유자전거 이용은 32만 회에 불과했지만, 2016년에는 2800만 회로 훌쩍 늘어났다. 자전거 이용 후 거치대에 반납하는 고정형(dockbased) 공유자전거 시스템이 2016년부터 인기를 끈 덕분이다.

그러나 고정형 자전거 대여는 태생적 한계가 두 개 있다. 하나는 자유롭게 어디든 갈 수 있는 편리함이 떨어진다는 점이고, 나머지 하나는 자전거 거치대를 설치하는 데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워싱턴 D.C.의 경우 자전거 1대와 거치대 1개당 3700달러를 투자해야 했다. 정부 보조금이나 시티그룹(뉴욕시)·포드(샌프란시스코) 등의 광고주가 없었다면 고정형 시스템은 애초에 불가능했을 것이다.

스마트폰은 거치대의 필요성을 더욱 반감시켰다. 모바이크와 오포는 스마트폰을 이용할 방법을 찾아내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코드를 스캔해서 자전거 자물쇠를 풀 수 있도록 했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거리 곳곳에 눈에 띄는 밝은색 자전거를 비치했다. “우리 사업 모델도 변용을 줄 수밖에 없었다”고 미국 40개 도시에서 공유자전거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수년 전부터 협상을 이어오던 정부와의 계약이 두 건이나 무산되는 경험을 한 공유자전거 소셜 바이시클의 창업자 라이언 르제페키는 말했다. 그의 뒤를 이어 창업된 공유자전거 스타트업 라임과 스핀은 거치대가 필요 없는 중국식 모델을 미국에 도입하는 중이다. 르제페키는 회사 이름을 ‘점프’로 바꾸고 3월에 2억 달러를 받고 우버에 회사를 매각했다.

오포가 미국 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잡은 때는 작년이다. 시민들의 야외 활동이 많은 도시 시애틀에서 고정형 자전거 프로그램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했다가 결국 거치대를 다 뜯어내고 민간 투자를 받아 비고정형(dockless) 공유자전거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오포는 라임, 스핀과 함께 시애틀의 시범 프로그램에 뛰어들었다. 이들 자전거를 시민들이 6개월간 이용한 횟수는 46만9000회다. 고정형 시스템이 30개월 동안 달성한 횟수의 2배가 넘는 기록이다. 그러나 만족할 상황은 아니다. 자전거 1대당 일주일에 평균 6회 사용된 셈인데,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이용 횟수가 이보다 3배는 되어야 한다.

연말까지 미국 100개 도시로 확장 계획

중국에서 오포의 이용 요금은 1회당 15센트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1달러 이상을 받는다. 자전거 구매대금은 비용 지출의 시작에 불과하다. 이후에는 자전거 위치를 도시 전체에 고루 배분하고 고장 난 자전거를 수리하기 위해 회수해 오는 사람들을 고용하는 인건비가 추가로 발생한다. 중국에서는 인건비가 저렴해서 도시의 모든 골목을 훑고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을 고용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자전거당 이용 횟수를 추적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했다. 24시간 동안 위치가 변경되지 않고 한곳에 가만히 있는 자전거가 있다면, 고장 났다는 뜻이거나 사람들이 별로 왕래하지 않는 곳에 있다는 뜻이므로 그런 경우에만 사람을 보내 자전거를 회수한다.

오포의 경우 누적 이용 90억 회(미국 100만 회)를 기록했지만, 보유 자전거 대수가 엄청난 만큼 수익을 거두기에는 아직 한참 모자라다. 그렇지만 앞으로도 수익을 거두지 못하란 법은 없다.

오포는 현재 미국 30개 도시에서 운영하는 서비스를 연말까지 100개 도시로 확장할 계획이다. 살아남는다면, 오포는 미국에서 제법 큰 규모로 자리 잡은 최초의 중국 기업이 될 수 있다. “도시에서 이동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기술이란 걸 단번에 알았다”고 테일러는 말한다. “가능성을 현실로 바꾸려면 그걸 믿어야 하죠.”

- biz carson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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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호 (2018.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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