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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 휴브너 글로벌 영업 담당 사장]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협동조합 

 

김영문 기자
미국 시장 규모만 450조원에 달하는 산업이 있다. 바로 홈 임프루브먼트 분야다. 공구와 건자재 판매, 인테리어와 홈퍼니싱까지. 특이하게도 미국 시장을 주름잡는 에이스 하드웨어는 소매협동조합에서 출발한 기업이다. 이들이 꼽은 성장 비결은 단연 ‘상생’이다.

▎제이 휴브너 사장은 국내 1호 매장인 서울 독산동 금천점을 둘러보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한국에도 종합 공구몰이 생겼다. 미국 홈 임프루브먼트(Home Improvement)전문 기업 에이스 하드웨어(ACE Hardware)와 한국 유진그룹이 손잡았다. 에이스 하드웨어는 점포 운영에 필요한 브랜드 사용, 상품 소싱, 경영기술 및 운영 노하우 등을 유진그룹에 전수했다.

그리고 지난 6월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첫 매장 ‘홈센터’ 금천점을 열었다. 한국 시장의 변화에 발맞춘 이 매장은 1795㎡(약 540평) 규모로, 1층에는 드라이버와 펜치, 전기톱 등 수동·전동 공구와 배관 부속품, 페인트와 건축 자재가 진열돼 있다. 2층에는 자동차용품과 아웃도어용 가전, 전기·조명 제품과 세면기 등 욕실용품, 원예·반려동물 관련 제품을 갖췄다. 3층은 AS센터다. 집을 고치는 데 필요한 거의 모든 물품을 갖춘 셈이다.

“이제 한국에서도 공구나 건자재 등을 한곳에서 한번에 쇼핑할 수 있습니다.”

8월 초 이곳에서 만난 제이 휴브너(58) 글로벌 영업 담당 사장이 말했다. 그는 이어 “못ㆍ나사ㆍ목재 심지어 전동 드릴ㆍ톱까지 매장에 둔 물건은 2만5000여 종이 넘는다”며 “처음 본 전동공구라도 매대 옆 소형 LCD 디스플레이에서 간단한 사용법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에선 ‘집 고치기’이 붐이 일고 있다. 단순히 집 안팎을 꾸미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개ㆍ보수해 주거환경을 개선하려는 욕구가 커진 셈이다. 하지만 홈 임프루브먼트는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다. 에이스 하드웨어는 전 세계 60여 개국에 5200여 개 매장이 있고, 미국에서만 4500여 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는 세계적인 공구 프랜차이즈 유통 기업이다. 지난해 미국 매출만 160억 달러, 한국 돈으로 17조원을 넘어섰다. 휴브너 사장은 “미국만 해도 각종 건자재, 공구, 철물 등을 한데 모아 파는 종합 판매점이 지역 곳곳에 있다”며 “북미·유럽에선 ‘홈센터 간다’는 말이 공구 사러 간다는 말로 인식될 정도로 대중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홈 임프루브먼트 산업, 美 매출만 17조원


동남아 시장도 비슷하다. 1990년대부터 이 지역에 진출한 에이스 하드웨어는 1990년대 중반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에 잇따라 진출해 각각 200여 개에 육박하는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제 남은 건 한국, 중국, 일본이다.

특히 휴브너 사장은 한국 시장이 빠르게 커진다는 데 확신이 있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과 주택보급률, 여가 등 총 3가지 지표를 증거로 내밀었다. 그는 “한국은 1인당 GDP이 3만 달러에 육박하는 곳으로 주택보급률도 100%가 넘는다”며 “최근엔 주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여가가 더 늘어나 집을 직접 고치려는 수요도 훨씬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이스 하드웨어는 2020년까지 한국에서만 10여 개 매장을 추가로 열고 매출도 200억 원 이상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다고 한국에서 부침이 없었던 건 아니다. 원래 유진기업은 지난 4월 ‘홈센터’를 개점하려 했다. 그러자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며 시흥공구상가 등 주변 상가 소상공인들이 반대에 나섰다. 게다가 전국 27만 산업용재(공구ㆍ철물 등) 판매 소상인들은 국회와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등을 찾아가 항의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선 3월 28일 중기부는 유진기업 산업용재 시장 진출 관련 사업조정심의회에서 “유진기업 계열사인 이에치씨(EHC, 운영 회사)의 금천점 개점을 3년간 연기하라”는 결정까지 내렸다. 물론 5월 유진기업이 서울행정법원에 낸 ‘집행정지 신청’과 ‘개점연기 권고처분 취소청구 소송’을 냈고, 개장할 수 있다는 가처분 판결을 얻어 우여곡절 끝에 문을 열게 됐다.

이에 휴브너 사장은 즉답 대신 에이스가 어떤 회사 좀 더 자세히 설명했다.

“에이스 하드웨어 그룹은 처음에 에이스 스토어(상점)였습니다.”

에이스도 소상공업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하드웨어는 미국 일리노이주에 본사를 두고 각종 공구를 파는 소매협동조합이었다”며 “창업자이자 오랫동안 CEO를 맡았던 리처드 헤세가 1973년 은퇴한 이후 매장을 운영하던 사람들에게 회사를 팔았고 이에 따라 소매상들이 소유하는 협동조합으로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독립된 매장 소유주였던 소상공인이 에이스 하드웨어의 주주로 탈바꿈한 셈이다.

협동조합임에도 매장이 수십, 수백 개로 늘어나는 등 미국에서 가파르게 성장했다. 1985년 10억 달러였던 매출은 2015년 50억 달러로 다섯 배 넘게 뛰었고, 유럽을 비롯한 남미ㆍ아시아까지 활동영역을 넓혀왔다.

비결도 분명했다.

“에이스 홈센터는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장소(the helpful place)’입니다.”

320여 개 韓 중소업체와 협력할 계획

휴브너 사장은 ‘도움이 되는(helpful)’이란 단어에 방점을 찍으며 두 가지 노력을 소개했다. 먼저 단순히 물품만 팔고 끝내지 않겠다는 의지다. 그는 “단순한 물품 판매가 아니라 공구와 자재에 관한 기본 지식과 활용 방법을 전하고 더 나아가 간단한 시공까지 할 수 있도록 교육 서비스도 제공한다”며 “이는 고객 스스로 주거 환경 개선에 나설 수 있도록 ‘DIY(Do It yourself) 교육’을 강화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에이스 홈센터에서는 인테리어 전문 상담원이 집 거실이나 방, 주방, 욕실 등의 시공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상담과 실측을 진행한 후 시공비까지 결정한다.

다른 하나는 지역 상인과의 상생이다. 해당 지역에서 물품을 생산ㆍ유통하는 중소 상인 모두를 포함한다. 휴브너 사장은 “미국 홈센터 매장에 진열된 물품의 30~40%는 지역마다 다르다”며 “매장이 있는 지역에서 생산되거나 주로 쓰는 물품을 주로 수급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홈센터가 해당 지역에 뿌리내리는 데 지역상생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주주도 태생이 협동조합이기에 이 모든 과정을 수긍한다”라고도 말했다.

유진그룹도 팔을 걷어붙였다.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320여 개 중소 제조업체와 손잡고 안정적인 판매를 위해 다양한 제품으로 상품군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휴브너 사장도 소통과 사람을 중시한다. 그가 에이스 하드웨어를 택한 이유이기도 했다. 휴브너 사장은 에이스 하드웨어 본사가 있는 미국 일리노이주 출신으로, 대학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을 전공했다. 1983년 졸업한 그해 친구들은 글로벌 IT 기업으로 떠났지만 그는 에이스 하드웨어의 다른 면에 이끌렸다. 그는 “졸업 직전 대학 캠퍼스는 전국 각지에서 인재를 찾겠다는 기업 리크루팅 담당자들로 북적였다”며 “당시 유망했던 금융ㆍIT 기업 관계자는 업무 얘기만 물었지만, 에이스 하드웨어 담당자는 리더십과 팀워크, 소통을 강조했다”고 했다. 에이스 하드웨어가 사람을 중시하는 기업이라고 생각한 그는 입사 후 35년째 근무하고 있다.

휴브너 사장이 생각한 복안에서도 소통은 중요한 요소였다. 그는 “금천점을 비롯해 앞으로 개장하는 매장을 파일럿(시범) 매장 형태로 운영하면서 주변 상인들과 소통하고, 지역 시장을 좀 더 이해하는데 주력할 것”이라며 “홈센터 매장을 찾은 소비자도 품질이 우수한 한국 중소기업 제품을 접할 수 있고, 중소 제조업체 입장에선 유통망 입점이 한결 수월해지는 상호 ‘윈윈’ 전략 구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갔다. 미국이나 일부 국가 매장에 공급하는 물품 중 꽤 많은 양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에이스 하드웨어는 중국 시장엔 아직 진출하진 않았지만, 중국 상하이에 물품구매 담당 직원 등 에이스 하드웨어 직원 총 65명이 상주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래서 휴브너 사장은 “한국도 뛰어난 품질을 자랑하는 각종 공구를 생산할 수 있는 우수한 생산기지라고 생각한다”며 “최근 미ㆍ중 무역갈등이 장기화되고 관세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한국을 2차 거래처로 고려 중”이라고 했다. 한국에 뛰어난 중소 생산업체가 있다면 홈센터 금천점에 납품하는 것뿐만 아니라 글로벌 매장에 공급하는 길도 터줄 수 있다는 얘기다.

-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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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호 (2018.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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