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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이병훈 헉슬리 대표 

“해외시장 공략으로 성장세 이어간다” 

오승일 기자
론칭 3년 차를 맞은 헉슬리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는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본격적인 해외시장 진출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이병훈 헉슬리 대표에게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헉슬리 시그니처 쇼룸에서 만난 이병훈 대표.
수많은 브랜드로 넘쳐나는 국내 뷰티 시장에서 확실한 아이덴티티를 뽐내는 브랜드가 있다. 탁월한 제품력과 감성적인 디자인, 독특한 마케팅으로 최근 젊은 여성들과 뷰티 인플루언서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헉슬리(Huxley)’가 주인공이다.

지난 8월 9일, 서울 신사동에 있는 헉슬리 시그니처 쇼룸에서 헉슬리를 탄생시킨 이병훈(47) 대표를 만났다. 이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오랫동안 경력을 쌓은 IT업계 출신 사업가다. 휴대폰 이후 한국을 먹여 살릴 분야가 화장품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헉슬리는 『멋진 신세계』라는 소설을 쓴 영국의 작가이자 미래학자 올더스 헉슬리에서 따온 이름”이라며 “미래에는 정보가 너무 많아져서 진실의 가치가 가려질 것이라는 소설 내용에 착안해 ‘가장 좋은 제품을 진실한 마음으로 알리고 싶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천연 성분 담은 진정성 있는 브랜드


▎모던하고 심플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헉슬리 시그니처 쇼룸 전경. / 사진:헉슬리 제공
브랜드 론칭 배경이 궁금하다.

사실 화장품 시장은 레드 오션이 된 지 이미 오래다. 과도하게 넘쳐나는 브랜드들이 저마다 자기 제품이 가장 좋다고 아우성치는 형국이다. 진정한 정보를 찾기가 어려워진 이 시대에 우리만이라도 진실이 담긴 제품으로 우뚝 서보자는 의미를 담아 헉슬리를 론칭하게 됐다.

헉슬리는 어떤 브랜드인가?

한마디로 요즘 브랜드처럼 친절하지 않다.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그냥 툭 던져준다. 물론 브랜드 북에 좀 더 상세한 설명을 달고, 유명 모델을 써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제품은 더 많이 팔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여성들마다 헉슬리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 달랐으면 하기 때문이다. 헉슬리는 도화지 같은 브랜드다. 확장력이 풍부한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헉슬리를 통해 자신만의 상상력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기를 바란다. 톱모델이 주는 하나의 이미지에 갇히는 걸 원하지 않는다.

진정성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내기 위한 이 대표의 노력은 원료를 차별화하는 데서부터 시작됐다. 헉슬리의 모든 제품에는 모로코 왕실의 피부 미용법으로 알려진 천연 선인장 추출물이 들어간다. 주원료인 선인장 오일은 1리터를 추출하기 위해 씨앗을 무려 100만 개나 모아야 할 정도로 귀한 재료다. 이 오일에는 피부노화 예방에 효과적인 리놀렌산이 61%나 함유돼 있으며, 비타민 E(토코페롤) 성분도 올리브오일보다 400배 이상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품 원료로 선인장을 선택한 계기는?

모로코 왕실에서 가정교사를 하고 있는 지인 덕분이었다. 그곳 사람들이 은쟁반에 노란색 물을 담아 세안하는 걸 보고 나한테 연락을 해왔다. 그게 바로 선인장 씨앗 오일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모로코 베르베르족이 천년간 사용해온 아름다움의 비결이더라. 왕족들은 선인장 씨앗 오일로 세안을 하고, 시민들은 선인장 즙으로 사막의 거친 바람을 이겨내온 것이다. 거기서 힌트를 얻어 화장품을 만들게 됐다. 오랜 세월 사막의 거친 환경을 이겨낸 선인장의 강한 DNA가 사막화된 도시 여성들의 피부를 지켜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래서 헉슬리의 모든 제품에는 정제수 대신 선인장 추출액이 들어간다.

헉슬리의 모든 제품을 관통하는 핵심 DNA는 뭔가?

‘Great things never came from comfort zones’, 즉 ‘위대한 것은 모두 위험한 생각과 대담한 시도로부터’라는 뜻이다. 우리 회사의 슬로건이자 직원들과 함께 공유하는 일종의 최면 같은 것이다. 후발주자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자세라고 보면 된다. 어느 날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우리 제품을 쓰고 있는 여성이었다. 아침마다 우리 제품에 쓰여 있는 이 문구를 보면서 힘을 얻고 있다며 감사 인사를 전해왔다. 우리 제품이 누군가에게 힘을 주고 있다는 생각에 희열과 보람을 느꼈다. 이처럼 우리의 주요 고객은 바쁜 일상을 보내는 현대 여성들이다. 우리 제품으로 그들에게 잠시나마 행복감과 힐링을 주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언제나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제품을 만들라고 주문한다. 예를 들어 제품에 들어가는 거품망 하나도 허투루 만들지 않는다. 우리가 추구하는 거품망을 완성하기 위해 여기저기 수소문 끝에 커튼집에서 주문 제작할 정도다. 그런 노력들이 제품으로 나온 덕분에 타 브랜드와 다르다고 느끼는 것 같다.

소비자에게 행복감 주는 것이 목표


▎영국 펜윅 백화점 쇼윈도에 한국 브랜드 최초로 제품을 선보인 헉슬리.
이 대표는 브랜드를 처음 선보일 당시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제품을 구상했다. 이를 위해 제품 용기와 라벨, 패키지에 북유럽 감성을 담아 최대한 심플하게 디자인했다. 희귀한 원료로 만든 제품을 플라스틱 통에 넣고 싶지 않아 유리나 알루미늄으로 만든 용기만 사용했다. 그래선지 소비자들로부터 헉슬리가 어느 나라 화장품인지 물어오는 전화를 종종 받는다. 헉슬리가 여느 국산 화장품들과 다르게 인식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천연 선인장 추출물로 만든 헉슬리 베스트 제품 토너 익스트랙트 잇.
독특한 콘셉트에 걸맞게 헉슬리가 판매하는 제품 수도 적은 편이다. 크게 토너·오일 에센스·크림 등 3가지 제품군을 만들고 있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은 25개 정도다. 많은 제품을 내놓기보다 여성들에게 꼭 필요한 제품만 만들자는 생각에서다. 개발팀에서 올라왔다 최종 합격하지 못한 시제품도 부지기수다. 시장과 적당히 타협한 85점짜리 제품을 내지 않는 이유는 그 제품으론 결코 1등을 할 수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브랜드 출시 후 가장 큰 성과는?

헉슬리가 탄생한 지 2년 7개월째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신생 브랜드지만 직원들과 열심히 뛰어다닌 덕분에 브랜드 인지도가 많이 올라갔다. 2016년과 2017년 얼루어 매거진 베스트 브랜드로 선정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일반인과 파워블로거, 기자 등 1000명이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는데 우리 제품 2개가 뽑혔다. 토너는 일본 시세이도 제품과 공동 수상했고, 페이셜 오일은 겔랑 제품과 공동 수상했다. 우리보다 서너 배 비싼 제품이고 업력으로 따지면 몇십 년 차이 나는 쟁쟁한 회사들이다. 그런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최근에는 뉴욕패션위크에도 초대됐다. 거기선 패션 브랜드가 화장품 업체를 선정하는데 스킨케어 브랜드로는 우리가 유일하게 참가했다. 거기 들어가기 위해 어떤 시도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쪽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미국 진출을 위해 뉴욕에서 행사를 한 적이 있는데 그 영향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가장 주력하는 부분은?

브랜드 가치를 잘 유지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제 화장품 생산기지로서 전 세계 톱 레벨이다. 로레알, 샤넬, 랑콤도 신제품에 필요한 새로운 제형을 한국에서 찾을 정도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토양 위에서 우리는 왜 딥디크나 달팡, 꼬달리, 이솝, 록시땅 같은 감성적인 브랜드가 나오지 못하는 것일까. 이제 나올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주자가 헉슬리면 좋겠다. 어느 나라에 내놔도 손색없는 감성 브랜드로 키워내고 싶다.

헉슬리의 제품들은 가로수길 시그니처 쇼룸을 비롯해 헬스&뷰티 전문숍 롭스와 편집숍 크리마레, 시코르에서 팔리고 있다. 또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AK플라자,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등에서 만날 수 있다.

해외 진출도 순항 중이다. 현재 미국 노드스트롬 백화점, 일본 루미네 에스트 백화점, 말레이시아 이세탄 백화점, 멕시코 엘 팔리시오 드 히에로 쇼핑몰 등에 입점했고, 미국 온라인 패션몰 리볼브, 일본 잡화점 로프트와 복합쇼핑몰 긴자식스에도 입점이 확정됐다.

최근에는 140년 전통의 영국 펜윅 백화점에 입점하며 유럽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영국 럭셔리 백화점 하비 니콜스와 유럽 최대 온라인 뷰티 판매 채널로 손꼽히는 룩판타스틱, 뷰티 엑스퍼트, 필유니크 등에도 입점할 예정이며, 유럽 최대 뷰티 편집숍 체인 더글라스의 독일 내 40여 개 매장에도 입점을 확정했다. 이 대표는 “헉슬리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에 힘입어 유럽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전역으로 유통망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화장품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나?

현재 한국에는 8000개 화장품 브랜드가 있다. 예전에는 ‘메이드 인 코리아’만 붙이면 날개 돋친 듯 팔렸지만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춘추전국시대를 거쳐 소수 브랜드만 살아남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역시 브랜딩이다. 브랜드를 잘 만들어서 오래 가는 제품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제품 중에서 2년 이상 버티는 제품이 드물다. 그 유명했던 달팽이 크림도 2년을 넘기지 못했고 마유 크림도 마찬가지다. 제품 하나 띄워서 돈 번 업체들은 대부분 후속 제품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한다. 록시땅 하면 핸드크림이 생각나듯이 브랜딩을 잘하면 그런 고민이 필요 없다. 브랜드는 유기체고 어린애 같다. 부모가 어떻게 키우느냐에 따라 방향이 정해진다. 우리 브랜드가 어느 길로 가면 좋을지 직원들과 함께 끊임없이 고민 중이다.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이 CEO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해외 진출 전략도 궁금하다.

지난 1년간 20개국 이상에서 인증 작업을 진행했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고시 공부하듯 긴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본격적으로 마케팅 활동을 해나갈 계획이다. 한국은 내수 시장에서 절대 홈런을 칠 수 없는 구조다. 처음부터 글로벌 진출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한국에서 태어난 글로벌 브랜드가 궁극적인 목표다. 현재 31개국에서 290개 매장을 운영 중인데 향후 유럽 지역에서 시장을 더 넓혀나갈 계획이다. 한국과 중국이 각각 30%, 나머지 글로벌 시장 40% 정도가 가장 이상적인 볼륨이라고 생각한다. 특정 국가 의존도가 90%, 99% 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기업은 100년 갈 수 없어도 브랜드는 100년 갈 수 있다. 헉슬리가 100년 가는 브랜드가 되도록 초석을 다지고 싶다.

-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201809호 (2018.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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