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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선의 ‘셀럽 심리학’] 권력의 심리학 특강(2) 

공감능력은 최고의 권력을 만든다 

조지선 전문연구원
지난 1편에 이어 이번엔 ‘권력과 공감(empathy)의 얄궂은 관계’에 집중한다. 자기중심성은 권력의 심리적 부작용으로, 일종의 ‘공감능력 저하’ 현상이다. 권력자가 되면 뭐든 풍성해질 것 같지만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권력자들은 자신의 관점에 묵직한 닻을 내린 채 정박한 배와 같다.” 심리학자 아담 갈린스키가 묘사한 권력자의 특성이다. 권력자는 다른 사람들이 죄다 자기와 같은 생각을 한다고 착각한다. 한마디로 ‘감’ 떨어진 거다. 타인의 관점을 정확히 인식하는 감(感). 안타까운 부작용이다. 권력자의 자리에 있을 때야말로 공감능력이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심리학자 대니얼 골먼이 밝힌 리더십의 근원적인 속성은 ‘정서’다. 그가 개척한 정서지능 분야에선 공감을 ‘다른 사람과 나의 마음을 조율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서로의 악기 소리를 조율하는 과정을 건너뛰고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 수 없듯이 마음의 조율 없이 특출한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긍정적인 마음의 공명, 한마디로 ‘좋은 느낌’이 있을 때 직원들은 잠재적 역량의 베스트를 구현한다.

권력을 얻고 유지하는 ‘공감능력’

명석한 당신은 아마도 이런 의문을 품을지 모른다. “권력을 얻으면 공감능력이 떨어진다고? 혹시 공감능력이 낮은 사람이 권력자가 되는 것이 아닌가? 남의 처지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이득을 챙겨야 권력을 얻을 테니까.” 그럴듯하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서 주장한 바다.

드라마에서 최고 권력자를 꿈꾸는 주인공은 대개 권모술수의 화신이다.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 배우 케빈 스페이시가 연기한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 프랭크 언더우드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권력을 위해 타인을 ‘사용’한다. 무자비하게 실용적이다. 마키아벨리즘을 따르면 권력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질까? 심리과학자들은 이렇게 답한다. “그렇게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요.”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의 심리학자 아담 그랜트가 지적했듯이 남의 것을 취하는 자, 테이커(taker)는 집단에서 빠르게 리더로 힘을 얻지만 그만큼 빨리 추락한다. 다른 사람들의 미움을 받기 때문이다. 남에게 주는 자, 기버(giver)는 두 종류로 나뉜다. 호구형과 공감형이 있다. 전자가 남의 일을 하느라 자기 일을 놓친다면 후자는 공유하고 상생하고 시너지를 낸다. 조직에서 최고의 수행력을 보여주는 사람은 테이커가 아니라 공감형 기버다.

엄밀히 말해서 권력은 쟁취하는 것이 아니다. 공감능력을 인정받은 덕분에 타인들로부터 ‘부여받은 것’이다. 인간 본성의 선함으로 권력을 얻지만 권력자가 된 후 그 선함을 잃어버리니 권력과 공감의 관계가 얄궂지 않은가. 잃어버린 그 능력을 되찾아야 한다.

영장류 동물학자인 프란스 드 왈의 연구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특정 침팬지가 자신이 속한 무리에서 알파메일, 즉 리더가 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강하고 위협적인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더불어 빼먹어선 안 되는 추가 작업이 있는데 공감능력을 어필하는 것이다. 약자를 돌보고 무리 전체와 먹이를 나누는 관대함을 갖춘 침팬지가 리더로 부상한다. 권력자가 됐다고 ‘갑질’ 특권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평판관리가 필수다. 힘이 약한 침팬지들이 동맹을 결성해서 알파메일을 권좌에서 끌어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강압으로 일관하는 자, 개인적인 이득만 추구하는 자는 리더의 자리를 보존하지 못한다.

신입사원들에게 동기 중에서 누가 리더감이냐고 질문하면 비슷한 대답이 나온다. “치밀하고 똑똑한 동기요. 야심도 있어야죠.” 이 상식적인 기대와 달리 인지적 능력이나 성취지향성은 권력 확보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다. 심리학자 재닛 켈렛과 동료들의 연구에 따르면 공감능력이 가장 높다고 구성원들에게 평가받은 사람이 리더십 역량 또한 최고라고 인정받는다.

공감의 기초는 경청(敬聽)이다.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리더가 될까? 컬럼비아 경영대학의 다니엘 엠즈 연구진이 밝힌 ‘잘 듣는’ 사람에 대한 평판은 이랬다. “저 친구는 설득력이 있어. 주변에 사람들이 모이는 걸 봐. 영향력이 있는 거야.”

누가 권력을 얻는가? 성별, 나이, 인종, 출신 집단, 신체적 매력, 영향력 행사 욕구 등의 개인 특성과 시대적 요구, 조직 환경과 같은 외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리더가 탄생한다. 그런데 복잡한 계산식에서 삐죽 고개를 내밀고 존재감을 자랑하는 변수가 공감능력이다. 축적된 연구가 일관적으로 제시하는 바는 타인의 마음을 읽을 줄 모르는 사람, 타인의 행복과 불행에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이 리더가 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이다.

공감능력 키우는 비언어적 메시지


공감능력을 키우는 방법을 대면 의사소통의 측면에서 제언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상대를 쳐다본다. 이는 최저비용, 최고효율의 공감능력 증진 방법이다. 남의 행동을 보면 ‘거울 뉴런’이 활성화되어 마치 내가 직접 그 행동을 할 때와 같은 뇌 상태가 된다. 두 사람 사이에 정서적 연결 통로가 형성되는 것이다.

둘째, 심리학자 앨버트 메라비안의 유명한 ‘93% 규칙’을 연습한다. 의사소통에서 말이 차지하는 비중은 7%에 지나지 않는다. 메시지의 93%는 목소리 톤과 매너, 표정과 몸짓 같은 비언어적 행동으로 전달된다. 상대가 말하는 내용뿐 아니라 ‘말하지 않는 것을 듣기’를 원한다면 93%에 집중해보자. 말의 내용과 비언어적 메시지가 일치하지 않을 때, 이를 민감하게 감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셋째, 대화가 시작되면 손에서 핸드폰을 놓는다. 이 제스처만으로도 상대는 존중받는다고 느낀다. 회의실에서 핸드폰을 퇴출하는 과격한 방법도 시도해볼 만하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심리학자 앤드루 프르지빌스키의 연구에서 밝혀진 충격적인 사실은 옆에 있는 책상에 핸드폰이 놓여 있기만 해도 대화하는 두 사람이 느끼는 친밀감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상대를 덜 신뢰하고 별 의미 없는 대화를 했다고 여긴다.

넷째, 상대의 말을 자르지 않고 듣는다. 이는 생각보다 매우 어렵다. 말하는 속도보다 말을 이해하는 속도가 훨씬 빠르기 때문에 상대가 문장을 다 완성할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말 중간에 끼어드는 행동을 몇 번 했는지 의식적으로 세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다섯째, 조언하지 않고 질문한다. 이는 코칭 리더십의 핵심으로 라포르(두 사람 사이의 공감적인 인간관계) 형성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술이다. “내가 다 해봤는데 이게 좋아”보다 무엇을 시도하고 싶은지, 어떻게 하길 원하는지 묻는다. ‘What’이나 ‘How’로 시작하는 개방형 질문은 부하직원의 마음에 도달하는 지름길이다.

마지막으로 ‘주먹 부딪히기(fist bumps)’를 통해 공감을 형성한다(주의할 점은 구성원들이 그 취지를 이해하고 동의하는 절차를 거쳐 터치 방식을 정해야 한다). 팀워크 정신을 북돋우는 가장 기초적인 방법은 터치다. 심리학자 마이클 크라우스의 연구진은 미국 프로농구 선수들의 터치 행동과 팀 성적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하이파이브, 주먹이나 어깨 부딪히기, 허그 등 터치 행동을 많이 할수록 선수들이 서로 협력하는 팀으로 인식됨은 물론, 성적도 좋았다. 성과를 축하하는 하이파이브는 “우리는 한 팀이다. 우리가 해냈다. 기쁘다”라는 긴 연설에 담긴 많은 의미를 한 방에 전달한다. 실패로 괴로워하는 부하직원의 어깨를 꽈~악 잡아주는 행동은 백 마디 위로보다 더 강력하다.

“사람의 인격은 그가 권력을 사용해 무슨 일을 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말을 되새겨볼 만하다. 기업의 성과는 리더들이 권력을 사용해 무슨 일을 하는지를 보면 예측할 수 있다. 부하의 관점에서 현상을 보고 그의 의도와 소망, 감정을 이해하는 공감형 리더인 당신이 어떤 멋진 성과를 낼지 기대된다.

※ 조지선 전문연구원은…스탠퍼드대에서 통계학(석사), 연세대에서 심리학(박사)을 전공했다. SK텔레콤 매니저, 삼성전자 책임연구원, 타임워너 수석 QA 엔지니어, 넷스케이프 커뮤니케이션 QA 엔지니어를 역임했다. 연세대에서 사회심리학, 인간행동과 사회적 뇌, 사회와 인간행동을 강의하고 있다.

201809호 (2018.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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