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한국의 수평적 기업문화 

수평적 기업문화의 근간인 토론 능력에서 한국인은 세계적으로 하위권에 속한다.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

필자의 회사는 연간 약 3000대에 이르는 반도체 중고장비를 거래하는데, 업의 특성상 매일매일 수십, 수백 건의 민감한 가격 의사결정을 신속, 정확하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내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집단지성이 발휘되어야만 했기 때문에 18년 전 처음 회사를 설립했을 때부터 수평적인 기업문화 도입을 위해 노력해왔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교적 위계질서가 강한 나라에 살면서 학교와 직장에서 토론을 배워본 적이 없고 나이와 직급 등 서열을 중시하는 수직적 직장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은 수평적 기업문화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수평적 기업문화의 근간인 토론 능력에서 한국인은 세계적으로 하위권에 속한다. 하지만 수평적 기업문화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과 신속 정확한 의사결정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기업문화다.


한국처럼 사장님, 팀장님 같은 직급 호칭이 과도하게 사용되는 나라는 없다. 미국, 유럽 사람들이 서로를 직급으로 부르는 것을 본 기억이 별로 없다. 대부분은 이름을 부르지 한국처럼 과장님, 부장님 같은 직급 호칭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구글이나 아마존, 페이스북과 같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수평적 기업문화를 막연히 동경하는 사람도 많은데, 현실은 생각보다 냉정하다. 권한과 책임이 분명히 나누어져 있고, 엄정한 성과 평가와 살인적인 업무 강도 탓에 실리콘밸리 회사들을 오래 다니기가 힘들다. 수평적 기업문화의 가장 극단적인 사례는 아마존이 인수한 자포스라는 회사로, 회사의 직급 자체를 없애버리는 등 조직의 위계질서를 완전히 파괴한 형태다. 아직도 이 회사의 기업문화에 대한 논란이 많으니, 결코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없다. 자포스에서는 직급과 명예에 대한 동기 유발이 사라졌고, 조직 내에 큰 혼란이 생겼다. 서로 책임을 미루면서 의사결정도 지연되었다고 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수평적인 문화를 통해 존중받기를 원하기도 하지만, 수직적인 위계질서와 적정 수준의 권위를 동시에 원한다.

수평적인 기업문화는 계급장 떼고 대등하게 일하자는 것이 아니다. 나이와 직급 같은 서열 중심의 조직(Rank driven organization)이 아니라 역할 중심의 조직(Role drive organization)으로 돌아가게 하고, 불필요한 권위와 위계질서를 없애고 소통을 극대화해서 최고의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의 수직적 문화가 폐해를 줄이면서 수평적 문화와 적절하게 조화된다면, 한국의 조직도 나이, 직급 중심에서 역할 중심의 조직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한국이 수직적 위계질서를 바탕으로 이끌어온 제조업 기반의 고속 성장은 이제 수명이 다했다. 한국 기업의 우수한 인적자원에 수평적 기업문화가 더해진다면 한국 기업들은 세계를 향해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다.

- 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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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호 (2018.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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