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세상은 역시 즐거운 사람들로 차 있다 

아, 그랬구나. 동서 간이라고 모두 위하는가? 서로 돕고 사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노익상 한국리서치 회장

9월 중순, 친구들과 서해안 당진에서 이틀 동안 골프를 끝내고 게 찜과 탕을 먹고 싶어서 수소문했다. 당진 포구 언덕 위에 있는 집이 잘한다고 해서 찾아갔는데, 횟집이다. 게 요리는 안 한단다. 우르르 다시 나오는 데, 주인집 아주머니가 “요 아래 바닷가 대성포차에 가요. 거기 게 찜 잘해요.” 한다. 여섯 명이 차에 오르는데, 차 앞에까지 뛰어나와서 “요리로 내려가세요. 대성포차예요.” 그것 참 희한하다. 자기네 집에서 밥도 안 먹었는데 저렇게 친절할 수 있느냐고 우리 모두가 이상하게 생각했다.

방파제를 따라 유리창 대신 비닐로 바람을 막은 음식점이 줄지어 있고, 그 아래 바닷물이 빠진 갯벌에는 고깃배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초라해 보이는 포구다. 할배가 새벽쯤 앞바다에 나가 게를 잡아오면 할매가 찜도 하고 탕도 끓여 판다. 남편은 70세라 한다. 우리와 비슷한 또래다. 보기에 아내는 아직 예쁜 60대 중반. 늙은 어부의 팔뚝에는 근육질이 남아 있고, 전대로 잘록한 허리를 감싼 할머니의 젖가슴은 아직 몽클해 보인다. 여섯 명이 할배가 가위로 잘라주는 게 찜 6마리를 소주와 함께 게걸스럽게 먹었다. 오늘 아침에 잡아 온 게란다. 싱싱한 바다 냄새가 그대로 입안으로 들어온다. 다시 게 탕을 주문하고 우리가 반찬과 소주를 날라다 먹고 마시고 또 그 국물에 칼국수를 끓여 먹었다. 알고 보니 대성포차와 저 위 횟집 주인은 동서지간이란다. 아, 그랬구나. 동서 간이라고 모두 위하는가? 서로 돕고 사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배달의 민족답게, 당진에서 대리운전을 불러 서울까지 인간 배달. 차 안에서 모두 자빠져 자고 깨니, 어제 아침에 떠난 서울 강남의 사무실이다. 해장술까지 마시고 택시 타고 집에 왔다. 아침에 보니, 휴대전화가 없다. 이불을 모두 걷고 침대 밑에까지 샅샅이 찾았으나, 까맣고 윤기 나는 그 전화기는 어디에도 없다. 아내에게 “나한테 전화 좀 해봐. 전화기가 없어.” “전화기가 꺼져 있대.” 할 수 없지 뭐. 택시에 두고 내린 것 같다. 외부 행사에 다녀와서 밤 10시경 사무실에서 혹시나 하고 다시 휴대전화로 걸었더니 벨소리가 다르다. 그리고 누군가 받는다. 반갑기 그지없다. “기사님이신가요?” “아니, 여기 파출소입니다.” 마침 사무실에 있던 사과 한 상자를 들고 부랴부랴 모범택시를 불러 파출소로 갔다. 사과 상자를 내려놓고 나누어 드시라 했다. “절대 안 됩니다. 김영란법 아시지요. 아무것도 못 받습니다.” “아니, 이 사과 3만원도 안 돼요.” “아니, 아니, 절대 못 받습니다. 고맙습니다.”

당진의 동서 간, 횟집과 포차집의 할아버지·할머니, 휴대전화를 주워 파출소에 맡겨준 기사님, 전화기를 충전하고 주인이 찾으러 올 때까지 기다려준 경찰관들 덕분에 고맙고 즐거운 여행이었다.

- 노익상 한국리서치 회장·(사)대한산악구조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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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호 (2018.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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